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한림원 제5차 학술대회
모든 교회들의 협의체 표방해
기본적으로 다원주의일 수밖에
‘바아르 선언’, 결정적 증거 돼
사회참여나 하나님의 선교 자체
비판 지점 아냐, 무엇인가 복음
희석시킨 혼합주의 의심과 확신
‘유신진화론 논란’으로 화제의 중심에 있는 서울신학대학교의 황덕형 총장이 WCC의 종교다원주의에 대한 발표에 나서 관심을 모았다.
이번 발표는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5월 31일 오후 안양 만안구 은혜와진리교회(담임 조용목 목사)에서 열린 제5차 한국기독교한림원(이사장 조용목 목사, 원장 정상운 박사) 학술대회에서 진행됐다.
서울신대 황덕형 총장은 이날 마지막 발표자로 나서 ‘이오니아를 지향하는 신학: WCC 내 종교다원성과 혼합주의의 위험성’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황덕형 총장은 “WCC에 대한 보수주의 기독교의 논점은 주로 △용공신학 △세계 단일 교회(Superchurch) 추구 △종교다원주의 신학 등이 있으나, 실제로 오랫동안 치명적으로 있어 보이는 문제는 WCC 운동을 통해 드러나는 다원주의의 특성”이라며 “WCC가 모든 교회들의 협의체를 표방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다원주의화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황 총장은 “WCC는 지속적으로 하나님께서 이미 다른 문화와 종교 안에서 활동하심을 지적하고 인정한다지만, 아직 그것이 구원론적 의미를 지닌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대화는 혼합주의에 의한 내적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됐다”며 “결국 1990년 하나님의 보편성을 다원주의 언어로 환원시킨 ‘바아르 선언’은 종교다원주의와 종교혼합주의의 덫에 걸려 있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다원주의적 경향은 비단 종교 간 대화라는 특수 영역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성경과 그에 따른 해석학적 변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며 “점차 강화되는 WCC의 다원주의적 경향은 복음의 주관적·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점차 사회 전반의 문제와 다문화적 환경 이슈가 등장하면서 정의, 지속가능 사회, 평화와 창조 보존 같은 사회적 이슈가 WCC 신학의 한가운데 중심 주제로 선 것을 생각하면, 다양주의 인정 경향이 강화될 수밖에 없음을 예감한다”고 했다.
황덕형 총장은 “WCC의 선교신학적 개념은 ‘삶과 봉사’ 운동을 통해 더 강력한 사회참여 패러다임으로 발전해 가면서 점차 해방신학에 노출됐고, 종국에는 하나님의 선교 안에서 사회참여의 신학적 색채가 보다 근본적 특성으로 자리잡았다”며 “그에 따라 복음주의 중심의 세계연합 운동들은 에큐메니칼한 교회연합 운동과 대척점의 자리에 놓이게 됐다”고 밝혔다.
황 총장은 “WCC가 비록 하나님이 삼위일체적으로 통치하심으로 역사를 이루신다는 신학적 이해를 세계 선교의 핵심적 동력으로 명목상 인정하지만, WCC 내부의 주장은 혼합주의적으로 변형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역사적 목표가 삼위일체 하나님의 통치 아래 완성된다는 문장을 WCC가 주장하는 사회봉사의 실천적 이념과 연관시키면, 하나님의 삼위일체적 존재와 하나님 나라의 통치 개념은 유명론적으로 아무 의미 없는 공허한 단어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WCC의 문건들조차 다양한 종교 및 사회 단체나 이데올로기와의 대화 필요성과 현실적 실천이 혼합주의의 위험성을 내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며 “복음주의자들이 비판하는 WCC의 모습은 사회참여나 하나님의 선교 자체가 아니라, WCC의 사회참여가 무엇인가 복음을 희석시켜 혼합주의적 혼동을 가져왔다는 의심과 확신 가운데, 복음과 봉사라는 양자 간 해석학적 우선순위를 확실하게 하려는 해석학적 행위”라고 했다.
황덕형 총장은 “WCC와 로잔의 차이는 어떤 사회참여나 하나님의 선교라는 선교학적 개념 때문이라기보다, 양자가 생각하는 선교와 봉사의 구체적 목적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며 “그리스도의 복음을 명확하게 드러내야 한다는 주장과 그것의 등가물을 평화와 환경보호 같은 시대적 언어 속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해석학적 차이’가 이러한 분열을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분열은 해석학적 행위의 목표와 과정을 나누거나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융합적 방식으로 이해하기 시작한 현대 해석학적 통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해석학적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행하는 것이 실제로 아는 것이라는 통찰에 이르렀기에, 복음주의 진영의 사회봉사와 복음 이해가 오히려 더 성경에 가까운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WCC의 교회론에 대해선 “특정 시기 탄생한 고정된 이론이 아니라, 시행해 가면서 점차 발전해 가는 과정적 성격이 강하다. 그리고 언제나 다양한 단위 교회들의 연합을 위한 동의에 기초하면서 교회의 불일치 현상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WCC가 가진 교회 연합의 강렬한 필요성의 원인은 현대 사회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급박한 사회 선교의 문제점들로부터 야기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황 총장은 “WCC 교회론의 특징은 선교 현장이 교회론 안으로 깊숙히 들어오면서 선교론과 교회론이 통합된 것이다. 교회의 특징인 코이노니아가 바로 선교의 실현이며 확장으로 이해되는 것”이라며 “교회의 첫째 사명은 선포와 예배 그리고 봉사와 증거가 되고, 복음 전도의 중요성과 같은 비중으로 하나님의 선교로서 세계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영역에 대한 참여를 강조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WCC의 입장은 통전적(holistic·統全的) 관점에서 전통적 교회의 관점과 복음 전파의 중요성도 놓치지 않지만, 현대 사회가 경험하는 모든 불평등과 억압, 착취와 창조 보존을 위한 노력이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는 교회론”이라며 “이는 WCC가 전통적 교회론과 연관돼 있지만 보다 사회적 참여를 독려하는 공공신학의 특성을 갖게 한다. 그러다 보니 타종교나 타 이념에 대해서도 선한 의도를 가졌다면 대화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혼합주의적 위기가 자체 안에 배태돼 있다”고 정리했다.
끝으로 “WCC의 내적 성장은 바로 이 다양주의로의 발전과 전개에 의거한 것이고, 그만큼 혼합주의적 성격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복음을 증거해야 할 우리의 구체적 입장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오신 일은 우리와 유사한 존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일이었고,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중 하나가 되신 것은 기적 중의 기적으로, 일반 인간 한계 내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지속적으로 사용돼도, 무한한 차이 가운데 언제나 동일하게 남는 사건이 바로 이 그리스도의 사건”이라며 “그것은 복음을 증거하고 복음이 명시적으로 증거될 때 일어나는 일이다. 복음은 혼합주의적으로 해석을 품은 다른 해석이 아니”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