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맛 복음을, 새로운 맛 복음으로”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복음의 기쁨’ 전하는 배준영 목사 (上)

▲복음과의 ‘결정적 만남(crucial encounter)’ 이후 샘솟는 기쁨을 날마다 느끼고 있다는 배준영 목사는 책 시작부터 “이 책 제목에는 대략 백만 개 정도의 느낌표가 생략돼 있다. 그래서 이 제목을 읽을 때는, 벅찬 감격에 떨리고 격앙된 목소리가 담겨 있어야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다”며 “불치병에 걸린 연인을 마침내 낫게 할 희귀한 치료제를 구해서 돌아가는 이의 목소리처럼”이라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복음과의 ‘결정적 만남(crucial encounter)’ 이후 샘솟는 기쁨을 날마다 느끼고 있다는 배준영 목사는 책 시작부터 “이 책 제목에는 대략 백만 개 정도의 느낌표가 생략돼 있다. 그래서 이 제목을 읽을 때는, 벅찬 감격에 떨리고 격앙된 목소리가 담겨 있어야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다”며 “불치병에 걸린 연인을 마침내 낫게 할 희귀한 치료제를 구해서 돌아가는 이의 목소리처럼”이라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Q: 이미 복음을 알고 있는데, 굳이 이 책을 또 볼 필요가 있을까?
A: 오히려 좋아!

말랑말랑한 영화나 소설 제목이 떠오르는 책 <복음을 들고 너에게 갈게>는 그 옛날 성경의 언어를 20세기 부흥하던 한국교회의 언어도 아닌 ‘입구 컷, 내비게이션, 소개팅’ 등 2024년 오늘 젊은이들의 언어를 사용해 ‘번역’함으로써, 복음을 처음 만나는 이들과 어느덧 식상해진 것만 같은 복음을 다시 기쁨으로 누리려는 이들 모두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은 복음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들의 손에 먼저 들려야 하지만, 책 속 ‘복음 재검 문진표’를 체크하다 보면 이미 그리스도인이 된 이들도 읽어야 하는 책임을 알 수 있다. ‘좋은 건 한 번 더!’ 좋은 영화는 ‘n차 관람’하듯, 좋아하는 아이돌 영상을 보고 또 보며 ‘덕질’하듯. 복음 역시 들으면 들을수록 더 좋은 것이고, 알면 알수록 이 기쁜 소식을 능수능란하게 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 배준영 목사는 PK(목회자 자녀)였지만 27살에서야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고 한다. 하나님을 알아가는 것이 너무 기쁘고, 그 하나님이 좋고, 하나님이 좋아하시는 일을 하는 것이 더욱 좋아져 목사가 됐다. 분당우리교회, 더사랑의교회, 나눔교회를 거쳐 서울 동작구 동광교회(담임 손기도 목사)에서 청년부에 이어 목양 기획, 교구 담당 목사로 섬기는 젊은 목회자다. 현재 후배 목회자들을 위한 ‘목력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첫 책이지만 한 달여 만에 2쇄를 찍을 만큼 반응이 좋다. 배 목사의 이야기는 두 차례로 나뉘어 연재된다.

10년간 300여 명에게 복음 전해
27세 돼서야 하나님 찐하게 만나
복음 잘 알려주려 신대원 입학해
들으면 들을수록 감격하는 복음

-책을 내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나눔교회 청년 사역자 시절, 담임인 조영민 목사님께서 ‘블로그를 하라’고 권유하셨습니다. 다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할 때여서, ‘요새 누가 블로그 합니까?’라고 반문했더니, SNS에 대한 반작용으로 의미 있고 긴 글을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일대 일로 만나서 가르쳤던 복음에 대해 쓰기 시작했어요. 교회에서 직분자들, 집사님과 권사님들도 복음에 대해 잘 모른다는 느낌이 드는 분들을 모아서 ‘복음반’을 만들어 가르쳤던 내용들을 적기 시작했어요. 책을 내려고 했다기보다,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난 10년간 300여 명을 만나 일대 일로 복음을 전했습니다. 당시에는 툭 치면 쏟아져 나올 정도로, 현장에서 전하는 복음에는 익숙해져 있었거든요. 프롤로그부터 한 편씩 쓰기 시작했는데, 고상섭 목사님이 읽고 좋게 보셨는지 여기저기 추천을 해 주셨고, 책으로 나오게 됐습니다. 원래 350쪽 분량이었는데, 100쪽 가까이 줄였습니다.”

▲복음을 들고 너에게 갈게(배준영 | 생명의말씀사 | 248쪽 | 18,000원).
▲복음을 들고 너에게 갈게(배준영 | 생명의말씀사 | 248쪽 | 18,000원).

-‘기쁨’ 때문에 책을 쓰게 되셨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목회자 아들이었지만, 스물일곱 때서야 예수님을 찐하게 만났습니다. 그때 저는 청년부 회장이었는데, 안수집사님 아들 한 명이 당시 청년부 목사님을 목회적으로든 관계적으로든 많이 괴롭혔어요. 너무 답답한 마음에, 밤에 혼자 교회에 찾아가서 한참을 혼자 기도했어요.

그 친구를 막 저주하면서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서 이런 마음을 주시는 거예요. ‘너는 내가 안 기다려줬니? 네가 가서 섬기렴.’ 제가 얼마나 큰 죄인인지를 깨닫게 하시고, 그런 저를 위해 예수님께서 그 모든 것들을 감당하셨다는 마음을 강하게 주셨어요. 너무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너무 기뻤어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소름이 끼쳐요(웃음).

그래서 이 은혜가 너무 커서 평생 갚으면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고, ‘나를 향한 주의 사랑’ 찬양을 1시간 동안 부르면서 기도했어요. 그런데 받은 은혜가 너무 커서, ‘못 갚겠는데?’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라는 찬송가 가사의 의미가 너무 실감나게 다가왔어요. 나중에 보니 6시간 동안 그 찬양 한 곡을 부르고 있었더라고요.

‘이제 평생 하나님만 즐거워하면서 살게요’ 하고 고백하는 동시에, 너무 화가 났어요. 이걸 왜 이제야 알았나 싶어서. 왜 누군가 나를 붙잡고 이 은혜를 알려주지 않았나 싶어서, 과거에 저를 지도했던 목사님들을 정말로 찾아가고 싶었어요(웃음).

아무튼 제가 알게 된 이 복음을 잘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신대원에 입학했고, 신대원에서 복음에 대해 더 깊이 들으면서 너무 감격스러웠죠. 복음은 처음에 한 번 경험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을 알면 알수록 그분을 더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경험했어요.”

▲죄인에서 의인이 되는 과정을 간단히 나타낸 일러스트. 책에는 실리지 않았다. ⓒ배준영 목사 제공

▲죄인에서 의인이 되는 과정을 간단히 나타낸 일러스트. 책에는 실리지 않았다. ⓒ배준영 목사 제공

이미 안다며 듣지 않으려 하지만
들을수록 선명해지고 기쁨 넘쳐
청년들에겐 논리와 연결 중요해
알지만 설명 못한다? 파편화 탓

-신대원 시절부터 복음의 기쁨을 나누고 전하신 거네요.

“분당우리교회 청년부 전도사 시절 세례식에서 한 간호사 청년이 세례를 받는데, 눈물 콧물 흘리면서 세례를 받는 모습을 보게 됐어요. 그때 ‘원래 예수 믿는다는 게 이렇게 감격스러운 일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나단 에드워즈도 <신앙감정론>에서 ‘믿음과 감정은 떨어뜨릴 수 없다’고 이야기해요. 그런데 왜 많은 성도들이 지금은 이런 기쁨과 감격을 못 느끼는지 의구심이 있었어요.

이후 더사랑의교회 중등부를 맡았는데, 중학생들은 학습 문답 후 세례나 입교를 받아요. 보통 ‘구원의 확신이 있느냐’고 물으면 ‘예’라고 답하는데, ‘왜 확신하느냐’고 물으면 제대로 답을 못해요. 다들 모태신앙이고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녔는데, 대부분 비슷해서 심각성을 느꼈어요.

그래서 이 아이들에게도 복음을 다시 가르쳐야 했고, 이 과정을 가는 곳마다 계속 했어요. 나눔교회에서도 청년 새가족반을 직접 맡아서 복음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시작할 수 있도록 했어요. 이곳 동광교회에 와서도 사역지마다 복음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하는 성도님들을 불러 모아 ‘복음반’을 모집해서 가르쳤어요.

이렇게 한 10년 가까이 반복했는데, 오히려 제 안에는 기쁨이 더 커졌어요. 제가 복음에 대해 이야기하면, 성도님들은 ‘이미 다 알고 이미 구원받았다’며 교육을 받지 않으시려고 해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알지만 열 번, 백 번 반복할수록 제 안에 복음이 더 선명해지고 분명해지고 기쁨이 넘치는 걸 경험했거든요. 일단 제가 너무 기쁘니까, 다른 사람들도 이것을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복음 재검 문진표.

▲복음 재검 문진표.

특히 청년들에게는 ‘논리’가 중요해요. 하지만 조직신학적으로 ‘A는~ B는~ C는~’ 식으론 설득이 안 돼요. 설득할 수 있는 이야기 형식으로 쭉 논리적으로 이어져야 해요. 현장에서 부딪혀 가며 반복하다 보니, 제 안에서 링크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어요. 제가 책에 쓴 예화들도 링크들도 순서들도 실제 현장에서 다 만들어졌어요. 설교도 1년에 52회밖에 할 수 없으니, 어떻게든 복음을 전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이 책은 1차적으로 불신자들을 위해 썼지만, 한편으로는 교회 안에 있지만 복음에 대해 명확하게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썼어요. 직분자들도 다시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책이 나오고 보니 블로그보다 더 많은 분들께 복음이 알려지는 것 같아서 좋고, 제 안에 기쁨이 흘러넘쳐 그분들을 도와드릴 수 있어서 좋습니다.”

-복음을 이미 받아들이고 믿는데도, 왜 목회자들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까요.

“파편화돼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예수님에 대해, 복음에 대해, 하나님의 계획에 대해 조직신학적·성경신학적으로 많이 배워요. 하지만 목회자들에게 이것들을 현장에서 연결시킬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요즘은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 등으로 다 포괄할 수 있겠지만, 성경의 전체 이야기 속에서 하나님이 하신 일들을 엑기스처럼 뽑아내서 설명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아요.

이 성경 전체 이야기 속의 큰 그림이 없다면, 믿지 않는 사람이 예수님을 만나 거듭나고 영적으로 다시 태어나 훈련을 받고 점점 자라면서 장성한 분량에 이르러 동역자로 세워지기까지 복음에 대한 논리적 연결을 잘 만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목회자들도 일반 학부를 나왔다면, 신대원 3년 만에 조직신학 등 각종 신학을 배우기 바쁘다 보니, 교회 사역을 하면서 성경 전체 이야기를 복음으로 정리할 시간이 다소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자연 만물을 보고 하나님의 존재를 느끼는 모습을 &lsquo;짤&rsquo;로 표현한 모습.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자연 만물을 보고 하나님의 존재를 느끼는 모습을 ‘짤’로 표현한 모습.

사영리에 ‘하나님’ 설명 더해
하나님에 대한 지식 부족하면
기대 사라지니 기복신앙 빠져
삶에서 하나님의 사랑 넘쳐야

-책에서 전하는 복음이 우리가 아는 ‘사영리’와 비슷하다고 보면 될까요.

“다소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다섯 번째로 ‘신자의 삶’이 첨가되는 등 다른 부분도 있죠. 저도 사영리로 가르쳐 봤지만, ‘하나님’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그냥 넘어가는 부분이 다소 아쉬웠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에 대해 특별한 뜻을 갖고 계십니다. 그런데 하나님과 당신 사이가 죄로 인해 끊어졌어요’ 하고 넘어가 버려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안다고 전제하는 거예요.

그런데 대부분의 전도 대상자들은 하나님이 누구신지, 어떤 분이신지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 없습니다. 그들이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아야, 그분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을까요? 왜 하나님과 같이 있어야 행복한지, 왜 그분께 돌아가야 하는지 설명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복 주십니다’라고 하면, 기복신앙으로 갈 수밖에 없겠죠.

‘하나님을 믿으면 복을 받는데, 우리 상태는 죄로 인해 하나님과의 관계가 끊어졌다. 이 죄 문제를 해결하려면 예수님을 믿어야 한다.’ 이렇게 가야죠. 로이드 존스가 책 <회개>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나의 현재 상태와 하나님에 대한 이해 없이, 자신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예수님을 믿을 수 없어요.

<고백록>의 아우구스티누스도, <천로역정>의 존 번연도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먼저 고민했잖아요. 이것 없이 ‘예수님 믿고 복 받자’로 넘어가는 건 진짜 복음이 아니죠. 그렇게 믿으니 ‘예수님 믿는데 왜 복을 못 받나요?’, ‘내가 그분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많이 바쳤는데, 왜 나를 도와주지 않나요?’ 이렇게 돼 버리겠죠.

저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 하나님이 얼마나 좋은 분이신지, 하나님이 왜 우리를 사랑하시는지, 아니 왜 너를 사랑하실 수밖에 없는지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하나님의 사랑이 넘쳐 흐른 결과가 바로 나 자신임을 알려줄 수 있고, 그걸 알려줬을 때 그분들이 하나님 사랑을 더 확실히 느끼게 됩니다.”

▲동광교회 새가족실에서 만난 배준영 목사. ⓒ이대웅 기자

▲동광교회 새가족실에서 만난 배준영 목사. ⓒ이대웅 기자

복음 자체는 달라질 게 없지만
의미 있으려면, 오늘날 언어로
마이클 리브스와 스프로울처럼
제목에 느낌표 백만 개 생략돼

-‘아는 맛 복음을 새로운 맛 복음으로’라는 슬로건이 인상적입니다. 일상 속 단어들과 ‘요즘 언어’를 잘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추천사의 공통된 내용입니다.

“이건 책 내용은 아니고 출판사에서 카피로 뽑아 주셨는데(웃음), 이정규 목사님 추천사에서 따온 것 같아요. 저도 동의하는 것은 복음은 주님이 오실 때까지 달라질 게 전혀 없지만, 이것이 의미가 있으려면 오늘날의 언어로도 적실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복음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있어도, 들려야 한다는 거죠.

저는 마이클 리브스와 R. C. 스프로울 교수님의 저서들을 좋아해요. 특히 스프로울 교수님의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많은 충격을 받았어요. 너무 쉽게 읽혔기 때문이에요. 아는 게 너무 많고 탁월하신 분인데, 이웃집 아저씨나 삼촌이 이야기하듯 너무 쉽게 이해가 됐어요. 리브스 교수님의 책 예화는 찰떡같이 탁탁 달라붙었어요.

심지어 고상섭 목사님은 ‘이 시대의 <기독교의 기본 진리(존 스토트의 대표작)>가 될 책’이라고 써 주셨는데, 너무 과하다는 생각에 그날 밤 12시 넘어서까지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어요(웃음). 왜 그렇게 쓰셨냐고 했더니, <기독교의 기본 진리>는 정말 좋은 책이고 그 시대 많은 분들이 읽었지만, 표현이나 예화 등이 오늘날 젊은이들에게는 와 닿지 않는다는 말씀이셨어요.

책 속 삽화도 블로그 시절 직접 그려넣었던 것들이에요. 요즘 젊은이들이 알 만한 ‘짤’들을 차용해서 좀 더 장난스럽게 그렸어요. 요즘 활자를 두려워하니, 쉼표가 좀 있었으면 해서 일부러 그림을 넣었죠. 사진으로는 제 의도를 100% 표현할 수 없어서, 직접 그려야 했어요. 책에는 너무 키치한 건 제외하고 70장 중 50장 정도 넣었어요. 사실 어머니가 화가이셨고, 저도 중학교 때까진 미술을 했어요. 경제 형편 때문에 쌍둥이 형만 계속 했고요.”

▲책에 넣지 못한 &lsquo;짤&rsquo;. 배 목사가 직접 그렸다.
▲책에 넣지 못한 ‘짤’. 배 목사가 직접 그렸다.

본질적 사랑 갈망 변하지 않아
SNS 등 질문 회피할 구멍 늘어
고민 생긴 순간 스마트폰 열어
복음에 있어서 가장 큰 방해물

-10년 동안 청소년과 청년들의 질문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또는 어떤 부분을 설명할 때 가장 민감한가요.

“질문이 크게 다르진 않아요. 안 믿는 친구들은 거듭나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면 하나님이 진짜 계신지, 예수님이 어떻게 부활하셨는지 등이죠. 예수님께서 왜 굳이 마리아의 아들로 와야 하는지 하는 질문은 좀 재미있기도 하고, 이런 질문들을 통해 저도 내용을 보완하게 돼요.

복음이 변하지 않듯, 본질적 사랑에 대한 갈망도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성경 말씀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의미하고 적실성 있다는 것이, 사람이 안 변한다는 거예요. 그 당시에도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었지만, 지금도 마찬가지죠.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은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자기 안에서만 행복을 찾으려 하죠.

단, SNS나 쇼츠 등 예전보다 그런 본질적 질문을 회피할 수 있는 구멍들이 더 많아졌어요. 요즘은 좀처럼 진지한 고민을 하려 하질 않아요. 저만 해도 어렸을 때 내 존재에 대한 고민을 괴로워하면서 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삐삐 세대였으니, 도피처가 별로 없었어요(웃음). 하지만 지금은 고민이 생기는 순간 인스타그램을 열죠. 고민 자체를 좋아하지 않아요.

▲책에 넣지 못한 &lsquo;짤&rsquo;. 배 목사가 직접 그렸다.
▲책에 넣지 못한 ‘짤’. 배 목사가 직접 그렸다.

책 중간중간 ‘고민의 여백’을 넣은 것도, 지금 바로 고민해 보라는 거예요. 복음을 나눌 때 ‘집에 가서 고민해 와’ 하면 안 해와요. 고민하는 건 괴로우니, 순간적으로 유튜브나 SNS를 보면서 회피해요. 심심한 걸 못 참죠.

저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마트폰을 켜고 싶어져요. 그래서 저는 ‘구글 타이머’를 써요. 어딘가에 집중해야 할 때는 흔들리지 않으려고 그걸 켜놓아요. 설교를 준비할 때도 고민하려 하면 스마트폰을 보고 싶다는 욕망이 들어오죠. 젊은이들은 저보다 훨씬 스마트폰에 익숙하니, 복음에 있어서는 가장 큰 방해물이 아닐까 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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