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믿음으로 한 걸음’ 화폭에 담아내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서자현 작가 개인전 ‘Thanks for One Step’

감동과 방황 공존 ‘믿음의 씨앗’
고난 속 긍휼의 은혜 ‘시련의 길’
고난 통한 유익 묵상 ‘계시의 빛’
소명의 한 걸음 ‘믿음으로 걷기’

▲마지막 ‘믿음으로 걷기’ 속 작품들 앞에 선 서자현 작가. 왼쪽에는 떨기나무, 오른쪽에는 우크라이나를 모티브로 한 그림들. ⓒ이대웅 기자

▲마지막 ‘믿음으로 걷기’ 속 작품들 앞에 선 서자현 작가. 왼쪽에는 떨기나무, 오른쪽에는 우크라이나를 모티브로 한 그림들. ⓒ이대웅 기자

서자현 작가가 지난 20년 신앙 여정과 함께한 작품들을 ‘Thanks for One Step(땡스 포 원 스텝)’이라는 이름으로 담아냈다. 전시회는 지난 6월 8일부터 8월 14일까지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담임 오정현 목사) 사랑아트갤러리에서 개최했다.

전시에서는 ‘믿음의 씨앗(2003-2007)’, ‘시련의 길(2008-2014)’, ‘계시의 빛(2015-2020)’, ‘믿음으로 걷기(2021-2023)’ 등 연도별 주요 작품들을 4가지 주제로 크게 분류했다. 이로써 관람객들도 자신의 신앙을 돌아볼 수 있다.

작품들은 페인팅부터 사진, 디지털 이미지 등 다양한 매체로 표현돼 있다. 초기 작품들은 섬유 미술의 특성이 반영된 물성 강한 작품들로 시작해, 점차 디지털 이미지와 사진을 혼합하는 형식으로 발전되고 있다. 형식보다는 내용에 더 중점을 두고, 보이지 않는 신앙의 세계를 담아내려 두꺼운 레진의 중첩을 이용했다. 이러한 접근으로 신앙의 본질적 질문을 던지고 깊이 있는 사색을 유도한다.

▲인상적인 작품 ‘최후의 만찬’. ⓒ이대웅 기자

▲인상적인 작품 ‘최후의 만찬’. ⓒ이대웅 기자

‘믿음의 씨앗’ 속 작품들에는 예수님을 구세주로 고백한 순간부터 예수님의 죽음이 나의 죄를 위한 완전한 희생이었다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였을 때의 감동이 담겨 있다.

예수님을 향한 뜨겁고 순수한 마음과 세상적 방황이 공존하는 믿음은 마태복음 13장 ‘씨뿌리는 비유’ 속 길가, 돌밭, 가시덤불 등에 뿌려진 씨앗처럼 다양한 결과물을 드러낸다. 작가는 성령님의 도움으로 원 스텝, 한 걸음씩(원 스텝) ‘좋은 땅’이 되어가는 과정은 광야의 여정을 통과해야 가능함을 깨달았다.

처음 신앙생활을 시작하면서, 영·혼·육에 대한 고민들을 쿠바와 갈라파고스, 이라크 등지에서 목격한 여러 풍경과 장면들을 통해 작품에 녹여냈다. 초반엔 신기했던 손 들고 찬양하는 모습을 생명나무와 엮어낸 작품도 있고, 박사학위를 받은 ‘다층적 평면구조 이론’을 표현해낸 작품도 있다.

▲‘시련의 길’ 단계의 작품 앞에 선 서자현 작가. 왼쪽 그림은 ‘하나님은 왜 선악과를 만드셨을까’라는 자유의지 문제의 아이콘인 ‘애플’ 로고를 통해 선택의 문제를 표현했다. ⓒ이대웅 기자

▲‘시련의 길’ 단계의 작품 앞에 선 서자현 작가. 왼쪽 그림은 ‘하나님은 왜 선악과를 만드셨을까’라는 자유의지 문제의 아이콘인 ‘애플’ 로고를 통해 선택의 문제를 표현했다. ⓒ이대웅 기자

작가는 2008년부터 남편의 사업 위기와 자녀의 실족 등 본격적으로 ‘시련의 길’을 걸어야 했다. 작가는 그 시련이 깊고도 커서 고달픔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막막했다고 한다. 감당할 수 없던 고난으로 믿음은 바닥을 쳤지만, 일어날 힘도 없던 시간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긍휼의 은혜로 이끄셨다.

폭풍 속에서도 살아 남았다는 생각이 겨우 들던 시점, 감사함과 동시에 ‘죽은 자 같으나 산 자였음’을 깨달으며, 세상을 보는 시각도 바뀌고 피폐했던 내면도 차츰 회복돼 갔다. 고난을 통한 유익은 믿음의 한 단계(원 스텝) 성장. 점점 십자가를 통해 예수님을 바라보게 되니, 고난도 결국은 은혜가 된다.

고난의 십자가와 광야, 그리고 유혹과 선택에 대한 작품들, 그리고 이 시대의 우상인 ‘미디어’로 굉장히 많은 소통을 하는 것 같지만 내면은 더욱 고립되고 우울한 현상 가운데, 하나님 말씀을 통해 모든 것이 해방을 맞이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담아냈다. 인간의 욕망이 극명하게 표출된 라스베이거스가 보이는 문으로 들어가는 어린 양의 모습을 담아내기도 했다.

▲‘계시의 빛’ 단계의 작품들. ⓒ이대웅 기자

▲‘계시의 빛’ 단계의 작품들. ⓒ이대웅 기자

고난의 터널을 지났지만, 내 기도에 응답하지 않으시는 것 같고 말씀 속에서도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 때가 찾아온다. ‘계시의 빛’은 작가가 피조물임을 자각하면서 순식간에 깊은 상처를 치유받은 순간을 다루고 있다. 하나님만 하실 수 있는 일들을 경이롭게 바라보면서, 작가는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첫째 날부터 하루씩 중첩시키면서 창세기의 일곱 날을 흑백과 선으로 하루씩 담아낸 일곱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넷째 날 작품에서 ‘예수님 얼굴이 보인다’는 반응이 여럿 있었다고 한다. 작품도 좀 더 자유로워졌다. 산상수훈과 최후의 만찬도 사각 공간으로 표현했다.

‘믿음으로 걷기’는 작가가 2016년부터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을 주제로 작업하면서, 점차 보이는 시선을 넘어 내면으로 그 중심이 옮겨지는 과정의 기록이다. 작가는 한 사람, 한 걸음(원 스텝)에 대한 생각을 풀어낸 작품들을 모았다. 자신의 달란트를 통해, 한 사람이 예수님을 알도록 하는 소명자의 역할도 고민한다.

▲서자현 작가는 “믿음이 수없이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는 삶의 연속 과정 속에서, 하나님만이 나를 지키시고 길을 인도하심을 믿으면서 한 걸음씩 걸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대웅 기자

▲서자현 작가는 “믿음이 수없이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는 삶의 연속 과정 속에서, 하나님만이 나를 지키시고 길을 인도하심을 믿으면서 한 걸음씩 걸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대웅 기자

작품은 갈수록 단순하고 자연스러워지며, 특유의 ‘다층적 평면구조’도 가벼운 물성으로 풀어내고 있다. 노랑과 파랑 배경의 작품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염원하며 만들었다.

국내에서 갤러리 운영이나 대학 강의 등을 병행하다, 2016년부터 미국에서 작품 활동에만 매진하고 있는 서자현 작가는 “20년 동안 공부하면서 작품활동을 하다 보니, 이제부터가 진짜라는 생각이 든다”며 “미국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서 쌓아올리길 잘한 것 같다. 하나님께서 많이 연단시켜 주셨다”고 전했다.

▲뉴욕에서 활동하던 시절 그려낸 ‘믿음으로 걷기’ 단계 작품들. 한결 대중친화적이다. ⓒ이대웅 기자

▲뉴욕에서 활동하던 시절 그려낸 ‘믿음으로 걷기’ 단계 작품들. 한결 대중친화적이다. ⓒ이대웅 기자

서자현 작가는 “신앙을 작품으로 직접 표현하느냐는 직접적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며 “좋은 작품, 누구에게나 감동을 주는 작품은 그런 문제들을 초월한다. 그런 단계로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자현 작가는 파리 네프빌 꽁뜨 고등 예술학교에서 창작텍스타일학과를 졸업한 후 홍익대학교에서 ‘현대미술의 다층적 평면구조에 대한 이론적 연구’로 미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회 개인전을 가졌고, 2024년 2월 뉴욕 AIR 갤러리 프로젝트 전시 외 총 200회 단체전에 참가했다. 2023년 3월 미국 버몬트주 VSC와 2016년 뉴욕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여 후 뉴욕 Pen and Brush 갤러리와 브루클린 J&M 스튜디오에서 활동 중이다.

▲오른쪽부터 창조의 7일을 하루씩 점층적으로 그려낸 연작. 작품 사이 선들도 인상적이다. ⓒ이대웅 기자

▲오른쪽부터 창조의 7일을 하루씩 점층적으로 그려낸 연작. 작품 사이 선들도 인상적이다. ⓒ이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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