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트랜스젠더주의와 넌바이너리 정신질환으로 분류

뉴욕=김유진 기자     |  

▲페루 국기와 무지개 깃발이 나란히 게양돼 있다. ⓒJacob Thorson/ Unsplash

▲페루 국기와 무지개 깃발이 나란히 게양돼 있다. ⓒJacob Thorson/ Unsplash

지난주 페루 정부가 ‘트랜스젠더주의’ 및 ‘넌바이너리’(남성도 여성도 아닌) 성 정체성을 정신 질환으로 분류하자, 성소수자(LGBT) 옹호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은 지난 17일 필수 건강 보험 계획의 문구를 변경, 트랜스젠더 성별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정신 장애로 분류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영국 유력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페루 보건부 대변인은 이번 변경이 성별 불쾌감을 겪는 사람들에게 “정신 건강에 대한 완전한 의료 지원을 보장”하기 위해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웃페스트페루(OutfestPeru) 등 일부 성소수자 단체들은 이 조치에 강력히 반발했다. 이 단체의 이사인 제인서 파카야는 자신의 엑스(X·구 트위터)에 “동성애가 비범죄화된 지 100년이 지난 지금에도, (보건부는) 트랜스젠더를 정신 질환 범주에 포함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그것이 철회될 때까지 쉬지 않고 이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 리마에 위치한 ‘남부과학대학교’(Scientific University of the South)의 의학 연구원 퍼시 메이타-트리스탄은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조치가 성 정체성 문제의 복잡성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는 성명서에서 이 법령이 “2019년 발표된 최신 국제 질병 분류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대체한 성 정체성 및 성적 지향과 관련된 구식 분류를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페루 정부는 지난주 성명을 발표해 성소수자들이 동성애나 양성애를 이성애로 바꾸는 ‘전환 치료’(conversion therapy)를 받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전환 치료는 2021년 결의안에 따라 페루에서 시행이 금지됐다.

미국의 보수적 뉴스 웹사이트 ‘데일리와이어’의 진행자 마이클 놀즈는 지난주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이번 조치에 대한 성소수자 단체들의 분노를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놀즈는 페루의 조치에 대해 “분노를 촉발시켰지만, 그 안에는 모순이 있다. 왜냐하면 페루는 트랜스젠더주의나 정신질환을 ‘진보주의자들을 지배하기 위해’ 또는 그와 같은 이유로 선언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성 정체성) 혼란을 겪는 사람들이 의학적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이를 정신질환으로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아이러니한 점은 이 선언이 LGBT 공동체를 달래고 진정시키기 위해 이뤄졌지만, 그들은 모든 것에 화가 나 있기 때문에 이것에 화가 나 있다는 것”이라며 “그들은 항상 고함을 소리를 지르고, 울며, 더 말도 안 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놀즈는 최근 몇 년간 정치가 정신의학 분야에 개입하기 전까지, 성별 불쾌감이 일반적으로 정신 질환으로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젠더 디스포리아’(gender dysphoria, 성 정체성 불일치)가 2013년까지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에 정신질환으로 명시됐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미국도 트렌스젠더주의를 정신 질환으로 정의하고 있다. 암시적이든 명시적이든, 트랜스젠더주의는 우리가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유일한 정신 질환일지도 모르지만, 그 후에는 이것을 장려했다”라며 “아마도 이것이 우리를 광기의 나라로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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