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예수는 박물관에 계신 분이 아니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한국개혁신학회 제57차 학술대회

불트만 학파 예수 불가지론 맞서
케리그마와 역사적 예수 연속성
예수 어록 연구 족적 재평가해야

▲김영한 박사가 기조강연을 전하고 있다. ⓒ한국개혁신학회
▲김영한 박사가 기조강연을 전하고 있다. ⓒ한국개혁신학회

한국개혁신학회 제57차 학술대회가 ‘생명·예수·역사: 제임스 로빈슨(James M. Robinson)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라는 주제로 11일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학교 소양관에서 개최됐다.

美 캘리포니아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에서 가르친 제임스 로빈슨(1924-2016) 교수는 Q와 나그함마디 문서 등 고대 기독교 문서 연구 권위자로 ‘역사적 예수’의 재발견을 이끌었다.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 숭실대 명예교수)는 ‘역사적 예수 탐구의 올바른 방법론: 예수, 생명, 역사’라는 제목으로 주제강연을 전했다.

김영한 박사는 “불트만 학파의 ‘역사적 예수 불가지론’에 맞서, 케제만·보른캄·푹스·에벨링 등과 로빈슨은 케리그마와 역사적 예수의 연속성을 찾고자 했다”며 “특히 제임스 로빈슨이 제시한 ‘예수 어록(The Sayings Gospel Q)’ 연구는 오늘날 성경적·역사적 예수 연구에 크나큰 족적으로 새로운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박사는 “로빈슨은 불트만 학파의 실증주의 방법을 통한 객관화를 비판하면서, 실존주의적 역사기록학(existential historiography)을 제안했다”며 “그는 예수에 관한 초기 전승 발전 단계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면서, 자료비평적 측면에서 ‘각 전승 단위들이 예수에게서 비롯된다’는 생각을 갖고 ‘케리그마는 역사적 예수와 연결성을 갖고 있다’고 주창했다. 역사적 예수에의 새 탐구는 ‘역사와 자아에 대한 새 개념을 제공한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로빈슨은 복음서들이 케리그마(kerygma)로 형성됐다고 주장하면서, 신약 성경을 예수 안에서 일어난 하나님의 말씀 사건에 대한 응답에 있어 신앙의 해석학을 가르치고자 하는 텍스트로 간주했다”며 “그러나 도마복음이 구약성경과 복음서 전승에 기초했고 예수 어록을 분명히 포함하고 있는 비영지주의 문서라는 로빈슨의 주장은 엄격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요 참석자들이 손하트를 그리고 있다. ⓒ한국개혁신학회
▲주요 참석자들이 손하트를 그리고 있다. ⓒ한국개혁신학회

김 박사는 “신앙과 역사를 분리시켜 성경과 분리된 ‘가공적 역사적 예수’를 산출해내는 학문적 작업은 무의미하다. 학자들이 인위적으로 재구성한 역사적 예수는 기독교 신앙의 근거가 될 수 없다”며 “정통 기독교 신앙은 나사렛 예수의 실재성에 근거하기에, 나사렛 예수의 행적과 관련 자료들에 대한 고고학적 발굴과 그 시대 문헌의 새 발견에 의해 역사적 지식이 풍부해질 수 있다”고 정리했다.

김영한 박사는 “역사적 예수는 박물관에 있는 분이 아니라, 교회 역사를 통해 그를 인격적으로 찾은 신자들을 케리그마와 성령의 조명으로 만나시고 저들의 삶을 변화시키시며 저들에게 구원과 영생의 소망을 주신 분”이라며 “예수 인격과 생명은 역사와 연관되고, 역사적 실재이신 예수에 대한 인격적 관계를 체험한 제자들의 신앙과 전승에서 찾아야 한다. 그는 오늘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의 주로 살아계신 분”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제임스 로빈슨의 예수 어록 연구는 2006년 설립된 소기천 박사의 예수 말씀 연구소(Jesus Sayings Hub, 2006 설립)를 통해 계승되고 있다. Q 연구 과제란 Q와 함께 전승된 도마복음의 영지주의 내용을 명백히 밝혀, Q 연구가 영지주의적 혼합에서 벗어나고 사복음서의 예수 말씀 이해에 보조 역할을 하는 데 있다”며 “Q 연구는 사복음서의 진정성을 밝히는데 기여해야 한다. 예수 어록 Q는 사복음서의 말씀을 통해 비판적으로 조명돼야 한다”고 했다.

복음서 역사성 새롭게 해석하고
사해문서 연구로 구약학 뒤바꿔
나그함마디로 영지주의 연구도
예수 말씀 Q 연구 프로젝트 진행

이후 소기천 교수(예수말씀연구소장)는 ‘제임스 로빈슨의 4대 신학과제에 관한 숨겨진 이야기’를 주제로 “로빈슨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로서, 학문적 업적이 두드러진 스승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그의 업적을 다음 4단계로 나눠 소개할 것”이라며 ①해석학 연구: 복음서의 역사성을 개혁신앙 전통에 서서 새롭게 제안하다 ②사해문서 프로젝트: 구약학의 역사를 송두리째 뒤바꾸다 ③나그함마디 프로젝트: 영지주의 연구와 신약 성경 배경사 흐름을 한순간에 바꾸다 ④예수 말씀 Q 연구 프로젝트: 현대 공관복음서 연구의 최대 쾌거 등을 열거했다.

소 교수는 “제임스 M. 로빈슨은 과거 美 남장로교 경건한 가정에서 출생, 콜롬비아 신학교를 거쳐 바젤 대학교에서 칼 바르트에게 조직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프린스턴에서 성서신학으로 다시 학위를 받았다”며 “그는 성서해석학, 쿰란과 나그함마디 문서, 복음서, Q 연구 등에 평생 심혈을 기울이다 1999년 5월 만 75세로 은퇴하고, 세계성서학회(SBL)를 중심으로 연구활동을 계속하며 왕성한 학문 활동을 벌였다”고 소개했다.

▲故 제임스 로빈슨 교수. ⓒ유튜브
▲故 제임스 로빈슨 교수. ⓒ유튜브

그는 “로빈슨은 역사적 예수에 대한 새로운 탐구를 통해 예수의 생애와 사상을 갈릴리의 역사적 기초에 세운 정통 개혁 신학자로, 1947-1956년, 2017년 발견된 사해문서 전문가이자 1945년 발견된 영지주의 나그함마디 문서(콥트어)를 최초로 현대영어로 번역해 서구에 소개한 탁월한 고대 문서 전문가”라며 “그는 불트만의 한계를 극복하면서도 더 급진적으로 나간 좌파나 제3의 복음서 전기 작가들과 달리, 복음적 입장에서 예수 말씀을 복원해 예수의 육성을 생생하게 증언한 장로교 전통에 입각한 학자”라고 분석했다.

소 교수는 “이런 명성에도 불구하고 로빈슨은 한국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유대교적 보수성을 근간으로 하는 초기 기독교를 유대 그리스도교의 상호 본문성으로 평가하면서 예수 말씀을 토대로 선교적 공동체로 지중해 지역에 퍼져나간 전통 그리스도교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며 “로빈슨은 해석된 역사는 예수의 역사라는 사건(fact)에 근거한다는 ‘새로운 해석학’을 제안했다. 이는 한마디로 계몽주의 이후 철학적 해석학에 머물던 한계를 극복한 ‘신학적 해석학’”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 신학회에서는 로빈슨 교수에 이어 클레트 신학대학원에서 나그함마디 문서와 영지주의에 대해 가르치고 있는 니콜라 D. 루이스(Nicola Denzey Lewis) 교수가 ‘제임스 로빈슨, 나그함마디, 그리고 영지주의(James M. Robinson, Nag Hammadi, and Gnosticism)’라는 주제로 특강을 전했다. 이후 여러 학자들의 발표와 논평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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