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유대인에 대한 성경적·기독교적 시각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기독교 시온주의 과거, 현재, 미래

기독교 시온주의 기원·계보 추적
시대 초월 유대 민족 중동 위치한
옛 조국에 성경적 권리 갖고 있단
믿음 고수하는 기독교 운동 정의

갱신주의적 기독교 시온주의
세대주의적 전천년설 거부
정통적 전천년설 받아들여
유대인과 그리스도인 사이
유대감 조성하려는 움직임도
쇼파르 불고 초막절 기념 등

▲이스라엘 지도와 성경 속 예수님이 예루살렘·갈릴리 호수와 함께하는 르네상스풍 그림을 주문했더니 마이크로소프트 Bing AI인 Copilot가 제작한 그림. 가자지구나 백투 예루살렘 운동에 대한 주문에는 ‘content policy’와 충돌하지 않는지 확인 중이라며 제작을 거부했다. ⓒCopilot

▲이스라엘 지도와 성경 속 예수님이 예루살렘·갈릴리 호수와 함께하는 르네상스풍 그림을 주문했더니 마이크로소프트 Bing AI인 Copilot가 제작한 그림. 가자지구나 백투 예루살렘 운동에 대한 주문에는 ‘content policy’와 충돌하지 않는지 확인 중이라며 제작을 거부했다. ⓒCopilot

기독교 시온주의의 역사
도널드 M. 루이스 | 홍수연 역 | 새물결플러스 | 632쪽 | 35,000원

지난해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해 많은 사상자 및 피랍자 등이 발생한 이후, 이스라엘은 하마스 소탕 작전을 진행하면서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지중해 연안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기독교인들은 성지의 땅과 성경의 주인공인 이스라엘 민족에 대체로 우호적이다. 서구를 휩쓸었던 반유대주의는 찾아보기 힘들고, 주변국의 외침이 반복된 역사와 크지 않은 국토, 인재가 주 자원인 점 등 한국과 이스라엘 양국은 공통점도 많은 상황.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은 종말의 때 그 땅, 가나안에서 물리적 ‘회복’이 일어나는가와 맞물린 ‘백투 예루살렘’ 운동, ‘제3성전 건립’ 운동 등 성경과 기독교 신학의 ‘종말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팔레스타인과의 전쟁을 비롯해 중동 이슬람 국가들에 둘러싸인 유일한 비이슬람 국가로서 이어지는 분쟁과도 연관이 있다.

이러한 가운데 기독교 시온주의 운동의 기원과 계보를 추적함으로써 기독교 시온주의의 역사에 대한 개요를 제공하는 책 <기독교 시온주의의 역사>가 발간됐다.

캐나다 밴쿠버 리전트 칼리지 교회사 교수와 학장을 역임한 도널드 M. 루이스(Donald M. Louis)는 “기독교 시온주의는 정치적 면을 지니고 있지만, 그 의미는 복합적이고 그다지 단순하지 않다”며 “기독교 시온주의 신앙의 기저에 깔린 신학적 근거는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변화했기 때문에 그 역사를 추적하기란 더욱 어렵다”는 말로 문을 연다.

기독교 시온주의의 여러 정의들을 소개한 뒤, 저자는 “시대를 초월하여 유대 민족이 중동에 위치한 그들의 옛 조국에 대해 성경이 위임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믿음을 고수하는 기독교 운동”으로 자신만의 정의를 내리면서 시작한다.

저자는 기독교 시온주의(회복주의)가 종교개혁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개신교 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요소였고, 기독교 국가들과 유대인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쳐 왔다고 주장한다. 성경이 예언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회복’은 단순히 유대인이나 그 땅, 심지어 예언에 대한 기독교의 이해에 관한 것이 아니라, 주로 일부 개신교 신자들이 그들의 정체성을 어떻게 만들어나가고 실행했는지에 관한 것이라는 말이다.

‘그 땅’을 회복해야 한다는 ‘시온주의’는 영국이 유대인들의 조국 수립을 지원하기로 약속한 1917년 11월의 ‘밸푸어 선언(Balfour Declaration)’ 이후 1945년까지도 전 세계 유대인들 사이에서 소수 견해였다고 한다. 그러나 홀로코스트로 유대인들 마음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그 땅’에 이스라엘이라는 ‘세속 국가’가 결국 탄생하게 됐다. 여기서 미국 등 ‘기독교 시온주의자들’의 지지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잔혹함을 규탄하고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집회가 서울 중심가인 광화문에서 열리던 모습. ⓒ크투 DB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잔혹함을 규탄하고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집회가 서울 중심가인 광화문에서 열리던 모습. ⓒ크투 DB

1-5장에서는 초대교회 교부부터 종교개혁자들, 영국과 미국 청교도, 독일 경건주의자들 등에서 나타난 초기 시온주의적 경향을 다루면서, 기독교 사상가들이 세대주의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유대인과 그들의 땅이 하나님의 목적에 어떻게 부합하는지에 대해 토론하면서 유대인들이 기독교로 대량 개종할 것이라 믿었음을 보여준다.

19세기부터 실제 이스라엘 건국까지 이어지는 6-11장에서는 미국과 영국에서 본격화된 ‘기독교 시온주의’에 대해 살펴본다. 여기서 저자는 시온주의를 지지하는 일부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이 팔레스타인 땅에 대한 예언을 성취하는 역할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유대인 개종은 미래 어느 시점에 일어날 것이라면서 유대인 전도에 덜 헌신하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을 곁들인다.

이를 통해 기독교 시온주의가 정치 운동으로 변모하고, ‘국민 없는 국가를 국가 없는 국민에게(돌려주자)’는 슬로건을 중심으로 결집해, 결국 1948년에 이스라엘 국가 수립에 기여한 과정을 치밀하게 다루고 있다.

12-15장은 이스라엘 건국 이후 미국에서 전성기를 이루고 전 세계로 퍼져가는 기독교 시온주의 운동에 대해 소개했다. 기독교의 중심이 북대서양 세계에서 글로벌 남반부로 이동하면서, 기독교 시온주의 운동은 비서구권 세계에서도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기독교 시온주의는 칼뱅주의에서 개신교와 가톨릭을 모두 휩쓴 다음, 오순절 교회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

▲2023년 11월 14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이스라엘 지지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이스라엘 국기를 두르고 행진하고 있다.  ⓒ크투 DB

▲2023년 11월 14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이스라엘 지지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이스라엘 국기를 두르고 행진하고 있다. ⓒ크투 DB

기독교 시온주의에 대한 비판
성경적 근거 의문 제기하거나
중동 영토 분쟁 야기 원인으로
‘기독교 성지’는 불가능 지적도

기독교 시온주의, 반문화 운동
다양한 지지층의 강력한 관심
종교적 문제, 세속 사회 기대한
패턴과 모순되는 방식 공론화

오늘날 ‘갱신주의적 기독교 시온주의’에서는 세대주의적 전천년설을 대체로 거부하고 상당수는 정통적 전천년설을 받아들이며, 유대인과 그리스도인 사이의 유대감을 조성하고 상징화하려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오순절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예배 때 쇼파르(양각나팔)를 불고, 초막절 같은 유대인 축제를 기념하는 등 이스라엘을 주제로 한 종교의식을 도입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독교 시온주의를 비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 자체의 성경적 근거에 의문을 제기하는 복음주의 성경 주석가들도 있고, 팔레스타인과의 영토 분쟁을 야기한 주 원인이라는 비판도 있다. 특히 N. T. 라이트(Wright)는 이스라엘의 언약적 축복이 이미 기독교 교회 전체로 전이(tranference)됐으므로 ‘기독교 성지’ 신학은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한다.

▲&lsquo;그 땅&rsquo;의 중심, 예루살렘 전경. ⓒ픽사베이

▲‘그 땅’의 중심, 예루살렘 전경. ⓒ픽사베이

저자는 논의를 마무리하면서 “기독교 시온주의 운동은 전 세계의 다양한 지지층으로부터 강력한 대중적 관심을 받고 있고, 유대인과 그리스도인의 관계, 국제 정치, 무슬림과 그리스도인의 관계 등 많은 분야에 영향을 미칠 만큼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기독교 시온주의는 여러 면에서 매우 반문화적 운동이다. 종교적 문제를 세속 사회가 기대하는 패턴과 모순되는 방식으로 공론의 장에 끌어내기 때문”이라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기독교 시온주의는 매우 복잡한 역사를 갖고 있고, 지난 500년에 걸쳐 매우 다른 신학적 틀 및 예언적 관점과 연관돼 왔다. 그리고 그것을 수용하는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계속 변모하고 있다”며 “복음주의자들이 성경의 권위를 중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래의 복음주의자들은 그 신학이 온전한 성서신학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특정 역사적 배경과 성경 해석을 통해 생겨나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설득력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것인지 심도있게 조사할 개연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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