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설교자가 준비하고 전달하는 설교 대신 못해”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한국복음주의실천신학회 46회 정기학술대회

설교문? 아웃라인과 성경연구
해석학적·설교학적 능력 글쎄
3대지·대지 설교 약점 못 벗어
구속사적·정경적 분석 못한다
성경 각 장르 특성, 못 살려내
설교자에 먼저 적용할 수 없어
영혼과 감정 진정성 전달 못해
부어주시는 성령 역할도 없어

▲기념촬영 모습. ⓒ신학회
▲기념촬영 모습. ⓒ신학회

한국복음주의실천신학회(회장 신성욱 교수) 제46회 정기학술대회가 18일 시흥 소망교회(담임 이정현 목사)에서 ‘챗GPT의 목회 활용법: 설교, 예배, 교육’을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박현신 교수(총신대)가 ‘챗GPT의 목회 활용법: 챗GPT 설교에 대한 설교학적 평가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발표를 전했다.

박현신 교수는 “기독교 세계관 관점에서 챗(Chat)GPT에 대한 학자들의 본격적 연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설교학적 차원의 학술 논문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라며 “포스트 펜데믹 시대 도래와 함께 교회가 직면한 총체적 위기에 대한 실천신학적 조망과 설교학적 대응방향에 관한 연구도 부족한 상태에서, 챗GPT라는 이슈가 갑작스럽게 등장한 형국”이라고 운을 뗐다.

챗GPT에 대한 일반론적 개념과 주요 흐름, 한계와 문제점 등을 소개한 그는 “챗GPT에 대한 객관적 이해와 전문가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장점과 한계 및 문제점들을 냉철하게 인식해야 한다. 과대평가도 과소평가도 하지 않고, 균형 잡힌 견해로 교회와 목회자들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나아가 기독교 전문가들과 학자들이 챗GPT에 관해 더욱 연구에 박차를 가해, 교회의 대응 방향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취지를 밝혔다.

실천신학적 차원에서 교회의 대응 방향에 대해선 “챗GPT의 급부상으로 서서히 대두되는 ‘윤리적 이슈’와 문제에 대한 성경적 기준과 적용이 필요하다”며 “챗GPT의 교육과 상담 영역 활용은 개혁주의 입장에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하나님 형상(imago Dei)으로 창조된 인간이 본질적으로 다른 점, 독특성이 무엇인가 존재론적 질문을 먼저 던지고, 인문학적 비평과 실천신학적 비판을 견지한 가운데 전문가와 학자들의 실천적 연구와 실전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아직 신학적 검토와 전문 가들의 가이드라인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목회자들 81%나 ‘챗GPT의 결과를 신뢰한다’고 답했는데, 챗GPT가 오류 없이 전반적으로 정확하다는 생각은 위험한 판단”이라며 “성경적 설교의 본질적 측면에서 볼 때도 챗GPT를 활용한 설교 준비는 매우 신중해야 하고, 가능한 수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설교신학적 평가에도 나섰다. 그는 “물론 챗GPT를 통해 기존 인터넷 검색을 통한 정보 획득보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정보들을 빠르게 얻어 활용할 순 있을 것”이라며 “설교 준비 과정 전체를 대체할 순 없지만, 준비를 위한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주제 정하기나 사전자료 조사, 본문의 개괄적 이해, 복잡하고 어려운 자료 요약 및 빠른 습득 등에 제한적 도구로 활용하는 방향도 고려할 수 있다”고 긍정적 부분을 짚었다.

박현신 교수는 “그러나 챗GPT가 제공하는 정보가 정확하지 않거나 편향적인 경우, 설교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챗GPT가 제시한 설교는 출처를 알 수 없지만, MS의 Bing(Copilot)에 탑재된 챗GPT와의 대화를 통해 얻은 설교는 참고자료를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여러 설교자들의 기존 설교문 자료로서 표절 위험이 크고, 이단에서 제공하는 내용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본격적 인공지능 시대 도래와 챗GPT는 목회와 설교 환경에 엄청난 변화와 도전을 줄 것이 분명하기에 교회의 대비가 필요하고, 설교학자들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시점”이라며 “챗GPT나 인공지능 설교봇까지 등장한 가운데, 실천신학 차원에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나아가 목회자들이 설교자의 소명과 전령(herald), 스토리텔러(storyteller), 증인(witness), 청지기(steward) 및 아버지(father) 상을 회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특히 설교자들은 챗GPT에 의존한 편의주의적·기계적 설교를 지양하고, 거룩한 말씀의 전령과 증인으로서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현신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신학회
▲박현신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신학회

그는 “성경적 목회와 설교의 본질에 비춰볼 때, 챗GPT와 인공지능 로봇은 진정한 설교자가 될 수 없고, 결코 하나님께서 부르신 목회자와 설교자를 대체할 수 없다”며 “챗GPT 등 인공지능 로봇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의 영혼(soul)을 소유하고 있지 않고, 인간의 마음을 본질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청중이 가진 감정·고통·슬픔·절망 등을 공감하고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품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현신 교수는 “챗GPT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선지자적 설교, 설교자의 창조성을 활용한 다양한 방식과 구조의 설교, 깊은 기도를 통해 하나님 주신 메시지를 전하는 설교, 하나님 나라의 종말론적 미래에 관한 설교를 할 순 없을 것”이라며 “강해 설교의 목적은 단순한 지식적 정보 전달이 아니라, 설교자에게 성령의 능력주심(empowerment)을 통해 담대함, 깨달음(조명), 사랑, 효과적 언어와 소통 등으로 회중들 영혼 안에 회개, 깨달음, 감동, 결단이 일어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포스트 팬데믹 뉴노멀 시대와 챗GPT의 도전에 설교자가 응전하려면 강해 설교의 본질과 철학을 더욱 회복하고 강화해야 한다”며 “철저히 성경 본문 중심적(text-centered) 설교를 추구하는 동시에, 청중에게 초점을 맞춘(audience-focused) 설교를 지향해야 한다”고 했다.

또 “챗GPT 설교의 도전 앞에서 설교자들은 개혁주의 경험적 설교와 ‘개혁주의 영성(reformed spirituality)’ 회복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설교자들은 챗GPT 설교의 유행에 따르다 인공지능 혁명의 물결에 떠내려갈 것이 아니라, 성경 시대와 교회사로 다시 거슬러 올라가 말씀의 본질과 개혁주의 영성으로 쓰임받은 설교자들의 전통을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열정과 기도, 진정성과 영적 성장, 거룩한 경건과 목회 리더십 회복과 함께 개혁주의 영성을 추구하면서, 성경신학에 근거한 본문의 절대 진리를 참 신자에게 선포할 때 말씀과 함께 역사하시는 성령의 역사를 따라 하나님과의 깊은 영적 만남과 영적 양식을 경험하고 실천하게 하는 ‘개혁주의 경험 설교(reformed experiential preaching)’가 인공지능 챗GPT 시대의 대안”이라며 “성경적 목회와 설교의 본질을 회복할 때, 청중들은 성령으로 충만하며 말씀에 사로잡힌 참된 설교자를 더욱 고대하고, 말씀과 함께 역사하시는 성령의 은혜를 경험함으로 영혼이 채워지며 변화된 삶을 살아가길 더욱 간절히 소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외에 실제 챗GPT에게 요청해 생성한 설교 10편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전체적 차원: 설교문이라기보다 주석적 아웃라인과 귀납적 성경연구나 묵상 요약에 가깝다 △철학과 본질 차원: 현대 강해 설교의 본질적 특성을 일관성 있게 살려낼 해석학적·설교학적 능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방법론과 형식 차원: 현대 강해 설교학에서 비판받아온 천편일률적 3대지 혹은 대지 설교의 약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등으로 비평했다.

이와 함께 △주해와 해석학 차원: 원문 사전의 입체적이고 풍성한 의미를 드러내는데 한계가 있고 문예적 분석과 문학적 구조 분석, 구속사적·정경적 분석은 거의 하지 못한다 △성경 장르 차원: 구약 각 장르의 개요와 플롯과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신약 비유의 특성과 설교 문학적 특성과 언어를 구현해내지 못한다 △신학적 원리화 차원: 그리스도 중심, 언약중심적 구속사적 해석이 약하고 원 청중과 현 청중 사이 ‘다리놓기’가 부실하다 등을 꼽았다.

또 △현대적 적용 차원: 청중 분석과 연결된 구체적 적용이 제시되지 못하고 설교자 자신에게 먼저 적용할 수도 없다 △전달 요소 차원: 깊은 기도와 묵상을 통한 내면화(internalization)와 원고 탈고 작업이 부족하고 영혼과 감정을 담아 진정성(authenticity) 있게 전달할 수 없다 △성령의 역할 차원: 준비 단계의 부어주심(unction), 주해화 단계의 조명하심(illumination), 적용 단계의 나타나심(demonstration) 등이 없다 등을 짚었다.

끝으로 박현신 교수는 “챗GPT 설교는 성령충만한 설교자가 준비하고 전달하는 설교를 결코 대신할 수 없다”며 “챗GPT 설교의 도전 앞에 설교자들이 추구해야 할 강해 설교의 본질은 성령의 역사 안에서 주해적·신학(교리)적 적실성, 변혁적 다리놓기(bridge-building) 과정을 통해 설교자와 청중에게 저자가 의도한 메시지를 적용함으로 공동체를 변화되게 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박 교수는 “챗GPT에 대한 개혁주의 실천신학자들과 설교학자들의 시의적절한 연구와 방향 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챗GPT 설교의 거대한 도전 앞에 목회자들은 매우 신중하고 비판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향후 인공지능과 챗GPT에 대한 신학자들의 연구와 더불어 챗GPT 설교에 대한 설교학자들의 더욱 발전적 연구가 필요하고, 목회자들과 교회 사역을 위한 범교단적 지침서와 설교자들을 위한 윤리적 가이드라인도 시급히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 외에 임도균 교수(침신대)가 ‘영적 생명력 증진을 위한 설교 목표 제안’, 황종석 교수(백석대)가 ‘설교자의 의사소통적이고 효과적인 설교를 위한 설교 작성 방법 연구’, 박태현 교수(총신대)가 ‘헤르만 바빙크의 <웅변술>에 담긴 설교학적 함의’, 이우제 교수(백석대)가 ‘증인 모티프로 본 요한계시록 설교를 위한 제언: 기독론과 교회론을 중심으로’, 김용민 교수(침신대)가 ‘타로 카드에 대한 분석심리학적 이해와 목회신학적 비평’, 최광희 박사(행복한교회)가 ‘장르 이해를 적용한 시편 설교 방법’을 각각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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