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기구 직원, 팔레스타인 구호품 훔쳐 내다 팔아

뉴욕=김유진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한 난민촌.  ⓒUNRWA 웹사이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한 난민촌. ⓒUNRWA 웹사이트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인 ‘유엔워치’(UN Watch)가 전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사업기구(UNRWA) 직원이 운영 중인 대화방의 게시물을 지난 8일 공개했다. 하이탐 알-사예드가 올린 이 게시물에는 현재 UNRWA 직원들이 인도적 지원 물품을 훔쳐 내다 팔거나 집에 비축해 두고 있다는 내용이 폭로됐다.

유엔워치에 따르면, 알-사예드는 UNRWA 학교에 이스라엘의 존재를 부인하는 지도를 숨긴 해당 기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후 2016년에 해고됐다. 그러나 알-사예드는 해고된 이후에도 여전히 고위 행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현재 직원들이 UNRWA에 대한 불만을 그와 공유하고 있다고 유엔워치는 전했다.

UNRWA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다수의 직원들이 가담했거나 테러단체와 연관돼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러자 미국을 포함한 최대 16개국이 UNRWA에 대한 자금 지원을 전면 중단했다.

올해 1월 6일, 알 사예드는 UNRWA 긴급 대피소 직원이 그에게 보낸 메시지를 공유했다. 이 직원은 “외부 대피소에 있는 이재민들은 식량과 비식량 지원을 받지 못하고, 대신 보급품들이 밤에 배급돼 우리 눈앞에서 판매된다”고 전했다.

익명의 UNRWA 직원은 누군가가 대피소에서 경유를 훔친 후, 수개월 동안 학교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이 직원은 “도둑이 적발돼 교장에게 보고됐지만, 그는 여전히 우리와 함께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대화방 그룹 멤버인 이자트 샤타트 박사는 한 학교 이사가 UNRWA 학교에 배포되는 50개의 식품 상자를 가져와 이를 상인에게 100달러에 해당하는 350셰켈에 팔았다고 보고했다.

2월 20일의 메시지에서 또 다른 UNRWA 직원인 모하메드 무사 알-사왈히는 기관 직원들이 구호품을 훔치고 자신과 가족들의 집에 비축한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이 직원은 “대피소에 있는 직원의 80%가 도덕성과 존엄성 있는 태도가 없다”면서 한 교장의 가족 구성원이 구호품을 훔치는 모습이 동영상에 찍혔다고 주장했다.

3월 1일에 ‘디마 디마’라는 한 그룹 채팅 멤버는 “UNRWA 학교 내 센터 원장들, 특히 라파 사립 여자 초등학교 B의 학교장들은 언제 식량과 이재민의 필요물품을 훔치는 것을 멈출 것인가?’”라고 썼다.

UNRWA는 보도 시점까지 CP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전에 UNRWA 기금의 최대 기여국으로 활동해 왔다. 그러나 지난 7일, 브라이언 마스트(공화·플로리다) 연방 하원의원과 조시 곳하이머(민주·뉴저지) 하원의원은 UNRWA에 제공된 연방 기금을 회수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미국 정부는 올해 초 UNRWA의 자금을 동결했지만, 의회는 3월에 자금 중단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UNRWA은 이미 미국 세금으로 1억 2100만 달러를 지원받은 셈이다.

마스트 의원은 성명에서 “너무 오랫동안 UNRWA는 구호 기구로 위장하면서 실제로는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의 보급원 역할을 해 왔다. 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UNRWA 직원 중 무려 10%가 하마스 및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디스트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 UNRWA 사무총장 필립 라자니는 대부분의 기부국들이 지원을 재개했다고 주장했다. 이 기관은 민간인 기부로만 최소 1억 1500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라자니는 지난달 30일 기자 회견에서 “모든 회원국들은 성명에서 다른 국가들에게 UNRWA를 지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우리는 여전히 다른 국가들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며 “자금 지원에 관한 좋은 소식은 이전에 기여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부자나 국가들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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