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선교연구원 2024 선교포럼
지구촌선교연구원 2024 선교포럼이 ‘넓어진 선교개념 평가와 선교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7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소망홀에서 개최됐다.
지구촌선교연구원(이사장 장승천 목사, 원장 안승오 교수)과 중동성서신학원(원장 김병호 목사) 주최로 열린 선교포럼은 한국에서 열리는 2024 제4차 서울 로잔 대회를 앞두고 논의가 활발한 총체적 선교 문제, 즉 복음전도와 사회봉사(선교) 간의 문제를 다뤘다.
◈넓어진 선교 개념의 출현 고찰
4차 대회, 전도 우선성 약화 우려
‘복음전도의 우선순위’에 초점
‘사회적 책임’ 강조 혼재돼 있어
로잔 ‘운동’ 최대 장점이자 단점
본질 흐려지고, 산만해질 가능성
WCC의 실수 재현하지 말아야
2부 선교 포럼에서 김승호 교수(한국성서대)는 ‘넓어진 선교 개념의 출현에 대한 고찰’에 대해 현대 에큐메니칼 운동(Ecumenical Movement)과 로잔 운동(Lausanne Movement)을 중심으로 발표했다.
김승호 교수는 “지난 3차례 로잔 대회에서 복음전도와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은 동시에 강조됐지만, ‘복음전도의 우선순위(the Primacy of Evangelism)’는 에큐메니칼 운동과 차별되는 특징과 공헌이었다”며 “그러나 4차 대회를 앞둔 현재 로잔 내부에서 ‘전도의 우선성’이 약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1차 대회 때부터 ‘사회적 책임’에 로잔이 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던 그룹이 자신들만의 모임(Caucus)을 갖고 ‘로잔에 대한 우리의 반응(A Response to Lausanne)’으로 불리는 문서를 작성했는데, 이 문서는 ‘세계 복음화’라는 목표를 가진 로잔의 연합정신에 심각한 위협이 됐다”며 “이런 내부 분위기로 2차 대회 ‘마닐라 선언’에서 ‘사회적 책임’이라는 표현은 수 차례 반복됐고, ‘성육신적 선교(Incarnational Mission)’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3차 ‘케이프타운 서약’에서 사회적 책임 이슈는 더욱 발전·강조돼 ‘통전적 선교’ 개념으로 발전했다. 이 같은 로잔의 ‘넓은 개념의 선교’로의 변화는 1차적으로 그 일부 그룹이 자신들의 입장을 꾸준하고 강력하게 주장한 결과였다”며 “3차 대회 신학위원장이었던 크리스토퍼 라이트 같은 일부 복음주의자들도 급변하는 세상에서 인간 삶 모든 영역이 선교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김승호 교수는 “현재 로잔 내부에는 ‘복음전도의 우선순위’에 분명한 초점을 맞추길 원하는 이들과 ‘사회적 책임’이 필수임을 강조하는 이들이 혼재돼 있다”며 “이는 ‘중앙 통제 없는 운동’으로서 로잔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이다. 로잔은 하나의 운동(Movement)이기에, 참여한 다양한 집단들이 자유롭게 자신들의 의제를 강하게 주장하고 관철하려 할 때 본질이 흐려지고, 많은 의제로 운동이 산만해질 가능성과 에너지를 분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인간을 비인간화시키는 진정한 원인은 정치·경제·사회적 요인보다 타락한 인간의 죄성에 있다.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창조주 하나님께 돌아오지 않고서 ‘참된 인간화(Authentic Humanity)’는 이뤄지지 않는다”며 “1948년 WCC가 연합해 복음화를 이루고자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인본주의로 흘러간 실수를 재현하지 않기 위해, 로잔 운동은 ‘복음전도의 우선순위’를 확고하게 붙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예수의 가르침에서 본 확대된 선교 개념 평가
구원보다 세상 샬롬·행복 중시
예수님 가르침 다르거나 왜곡
정의와 평화 중시, 젤롯당인가
인권·환경·복지 운동 전락 위험
부수적 사역 하다 본질 사라져
선교, 모든 것 다 하는 게 아냐
이어 안승오 교수(영남신대)는 ‘예수의 가르침에서 본 확대된 선교 개념 평가’라는 제목으로 “‘확대된(넓어진) 선교 개념’의 이론적 배경 중 하나인 ‘하나님의 선교’ 개념은 하나님 뜻이 세상을 구원으로 이끌기보다 세상 자체를 샬롬과 행복이 넘치는 곳으로 바꾸는 것임을 강조한다”며 “이를 예수의 말씀에 비춰 분석해 보면, 예수의 가르침과 상당 부분 거리가 있거나 왜곡된 측면을 지니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승오 교수는 “하나님의 선교 개념처럼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뜻’이 세상의 샬롬과 행복이었다면, 예수는 당시 기적 행사를 요구하는 군중들의 요청을 들어 줬어야 했다. 그러나 보이는 현상 너머에 있는 근원적 문제, 즉 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예수가 오신 목적이었다”며 “선교 개념을 무한대로 확대하면서 예수를 보내신 가장 핵심 목적인 구령 사역을 상대화시키고 여러 목표 중 하나로 전락시키는 ‘확대된 선교 개념’은 과연 예수의 가르침에 나타난 하나님의 뜻에 부합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안 교수는 “예수의 비유에 나타난 하나님 나라의 본질을 지나치게 정의와 평화 등의 요소로만 보는 것도 예수의 가르침과 맞지 않는다. 아울러 하나님 나라를 ‘이 땅 위의 측면’으로만 보면, 기독교 2천 년 역사 동안 박해받은 성도들은 하나님 나라를 누린 사람들로 보기 힘들 것”이라며 “정의와 평화 등이 하나님 나라의 한 표시는 맞지만, 그것만을 본질로 보려는 관점은 젤롯당과 유사하다. 이러한 본질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면, 하나님 나라 운동은 자칫 인권·환경·복지 운동으로 전락할 위험성을 지닌다”고 우려했다.
그는 “‘넓어진 선교 개념’의 배경이 된 새로운 구원 이해에 의하면, 구원은 영적 행복뿐 아니라 물질적 풍족, 사회적·자연환경적 행복한 구원을 상정한다”며 “이런 떡 문제나 정치적 억압 해결 등의 부분들을 다 포함하는 구원이 아주 매력적이고 설득력은 있지만, 예수께서 주시려 했던 구원과는 분명히 거리가 있지 않은지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끝으로 “‘확대된 선교 개념’은 선교의 본질적 사역과 이를 위한 부수적 사역 모두를 본질로 여겨, 정작 강조해야 할 본질이 사라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전통적·보수적 관점의 해석으로 보일 수 있으나, 예수의 가르침 속 선교는 모든 것을 다 하는 일이 아니라 핵심 목적이 있었다. 기독교 2천 년 역사에서 예수의 말씀과 거리가 멀어진 경우는 대부분 인간의 합리성·현실성 등을 말씀보다 앞세우다 발생했고, 이럴 때 교회가 건강하게 일어서거나 선교의 사명을 능력 있게 감당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정리했다.
◈개혁주의 관점에서 본 총체주의
총체주의, 복음전도 중대성 약화
케리그마 온 세상 알릴 우선주의
파괴된 세상에만 집착해선 안 돼
종말론적 전도 긴박성 의식해야
하나님의 가장 큰 관심과 계획은
죄와 세상 가운데 죽은 영혼 구원
배춘섭 교수(총신대)는 ‘개혁주의 관점에서 본 총체주의에 관한 신학적 고찰’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총체주의는 복음전도를 선교 목적으로 이해했던 교회의 선교에 대한 개념 확장으로, 복음전도의 긴급성과 중대성을 약화시킬 위험성이 있다”며 “총체적 선교는 세상 문화를 교회와 구획화하거나 이분법적으로 분리하는 근본주의적 접근을 탈피하고 교회가 세상에서 영혼 구원뿐 아니라 문화 변혁의 책임이 있음을 드러내지만, 개혁주의 관점에서 비평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들이 있다”고 말했다.
첫째로 ‘케리그마적 관점에서 교회의 선교’와 관련해 “하나님은 여전히 구원 작정에 따라 택한 백성인 교회를 통해 사역을 펼쳐 가시는데, 이는 교회가 하나님의 구원 작정으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케리그마를 온 세상에 알릴 선교적 목적이 있음을 나타낸다”며 “이런 점에서 복음의 우선성을 주장하는 우선주의는 성경신학적으로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고 논증했다.
둘째로 ‘선교의 구원론적 관점’에 대해 “예수님은 사회정치적 구조를 변경하거나 당시 사회 체제를 전복하려 하지 않으셨다”며 “교회는 실천적 차원에서 빈부격차, 식량난과 가난, 교육과 의료활동 등 총체적 사역들을 감당함으로써 심각하게 기울어진 세상의 불균형과 격차를 어느 정도 해소시켰지만, 파괴된 세상의 회복을 위한 사역에만 집착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교회의 본질적 사역은 죄로 인해 파괴된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전도에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점에서, 총체적 사역들은 교회의 복음전도보다 우위일 수도, 동등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나님 나라 신학적 관점’에 관해 “복음전도는 초대교회부터 현재까지 교회가 한결같이 지향해 온 주님의 지상명령이었다. 이는 종말론적 관점에서 하나님 나라가 멸망해가는 이 세상에 있지 않음을 나타낸다”며 “교회는 종말론적 관점에서 복음전도의 긴박성을 의식할 수밖에 없고, 불가시적 하나님 나라를 가시적 이 세상과 동일시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논의를 살필 때, 교회는 총체주의보다 ‘우선주의’라는 신학적 입장에서 복음전도를 위한 선교적 사명을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며 “하나님의 가장 큰 관심과 계획은 죄와 세상 가운데 죽은 영혼들을 구원하시는 데 있기 때문이다. 교회의 목적은 복음전도이기에, 이를 위해 교회는 총체적 선교 사역들을 마땅히 감당하며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 외에 김승학 교수(안동교회)가 ‘목회현장에서 본 선교와 봉사의 관계’를 발표했다. 질의응답 후에는 저널 <선교와 교회> 출판 감사 예식이 진행돼, 원장 안승오 교수의 경과보고 후 고문 김순미 장로(예장 통합 전 장로부총회장)가 축사했다.
1부 인사에서는 이사 김강식 목사(산돌교회) 인도로 이사장 장승천 목사(반석교회)의 인사, 직전 이사장 김홍천 목사(노암교회)가 기도가 진행됐다.
축사에서 김순미 장로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말씀을 들려주셔서 감사드린다. 천하 인간에 구원 얻을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는데, 언젠가부터 다양한 신학과 사상, 선교신학 등이 망라되면서 ‘오직 예수’가 무너지고 선교의 본질과 핵심이 많이 흐려지고 있다”며 “영적으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러한 시대에 귀한 선교 포럼 개최와 선교 저널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김순미 장로는 “20세기 에큐메니칼 운동이 교회의 사회적 참여를 포함한 넓어진 선교 개념을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는 사도 바울처럼 하나님 중심, 교회 중심, 말씀 중심으로 성령의 인도하심에 순종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선교 원리이자 전략인 줄 믿는다”며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그리스도인의 본질은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주님의 지상명령에 따르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