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도너패밀리 25명 ‘기념공간’ 방문
생명 살리고 떠난 가족에 못다 한
이야기 담은 메시지 카드 작성 등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박진탁 이사장, 이하 운동본부)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도너패밀리’를 위한 다양한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먼저 지난 3일, 가정의 달을 맞아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 위치한 ‘뇌사 장기기증인 기념공간’에 도너패밀리 25명이 모였다.
도너패밀리는 뇌사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기증인에게 못다 한 이야기를 담은 메시지 카드를 작성했다. 이들은 ‘보고 싶다’, ‘사랑한다’, ‘그립다’ 등의 내용을 적은 카드를 들고 기증인, 유가족, 이식인을 상징하는 3개의 구로 이루어진 조형물 ‘나누고 더하는 사랑’ 앞에 섰다.
처음으로 기념공간을 찾은 심장이식인 김상훈 씨는 “기증인 덕분에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는 감사 인사와 함께 미리 준비한 카네이션을 도너패밀리에게 건넸다. 2007년 아들 故 박진성 씨를 뇌사로 떠나보내며 장기기증을 결정한 박상규·김매순 부부는 “어버이날 아침이면 진성이가 가장 먼저 카네이션을 달아줘, 5월이면 유난히 더 아들이 그리웠다”며 “올해에는 이식인으로부터 가장 먼저 카네이션을 받아 뜻깊고 고맙다”는 소감을 밝혔다.
2011년 심장, 간, 신장, 각막 등을 기증한 故 여은영 씨 어머니 이복주 씨도 “13년 전 딸의 장기기증을 결정하며 아이를 끝까지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많았다”며 “하지만 건강을 회복해 열심히 살아가는 청년을 직접 만나니 딸이 얼마나 값진 사랑을 남기고 갔는지 알 것 같다”는 소회를 전했다.
기념공간 방문 외에도 5월에는 도너패밀리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9일부터는 CCC 순상담센터와 함께 개발한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심리지원 프로그램’이 시작돼, 31일까지 4주간 애도와 회복을 위한 여정이 운영된다.
올해로 3회 차를 맞은 심리지원 프로그램은 ‘슬퍼해도 괜찮아’, ‘나를 받아 줘’, ‘너의 부분들을 위한 기도’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도너패밀리를 만나며 시공간의 제약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대면 및 비대면 프로그램을 병행한다.
오는 28일에는 도너패밀리가 춘천으로 나들이를 향한다. 운동본부는 지난 4년간 코로나19 등으로 도너패밀리 프로그램이 제한적으로 이뤄진 만큼, 올해는 보다 적극적인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해 도너패밀리의 심리적 지원과 일상 회복을 돕겠다는 계획이다.
운동본부 김동엽 상임이사는 “이번 프로그램은 도너패밀리들이 함께 마음을 나누고, 기증인이 떠나고 남은 빈자리에 죄책감이 아닌 사랑의 가치를 채우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기증인과 도너패밀리가 실천한 생명나눔의 선순환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도록 도너패밀리 소모임 확대와 다양한 예우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