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 Q&A] 복음전도와 사회구원
7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소망홀에서 열린 지구촌선교연구원(이사장 장승천 목사, 원장 안승오 교수) 2024 선교포럼 주제는 ‘넓어진 선교 개념 평가와 선교의 방향’이었다.
여기서 ‘넓어진 선교 개념’이란 잘 사용되지 않던 용어다. 2부 선교 포럼에서 김승호 교수(한국성서대)는 ‘넓어진 선교 개념 출현에 대한 고찰’이라는 주제로 이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간단히 말하면 20세기 후반 생겨난, 더 이상 개종선교를 하지 말자는 소위 ‘선교 모라토리움’으로 대표되는 사회봉사 위주의 ‘하나님의 선교, 에큐메니칼 선교’를 이르는 용어다.
김승호 교수는 “1948년 출발한 세계교회협의회(WCC) 신학과 선교는 전통적 선교 개념과 색깔을 띠었다”며 “에큐메니칼 선교에서 전통적 선교와 다른 ‘넓어진 개념의 선교’로 나아가게 된 주요 시점은 1952년 국제선교협의회(IMC) 독일 빌링겐 대회에서 네덜란드 선교학자이자 WCC 선교부 총무였던 호켄다이크(Hoekendijk)가 주창한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부터였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사실 ‘하나님의 선교’는 서구 교회의 자기반성에서 나온 선교 개념으로, 서구 교회 선교가 제3세계 지역에 대한 서구 제국주의 팽창과 연루된 악을 범했고, 두 차례 세계대전이 많은 기독교 국가들 주도로 이뤄졌다는 반성과 회개 가운데 출현했다”며 “식민지배와 세계대전의 불행이 사람 중심의 교회가 선교를 주도한 결과로, 이제 하나님이 선교의 주체가 돼야 함을 강조한 선교 개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 ‘하나님의 선교’ 개념은 현대 에큐메니칼 선교의 대표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여기서 선교는 하나님의 주권적 행위이자 교회는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도구”라며 “‘하나님의 선교’ 개념에서 선교는 전통적 세상 복음화가 아닌 ‘좋은 세상 만드는 일’이고, 목표는 개종이 아닌 ‘샬롬’이다. 샬롬은 영혼 구원을 넘어 사회참여, 봉사, 정의와 평화 실현, 화해와 인권, 현재적 종말 등과 같은 ‘넓은 개념의 선교’를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1973년 1월 WCC 태국 방콕 대회(방콕 CWME 대회)에서 에큐메니칼 진영은 구원이 내세가 아닌 현재적이어야 하고, 인간 삶의 시대적·역사적 현실(Historical Reality)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구원 개념으로서의 인간화(Humanization)는 사회구조적 악(Demonic Power of Social Structures), 경제적 노예(Economic Slavery), 사회적 불의(Social Injustice), 정치적 독재(Political Tyranny)로부터 인간을 구원하는 개념이다. 여기서 개발신학·해방신학·혁명신학 등 새로운 신학들이 생겨났다”고 했다.
또 “시간이 흐르면서 에큐메니칼 진영은 에든버러 대회에서 정한 세계 복음화라는 목표보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인간이 비인간화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인간화에 초점을 둔 선교로 방향을 틀었다”며 “이 과정에서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수직적 차원(Vertical Dimension)에서의 구원(예수님과 사도들의 가르침과 선포에서 보이는)은 약화됐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수평적 차원(Horizontal Dimension)의 구원이 강조되는 ‘넓은 개념의 선교’로 나아갔다”고 정리했다.
김승호 교수는 “이렇듯 에큐메니칼 진영이 1973년 방콕 대회에서 ‘선교 모라토리움(Moratorium for Mission)’까지 주창하자, 빌리 그래함(Billy Graham), 존 스토트(John Stott), 피터 바이어하우스(Peter P. Beyerhaus), 해롤드 오켄가(Harold John Ockenga), 칼 헨리(Carl Henry) 등 복음주의 진영이 ‘성경적 선교’ 회복을 위해 태동시킨 것이 바로 로잔 운동”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1차 대회가 열린 후 운동이 지속되도록 ‘세계 복음화를 위한 로잔위원회(LCWE)’가 조직돼 세계 복음주의자들의 운동으로 정착되고 네트워크가 형성됐다”며 “1989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2차 대회, 2010년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3차 대회가 열렸고, 한국에서 4차 대회를 앞두고 있다”고 과정을 전했다.
그는 “지난 50년 동안 로잔 운동은 전 세계 복음주의 교회들의 선교를 이끌었다”며 구체적으로 에큐메니칼 운동과 차별되는 특성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Uniqueness of Christ), 복음전도 우선성(the Primacy of Evangelism), 미전도종족 선교(Evangelization of Unreached Peoples), 그리스도의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타종교의 기원과 타종교인들에 대한 기독교인의 임무(Source of Non-Christian Religion and the Christian’s Duty), 전도에서 성령의 사역(The Holy Spirit in Evangelism), 평신도 사역(Ministry of All Believers), 디아스포라 선교(Diaspora Mission), 여성들의 역할(Role of Women) 등을 꼽았다.
안승오 교수(영남대)도 ‘예수의 가르침에서 본 확대된 선교 개념 평가’라는 발제에서 ‘넓어진(확대된) 선교 개념의 주된 특징’으로 ①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선교로 포함하는 경향 ②선교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본질과 핵심이 흐려지는 경향 등 두 가지를 꼽았다.
①에 대해 “확대된 선교 개념의 배경이 된 하나님의 선교, 새로운 하나님 나라, 새로운 구원 이해 등에서는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뜻이 단순한 구령이 아니고, 온 세상에 샬롬과 행복이 넘치게 하는 것이며, 이것이 이뤄진 것이 참된 구원이고 하나님 나라라고 이해하게 된다”며 “즉 개인과 세상의 행복은 단순히 구령의 부수적 결과가 아니라, 그것 자체가 하나님이 추구하시는 선교의 목표가 된다. 즉 사회에서 가난과 구조적인 악이 사라지고, 모든 피조물이 정의롭고 평화롭게 잘 사는 게 곧 선교의 목표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이러한 선교 속에는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어젠다가 선교의 핵심 사항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선교의 목표는 수도 없이 많아지게 된다. 즉 정의·평화·환경·물질·인권 등 세상 모든 문제가 선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른다”며 “이처럼 선교의 폭이 넓어져 모든 것이 선교의 과제와 목표로 등장하면서, 선교의 목표는 세상의 변화와 요구에 따라 계속 변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교회가 1,900년 동안 선명한 목표로 선교를 수행해 왔지만, 확대된 선교 개념에 따라 교회의 선교 목표는 너무 광범위할 뿐 아니라 시대의 요구에 따라 계속 변화되는 문제를 배태하는 형국”이라고 했다.
②에 대해선 “확대된 선교 개념 관점에서 보면, 전통적 선교는 영적 복음과 물질적 복음, 개인 영혼을 위한 복음과 사회 구원을 위한 복음으로 나눠 생각하는 이분법적 복음이자 협소한 개념으로 비칠 수 있다”며 “확대된 선교 개념은 세상을 이롭게 할 모든 과제를 선교에 포함시키면서 △포용성이 높고 △균형감이 있으며 △세계 친화적이고 봉사적으로 보인다. 특히 학자들의 경우 편협하고 한쪽으로 치우치며 세계 친화적이지 못한 신학을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고 했다.
안승오 교수는 “위 도표에서 보듯 넓어진 선교 개념에서는 복음화도 핵심이 아닌, 여러 목표 중 하나가 된다. 다른 과제들도 복음화와 영생을 이루는 방법이 아닌, 다 같은 핵심 목표로 인식된다”며 “하지만 무조건 넓히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자칫 본질과 핵심을 약화시킬 위험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본말전도(本末顚倒)라는 말처럼, 중요한 것과 사소한 것을 바꾸거나 뒤섞는 것은 크게 일을 그르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며 “‘확대된 선교 개념’은 선교의 본질적 사역과 이를 위한 부수적 사역 모두를 본질로 여겨, 정작 강조해야 할 본질이 사라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