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예술의 소명, 공동체 살리고 공공선 기여하는 것”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아트미션 주최 제22회 크리스천 아트포럼

▲기념촬영 모습. ⓒ아트미션

▲기념촬영 모습. ⓒ아트미션

기독 미술인들의 공동체 아트미션(회장 양지희) 주최 2024 제22회 크리스천 아트포럼이 ‘기독교 예술의 공공성’이라는 주제로 23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중구 경동교회(담임 임영섭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김정희 고문 진행으로 신국원 박사(총신대 명예교수)가 ‘기독교 예술의 공공성’, 정재영 교수(실천신대)가 ‘기독교의 공공성과 마을 공동체 운동’, 본지 칼럼니스트 서성록 박사(안동대 명예교수)가 오후 시간 ‘시각예술의 공동선’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발표 후에는 토론과 참석자들의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기독교 예술의 공공성
공공신학 논의에서 배울 점 많아
교회의 하나님, 예술의 주님이셔
기독교인 정체성과 소망 드러내
사회통합에서 기여할 부분 많아
기독교 신앙이 좋은 삶, 탁월한
예술 낳으면, 사람들 매력 느껴

‘기독교 예술의 공공성: 민주사회 형성을 돕는 상상적 담론’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신국원 박사는 “기독교 예술의 공공성에 대한 논의는 근래 중요해진 공공신학에서 배울 것이 많다. 기독교 신앙은 늘 공적 진리였고, 복음은 그리스도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하나님은 모든 존재의 창조주이시고, 삶의 어느 한 영역도 그의 주권적 통치 아래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분은 교회의 하나님이실 뿐 아니라 예술의 주님이시기도 하다”고 운을 뗐다.

신국원 박사는 “사적신학이란 존재할 수 없기에, 공공신학은 사적신학의 반대 개념이 아니다. 기독교 예술의 역사와 특성을 살펴봐도 공공성은 부차적 역할이 아니었다”며 “기독교 예술은 사적 신앙의 사적인 표현이 아니다. 기독교 내에서만, 예배에서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다. 초기 기독교 예술은 로마 사회를 향한 기독교인의 정체성과 소망을 드러내는 방편이었다”고 소개했다.

신 박사는 “중세 교회의 예술 사용을 생각해 보라. 독일 쾰른 성당은 시 전역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이런 대성당은 세부적 건축까지 신학적 고려가 들어있다. 공적 행사의 중심에 예배가 있었고, 예전에는 다양한 예술이 사용됐다. 음악과 미술, 조각과 건축, 이제 영상도 중요한 예전의 한 부분”이라며 “부활절과 성탄절 같은 절기는 공휴일일 뿐 아니라 세속화된 형태이지만 교회당 밖에서도 다양한 예술을 통해 대중에 의해 축하된다”고 말했다.

신국원 박사는 “기독교 예술은 성경적 비전과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한 삶의 이해를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공공의 장에서 행해지는 사회문화적 담론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물론 예술의 자율성과 진정성을 견지해 예술적 기여에 힘써야 한다. 설교나 간증이 아닌, 기독교 예술은 사적인 동시에 공적이다. 오늘날과 같이 사회통합이 중요한 시대에 기여할 것이 많다”고 기대했다.

신 박사는 “성경은 세상을 선하고 영원한 곳으로 그리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흑암이 점점 더 깊어졌고, 삶의 모든 영역은 구속해야 할 대상이다. 지상명령인 전도는 새로운 창조 세계에 살라는 초대”라며 “기독교 신앙이 좋은 삶, 탁월한 예술을 낳는다면, 사람들이 주목하고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떤 주제에 관한 탁월한 예술이 언제나 그리스도인들의 것이라면, 사람들은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인간 삶의 주제들을 기독교적으로 다루는 도스토옙스키, C. S. 루이스, J. R. R. 톨킨은 기독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스크린이 설교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영화·드라마·노래는 암시적으로 매혹시킨다. 복음적 삶이 지루할 이유는 없다.”

끝으로 “공동체의 번영과 공공선에 기여하는 문화 돌봄이라는 일반 은혜의 빛 아래 사는 연습과 원수 사랑하기도 배워야 한다. 다양한 문화적 차이를 넘어 사랑하는 공동체를 이루는 법을 배울수록, ‘하나님의 좋은 씨앗이 새로운 문화적 생명을 낳는 환경’이 확장된다. 특히 소외된 문화의 주변부로 나가야 한다”며 “문화 돌봄은 복음이 퍼져갈 길을 준비한다. 공동체를 살리고 공공선에 이바지하는 문화 돌봄의 비전과 실천이 한국 사회에도 절실하다. 기독교 예술의 소명은 바로 이 부분에 있지 않겠는가”라고 역설했다.

▲발표자들 모습. (왼쪽부터) 정재영·신국원·서성록 박사. ⓒ아트미션

▲발표자들 모습. (왼쪽부터) 정재영·신국원·서성록 박사. ⓒ아트미션

◈시각예술의 공동선
예술가, 공공 영역 개입 통해
지역 변화·개선 등에 도움 줘
크리스천은 파트너로 부르심
기독교, 조선 가족주의 타파
우리 마을 하나님 구속 목적
실현 장소 변혁하는 일부터

‘시각 예술의 공동선: 이웃과 함께 하는 새로운 노멀’이라는 제목으로 서성록 박사는 “공공 영역에 개입하는 예술가는 참여를 통해 지역을 변화시키고 개선시키는 데 일조한다. 도시 디자이너 마크 레이크먼(Mark Lakeman)이 고향 포트랜드 셀우드 마을을 바꿔놓은 것이 좋은 예”라고 소개했다.

도시재생(city-repair) 전문가이면서 여러 예술 프로젝트를 기획한 마크 레이크먼은 마을에 광장이 없다는 점을 깨닫고 교차로를 주민들의 ‘공유 광장(Share-it-Square)’으로 대체시켰다. 마을에 광장이 들어서자 주민들은 이웃과 함께 식사하고 어울리고 일하기 위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의 고향은 차츰 이방인들이 사는 동네가 아니라 상호 의무를 지는 공동체적 삶을 사는 마을로 바뀌었다.

서성록 박사는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구성원들이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지만, 크리스천의 사회적 역할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크리스천은 특정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사회의 책임감 있는 파트너가 되도록 부르심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이런 사실은 한국에 기독교가 전래되면서부터 이전부터 우리 생활 속에 뿌리내려 왔다”고 설명했다.

사회학자 박영신 교수에 의하면, 구한말 교회 공동체가 가족의 사사로운 공간에서 떨어져 나와 공공 공간으로 세워진 이후, 개신교는 한국 사회 성장에 커다란 몫을 맡았다. 이에 대해 “벽안의 선교사들이 이 땅에 복음을 전파한 이래, 기독교는 우리나라를 구속했던 유교적 가족주의·연고주의의 족쇄에서 풀려나게 했다. 이는 역대 어떤 왕도, 세도가도, 양반도 하지 못했던 일대 사건이었다”며 “복음이 혈연과 연고라는 올가미로부터 백성을 자유롭게 만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 박사는 “신뢰 관계가 무너진 도시 생태계 속에서 자신은 혼자가 아니고 협력과 연대를 통해 극복해갈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은 삭막한 공동체에 활기를 되찾게 해주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며 “정재영 교수가 제안한, 이웃들의 삶에 필요를 채우는 ‘마을 만들기(Community Building)’는 교회와 지역사회의 긴밀한 연계 측면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앙인이 교회의 경계를 넘어 지역 주민과 접촉하고 소속감을 나누며 번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주민과의 나눔, 신앙의 실천이라는 점에서도 바람직하다”며 “더욱이 기독교에서 공동체 참여는 부수적 요인이 아니라 인간 됨의 핵심 사항이다. 공적 영역은 없어도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된다는 것은 오히려 공동의 삶과 임무를 부여한다”고 강조했다.

서성록 박사는 “도시 안에서 기독교적 사랑 실천은 사회 분열과 서열을 뛰어넘고, 진정한 애착의 유대감을 창조하는 방향으로 공동선의 추구를 장려한다”며 “이런 시도들이 생활 속으로 흘러 들어오면, 무채색이었던 마을은 의미와 축제의 장소, 일상의 영성이 실천되는 무대로 바뀌게 될 것이다. 도시를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서 박사는 “도시를 ‘하나님 임재의 잠재적 구현’이란 관점에서 본다면, 그 분의 임재 안에서 거주자들은 추함에 대항해 아름다움을, 사회적 무관심에 대항해 사랑을 증진하라는 도전을 받게 된다”며 “그러므로 ‘거룩한 도성’을 소망한다면, 우리가 사는 마을을 하나님의 구속적 목적들이 실현되는 장소로 변혁해 가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하나님의 사랑은 깨어진 그릇인 우리를 택하셔서 예수님을 통해 ‘새 창조’로 ‘함께 창조(co-create)’하도록 초대하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 속에 선과 아름다움이 자라게 하는 것은 ‘관계성’에 대한 의식에서 싹튼다”며 “공동체 속에서 모자이크처럼 서로 다른 반짝이는 부분들이 모여 퍼즐을 맞춰가고 이웃을 향해 신실함을 가질 때, 우리는 소속감을 느낄 뿐 아니라 보다 우호적인 단계로 나가게 된다. 그런 기대는 언제나 사람들을 기대에 차게 만들고 삶의 활력을 북돋아준다”고 전했다.

또 “우리 속에 잠재된 갈망을 확인하고 그 갈망이 우리 심연 깊은 곳을 휘젓게 하는 것, 위대한 선의 일부에 참여하고 싶은 욕망, 공동선이라는 미답의 자원을 활성화시키는 행동은 우리 사회를 한 차원 높이 올려놓을 것”이라며 “미래는 선하고 아름다운 행위를 만들어내는 선하고 아름다운 사고에 달려 있다. 우리의 빈약한 빵과 물고기를 예수님께 가져가 ‘더 크게’ 써주실 것을 간구한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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