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도 신앙도 신용도 출중한 크리스천 돼야죠”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무역금융 산 증인’ 만리현교회 이경래 집사

무역, 금융 실무 위한 저서 발간
무역 거래부터 운송, 결제까지
각 단계 위험 미연에 방지 안내
만리현교회 생활, 신앙 분기점

▲이경래 집사가 책을  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경래 집사가 책을 들고 이야기하고 있다.

국토도 좁고 자원도 부족한 우리나라가 반 세기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오늘날 번영을 누리고 있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수출’을 통해서다. 6.25 직후 폐허 속에서 텅스텐과 가발을 파는 것부터 시작해 오늘날 반도체와 자동차까지,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수출’이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수출 대국’으로의 발전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바지한 인물 중 하나가 이경래 집사(만리현교회)다. 영국 유학을 거쳐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에서 승승장구하며 30년 넘게 우리나라 각종 수출 산업에 ‘신용’을 공급해온 것. 특히 무역보험공사에서는 서울과 전주, 뉴욕, 부산 등에서 지사장을 역임했다.

한국무역보험공사 부산지사장을 끝으로 현직 업무를 마치고 정년 퇴임한 이 집사는 지금 인생의 제2막을 살고 있다. 박사과정을 마치고 국립 순천대학교 초빙교수로 30년간 쌓아온 ‘무역금융 노하우’를 활용해 무역 일꾼들을 길러내면서, 무역협회 전문상담사이자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무역실무 컨설턴트로서 수출 업무 가운데 애로를 느끼는 기업을 찾아가 전 과정을 교육하거나, 수출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등 현직에 있을 때만큼 바쁘게 지내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 수출은 크게 3가지 형태라고 한다. 공장을 건설해 주는 플랜트 사업, 선박 건조, 그리고 기타 각종 물품들이다. 여기서 이 집사는 ‘선박 수출’에 많은 애착을 갖고 있다. 저가 물량 공세의 중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고부가가치, 고기술, 고사양 위주로 수출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

이경래 집사는 “돌아보니 이제까지 각종 선박 총 130여 척, 총 46억 달러 상당의 수출에 수출 신용을 공급했다”며 “수출신용이란 간단히 말해 바이어가 한번에 전액을 납부할 수 없으니 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아 장기간 분납해야 하는데, 그럴 능력이 있는지 심사해 보증해 주고 무역보험으로 상환하지 못할 경우도 대비해 주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집사는 플랜트 사업의 경우에도 총 36억 달러 상당의 수출 신용을 공급해 대금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에서 추진했던 주베일 프로젝트에도 1조 원 정도를 심사할 정도로 그는 우리나라의 굵직굵직한 무역거래의 성사를 위해서 헌신해 왔다.

최근 펴낸 <신용위험 관리로 더 똑똑한 무역거래(무꿈사)>는 각종 물품 무역을 시작하는 이들이나 금융업 종사자들을 위한 책이다.

요즘은 인터넷을 이용해 스마트폰 하나로 외국 물품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보니, 일반 소비자나 작은 기업들도 크고 작은 피해에 노출될 수 있다. 무역계약 체결 거래부터 운송에 이어 대금 결제까지 각 단계마다 간과하기 쉬운 위험 요소들을 소개하고 있다. 안전한 무역거래, 더 똑똑한 국제무역을 위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사례도 다양하다. 신용도가 A+로 최상위권 수입자로 알고 무역계약을 체결했지만 알고 보니 명의를 도용한 경우, 외상거래에서 해커가 수출업자로 가장해 수입자로부터 대금을 가로채는 경우, 물품 운송 중 수입자에게 신용 위험이 발생한 경우, 멀쩡한 수출화물에 클레임을 거는 수입자의 경우 등 무역거래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를 판별하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노하우나 사후 해결하는 방법 등을 설명해 준다.

이 집사는 “신용이 ‘믿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 않나. 책을 통해 신용위험을 인식하고 잘 관리해서, 더 많은 거래를 자신있게 하자는 취지”라며 “인터넷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각종 기초지식들 대신 기본적 내용에 집중했다. 전문서적이지만 술술 읽히도록 썼고, 도표도 많이 넣었다. 무엇보다 30년 무역보험 실무 노하우와 5년간의 대학 강의 경험을 접목했다”고 전했다.

그는 “무역회사 중역들, 은행에서 수출입 업무를 맡은 실무자들이 읽으시면 많은 도움을 얻으실 수 있다”며 “한 은행원은 ‘연수교재에 없는 내용들로 가득차 있어 하루 만에 다 봤다’며 극찬해 주셨다”고 했다.

이경래 집사는 “실무 가운데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런 문제들이 실제로 생겼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원칙’ ”이라고 강조했다.

이 집사는 무엇보다 ‘신용’은 믿음이라는 뜻이 담겨 있지 않나”며 “크리스천들의 기본 바탕도 ‘신용’ 아닐까. 업무를 하다 보면 성경을 들고 오시는 분들이 있다. 자신을 믿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까지 온 것이 하나님 은혜였음도 고백했다. 대학교 때 기독교 동아리에서 활동하다 신앙생활을 처음 접하고 그저 출석만 하다, 가정을 꾸리고 첫 아이가 생긴 뒤 교회를 제대로 다니기 시작했다. 만리현교회에 출석한 건 2005년부터.

이경래 집사는 “만리현교회를 찾은 것이 제 신앙의 분기점이었다. 전에는 충만한 자의식으로 겉에서 볼 땐 그럴듯했지만 속은 파산 상태로 썩어가고 있었다”며 “이형로 목사님의 말씀을 통해 신앙생활에 충실하게 됐고, 인생에 있어서도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실력도 있고 신앙도 출중한 크리스천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에 큰 위로가 됐다고 한다. 그는 “당시 사회생활을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신앙생활에 부담이 컸는데, 목사님께서 ‘사회생활도 잘 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셔서 큰 힘이 됐다”며 “부담을 떨치고 직장생활에 최선을 다하면서 신앙생활도 게을리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무역보험공사 전북지사장 때도 매주 서울에 있는 교회를 빠지지 않았다. 뉴욕지사장으로 있었던 기간만 빼면 전국 어디에 근무하든 만리현교회를 떠나지 않았다. 순천대 교수로 있는 지금도 순천과 서울을 오가며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 집사는 지금도 말씀 묵상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설교 시간에 언급된 시편 말씀에 밑줄을 그어놓은 200여 구절을 골라 매일 20구절 정도를 한글과 영어로 암송하고 있다. 그는 “목사님께서는 말씀을 ‘인생의 돌쩌귀(문짝을 문설주에 달아 여닫는 데 쓰는 두 쇠붙이)’라고 자주 표현하셨다”며 “성경을 따라 사회생활도 신앙생활도 잘 하라는 말씀”이라고 했다.

최근 만리현교회를 은퇴한 이형로 목사는 “당시 크리스천들은 믿음도 있어야 하지만, 그 못지 않게 실력도 있어야 함을 강조했던 것”이라며 “신앙생활만 강조하다 보면 사회에서 선한 영향력을 못 끼치고 사회생활에만 집중하면 신앙생활을 등한시할 수 있는데, 이경래 집사님은 둘 모두를 훌륭하게 해냈던 본보기”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이경래 집사는 “시편에는 ‘감사’와 ‘찬양’의 말씀이 자주 반복된다. ‘감사함으로 그의 문에 들어가며 찬송함으로 그의 궁정에 들어간다(시 100:4)’는 말씀은 교회에서 예배를 시작할 때마다 낭독하는 것”이라며 “예전보다 조금 더 제 안에서 신앙이 작동하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신앙이 좀 더 쉬워진다는 느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끝으로 “최근 힘든 일이 있었는데, 하나님의 충만한 기쁨을 잠시 잊고 환경을 바라보다 그렇게 된 것 같다”며 “바라기는 사는 날 동안 하나님께서 주신 분복을 감사함으로 누리며, 혼자 있든 함께 있든 하나님을 찬양하다 기쁨으로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 하나님을 만나뵙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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