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청 최코디가 만난 고군분투 지금세대 [우리, 최고지?] 12
학업과 취업, 사업 등 각자 자리에서 크리스천 청년들이 털어놓는 진심, 많이 기대해 주세요! 열두 번째 주인공은 식물 편집샵 수원 ‘서식지’ 대표 이한나 청년입니다. -편집자 주
식물 키워 우울 벗어난 경험 토대
돌보고 추천하는 편집샵 열게 돼
편하게 들를 수 있는 방앗간 같은
복합문화공간 커뮤니티 조성 비전
하나님은 ‘귀신 같이’ 날 사랑하셔
우울·외로움, 하나님 의지하게 해
자연스럽게 복음 전할 수 있도록
크리스천 브랜드 만들 방법 고민
12. 식물 편집샵 ‘서식지’ 대표 이한나
“나의 약함은 나의 자랑이요
나의 실패는 나의 간증일세”.
-이한나 청년의 추천 찬양 ‘나의 약함은 나의 자랑이요’
하나님 안에서 약점을 자랑으로 여기며 하나님의 자녀들이 잘 자라는 ‘서식지’를 꾸리고 싶어하는, 식물 편집샵 ‘서식지’를 운영하고 있는 이한나 청년을 만나봅니다.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수원 한우리교회에 다니고 있고요, 나이는 청년이지만 결혼을 조금 일찍 해서(웃음) 남편이 교회에서 교구 사역을 하고 있는 사모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수원 팔달구에서 식물을 돌보고 추천하는 식물 편집샵 ‘서식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식물 편집샵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제가 또래에 비해 결혼을 일찍 하고 그래서 좀 오래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어요. 우울증으로 침대 밖을 나가지 않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그때 지인이 식물 한 줄기를 잘라서 키워보라고 억지로 준 거예요.
결혼하고 처음 살았던 집이 빛이 안 들어오는 곳이었어요. 그래서 그 식물이 빛을 못 받으니 시들시들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빛이 들어오는 시간에 빛을 받을 수 있도록 옮겨주고 이러다 보니 침대 밖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식물을 돌보는 과정에서 식물 상태를 체크하느라 나에 대해 집중하면서 불안해하고 좌절했던 생각들이 사라지더라고요.
그때가 평생 수원에 살다 처음 서울로 이사를 갔던 시기라 너무 외로웠거든요. 그래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을 꾸려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그 매개를 식물로 하자!’ 해서 편집샵을 열게 됐어요.
‘서식지(棲息地)’가 식물이 잘 자라는 환경을 이야기하잖아요. 사람도 이곳에 와서 편하게 뿌리내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이름을 짓게 되었어요.
퇴근하고 나서 집이 아닌 편안하게 들를 수 있는 방앗간 같은 곳이 있었으면 했어요. 그게 술집이 아니라 식물 구경을 할 수 있고 차 한 잔 내려주는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게 됐어요. 그래서 저는 이곳에서 사람들을 기다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식물 편집샵을 열고 난 후,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제 삶에 대한 사명감 회복이 있었던 거 같아요. 우울증으로 앓는 동안 침대에만 누워 있었고 나의 감정에만 빠져 있어서, 과연 내가 이 삶에서 어떤 가치를 가지고 사는지에 대해 깊은 고민이나 갈급함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이곳을 열면서 기도했던 것이 결국 하나님이 일하시는 통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때론 매장을 운영하면서 으쓱 할 때도 있어요. 그때마다 한 번씩 돌아볼 때, 이 서식지가 하나님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지금도 매장에 나오면 불을 켜기 전에 기도를 짧게라도 하고 시작해요. 출근하면 기도, 그건 딱 생각이 나더라고요. 기대가 되는 거죠 나를 이 땅에 보내신 이유가 있구나, 그리고 그걸 더 찾아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회복이 있었어요.”
-‘서식지’를 통해 세운 한나 님의 개인적 비전과 꿈이 궁금합니다.
“이곳을 나중에 복합문화공간을 커뮤니티로 만드는 게 비전이에요. 사람들이 모이고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 안에서 신앙적인 부분, 기독교나 복음 등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사람들에게 스며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함께 해요.
종종 손님으로 오시는 믿지 않는 분들 중 저에 대한 선망이나 이런 식물 편집샵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들이 ‘내가 선망하는 사람이 하나님을 믿는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그렇게 교회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깨주고 싶더라고요. ‘기독교가 다 고리타분하고 촌스럽고 재미없는 건 아니다, 크리스천이 멋없지는 않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이나 채널을 운영할 때 단어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하기도 하고, 은근슬쩍 복음에 대한 생각들을 내보이기도 해요. 최근에는 필사 모임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허락된다면 성경 필사 모임도 꼭 하고 싶어요.”
-나에게 하나님이란.
“표현이 웃긴데, 귀신 같은 분이에요(웃음)! 모태신앙인 분들은 ‘하나님이 하시지!’를 당연한 말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진짜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닌 속담처럼 말하기도 하잖아요.
항상 생각하는데, 저는 자유분방하고 세상과 가까운 성향이었지만 남편을 통해 사모가 되었잖아요. 이런 일을 통해 저를 너무 사랑하셔서 하나님이 이 사람에게 붙여 놓으셨구나 생각하면, 하나님은 부모님 같기도 하고 저를 너무 잘 아는 분이에요.
사모라는 책임감이 없었다면 술집을 열었을지도 몰라요(웃음). 다 뜻과 이유가 있는 거 같아요. 부모님이 그렇잖아요, 자라고 나면 이해가 되는 것처럼…. 하나님은 부모님 같기도 해요.”
-한나 님과 같은 시간을 살아내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신적으로 어려운 청년들이 진짜 많아요.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청년들이 정말 많거든요. 내 신앙이 부족해서, 내가 못나서라고 생각해서 말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그걸 치부처럼 생각하고 꽁꽁 숨길 것이 아니에요.
사실 그런 우울함이나 외로움은 누구나 겪을 수 있거든요. 믿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시간을 주셔서 하나님을 더 의지하게 만들게 된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선인장이 되게 잘 죽기도 하지만, 잘 안 죽기도 하거든요. 사람들이 선인장에 물을 주는 게 보통 한 달에 한 번, 종이컵 한 컵 정도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물을 주는 방법은 만져봐야 알아요. 선인장 몸에 변화가 생기거든요. 흙에 있는 물을 다 마시면 말랑말랑해지고 얇아져요. 그때 물을 주면 정말 신기하게 다시 통통해져요.
그게 제 삶 같았어요 바짝 말라서 곧 죽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늦더라도 물을 주면 다시 회복되더라고요. 그렇게 하나님이 주시는 영적 생수를 마셔 통통해지는 여러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기도제목이 있다면.
“‘서식지’가 하나님의 도구로 쓰임받고 싶다고 기도는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식물을 통해 일하면서 어떤 방법이 좋을지 늘 고민을 하고 있어요. 정말 실천적 방법에서 어떤 활동들, 어떤 콘텐츠들을 만들어가야 할까 고민하죠.
어느 때보다 브랜딩이 중요한 시기에서 크리스천 정체성을 가지고 브랜드를 만드는 실천적 방법이 뭘까,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전할 수 있을까 등이 요즘 제 기도 제목이에요. 청년 복음화율이 굉장히 낮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서식지에 와서 ‘저도 교회 다녀요!’ 하고 기뻐하고 좋아할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또 그렇지 않은 청년들이 복음을 듣고 갈 수 있는 곳이길 바라요.”
※지난 2월, 한국기독청년문화재단(이하 한기청)은 ‘진짜 청년들의 이야기가 곧 기독교 문화가 되도록’이라는 비전을 품고 출범했습니다. 그후 한기청은 청년들을 직접 만나기 시작했고, 청년들은 입을 모아 “어른들이 진짜 모르시더라”고 털어놓았어요. 이에 한기청은 ‘어른세대’와 ‘지금세대’를 잇는 브릿지 역할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한기청 최유정 코디가 청년들의 이름을 들고 문을 두들겨 시작하게 된 시리즈입니다.
‘한기청 최코디가 만난 고군분투하는 지금세대, [우리, 최고지?]’는 매주 수요일 크리스천투데이에서 연재됩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청년들과 한기청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공식 카카오채널에서 만나보세요(카카오톡 @한국기독청년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