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한국신학아카데미 명예자문교수로 섬겨
20세기 가장 뛰어난 신학자 중 한 사람이었던 독일의 위르겐 몰트만(Jurgen Moltmann) 박사가 98세의 나이로 6월 3일(현지시간) 별세했다.
1926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몰트만 박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육군에 입대했으나, 영국군에게 포로가 됐다. 자서전에 의하면, 그는 1946년 스코틀랜드에 있는 포로수용소에서 건네받은 성경을 읽고 신앙을 갖게 됐다.
포로수용소에서 그는 고등학교 졸업시험에 해당하는 아비투어 자격 교육을 받았고, YMCA에서 세운 도서관에서 나치에 대항했던 디트리히 본회퍼와 라인홀드 니버의 저서들을 접했다.
이에 대해 지난 2012년 신촌포럼에서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하나님이 도대체 어디에 계신지, 이런 상황에서는 무슨 말씀을 하실지 늘 궁금한 학생이었습니다. 제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는 늘 전쟁 포로 당시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마음의 표현들이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 ‘희망의 신학’을 찾게 됐습니다. 신학은 신앙의 경험으로부터 시작하고, 신앙의 경험을 통하여 신학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종전 후 1948년 독일로 돌아와 괴팅겐대학교 신학부에서 개신교 신학을 공부했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 독일 개신교회 목사로 안수를 받아 1958년까지 브레멘에서 목회했다. 1958년부터 1963년까지 부퍼탈신학대학교, 1963년부터 1967년까지 본대학교, 1967년부터 1994년까지 튀빙겐대학교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쳤다. 이후 튀빙겐대학교 명예교수로 봉직했다.
몰트만 박사는 에큐메니칼 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1963-1983년 개신교와 정교회, 가톨릭의 성례와 직제 기준을 형성하기 위한 WCC 신앙 및 직제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고, 가톨릭 개혁기관지인 콘칠리움(Concilium)의 공동 출판위원을 맡기도 했다.
그는 서방교회를 넘어 동방교회의 신학을 포함하는 삼위일체론을 전개했다. 노벨상 다음 큰 상으로 알려진 ‘Grawemeyer Award in Religion’을 받았다.
많은 저서를 남겼으며, 김균진·김명용·유석성·이신건 박사 등 한국인 제자들도 많아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서울신학대학교와 한신대학교에서 명예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22년 제자 김균진 박사에 의해 한국신학아카데미(舊 혜암신학연구소) 명예자문교수로 위촉되기도 했으며, <신학과 교회>에 글을 기고했다.
<희망의 신학(Theology of Hope, 1959)>과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The Crucified God, 1972)> 등이 대표작이다. ‘희망의 목회자’ 故 조용기 목사와도 교유했다.
이 외에 한국에서는 <성령의 능력 안에 있는 교회>, <삼위일체와 하나님의 나라>, <창조 안에 계신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의 길>, <생명의 영>, <오시는 하나님>, <과학과 지혜>, <희망의 윤리>, <살아 계신 하나님과 풍성한 생명> 등이 번역·출판됐다. 마지막 저서는 최근 번역된 <나는 영생을 믿는다>이다.
아내인 페미니스트 신학자 엘리자베스 몰트만-벤델은 지난 2016년 별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