한복협 기도회 ‘위태로운 다음 세대, 해법은 있는가’
1. 사회안전망 강화 생존권 보호
2. 사회경제적 공평과 정의 정착
3. 상생 연대하는 공동체 복원을
4. 건강한 가정공동체 재건 노력
5. 예방 위한 개인의 의지와 노력
가정의 달을 맞아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임석순 목사) 5월 월례기도회 및 발표회가 10일 오전 서울 강동구 은혜광성교회(담임 박재신 목사)에서 ‘위태로운 다음 세대, 해법은 있는가’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곽혜원 교수(21세기교회와신학포럼 대표)가 ‘고독생·고독사 실태와 예방 대책에 대한 논의: 위태로운 청년세대의 삶과 죽음(生死)’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곽혜원 교수는 “팬데믹 극복에 총력을 기울이는 동안, 미래가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높았다. 전부터 높았던 실업률에 팬데믹으로 취업에 실패한 많은 청년들이 고립된 은둔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라며 “2023년 정부 차원의 전국 단위 첫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 한국의 20·30세대 중 5%, 약 54만 명이 은둔형 외톨이로 판명됐고 서울시에만 13만 명에 달했다”고 소개했다.
고립·은둔 생활을 하게 된 계기로는 45.5%가 ‘실직 또는 취업의 어려움’을 꼽았고, ‘심리적·정신적 어려움’ 40.9%, ‘대인관계 어려움’ 40.3%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고립·은둔 경험이 있는 만 19-39세 8,874명을 조사한 결과(2023년), 6,360명(75.4%)이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2022년 청년 조사에서 2.3%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약 33배 높은 수치다.
곽 교수는 “매우 우려스러운 문제는 고립·은둔 중인 많은 청년이 아무도 모르게 홀로 생을 마감하는 ‘청년 고독사’가 급증하는 현실”이라며 “고독사한 청년들 방이 노인들과 다른 결정적 차이점은, 꿈을 향한 열정이 좌절된 흔적이 빼곡히 발견된다는 것이다. 토익 책과 자격증 서적들, ‘나는 할 수 있다’고 쓴 포스트잇, 면접과 시험 스케줄이 적힌 달력, 수십-수백 통의 이력서들이 원룸과 고시원을 가득 채웠다”고 개탄했다.
그는 “더욱 안타까운 현실은 고독사로 사망한 다수 청년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지 한참 지나, 부패한 주검으로 발견된다는 비극”이라며 “2020년 30대 41.2%, 20대 40.9% 등 청년 세대의 자살 고독사가 불과 1년 만에 큰 폭으로 증가했다. 청년 고독사 절반 가량이 자살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매우 높다. 청년 세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점도 암울한 사회 단면을 보여 준다”고 했다.
특히 “20·30세대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삶을 포기하면서 사회적으로 공론화된 ‘3포(연애·결혼·출산 포기)’, ‘5포(3포+내집 마련·인간관계 포기)’, ‘7포(5포+꿈·희망 포기)’, ‘9포(7포+외모·건강 포기)’를 넘어, 이제 셀 수 없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N포’는 이들의 취약한 삶의 정황을 여실히 드러낸다”며 “치솟는 주거 비용과 불안정한 고용 시장 속에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린 청년들이 냉소적으로 내뱉는 ‘이번 생(生)은 망한 것 같다(이생망)’는 유행어를 가슴 아프게 들어야 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청년들이 결혼을 원치 않아 미혼 및 비혼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 취업을 못해 가정을 꾸릴 만한 사회경제적 여건을 갖출 수 없어 비자발적으로 독신을 선택한다고 보인다”이라며 “평등이 끝내 실현되지 않는 세계가 바로 연애와 결혼으로 지목됨으로써, 연애와 결혼만큼 자본주의적이고 냉혹한 경쟁의 세계가 없다는 말도 회자된다”고 언급했다.
이후에는 고독생과 고독사 예방을 위한 한국 사회와 교회의 과제를 살폈다. 이에 앞서 “그동안 고독생과 고독사 위험군으로서 홀몸노인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많은 공감대가 형성돼 왔고 중앙정부나 지자체 복지정책도 주로 노약자나 여성, 장애인 등에 집중돼 왔다”며 “그러나 실직과 재취업난, 이혼과 독신 등 갖가지 사유로 청장년 남성들의 상실감이 커지고 있다. 이들 청장년 1인 가구는 젊고 근로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복지 시스템의 우선순위에서도 밀려나 있으므로, 이들을 구하기 위한 목회적·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고 요청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먼저 “세밀하고 견고한 사회 안전망 강화와 사회 약자들의 생존권 보호가 필수 불가결하게 선행돼야 한다”며 “이들이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 특히 실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곽혜원 교수는 “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람은 은둔형 외톨이, 사회 부적응자이다.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 안전망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가구 형태 변화에 따른 구조적 변화도 수반돼야 한다. 1인 가구는 소득과 자산 수준이 국민 평균의 36%에 불과함에도, 기존 4인 가구 기준 복지 정책 때문에 사각지대가 된 상황이다. 1인 가구에 대한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고 관련 기관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둘째로 사회 근본적 문제해결을 위한 핵심과제에 대해 “사회경제적 공평(公平)과 정의(正義) 정착”을 꼽았다. 그는 “사회경제적 공평 및 정의를 정착시키는 일은 하나님의 명령일뿐만 아니라 오늘날 한국 사회를 위기로 몰아넣는 제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핵심 과제”라며 “성경 말씀도 사회경제적 공평과 정의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 구약성서는 야훼의 공의가 궁극적으로 사회경제적 공평과 정의에 귀결돼 양자가 긴밀한 연관성 속에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기독교가 사회경제적 공의 구현을 위해 헌신해야 하는 이유는, 하나님의 명령과 함께 오늘날의 사회경제적 체제 속에서 사회 약자로 내몰린 사람들에 대한 보호와 배려 없이 이들의 생존권을 보호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무한경쟁에서 도태된 루저들(looser), 생존 기반이 무너진 연약한 사회 구성원을 보듬어 안지 않고는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 정의와 평화가 다스리는 ‘하나님 나라(마 4:17; 막 1:15 등)’가 이 땅에 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오늘날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거대한 동력이 된 한국교회가 주도적으로 움직인다면, 공평과 정의는 실현될 수 있다. 막대한 물적·인적·시설 자원을 가진 공동체로 급성장한 한국 기독교는 이런 사역을 감당할 충분한 역량을 지니고 있다”며 “물론 범교회적·범교단적 차원에서 한계나 장애에 봉착할 수도 있지만, 정치·경제·사회 각 영역의 중심적 위치에 있는 성도 개개인이 고난과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헌신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라고 짚었다.
셋째로 “상생(相生)·연대(連帶)하는 공동체를 복원해 고독 사회를 치유하기 위한 사회적·목회적 노력이 요청된다”며 “우리나라는 급속도로 경제개발을 추진하면서 사람들이 도시로 대거 이주하면서,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전통적 공동체가 와해되는 부작용을 겪었다. 과도한 도시화로 인해 지연 네트워크가 쇠퇴하면서 초래한 이웃과의 소통 상실이 고독 사회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는 급격한 산업화·도시화 과정에서 소속감과 공동체성을 상실한 사람들에게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를 마련해 주고 있다”며 “그 역할과 사명을 개인적 내면 돌봄은 물론, 사회적 차원의 치유 사역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21세기 한국 기독교가 최우선적으로 주력해야 할 역할과 사명은 ‘영혼 돌봄 시스템’ 정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앞서 고독사 문제를 겪었던 일본, 프랑스, 스웨덴 등은 모두 지역사회 공동체를 복원하려는 사회적 노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왔다. 공동체를 강화함으로 사람 간의 ‘관계 맺음’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를 만들어 준 것”이라며 “고독사 극복을 위한 주거환경 대안으로 ‘공동 주거’를 생각할 수 있다. 개별 전용공간에 주방과 화장실 등 공유공간을 함께 배치, 고독을 존중하면서도 고립은 시키지 않는 주거 형태는 시사하는 바 크다”고 개진했다.
넷째로는 “건강한 가정 공동체를 재건하기 위한 노력도 절실히 요구된다”며 “이 시대가 안녕(安寧)하지 못한 주 원인은 가정 파탄 때문이다. 21세기 한국 사회는 가족 간 대화 부재, 높은 이혼율, 가정폭력, 자녀 학대 등 가정 위기가 고조되면서 가족해체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그러나 가정을 지키는 것은 인간 자신을 지키는 일, 나아가 사회와 국가와 문명 자체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자살 시도자는 가족 갈등이 많은 반면, 가족으로부터 정서적·사회적 지지를 받는 사람은 자살 행동이 매우 낮아진다. 가족의 따뜻한 후원과 진심어린 격려, 부모의 조건 없는 사랑과 힘들 때 옆에 있어주는 형제자매의 존재는 자살의 훌륭한 방어 요인”이라며 “고독사를 넘은 무연사는 전통적 가족관계의 붕괴로 말미암은 가정 해체의 결과물로, 건강한 가족관계는 동고동락(同苦同樂)하면서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나누기에 개개인과 사회구성원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정서적 안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오늘날 건강한 가정 구축은 결코 수월하지 않다. 우선 가정을 꾸릴 만한 취업을 하지 못해 비자발적으로 독신을 선택하고 있다. 결혼을 해도 만혼과 노산으로 이어져, 고령 부모의 20-30년 후 가정경제가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며 “뿐만 아니라 글로벌 성혁명의 거센 파고 앞에서 가정이 해체돼 사람들 심령이 황폐화되는 위기에 직면해, 한국교회는 가장 중요한 정서적 안전망인 건강한 가정 재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다섯째로 “고독생·고독사를 사전 예방하기 위한 개인의 의지와 노력도 필수적”이라며 “사전 예방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립된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본인의 마음가짐이다. 아무리 견고한 사회안전망이 구축되고 친밀한 교제를 나눌 수 있는 공동체가 형성된다 해도, 고립을 자초한다면 구제될 방법은 요원하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둘러싸여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것은 임종을 앞둔 모든 인간의 한결같은 바람이기에, 고독사 미연 예방을 위한 선택과 결단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곽 교수는 “고독생·고독사 사전 예방을 위한 개인 노력으로, 건강관리와 인간관계, 일거리 등을 강조하고 싶다”며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일상생활을 영위할 정도의 건강을 유지하고, 난관이 닥쳤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돈독히 쌓으며,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고 뿌듯하게 잠들 수 있도록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삶의 기반을 견고히 하는 일거리를 찾아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삶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마침내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된 뒤안길에 서서, 삶과 죽음(生死)을 넘어서는 기독교의 생사 공동체가 절실히 요청되는 시대에 직면했다”며 “코로나가 마무리되니, 그동안 감추고 견디며 참아왔던 모든 문제들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는 ‘지연된 자살’이 폭증할 가능성이 있다. 재난을 극복하느라 치열하게 살아왔음에도 호전되지 않는 현실에 절망하며 많은 이들이 생명의 끈을 놓았는데, 그 후폭풍을 견뎌내고 ‘우리’라는 끈끈한 유대감으로 서로 생명을 감싸 안는 공동체 의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곽혜원 교수는 “생활고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을 붙들어주는 한국 기독교의 ‘생사 공동체’ 회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치명적 전염병이 발생해 대다수 공동체가 신뢰를 잃은 와중에도 삶과 죽음의 한계를 넘어서 급성장했던 초대교회의 모습은 21세기 기독교에 시사하는 바 매우 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1세기 한국 기독교는 삶과 죽음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해, 삶과 죽음을 넘어서는 생사 공동체를 회복함으로써 죽음의 기운이 횡행한 이 시대에 생명의 기운을 확산시켜야 할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말은 강력한 히든카드(희망의 저력)이지만, 이것도 누군가의 도움과 격려로부터 생겨난다. 바로 그 누군가가 사려깊은 그리스도인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정리했다.
이후 ‘가정 안에 파고든 중독 문제, 현황과 해법’을 주제로 조현섭 교수(총신대)가 발표했으며, 질의응답 후 회장 임석순 목사의 인사와 감리회 이철 감독회장의 축도, 총무 이옥기 목사의 광고로 발표회는 마무리됐다.
앞선 기도회에서는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 사회로 박재신 목사가 ‘다윗의 가정을 교훈 삼아(엡 6:2-4)’라는 주제로 설교했다. 이후 ‘우리나라를 위하여’ 정현구 목사(서울영동교회), ‘다음 세대를 위하여’ 여주봉 목사(포도나무교회)가 각각 기도했으며, 은혜광성교회에서 특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