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정말 위기라면, 뭐라도 해봐야죠”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실행자> 용인제일교회 임병선 목사 (上)

▲용인 글로리센터 꼭대기층 층고가 높은 목양실에서 만난 용인제일교회 임병선 목사는 &ldquo;신앙을 너무 복잡하고 심각하게만 생각하지 말자&rdquo;며 &ldquo;우리는 어려운 길이 아니라, 좋아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어려움이 익사이팅이 되고, 힘듦이 감동이 되고, 아픔이 또 다른 매력이 될 수도 있다&rdquo;고 책에서 전했다. ⓒ이대웅 기자
▲용인 글로리센터 꼭대기층 층고가 높은 목양실에서 만난 용인제일교회 임병선 목사는 “신앙을 너무 복잡하고 심각하게만 생각하지 말자”며 “우리는 어려운 길이 아니라, 좋아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어려움이 익사이팅이 되고, 힘듦이 감동이 되고, 아픔이 또 다른 매력이 될 수도 있다”고 책에서 전했다. ⓒ이대웅 기자

“욕 안 먹는 교회를 건축하라”는 주님 말씀에 순종해 ‘새로운 시대를 위한 교회 건축’으로 지역 주민들이 즐겨 찾는 교회 ‘용인 글로리센터’를 건축한 용인제일교회 임병선 목사(52)가 ‘실패해도 멈추지 않는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실행자>에 풀어 놓았다.

용인제일교회는 주일 하루만 사용하는 예배당이 아닌, 주중에도 지역 주민들과 다음 세대가 부담없이 24시간 언제나 교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완전히 개방했다. 여기에 한국 최초 교회 내 편의점부터 PC방과 댄싱 스튜디오, 풋살장과 체육관, 유아와 부모를 위한 트램펄린 놀이방과 카페 등을 갖춰 놓았다.

이를 통해 팬데믹 이전보다 배가 성장을 이루고, 요즘도 매주 20-30명의 새신자가 등록하는 부흥이 일어나고 있다. 임병선 목사는 믿음으로 도전하고, 허물고 짓고 실행했던 여정을 <실행자>라는 강렬한 제목의 책을 통해 공개했다. 책 출간을 즈음해, 지난 5월 용인제일교회에서 임병선 목사를 만났다.

위기라면 정답 아니고 실패라도
뭔가 계속 시도하면, 답 찾을 것
성도님들 기득권 버리고 헌신해
탐방 올 수 있는 교회 건축 도전

-<실행자>라는 제목이 강렬합니다.

“한국교회가 어렵다고 하잖아요. 다음 세대가 떠나고 미래가 불투명하고 어렵다고 이야기하지만,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정말 위기라고 느낀다면, 뭔가 새롭게 변화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더 절실하게 변화를 시도하고 새롭게 도전해야 답을 찾을 수 있잖아요. 하지만 위기라고 말하면서, 하던 대로 하는 거예요.

그런데 한국교회 구조 자체가 하던 대로 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뭔가 바꾸려 하면, 교회에서 저항도 생기고 어려움도 있죠. 대신 하던 대로 하면, 교회에서 말이 안 나오잖아요. 하지만 위기라고 인식하는 것 자체보단, 뭐라도 한번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패할지언정, 해봐야죠. 실행해 봐야, 그 속에서 뭔가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저희가 이렇게 교회를 짓는 것부터 계속 뭔가 시도하는 것이 다 정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른 교회들이 이런 식으로 따라와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저 지금이 위기니까, 발을 내디딘 것이죠.

저희 교회가 실패할지라도, 다른 교회가 저희를 보면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하나님 나라 관점에서는 의미 있겠다 싶었습니다. 실패도 성공도 있었는데, 해 보니 뭔가 답이 조금씩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부분들을 한국교회에 소개하고 싶어 책을 썼습니다.”

▲글로리센터 전경. ⓒ용인제일교회
▲글로리센터 전경. ⓒ용인제일교회

-안식월을 가지면서까지 쓰고 싶었던 내용이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책을 쓰려 하진 않았어요. 많은 목사님들이 설교집을 중심으로 책을 내시는데, 제 책까지 필요 있겠나 싶었죠. 하지만 성도들을 위해서라도 지금까지 여러 도전들의 기록은 남기고 싶었습니다.

성도들이 참 많이 희생하고 헌신했거든요. 물질보다는 기득권을 다 내려놓으셨어요. 이건 자랑하고 싶었어요. 장로님들을 비롯한 성도님들의 헌신을 통해 교회가 만들어지는 이야기를 알리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는데, 안식월이 예정된 상황에서 출판사의 제의를 받았습니다.

잘못 하면 자랑처럼 보일 수 있으니, 한참 동안 못 쓰고 걱정만 했어요. 그런데 안식월이 끝나갈 때쯤 솔직하게 쓰는 게 좋겠다는 마음을 주셔서, 다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썼어요. 다행히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감사하죠.”

▲용인제일교회 글로리채플 예배 모습. ⓒ용인제일교회
▲용인제일교회 글로리채플 예배 모습. ⓒ용인제일교회

-여러 교회에서 탐방도 많이 오시죠.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장로님들 260여 분이 오셨는데, 좋으셨는지 교육부 담당자들과 130여 분이 또 오신다고 해요.

저도 교회 건축하기 전 많은 교회들을 탐방하면서 안타까웠던 것이, 한국교회 역사가 130년이 됐지만 탐방할 만한 교회가 별로 없다는 점이었어요. 탐방을 위해 미국까지 가고 있죠. 그래서 ‘탐방할 수 있는 교회, 외국에서도 구경 오는 교회를 만들자’는 도전을 성도들께 드렸어요.

감사하게도 요즘 해외 한인 교회 목사님들이 한국에 오시면, 저희 교회에 많이들 와 보십니다. 강준민·박신일 목사님 같은 귀한 목사님들도 와 주셔서 감사하죠. 몽골 어와나 팀도 방문하셨고요.

이렇게 찾아오시는 분들이나 궁금해하시는 분들께 교회 건축 목적이나 과정, 목회철학이나 사역 등을 알려드리기 위해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글로리센터에 도보로 입장하면 보이는 계단식 쉼터 &lsquo;글로리계단&rsquo;. 앉아서 책을 읽거나 비스듬히 누워 있는 이들도 있었다. ⓒ이대웅 기자
▲글로리센터에 도보로 입장하면 보이는 계단식 쉼터 ‘글로리계단’. 앉아서 책을 읽거나 비스듬히 누워 있는 이들도 있었다. ⓒ이대웅 기자

복음과 구별되는 ‘전통’ 쌓여
모든 공간 가성비 추구 건축
다음 세대와 지역 사회 위해
다소 파격적으로 건축 시도

-아까 ‘위기 속에 답이 있었다’고 하셨는데, 어느 정도 답을 찾으셨나요.

“한국교회 역사가 100년을 넘어 200년을 향하면서, 저희도 모르는 사이 복음과 구별되는 ‘전통’이 하나씩 쌓이고 있었음을 알게 됐습니다. 그 ‘전통’ 때문에 사회나 다음 세대와의 사이에 일종의 벽이 만들어졌어요. 이 벽을 허물지 않으면, 답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 벽을 허물기 위해 몸부림쳐 왔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 ‘교회 건축한다’고 하면, 다들 욕하잖아요. 저도 사실 자발적으로 건축을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원로목사님이 건축을 준비하다 못다 하신 것을 부임하자마자 해야 할 상황이었죠.

그래서 하나님께 여쭤봤습니다. ‘건축하면 다 욕 먹는 시대인데, 왜 건축을 해야 합니까?’ 그랬더니 마음에 주시는 답이 있었어요. 왜 욕을 먹을까 생각해 보면 최소 몇십억, 최대 몇백억 원을 들여 건축을 하지만, 결국 그 건축물은 성도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잖아요. 좋은 시설에서 편하게 예배드리고, 부서 활동을 하기 위해서요. 대신 지역 주민들이나 다음 세대들에겐 아무 혜택도 없어요. 그것도 일종의 ‘기득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스팔트를 깔지 않아 캠핑이 가능해진 교회 주차장 모습. ⓒ용인제일교회
▲아스팔트를 깔지 않아 캠핑이 가능해진 교회 주차장 모습. ⓒ용인제일교회

그리고 가성비가 너무 떨어져요. 그 많은 돈을 들이는데, 일주일 중 주일 몇 시간 동안만 사용하잖아요. 주차장만 해도 주일 몇 시간을 쓰기 위해 그렇게 넓은 곳에 설치한다는 게 낭비처럼 느껴졌어요. 요즘 트렌드는 가성비잖아요. 이건 아니다 싶어, 저희는 주차장에 아스팔트를 깔지 않았어요. 그래서 최근에 했던 캠핑 행사도 가능했습니다. 캠핑부터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어요. 그렇게 모든 공간에서 ‘가성비’를 추구했습니다.

요즘 많은 분들이 ‘교회는 건물이 아니다. 예수님을 믿는 우리가 교회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교회 건물이 필요 없다는 논리도 펼칩니다. 그런 논리도 맞을 수 있죠. 대신 저는 교회는 건물이 아니니까, 그 건물을 불신자들과 다음 세대, 지역사회를 위해 좀 파격적으로 지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저희 교회에는 성가대실 같은 부서실이 없다기보다, 한 부서만 독점으로 사용하는 공간이 없습니다. 성가대는 필요한 시간에 ‘녹음실’을 신청해서 사용할 수 있어요. 이렇게 만들어 놓으니, 감사하게도 지역 주민들이나 다음 세대들에게 교회의 문턱이 많이 낮아졌어요. 우리 안에 있는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 제겐 하나의 답이었습니다.”

▲강단 뒤 전면에 LED를 설치해 압도적인 화면이 연출된다. ⓒ용인제일교회
▲강단 뒤 전면에 LED를 설치해 압도적인 화면이 연출된다. ⓒ용인제일교회

-‘복음과 다른 전통’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요.

“복음과 전통을 헷갈리는 경우가 있어요. 강대상에 올라갈 때 반드시 신발을 벗어야 하는 교회가 있는데, 그게 목숨 걸고 지켜야 할 ‘복음’은 아니잖아요(웃음). 그런데 그런 것도 목숨처럼 지켜야 한다는 분들이 있어요.

저희 교회 본당 전면은 전체가 LED로 돼 있어요. 가로 21m에 세로 8m 크기로, 설치 당시에는 한국교회에서 가장 컸어요. 여기서 영화도 보고 월드컵 때 같이 응원도 했어요. 그런데 당시엔 옆으로 길쭉하게 LED를 설치하는 건 괜찮고, 전면 전체를 다 덮는 건 안 된다는 말이 있었어요. 논리가 안 맞잖아요. 그럼 몇 미터까지 덮으면 허용되는 건가요(웃음)?

안 된다고만 하지 기준도 없고, 그런 기준이 있더라도 말이 안 되겠죠. 그래서 저는 파격적으로 전면 전체로 설치했습니다. 교회가 위기니까요. 사역자들에게도 ‘성경에 죄라고 명확하게 쓰여 있는 것이 아니면 다 해보자’고 했습니다. 비록 실패할지라도 의미가 있을 거라고요.

하나님은 그렇게 쫀쫀한 분이 아니십니다(웃음). 영혼을 살리고 다음 세대를 세우기 위한 몸부림에 ‘성경적이지 않다’며 우리를 탓하실 분이 아니시죠.

이런 부분에서 저희 교회를 비판할 수 있어요. 잘못된 비판도 아닐 수 있습니다. ‘교회에 왜 PC방이 있는가?’, ‘교회가 아이들에게 왜 세상 게임을 굳이 제공하는가?’, ‘교회에 무슨 편의점이 있는가?’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교회 내 글로리 PC방. 90분 이상 연속으로 이용할 수는 없다. ⓒ용인제일교회
▲교회 내 글로리 PC방. 90분 이상 연속으로 이용할 수는 없다. ⓒ용인제일교회

PC방? 교회에 없다고 안 가나
교회에서 놀다 보면 복음 접해
몸부림치다 보니, 열매도 생겨
목회자, 은혜와 열매 보여줘야

-이런 물음에 뭐라고 답하시나요.

“어차피 아이들이 교회에서 게임 안 해도, 밖에서 다 합니다. 차라리 교회에서 하면 놀다가 교회 다니는 친구들도 만날 수 있고, 복음을 들을 기회도 생기겠죠.

PC방도 그냥 열어두는 건 아닙니다. 입장할 때 암호로 성경 한 구절을 꼭 입력해야 해요. 그것만 해도 의미가 있죠. 그리고 1시간 30분 이상은 못 해요. 교회 다른 곳에서 놀거나 배회해야 다시 들어갈 수 있습니다(웃음).

제 친구들이 중·고교 시절 어떻게 예수 믿었나 돌아보면, 유일하게 여자친구를 만날 수 있는 곳이 교회였대요(웃음). 그래서 크리스마스 같은 때 한번 놀러 왔다 복음을 듣고 변화된 경우가 있어요. 친구들 만나러 수련회에 왔다가 은혜를 받아서 목사가 된 친구들도 꽤 많아요.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교회가 제일 재미있는 곳이었어요. 만화도 보여주고, 영화도 보여주고, 그땐 그렇게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교회가 문화적으로 뒤떨어지고, 시대를 뒤쫓아가면서 세상을 정죄하기 시작했어요. 오히려 이것이 문제 아닐까요. 교회가 앞서가던 예전에는 그러지 않다가, 뒤처지니 부정적으로만 보는 건 논리적으로 안 맞고 잘못된 것이죠.

교회를 이렇게 세워가면서 느낀 점은, 길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지역에 사람들이 새롭게 유입된 부분도 분명 있지만, 교회가 무언가 도전하고 시도하고 몸부림치다 보니 나름의 길이 있고, 그 속에서 열매도 분명히 맺힙니다. 작지만 큰 반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9.1카페 옆 키즈카페 재질의 &lsquo;라라랜드&rsquo;. ⓒ용인제일교회
▲9.1카페 옆 키즈카페 재질의 ‘라라랜드’. ⓒ용인제일교회

-말씀하셨듯 기득권과 전통을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득권을 어떻게 돌파하셨는지 가장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먼저 성도님들이 은혜를 받으셔야 해요. 예배를 통해 은혜를 받으면, 굳어진 마음이 부드러워집니다. 또 성도님들이 대부분 순수하셔서, 은혜를 받으면 수용해 주세요. 그런데 은혜가 없으면 딱딱해지죠. 예배를 통해 은혜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설득도 가능하고, 귀가 열립니다.

다른 하나는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도님들은 사실 대부분 목회자들을 신뢰해요. 성도님들 앞에서 말만 하고 책임지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부여받은 권한으로 몸부림치면서 열매를 보여줘야죠. 목회자들이 권한만 요구하고, 책임지지 않거나 핑계를 대면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는 건 지양해야죠.

‘여기는 큰 교회니까 할 수 있지’라고도 말씀하실 수 있어요. 하지만 저희 교회처럼 하라는 말씀은 드리고 싶지 않아요. 사실 저희는 이곳에 오기 전부터 몸부림쳤어요. 교회에 빈 장소를 카페로 만들려다, 주변에 카페가 많다는 걸 알고 고민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새 카페를 열어 지역 상권을 교란시키는 대신, 중고시장에서 자판기 3대를 사서 ‘동네 사랑방’처럼 꾸몄어요. 비싼 커피 마실 여유가 없거나 그러고 싶지 않은 분들이 와서 잠시 쉴 공간을 만들었는데, 감사하게도 중·고교생들의 아지트가 됐어요(웃음). 갈 데도 돈도 없는 아이들이 오면서 접촉점이 생겼고, 그들이 교회에도 나오고 변화가 되기도 했죠. 그러다 이 건물에는 그런 아이들을 위한 댄스 연습실과 유튜브실을 만들어 줬어요.

또 청소년들을 위해 교회 내 전공자들이 실비만 받고 드럼이나 보컬, 기타 등을 가르쳐 주면서 어떻게든 다음 세대, 지역사회와의 접촉점을 만들려고 몸부림쳤어요. 고민하면서 이것저것 해보는 것입니다. 에어바운스 같은 거창한 것도 좋지만, 기득권을 내려놓고 다음 세대와 지역사회를 섬기기 위한 고민과 몸부림이 필요합니다. 우리끼리 좋고 편하면 끝이라는 마인드로 가지 말자는 것이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정신이 아닐까요.”

▲교회 내 풋살장. 모임 장소로도 쓰인다. ⓒ용인제일교회
▲교회 내 풋살장. 모임 장소로도 쓰인다. ⓒ용인제일교회

성도들만 위한 건축 안 했을 것
명지대·용인대 1km 근방 위치
본당 다음 세대 위해 내어줄 것
고속도로 옆 돔 형태 건축 추진

-정말 실패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셨나요.

“그럼요. 저는 지금도 살얼음을 걷는 느낌이에요. 사실 예전 교회 건물보다 훨씬 큰 규모로 건축을 했거든요. 많은 분들이 두 단계는 거쳐서 지금 같은 건물을 지어야 한다고 조언하셨어요. 저희가 한꺼번에 점프를 한 셈이죠. 땅도 처음 계획은 5천여 평이었는데, 1만 2천 평으로 늘었죠.

성도들 편의를 위한 건물이라면 적당히 짓겠지만, 저는 성도들 편의를 위한 건축이라면 차라리 안 짓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이 지역으로 온 이유는 명지대와 용인대가 1km 거리였기 때문이에요. 교회를 짓고 나서 이곳 학생들이 많이 찾아와요. 예배드리러 오는 친구들도 있지만 공부하러 오는 친구들부터 댄스연습실이나 동아리 모임, 유튜브 촬영을 위해 오기도 해요.

그리고 인근에 용인시청이 있습니다. 그래도 시청 앞에 큰 교회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싶었어요. 용인시 교육과 문화와 영성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는 교회가 되고 싶었어요.그런 교회라면 의미가 있겠다 해서 한두 단계를 점프한 거죠. 그래서 지금 빚도 많아요. 입당 6개월 만에 코로나도 터졌고요.

무모한 시도 아니냐는 분들도 있었지만, 저는 실패해도 하나님께서 맞다고 하시면 이어질 것이고, 인간의 욕심이라면 하나님께서 문 닫게 하시겠지 하는 마음으로 도전했는데,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셔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글로리센터 입구. 넓은 주차장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 가능하다. 글로리채플을 청년과 청소년들에게 이양하고, 왼쪽 공터에 새로운 예배당을 건축하겠다는 비전을 품고 있다. ⓒ이대웅 기자
▲글로리센터 입구. 넓은 주차장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 가능하다. 글로리채플을 청년과 청소년들에게 이양하고, 왼쪽 공터에 새로운 예배당을 건축하겠다는 비전을 품고 있다. ⓒ이대웅 기자

-그럼 이제 빚만 갚으시면 되나요.

“그런데 6개월 안식월 동안, 하나님께서 새로운 도전을 주셨어요. 그래서 장로님들께 무모한 선포를 했죠. 지금 장년 성도들 본당으로 쓰는 글로리 채플을 청소년과 청년들을 위해 주자고요.

청소년과 청년들도 어른처럼 1·2·3부 예배를 드리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른들도 자기 스케줄에 맞는 시간에 예배드리는데, 아이들도 학원 가야 하면 먼저 예배드리고, 늦잠 자고 싶으면 오후에 예배드릴 수 있잖아요? 청년들도 직장 끝나고 올 수 있죠.

본당을 아예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주고, 장년들은 이 옆 부지에 돔처럼 새롭게 지어서 예배드리자고 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런 꿈이 있어요. 새 부지는 고속도로에서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예배드리는 장면을 볼 수 있도록 지붕을 열 수 있는 구조로 만들면 좋겠습니다.

미국 새들백 교회가 예배 끝나고 나면 지붕이 양쪽으로 열리거든요. 한국에도 그런 교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그런 꿈과 비전을 가지고 열심히 다음 세대를 위해 준비하면 너무 좋겠습니다. 그럼 다음 세대들은 정말 교회의 주인공이 되는 느낌을 가질 수 있고, 어른들 예배 공간은 ‘핫플레이스’가 되겠죠(웃음)?” <계속>

▲실행자 임병선 | 두란노 | 224쪽 | 15,000원
▲실행자 임병선 | 두란노 | 224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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