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뒤집은 2심 판결 그대로 인정
동성 커플 사실혼 관계 인정?
합리적 이유 없이 불이익 주장
성적 지향 이유로 차별 행위
인정해도 많은 숫자 증가 없어
대법관 4인은 반대 의견 펼쳐
동성 간 결합은 혼인관계 실질
존재 어렵고 실체적 하자 없어
평등원칙 위반? 입법으로 교정
‘동성 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 주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최종 판결이 나오면서, 국가적 차원의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대법원 다수 법관들은 헌법이 인정하지 않는 동성 2인의 ‘혼인관계’를 사실혼이라고 인정하는 황당한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인해 향후 동성 커플뿐 아니라 ‘각종 동반자 관계’를 모두 인정해 달라는 줄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7월 18일 오후 원고 소성욱 씨(32)가 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을 상대로 ‘피부양자 등록 취소가 부당하다’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2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날 “피고가 이성(異性) 동반자와 달리 동성 동반자인 원고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원고에게 불이익을 줘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9명의 대법관들은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통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 집단에 대해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도, 동성 동반자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하고 있다”며 “이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성 동반자도 ‘동반자’ 관계를 형성한 직장 가입자에게 주로 생계를 의존하여 스스로 보험료를 납부할 자력이 없는 경우,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같이 피부양자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령에서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에서 배제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는데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이라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 행위이고 그 침해의 정도도 중하다”고도 했다.
또 “동성 동반자에 대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 준하여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문제와 민법 내지 가족법상 ‘배우자’의 범위를 해석·확정하는 문제는 충분히 다른 국면에서 논의할 수 있다”며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한다고 이들의 숫자가 불합리하게 증가하거나,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을 유의미하게 해친다고 볼 수 없다”고 섣불리 예단했다.
보험료 부과 처분에 사전 통지를 거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존재해 위법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피고는 이 사건 처분에 앞서 원고에게 행정절차법 21조 1항에 따라 사전 통지를 하거나 의견 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본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의 잘못이 없다”고 했다.
반대 의견을 남긴 이동원·노태악·오석준·권영준 대법관 등 4인은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배우자’는 이성 간 결합을 본질로 하는 ‘혼인’을 전제로 하는데, 동성 간 결합에는 혼인관계의 실질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관들은 “이 사건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본 부분은 동의하나,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본 부분은 동의할 수 없다”며 “설령 배우자 외 동성 동반자까지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는 법률이 헌법상 평등 원칙에 위반되더라도, 이는 입법이나 위헌법률심판 제도로 교정해야 할 대상”이라고 했다.
남성 소성욱 씨와 김용민 씨(33)는 지난 2017년부터 동거하다 2019년 결혼식을 올렸고, 소 씨는 2020년 2월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김 씨의 피부양자로 등록했다. 그러나 그해 10월 건보공단은 ‘착오’라며 등록을 취소하고 소씨에게 건강보험료를 부과했다. 소씨는 ‘피부양자 인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에 소 씨와 김 씨는 자신들이 동성 커플이라는 이유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며 건보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이성 간 사실혼 배우자만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며 소 씨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2심은 원심을 파기하고 소 씨의 손을 들었다. 사실혼 성립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건보공단의 처분은 합리적 이유 없이 동성 동반자인 원고를 사실혼 배우자와 차별해 평등 원칙을 위반했다는 해괴한 논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