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가자 전쟁 300일, 인도주의 활동 방해 심각”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이스라엘, 잦은 이전 명령과 공격에 구호 단체 직원 사망

▲과거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로 대피한 가정에서 나무 땔감을 태워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과거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로 대피한 가정에서 나무 땔감을 태워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하마스의 기습 침공으로 초래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이 300일째를 맞이한 가운데, 인도주의 활동이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다고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이 우려했다.

인도적 지원을 위해 지정된 구역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강화되고, 국경이 폐쇄되거나 기능을 못 하게 되고 있다는 것. 이에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7월 30일 인도주의 단체 20곳과 가자지구 인도주의 활동 경험을 기반으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7월 13일 세이브더칠드런 현지 파트너 NGO 워 차일드(War Child) 소속 팔레스타인 직원 두 명이 사망했으며,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지역 공습으로 다른 직원 한 명이 다치고 자녀 네 명이 사망했다. 액션 에이드(Action Aid) 직원의 집은 폭격을 당해 딸 네 명이 사망했고, 해당 직원은 치명상을 입고 여전히 위독한 상태다.

짧은 시간에 주민들에게 대피를 명령한 후 폭격을 감행하면서 민간인 피해가 커지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중부에서 피난민을 수용한 학교가 공격을 받아 최소 30명이 사망했고, 남부 칸유니스와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 발생한 공습으로 나흘간 19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실향민이 됐다.

칸유니스에서만 73명이 사망하고 270명이 다쳤다. 유엔은 이스라엘군이 출입금지를 지정한 지역이 가자지구 전체의 80%를 넘고, 190만 명의 실향민들이 불과 17% 지역에 갇혀 있다고 밝혔다.

구호단체에 대한 잦은 공격과 국경을 통한 보급품 진입 지연으로 인도주의 위기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가자지구 진입 승인을 마친 구호단체 보급품 트럭이 케렘 샬롬으로 불리는 남부 카람 아부 살렘 국경검문소에서 대기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과 물자 부족으로 인한 약탈 위협이 커지면서 몇 주간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엔 보급품에 의존하는 대다수 의료기관에 주요 의약품이 제때 도착하지 못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민간 업무 조직인 민간협조관(COGAT)이 온도 조절 가능한 폐쇄형 트럭 진입을 거부해, 냉장차에 실린 필수 의약품은 반입이 거부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최근 한 달여 대기 끝에 케렘 샬롬 국경을 통해 인도적 지원 구호 트럭 4대를 가자지구에 보냈다. 구호 트럭에는 항생제, 심장병 치료제 등 표준 의약품 등이 담긴 팔레트 80개가 실렸다.

하지만 여전히 냉장 보관 의약품이 담긴 팔레트 17개 분량은 이집트 알아리시 국경을 통과하지 못했다. 옥스팜의 경우 식수 탱크, 담수화 장치, 세면대, 발전기 및 화장실을 실은 트럭이 거부당했으며, 노르웨이 난민위원회 주거용 텐트 864개를 적재한 트럭 역시 국경을 통과하지 못하는 등 다른 구호단체들도 난관에 봉착해 있다.

유엔에 따르면, 올 4월 이후 인도적 지원 화물 하루 평균 물동량은 56%가 감소했으며, 가자지구 내 보건 시스템이 무너지고 지속적 이전 명령으로 피란민 과밀화가 심각해지면서, 수인성 전염병 위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지난 7월 23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6개 폐수 샘플 조사에서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발견돼 수만 명의 아동이 위험하며, 가자지구 전역을 넘어 국제적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중동지역 사무소장 제레미 스토너는 “가자지구 아동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미 수용 능력을 초과한 비좁은 지역으로 민간인을 몰아붙이며 인도주의적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더 이상 여유 공간도, 아이들을 살릴 구호품도 부족한 상황이다. 필수 지원이 없다면, 우리는 계속 생명을 잃을 것”이라며 “인도적 지원 단체 직원은 결코 공격의 표적이 돼선 안 된다. 보급품 수송대와 창고도 보호돼야 한다. 즉각적이고 확실한 휴전만이 가자지구 생명을 구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활동하는 가장 큰 규모의 NGO 중 하나로, 1953년부터 팔레스타인 아동을 위한 필수 서비스와 지원을 제공해 왔다.

현재 현지 파트너 기관 14곳과 협업해 아동보호, 심리·사회적 지원, 비식량물자, 주거지, 식수위생, 현금지원, 보건영양, 교육 분야에서 대응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30만 달러(한화 약 4억 1천만 원)를 긴급 지원했다.

더불어 5월 휴전을 촉구하고 가자지구 아동 보호를 위한 글로벌 행동의 날에 동참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이어 이스라엘군에 의한 팔레스타인 아동의 구금 실태를 담은 한국어판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현지 아동권리 상황을 알리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전쟁 속 아동을 돕기 위한 긴급구호 모금을 진행 중이다. 세이브더칠드런 홈페이지, 우리은행 계좌 109-04-174866(예금주: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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