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아 연대기>, 인종과 종교와 性 차별하는 작품인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제9차 C. S. 루이스 컨퍼런스 (2)

▲백인 여성 틸다 스윈튼은 영화 &lt;나니아 연대기&gt; 시리즈에서 &lsquo;마녀 여왕&rsquo;을 맡았다.

▲백인 여성 틸다 스윈튼은 영화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에서 ‘마녀 여왕’을 맡았다.

‘기독교의 통합성, 루이스,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서울 구로구 예수비전교회(담임 도지원 목사)에서 7월 1일 오후 열린 ‘제9차 C. S. 루이스 컨퍼런스’에서는 루이스의 판타지 소설이자 영화로도 만들어진 <나니아 연대기(The Chronicles of Narnia, 전 7권)>에 대한 발표가 이뤄졌다.

오세웅 교수(美 라이더대학교 영문학과)는 ‘문학에서 본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인종차별·성차별·종교색 등 최근 작품에 제기된 PC적 비판에 반박했다.

신화와 민화 속 요소들 섞었지만
결국 기독교적 세계관 중심 이뤄
아슬란의 죽음과 부활, 예수의 삶
환상 세계로 옮겨 새롭게 보여줘
흥미진진 구상, 정서와 믿음 성장
어린이 생각과 경험 현실적 반영
동물들 포함한 캐릭터도 풍부해
아름다운 자연과 새 모험들 재미

오세웅 교수는 “<나니아 연대기>는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혼란스러운 세계를 떠나 옷장 속 환상의 세계 ‘나니아’로 들어가 마법을 경험하고, 신화에 나올 법한 동물들과 모험을 하면서, 새로운 세계의 창조에서 종말까지 직접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라며 “그리스와 로마 신화, 영국과 인근 토속 민화 등에서 빌려온 여러 요소들을 잘 섞었지만, 기독교적 세계관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 교수는 “가장 잘 알려진 <사자, 마녀, 옷장>에서, 마녀가 지배하고 횡포를 부리는 나니아에 사자 아슬란이 돌아온다. 아슬란은 배신자의 죄를 대신 씻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마녀에게 맡긴다. 아슬란은 밧줄에 묶이고 온갖 조롱과 아픔을 당하지만, 결국 죽었다 다시 태어나 마녀와 악의 무리를 벌한다”며 “아슬란의 죽음과 부활은, 예수의 삶을 환상의 세계로 옮겨 어린이 관점에서 새롭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루이스의 말을 빌리자면, 예수를 상징하는 아슬란이라는 등장인물은 ‘어린이들이 나중에 기독교를 만날 때 받아들이기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한다”며 “조화롭고 이상적인 국가를 만드는 데 최상의 정치는 기독교적 사상에 기초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루이스는 ‘나니아’를 상상해 냈다”고 전했다.

이후 작품 비평에 나선 오세웅 교수는 “루이스와 비슷한 분야의 문학 공부를 한 사람으로서 <나니아 연대기>는 고대 그리스나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철학자들, 16-17세기 영국 스펜서, 셰익스피어, 밀턴 등 거장들이 많이 생각났다. 루이스는 작품을 쓰면서 영국 고전문학 전통과 서양 고전문학을 많이 받아들였을 것”이라며 “특히 환상적 서사시 <요정 여왕(Faerie Queene)> 작가 에드먼드 스펜서(Edmund Spenser, 1552-1599)의 작품을 여러 면에서 모방하며 더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야심을 가진 것 같다”고 추측했다.

▲컨퍼런스 강사진 모습. 왼쪽부터 원신애 교수, 오세웅 교수, 심현찬 원장, 정성욱 교수. ⓒ연구원

▲컨퍼런스 강사진 모습. 왼쪽부터 원신애 교수, 오세웅 교수, 심현찬 원장, 정성욱 교수. ⓒ연구원

오세웅 교수는 “문학 작품으로서 <나니아 연대기>는 장점이 많다. 9-10세 이상 어린이들에게 적합한 이 작품은 어린이들이 숨바꼭질을 하다 들어간 옷장에서 곧바로 모험의 세계로 연결되는 흥미진진한 구상, 어린이들이 육체적·사회적 경험을 통해 정서와 믿음이 성장하는 점, 어린이들의 생각과 경험들을 현실적으로 반영한 점, 동물들을 포함한 풍부한 캐릭터 등”이라며 “다양한 지역을 여행하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새로운 모험을 보여주면서 독자들 마음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일곱 권에서 새로운 등장인물과 환경 등이 나타나 지루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오 교수는 “문학 작품에서는 현실의 직설적 묘사보다 상징적 개체를 통해 생각을 전달하는것이 효과적이다. 루이스는 예수를 사자로 상징시킨 것도 훌륭하고, 다른 상징적 물건이나 사건들도 아주 훌륭하다”며 “마지막 이야기 <최후의 전투>에 나오는 가짜 신도 좋다. 순진한 조랑말이 교활하고 똑똑한 원숭이의 계략에 속아 가짜 사자 가죽을 둘러쓰고 아슬란 흉내를 내는데, 이는 플라톤의 유명한 ‘동굴의 비유’를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1. 인종 차별? 지나친 단순화
칼로멘 종교와 이슬람은 달라
2. 식민주의? 동물·환경 보호
오히려 식민지 정치 문제 보여
3. 젠더 문제? 요즘 잣대로 과거
작품 분석하면, 모두 비판 대상
4. 종교 편향? 당대 현실 반영
주입식 기독교 강요하지 않아

이후에는 <나니아 연대기>가 받은 비판을 다뤘다. 먼저 ‘인종 차별’ 문제에 대해 “영국인들이 주로 등장하다 보니 거의 백인이고 마녀마저 하얀 피부로, 여러 인종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모습은 볼 수 없다”며 “오히려 <말과 소년>에서 아랍 또는 튀르키예 사람으로 보이는 유색 인종 등장인물이 많은데, 야만적·퇴폐적이고 잔인하게 묘사된다. <마지막 전투>에서도 나니아를 침략하는 칼로멘 인들의 피부가 어두운데, ‘타슈’라는 잔인한 신을 숭배하고 다른 나라를 침략해 강도질을 서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칼로멘 사람들은 튀르키예 쪽 이슬람 문화를 연상시키는데 인종·종교·문화 등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으로 보여, 루이스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며 “1950년대 영국인들이 가진 인종차별 의식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지만, 이러한 지적은 지나친 단순화라는 반박도 있다. 칼로멘의 종교와 이슬람은 다른 점이 많았던 데다, 해당 작품에서 칼로멘을 믿는 이들에게도 구원이 가능한 것처럼 나왔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작품 속 식민주의 사상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영국은 17세기부터 전 세계에 식민지를 세웠기 때문에 식민주의는 예민한 주제다. 한 비평가는 작품 속 나쁜 위정자들은 거의 유색인종, 좋은 위정자들은 거의 백인이자 기독교인이라고 지적했다”며 “그러나 루이스가 <나니아 연대기>를 통해 식민지 정치의 문제점을 보여 줬고, 동물보호·환경보호를 강조했다는 주장도 있다. 저도 이러한 관점에 동의한다”고 했다.

▲영화 &lt;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gt; 중 한 장면. 주인공이 모두 백인이다.

▲영화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중 한 장면. 주인공이 모두 백인이다.

젠더 문제에 대해선 “요즘 잣대로 과거 문학 작품을 분석하면, 비판을 벗어날 남성 작가는 거의 없을 것이다. 남녀 등장인물들이 전통적 이미지이고, 나쁜 일은 주로 여성들이 한다는 등 셰익스피어가 받은 비판을 루이스도 받고 있다”며 “그러나 <은빛 의자> 질 폴, <말과 소년> 아라비스 타키나, <마술사의 조카> 폴리 플러머, <사자, 마녀, 옷장> 루시 등 여러 소녀들은 상당히 긍정적이고, 오히려 소녀들이 전통적인 나약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벗어나면서 루이스가 성차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비평가 로스(Ross)에 의하면 <사자, 마녀, 옷장>은 루시와 수잔 두 소녀의 관점에서 서술됐고, 아슬란의 죽음과 부활도 두 소녀만 목격했다. 아슬란이 예수를 상징하기에, 소녀들이 본 것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힌 것을 직접 목격한 것과 같다. 그래서 나니아에서 소녀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며 “성경에서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십자가를 목격했듯 수잔과 루시는 무섭고도 충격적인 일련의 사건들을 목격하면서 용기와 책임에 대해 알게 되고 실천에 옮긴다. 이처럼 루이스는 소녀들의 역할을 중요시했고, 영웅으로 묘사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나니아 연대기>의 기독교적 메시지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판단력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어린이들에게 기독교 세계관을 일방적으로 주입시킨다고 불평한다”며 “하지만 루이스가 속한 사회 전체가 전반적으로 기독교 세계관을 갖고 있고 그 사회를 현실적으로 묘사한 것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편협하고 비뚤어진 종교관을 전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다는 것.

그러면서 “루이스가 은유적 알레고리를 통해 종교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 해서 작품을 통해 직설적으로 기독교를 설교하진 않는다. 루이스는 기독교를 주입식으로 강요한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개별적으로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야 하는 이야기를 전한 것뿐”이라며 “작품에서 어떤 메시지를 받는 것은 전적으로 독자 개인이 할 일이다. 그것이 은유적 알레고리의 묘미”라고 보충했다.

글은 훌륭하지만…? 문화 비평
과거 사회 대한 토론 기회 제공
나니아 연대기, 아동 문학 걸작
훌륭한 문체와 문학 기법 통해
상상의 세계로 독자들 데려가
그의 상상력 오랫동안 남을 것

결론에서 그는 “<나니아 연대기>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문학 비평’보다, 요즘 유행하는 ‘문화 비평’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글 자체는 훌륭하지만, 글 안에 보이는 문화적 가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비판들은 대개 비평가들이 편견을 갖고 보기에, 상반된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들의 비판을 어느 정도 인정하더라도, 그런 부분들은 아이들과 대화를 통해, 과거 영국 사회에 대해 좋은 토론의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어른들이 그런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아이들이 먼저 알아챌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세웅 교수는 “결론적으로 루이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문학 이론에 기준하여 글을 썼고, 유럽의 문학 전통을 이어 훌륭한 문체와 문학 기법을 통해 상상의 세계로 독자를 데려가 가르침과 즐거움을 선물했다”며 “<나니아 연대기>는 그래서 어린이 문학의 걸작으로 남았다. 마법의 세계, 도덕적 교훈, 매혹적 캐릭터들은 독자들의 상상력에 오랜 기간 남아있을 것이다. 혹시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면, 어린 마음으로 옷장에 들어가 흥미진진한 모험을 경험하시길 바란다”고 추천했다.

▲C. S. 루이스. ⓒ홍성사 제공

▲C. S. 루이스. ⓒ홍성사 제공

◈상상력 기반 기독교 인성교육
1. 상상력의 중요성 직시해야
2. 새로운 비전과 포용력 필요
3. 옷장, 앎과 삶의 이해 입문
4. 종교적 상상력 가르침 헌신
5. 女 주체 새로운 해석 가능성

이어 원신애 교수(서울신대)는 ‘영화와 기독 교육으로 본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해당 소설을 영화로 만든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편을 중심으로 미디어 문화의 다문화적 특성, 포스트모더니즘 교육이론, 종교적 및 교육적 상상력의 관계성을 검토하고 기독교 인성교육을 위한 그 의미를 살폈다.

결론에서 그는 “첫째, 기독교 인성교육을 위해 커리큘럼과 관련해 미디어 문화와 포스트모던 교육이 제시하는 상상력의 중요성을 직시해야 한다”며 “상상력을 통해 영상 문화가 함의하는 성차별, 다문화와의 갈등과 조율, 소비 문화의 상징들, 성성(性性)의 재현된 이미지를 비판해야 한다. 자신의 특수성을 표현하고 타인의 특수성도 돌보라는 포스트모던 교육이론에 따라, 상상력의 경험을 중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둘째로 “기독교 인성교육은 전통 신학과 교육에서 무시된 직관력, 수용력, 감성, 이미지, 상상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한편으로 영적이며 거룩하고 신비한 모든 것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뉴에이지 신봉자들을 단순히 대적하기보다 새로운 비전과 포용력으로 그들을 교회로 인도하기 위해 루이스처럼 그들의 열정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21세기 시점에서 민간전승, 설화, 전설, 신화 등 다문화의 특성을 이해하고 기독교 문화를 재해석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원 교수는 “셋째로 <나니아 연대기> 속 ‘옷장’이란 앎과 삶에 관한 ‘이해’의 입문이자 교육의 출발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교육은 자아의 자기-서사적 이야기가 있는 전통과 상상력의 조우를 통해, 공동체 속에서 함께 능동적으로 ‘앎’을 구성하고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라며 “넷째로 판타지 동화의 상상력은 우리의 이야기를 발전시키도록 고무하고, 기독교 공동체의 방향을 지지하는 종교적 상상력에 기초한 가르침에 헌신하도록 도와준다. 기존 전통적 신학과 교육에서 제지돼 온 상상력의 재(再)활동은 기독교 인성교육을 위해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섯째로 “<나니아 연대기> 속 여성의 재현된 이미지를 비판하고, 여성 주체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가능성을 볼 수 있다. <나니아 연대기>와 같은 영상문화는 자기-인식이라는 주체성과 관련해 ‘상상력의 거울’의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자신의 문화와 다문화, 자신과 타자, 공통성과 차이성을 탐색할 수 있는 채널”이라며 “이러한 연민의 상상력에 기초한 돌봄의 규범성을 지닌 기독교 교육은 다양성과 차이성을 인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과 다문화 시대의 반권위적 규범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기독교 인성교육을 위한 미디어 혹은 영상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영상 문화는 도덕적으로 인신공격, 언어의 폭력성, 사이버 포르노 유포, 원조 교제, 성매매 등 무책임한 행태를 도출시킬 수 있다”며 “기독교 공동체 역시 이러한 미디어 문화에 노출돼 있으므로, 감각적 상상력만을 자극하는 비윤리적 요소들을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 기독교 인성교육의 과제는 상상력과의 조우를 넘어 영상문화를 비평하고, 영상 문화의 영향력을 직시하면서 ‘생태학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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