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솔루션: 우리 아이 왜 이럴까요? (262)] 부모의 말을 거부하는 아이들
부모의 말을 거부하는 아이들이 있다. 부모의 말을 듣지 않으려는 아이들이다. 부모는 대개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아동을 기대한다. 그러기에 아동이 부모의 말을 거부하면 심리적 고통을 경험한다. 이런 경우라도 원인을 잘 분석하면 어려운 문제만은 아니다. 부모가 아동에게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말을 거부하는 아동은 차별을 경험하는 아동, 욕구불만을 가진 아동, 분노수위가 높은 아동 등이다. 부모의 말을 거부하는 아동은 다음 특징을 갖고 있다.
1. 억압이 작용한 결과
부모의 말을 거부하는 아동은 억압의 결과일 수 있다. 부모의 억압은 아동의 행동을 부자연스럽게 할 뿐 아니라, 행동의 제한성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억압(repression)은 사전적으로는 기(氣)를 펴지 못하도록 인간의 행동이나 자유 등을 강제로 억누르는 것이다. 아동이 어떤 강한 눌리면 생각이나 행동이 자연스럽지 못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못하는 행동은 특성상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일정한 방향으로의 고집을 보이므로, 정신분석은 억압을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설정했을 것이다.
프로이트(S. Freud)의 정신분석에서 억압은 의식에서 고통스럽고 불쾌한 관념과 사고, 그리고 기억을 무의식 속에 가두어 놓으려는 마음의 작용으로 설명한다. 이 작용은 의식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자동적으로 행해진다. 무의식적 억압은 자신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행해지는 것이다.
때문에 의식적·의지적으로 행해지는 억제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억압의 결과, 고통스러운 사고나 관념은 망각돼 의식 안에 존재하지 않게 된다. 그렇지만 그 힘은 없어지지 않고 무의식 안에 남아서 인간의 행동을 지배한다는 시각에서다.
2. 욕구 불만 상태
부모의 말을 거부하는 아동은 욕구불만 상태이다. 아동에게 욕구불만이 일어나면, 부모 말을 거부하거나 거절하는 행동이 일어난다. 이는 심리적 상태가 아동의 의지와 반대로 작용해 일어나는 현상이기에, 아동이 제어하기 쉽지 않다는 시각에서 이해 가능하다.
아동에게 욕구불만이 축적되면 부정성이 증가해 자신이 조절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일반적으로 욕구불만(frustration, 慾求不滿)은 어떤 장애로 원하는 쾌락 또는 만족을 얻지 못해 오는 감정적 긴장의 증대 상태이다.
특히 사람이 욕구적 존재라고 할 때, 이 욕구의 충족과 불충족 문제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충족과 불충족에 따라 생명력이 강화되는가, 아니면 좌절되어 추락하는가에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간은 지속적 성공을 경험하면 자신감이 높아지고,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속적으로 실패를 경험할 경우 욕구불만이 높아질 수 있다.
실패를 경험한 아동이 자신의 경험을 부정적으로 지각할 때 열등감을 느끼거나 무력함을 경험할 수 있어, 아동기에 고정된 지각 체제 또는 관념을 융통성 있고 합리적으로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동기가 되면 유기적 욕구와 사회적 욕구 중 사회적 욕구가 현저하게 증가한다.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유지하려 하며, 안정감과 인정에 대한 욕구를 포함한다. 이러한 욕구 만족도는 주관적으로 평가되는데, 주어진 다양한 경험을 어떻게 인지하는가에 따라 정서가 결정된다.
3. 부정적 양육 결과
부모의 말을 거부하는 아동은 부정적 양육의 결과이다. 부정적 양육은 아동에게 자아 정체성이 부정적으로 형성되게 하기 쉽다. 아동이 처한 환경이 부정적인 상황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아 정체성은 청소년기에 주로 형성된다. 그렇지만 아동기부터 시작해 일생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특성이 있다. 그럼에도 아동기와 관련해 자아 정체성을 언급하는 이유는 다른 발달 단계보다 특히 아동기가 자아 정체성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청소년 시기는 자아에 대한 인식과 평가가 다른 어떤 발달 단계보다 활발하게 형성된다. 자아 정체성이 낮을 때 청소년 관련 문제들이 심각하게 대두되는 점이 있다.
그리고 청소년 시기는 신체적인 성숙과 교육적 환경의 변화가 가장 큰 시기이다. 그러므로 청소년 시기에 자아정체성을 파악하는 것은 일생일대의 가장 중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부모의 양육기준이 지나치게 높은 아동은 자연적·심리적 환경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아동이 처한 환경이 원만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나를 사랑한다’보다 중요한 주체인 ‘나’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나는 없고, 남을 부러워하는 나’는 있는 것이다. 항상 남보다 못하다고 생각하고 자신에게 만족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4. 정리
부모의 말을 거부하는 아동을 둔 부모라면, 전술한 원인을 참고해 스스로 반성할 필요가 있다. 부모가 올바르게 양육을 한다 해도 원인이 될 만한 조건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신을 냉정하게 분석해야 개선 가능성이 보인다.
김충렬 박사
전 한일장신대 교수
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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