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는 세계 확산되는데, K-기독교는 왜 안 될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한국기독교교육학회 2024 하계학술대회

K-콘텐츠 성공 요인 3가지
우수성, IT 기술력, 속도
문화계 자체 콘텐츠 강화,
교회는 여전히 미국 의존
적응력과 변화 너무 느려
영적 활성화 식어버렸고,
새 시대 콘텐츠 개발 못해
탈세속화, 종교는 역트렌드

▲학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교육학회

▲학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교육학회

한국기독교교육학회(회장 장신근 교수) 2024 하계학술대회가 ‘K-컬처와 기독교교육’이라는 주제로 7월 13일 오전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윤영훈 교수(성결대)가 ‘K-콘텐츠와 기독교교육: K-POP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주제강연을 진행했다. 좌장은 양승준 박사(세종대), 논찬은 전병철 박사(아신대)가 맡았다.

먼저 윤영훈 교수는 K-콘텐츠 성공 요인으로 ‘우수성’을 꼽았다. 그는 “K-콘텐츠의 힘은 독창적·전통적이라기보다 혼성화 또는 융합 능력에서 기인한다. 한류는 한국적 콘텐츠로만 채워진 것이 아니고, 수용자들 취향에 맞게 글로벌한 동시에 로컬한 요소를 배합하고 뒤섞은 이종교배(hybridization)를 통해 가능했다”며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한류는 우리가 재빨리 복사하고 습득한 미국식 생활방식과 문화의 선험적 체험을 전달한 것 아니겠는가”라고 논평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문화는 20년 전 일본을 베꼈지만, 이제 K-콘텐츠 일본 수출은 수입의 100배에 달한다. 한때는 기획사들의 ‘공장식 산물’이라 평가절하당했지만, 외국 평단 분석에 따르면 K-POP은 콘텐츠 자체에 놀라운 매력이 있다는 분석이 상당하다”며 “K-드라마의 한국적 정서가 참신하다는 호응을 얻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최근 K-드라마는 전형성에서 벗어나 구태의연한 러브라인 없이 장르적 미학에 충실하다. 사회적 부조리 고발 콘텐츠는 같은 문제를 공유하는 세계 모든 지역의 공감을 이끈다”고 분석했다.

둘째로 ‘IT 기술력과 디지털 세계화 환경’에 대해 “이전에는 보아나 원더걸스처럼 현지에서 발품을 팔았지만, 2010년 이후 한류는 SNS가 준 선물이고 2020년 이후 팬데믹 사태는 K-콘텐츠의 폭넓은 세계화의 큰 계기가 됐다”며 “K-드라마는 OTT 서비스 호황을 타고 전 세계적 열풍을 이끌었다. 한국 아이돌은 팬들에게 직접 트윗을 보내고 브이로그를 통해 팬들의 사랑을 유지하는 등 IT 기술을 공격적으로 활용하면서, 해외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팬덤’이라는 끈끈한 공동체 형성을 이뤘다”고 전했다.

셋째로 ‘피, 땀, 눈물: K-콘텐츠 열풍의 명과 암’이다. 이에 대해 “‘더 빨리, 더 많이, 더 열심히’ 일한 한국인들의 치열한 삶의 DNA는 문화 산업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오징어 게임> 성공 이면으로 화제가 된 한국의 빠른 제작과 저렴한 제작비는 이 모순을 대변한다”며 “한국의 트렌드 변화 속도는 K-콘텐츠가 세계를 선도할 경쟁력을 부여했지만, 동시에 그 ‘속도의 폭력’에 치이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밖에서 보면 ‘다이나믹 코리아’일지 모르나, 안에서는 ‘오징어 게임’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이 밖에 K-POP이 세계를 사로잡은 힘으로는 △음악의 시각화 △소셜미디어와 팬덤 △메시지 등을, K-POP의 최근 이슈로는 △걸그룹 전성시대 △보이그룹 침체기 △‘초동’ 500만 시대 △K 없는 K-POP 등을 각각 거론했다.

▲윤영훈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교육학회

▲윤영훈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교육학회

윤영훈 교수는 이후 ‘오래된 질문’인 ‘왜 K-기독교는 잘 안 될까’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K-콘텐츠 확산으로 한국교회는 새로운 선교적 기회에 대한 설렘을 가졌다. 너도나도 한류 붐을 타고 한국 기독교의 세계적 확장을 기대했다”며 “로마 시대 도로처럼 최상의 미디어 기술력을 갖춘 한국 선교사들은 어디서든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 한국어를 배우려 하고, 한국 문화에 열광하며, 한국 음식에 호기심을 가진 외국인들이 넘쳐나 현지인 언어와 문화를 배우지 않고도 선교지 활동이 용이해졌다”고 전제했다.

윤 교수는 “굳이 외국에 나가지 않고 찾아오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선교도 가능해졌지만, 요즘 교회의 움직임은 주춤하다”며 “교회는 사실 한국 문화의 세계화에 선도적이었다. 한때 모든 교회가 선교사들을 후원하고 선교저거 비전에 몰입했지만, 현재 한국교회의 선교적 역량은 너무 축소됐다. 기회를 살리기는커녕, ‘생존’이 교회와 기독교 대학과 기관과 선교단체들의 최고 과제가 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 문화계가 대외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콘텐츠를 강화한 데 비해, 한국교회는 여전히 신학적·문화적으로 미국 의존도가 높다”며 “K-콘텐츠의 엄청난 속도감에 비해, 한국교회의 문화 적응력과 변화는 다른 세계를 사는 것처럼 느리다. 신학교에서는 19세기에 만든 과목을 20세기 교수들이 21세기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한국교회는 존재 기반인 영적 활성화가 식어버렸고, 새 시대에 맞는 콘텐츠도 개발하지 못한 채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영훈 교수는 “물론 K-콘텐츠의 지향 가치가 기독교 복음의 근본 정신과 부합하진 않는다. 하지만 문화 상황은 복음을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환경”이라며 “무조건 트렌드를 좇을 필요는 없다. 늘 그 흐름에 역행하는 역트렌드도 존재한다. 탈세속화 시대, 종교는 역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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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중 한 장면. 왼쪽 지영(이유미)은 반기독교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넷플릭스

쏟아지는 문화 홍수 이면,
다른 삶의 가능성과 가치
진솔한 나눔, 창의성 원천
‘사람 살리는 노래’ 필요해
창의적 그리스도인들 제작
콘텐츠 울타리 넘어 전해야

K-POP에서 배우는 방법론
①스타 파워, 매력적 인재 육성
②꼰대와 라떼 넘어 세대간 소통
③송캠프: 협업으로 매력 극대화
④팬덤 구축과 관리: SNS 소통
⑤숏폼 크리스천 콘텐츠 제작

윤 교수는 “1990년대 ‘열린예배’ 같은 문화적 시도가 정답이 될 수는 없다. ‘대중문화 공화국’에서 교회가 보여줄 수 있는 문화적 세련됨이 변덕스런 대중의 입맛을 따라가며 맞추긴 어려울 것”이라며 “하지만 모두가 불편함을 느끼는 치열한 한국사회와 정신없이 쏟아지는 문화 홍수 이면에, 교회는 ‘다른 삶의 가능성과 가치’를 진솔하게 나눌 수 있길 기대한다. 솔직함은 창의성의 원천”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K-콘텐츠 열풍은 절대 일회성이 아니다. 계속 K-POP 히트곡들과 또 다른 <오징어 게임>이 등장할 것”이라며 “문화적 질주 가운데, ‘사람을 살리는 노래와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콘텐츠가 다시 세계화되길 바란다. 그런 콘텐츠를 창의적 그리스도인들이 교회 울타리를 넘어서 전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①스타 파워와 매력적인 기독 인재 육성 ②‘꼰대와 라떼’를 넘어선 세대간 소통 ③송캠프: 협업의 힘 ④팬덤 구축과 관리: SNS 소통 ⑤숏폼 크리스천 콘텐츠 등 ‘K-POP에서 배울 수 있는 기독교 교육 방법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②에 대해 “기독교 교육 방법은 열정을 자극하는 ‘독려’가 아니라 ‘격려’여야 한다. 이는 결과물에 생생한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라며 “아이들은 자신들의 결과물에 대한 평가와 충고에 지쳐 있고, 확신도 약하다. 추상적·관습적 칭찬이 아닌, 철저히 ‘사실’에 근거한 구체적 의미 부여에서 청년들은 큰 효능감과 자존감을 느낀다. 그것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도움”이라고 밝혔다.

▲역트렌드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영화 &lt;리틀 포레스트&gt;.&nbsp;

▲역트렌드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영화 <리틀 포레스트>. 

③에 관해선 “콜라보레이션, 피처링, 밴드, 크루, 레이블 등 현대 음악적 시도들은 뮤지션들의 공동체 의식에서 기인했다. 송캠프와 집단창작은 상호 연대와 협업으로 효율성과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작업”이라며 “기독교 교육에서도 학생들이 공통의 목표와 관심을 위해 각자 재능을 연합한 협업 콘텐츠 메이킹이 요청된다. 취향을 반영한 소그룹 클럽과 공동과제를 통한 활동은 소속감과 모방을 통한 창작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작은 성과들이 효능감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④와 ⑤에 대해선 “기독교 교육에서도 SNS 쌍방 소통의 힘이 필요하다. 그들에게 함께 토론하고 해석하고 공유하는 세계관이 있듯 우리는 기독교라는 거대한 ‘지저스 팬덤’, 복음 ‘덕질’로 이루는 기독교 문화, 연대를 통한 캠페인과 위대한 효능감 등이 있다”며 “오늘날 교회의 가르침은 너무 설명적이고 장황하며 진지하다. 교리적 가치와 도덕적 교훈을 강조하다 보니 솔직하지 못한 형식주의가 지배적이다. 오늘 세대를 위한 기독교 교육 콘텐츠는 △간결하고 △재미와 재치가 있어야 하며 △공감할 수 있는 솔직함이 요청된다”고 제언했다.

이후 분과별 발표에서 안정도 박사(장신대)와 서재덕 박사(호남신대)가 ‘K-POP에 나타난 광야 이미지: 광야신학과 자기초월 관점에서’, 박향숙 박사(서울신대)가 ‘교회 교사교육 패러다임에 관한 연구’, 장윤석 박사(연세대)가 ‘관계 중심 기독교 청소년 교육에서 교사의 역할’, 고수진 박사(영남신대)가 ‘K-컬처 시대, 성인의 기독교인 정체감을 재형성하는 교리교육’, 김재현 박사(계명대)가 ‘기독교적 죽음 교양 교육 방안 제시’, 이성아 박사(한국성서대)가 ‘생성형 AI의 교육적 활용에 대한 최신 경향 연구 분석’, 남선우 박사(열림교회)가 ‘프로젝트 기반 생성형 AI 활용 교회교육 프로그램 개발: 청소년 수련회를 중심으로’, 강영택 박사(우석대)가 ‘규암 김약연과 명동 마을교육공동체’ 등을 발표했다.

특히 온라인 개최의 장점을 살려 벨기에 루뱅대 다이안 박사(Diane du Val d’Epremesnil)가 ‘벨기에 RE 과정의 맥락과 과제(Context and Challenges of the Belgian RE Course)’에 대해 시차를 반영해 오후 3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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