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황혼> 정일권 박사, 53세로 별세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뇌출혈로 쓰러진 뒤 일어나지 못해

▲정일권 박사. ⓒ크투 DB
▲정일권 박사. ⓒ크투 DB

최근 동성애·소아성애 운동의 이론적 기원과 권위로 작용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비판한 서적 <프로이트의 황혼>을 탈고한 정일권 박사가 5월 26일 새벽 3시 30분경 향년 53세로 별세했다.

정일권 박사는 <프로이트의 황혼> 속 내용으로 지난 5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박물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강의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뇌출혈로 쓰러져 투병 생활을 해 오다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프로이트의 황혼>은 그의 유작이 됐다.

정 박사는 독일을 중심으로 한 동성애·소아성애 성혁명 운동의 악영향과 이를 옹호한 김누리 교수(중앙대),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이데올로기 등을 학문적으로 비판해 왔다.

정일권 박사는 특히 2005년 르네 지라르(Rene Girard)의 이론을 중심으로 동서양 사상을 문명 담론 차원에서 비교 연구하고 있다. 지라르를 직접 2번이나 만나 연구와 관련된 학문적 대화를 나누기도 한, 국내 대표적 지라르 연구가요 전문가다.

고려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군목으로 섬겼고, 독일 마르부르크(Marburg) 대학을 거쳐 유럽에서 르네 지라르 이론에 대한 학제적 연구 중심지로 성장한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학교 조직신학부 기독교 사회론(Christliche Gesellschaftslehre) 분야에서 신학박사(Dr. theol.)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인스부르크대학교 인문학부 박사 후기 연구자(post-doctoral research fellow) 과정에서 학제적 연구프로젝트인 ‘세계질서-폭력-종교’, ‘정치-종교-예술: 갈등과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고 귀국했다. 국제 지라르 학회인 ‘폭력과 종교에 관한 학술대회(Colloquium On Violence & Religion)’ 정회원이다.

저서로는 지라르의 이론으로 불교 문명의 역설을 분석해 국제적 주목을 받은 독일어 단행본 <세계를 건설하는 불교의 세계 포기의 역설- 르네 지라르의 미메시스 이론의 빛으로(Paradoxie der weltgestaltenden Weltentsagung im Buddhismus. Ein Zugang aus der Sicht der mimetischen Theorie Rene Girards(Wien/Münster: LIT Verlag, 2010))>가 있다. 붓다가 은폐된 희생양이라는 최초의 주장이 이 책에 실려 있다.

이 책을 좀 더 진전시켜 <붓다와 희생양: 르네 지라르와 불교 문화의 기원(SFC, 2013)>을 출간했고, 이 책은 제30회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목회자료(국내) 부문 최우수작으로 선정됐다. 또 니체 이후 100년 동안 포스트모던적-디오니소스적 전환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우상의 황혼과 그리스도. 르네 지라르와 현대사상(새물결플러스, 2014)>도 출판했다.

지라르의 이론의 빛으로 폭력과 종교(Violence and Religion)에 대한 연구를 넘어 최근에는 과학과 종교(Science and Religion) 분야도 연구, 인문학과 자연과학 사이의 통섭과 융합을 시도했다.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과 일반대학원, 고려신학대학원에서 르네 지라르를 강의했으며, 한동대학교, 고신대학교, 브니엘신학대학원에서 르네 지라르와 조직신학/교의학을 강의했다.

앞서 언급된 <프로이트의 황혼: 에로스와 광기>를 비롯해 <문화막시즘의 황혼: 21세기 유럽 사회민주주의 시대의 종언>, <미셀 푸코와 주디스 버틀러의 황혼> 등 ‘~의 황혼’ 시리즈로 젠더 이데올로기와 성혁명, 현대철학을 꾸준히 비판해 왔다. 이 외에 <예수는 반신화다>, <우주와 문화의 기원>, <질투사회>, <신학자, 법률가, 의학자 16인이 본 동성애 진단과 대응 전략(공저)> 등을 썼다. 번역서로는 <칼빈의 성령론>, <독일 녹색당과 오덴발트학교의 소아 성애 사태 : 독일 낭만주의 개혁교육학, 비판 교육 이론, 그리고 포괄적 성 교육 비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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