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립의 에티오피아 내시 전도로 보는 ‘평신도 선교 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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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행전에서 배우는 선교 주제 28] 8장: 평신도 선교

사도행전 8장 26-40절: 평신도 선교사 빌립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알베르트 코이프(Aelbert Cuyp, 1620–1691)의 ‘성 빌립이 에티오피아 내시에게 세례를 주다(Saint Philip Baptising the Ethiopian Eunuch, 1655년경)’.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알베르트 코이프(Aelbert Cuyp, 1620–1691)의 ‘성 빌립이 에티오피아 내시에게 세례를 주다(Saint Philip Baptising the Ethiopian Eunuch, 1655년경)’.

평신도 선교 사역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평신도 선교사의 역할과 제한점은 무엇인가? 본문 속 빌립의 사역 자세를 보면서 배울 수 있는 평신도 선교사의 바람직한 자세는 무엇인가?

1. 장벽을 넘어간 첫 선교사 빌립
박해 피해 흩어진 수많은 평신도
어딜 가든지 복음 이야기 꽃피워
평신도 빌립 사마리아 복음 전도
복음 타문화권 전파에 중요 역할
인종과 민족 편견 장벽 가장 처음
뛰어넘은 개척자는, 바로 평신도

사도행전을 얼른 보면 초대교회 선교 사역이 사도들과 그의 동역자들에 의해 행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복음은 박해를 피해 여러 곳으로 흩어진 수많은 평신도들에 의해서도 많이 행해졌음을 알 수 있다(행 8:4, 19:19-20). 그들은 어디를 가든지 친구들이나 이웃, 심지어 낯선 사람들과도 ‘복음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초대교회에서 복음을 전하는 책임은 기독교 공동체 전체의 일이었다. 따라서 초대교회 선교 활동은 후대에 볼 수 있는 바와 같은 조직적 활동을 통해서라기보다, 불타는 열정을 가지고 복음 전파의 사명을 스스로 떠맡은 평신도들에 의해서 더 많이 수행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빌립이 사역했던 사마리아는 본래 앗수르의 혼혈정책으로 피가 섞여버린 도시였다. 남유다인들은 자신들 혈통을 애써 지켰고, 이들의 입장에서 볼 때 사마리아인들은 상종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에게는 차라리 이방인들이 더 대하기 쉬운 사람들이었다.

사마리아인들은 유대인이면서 피를 섞어버린 사람들이었기에 더 대하기 어려웠다. 아마도 변절자를 대하는 듯한 고통이 일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연유로 느헤미야는 성벽 재건 당시 사마리아의 도움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후로 유다와 사마리아 사이에는 도저히 넘기 어려운 담이 쌓였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빌립이 사마리아에 가서 복음을 전했다는 것은 기독교 역사상 복음이 타문화권으로 넘어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한 획을 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빌립이 사마리아에 복음을 전했을 때 거기서 놀라운 치유의 역사가 일어났고(5-8절), 이런 일로 인해 사마리아에는 이전에 알지 못하던 큰 기쁨이 넘쳐나게 됐다. 기독교는 결코 말만의 종교가 아니었다. 말만 무성한 것, 혹은 어두움의 그늘만 가득한 것은 결코 기독교의 참 모습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특별히 주목해야 할 한 가지는 그가 평신도 선교사였다는 사실이다. 참으로 넘기 힘들었던 인종 편견의 장벽을 가장 먼저 뛰어넘은 사람은 사도들이 아니라 오히려 평신도였다. 사도들은 오히려 빌립 집사가 가서 기초를 닦아놓은 후 가서 사역을 했다(14-17절). 우리는 이 엄청난 일의 개척자가 바로 평신도였다는 사실을 쉽게 놓쳐선 안 될 것이다.

빌립은 이디오피아 여왕 간다게의 국고를 맡은 내시에게 복음을 전하는 놀라운 사역을 하였다. 이 내시는 이방인으로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God- fearer)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람은 여왕의 국고를 맡은 자로서, 높은 지위와 큰 세력을 지닌 관리였다. 이 사람을 전도한 것은 초대 기독교 선교에 있어 참으로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이 내시의 증거 활동에는 확실한 기록이 없지만, 우리는 이 사람이 자신의 나라에 돌아가 고위층 사람들에게 믿음을 증거했으리라 추측해 볼 수 있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헤릿 클라스존 블레커르(Gerrit Claesz Bleker, 1593–1656)의 ‘빌립이 무어인에게 세례를 주다(Philip Baptizes the Moor, 1640년경)’.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헤릿 클라스존 블레커르(Gerrit Claesz Bleker, 1593–1656)의 ‘빌립이 무어인에게 세례를 주다(Philip Baptizes the Moor, 1640년경)’.

2. 평신도 선교사가 필요한 이유는?

초대교회 선교에서 평신도 선교사였던 빌립이 두터운 이방인 선교의 벽을 뚫고 갔던 것처럼, 오늘날의 선교에도 평신도 선교사의 역할이 크게 요구된다. 오늘날 선교에 평신도 선교사가 왜 그렇게 긴요한지 살펴보자.

1) 폐쇄적 국가들 공략에 유리
전통적 방식으로 접근 어려워
미전도종족 창의적 접근 필요
전문인 선교사들 특수적 접근
게릴라군 형식 들어가 활동해

현재 시점에서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선교사는 복음에 미접촉된 민족 혹은 지역의 사람들을 위한 선교사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민족 혹은 지역은 대부분 일반적인 혹은 전통적인 선교적 접근 방법으로는 접근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장벽은 갈수록 더 높아만 간다. 그리하여 혹시 접근한다 해도 복음전도나 교회 개척이 거의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통적인 목회자 선교사들은 대부분 이런 지역에서 사역을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오늘날 3만 5천 북미 선교사들 중 약 95%가 세계의 17% 밖에 안 되는 지역에서 사역하고 있다. 나머지 83%의 지역에는 아주 소수의 선교사들만이 사역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지역은 창의적 접근 방법이 필요하며, 현재 이러한 창의적 접근 지역에서 사역할 일꾼이 많이 필요하다. 창의적 접근 지역에서 일하려면, 선교사 자신도 창의적이 돼야 한다.

전통적 개념 혹은 전략만 가지고는 결코 효율적인 선교사역을 이루어낼 수 없으며, 이런 점에서 전통적 목회자 선교사보다 전문인 선교사가 요구된다. 전통적 목회자 선교사도 이런 지역에서 사역을 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전문인 선교의 형태를 띠어야 할 것이다.

창의적 접근 지역들은 선교적 관점에서 볼 때 영적 불모지이고, 그런 점에서 초창기 선교 단계에 해당된다. 이런 지역에서는 특수한 형태의 선교가 필요하다. 군인으로 말하자면 정규군이 아니라 게릴라군이 필요한 지역들이다. 게릴라군들은 은밀하게 적진 깊숙이 들어가 아주 특별한 작전을 개시하며, 이런 게릴라들의 활동 후 정규군이 들어가서 활동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기존 목회자 선교사들이 정규군이라면, 전문인 선교사들은 바로 게릴라군 같은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전문인 선교사들이야말로 오늘날 남은 복음화의 사명을 감당하는 데 있어 가장 효율적인 선교 사역자들인 것이다.

2) 총체적 선교에 유리
구제 개발원조 필요 인정 환경
실제적 삶 개선에 도움 주려면
전문인들 총체적 사역 펼쳐야

앞에서 언급된 복음에 폐쇄적인 지역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여건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세계적인 부의 편중 현상에 따라 가난한 나라는 더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과거보다 더 많은 나라들이 외부로부터 구제 개발 원조에 대한 필요를 인정해야 하는 환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런 나라들을 위해 지역사회 개발, 구제, 사회봉사, 문맹퇴치, 식량지원, 사회개발, 교육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개발 사역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나라들에서는 교회개척과 더불어 실제적으로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사역들이 함께 병행되는 총체적 선교 혹은 전인적 선교(Holistic Mission)를 수행할 필요가 있으며, 이런 총체적 사역을 행할 때 선교가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총체적 사역을 위해서는 전문인 선교사들이 목회자 선교사들보다 여러 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렘브란트를 가르쳤던 네덜란드 화가 피터르 라스트만(Pieter Lastman, 1583–1633)의 ‘내시의 세례(The baptism of the Eunuch)’.
▲암스테르담에서 렘브란트를 가르쳤던 네덜란드 화가 피터르 라스트만(Pieter Lastman, 1583–1633)의 ‘내시의 세례(The baptism of the Eunuch)’.

3) 저비용 고효율 선교에 유리
생활비에 사역비까지, 고비용
선교비 갈수록 상승하는 상황
물질 의존적 선교 하나의 대안

선교학자 헤셀그레이브(D. J. Hesselgrave)는 서구 선교사들의 경우 5년 동안 약 25만 달러, 즉 1년에 대략 5만 달러 정도의 예산을 사용한다고 언급한다. 한화로 환산하면 대략 매월 4백만 원 내외의 비용을 사용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 선교사들의 경우는 이보다는 좀 적게 든다고 볼 수 있는데, 그래도 순수 생활비가 한 달에 최소 1천 달러는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선교사를 1만 명만 잡아도 1천만 달러(약 100억)라는 액수가 나온다. 그러나 이것은 최소한의 재정이며, 사역비까지 감안한다면 선교비는 가히 천문학적 금액이 될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남은 세계 복음화의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앞으로도 수만 명의 선교사를 더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미전도종족으로 분류된 종족들이 1만 종족 정도 된다고 보면, 이들을 위해 적어도 수만 명의 새로운 선교사들이 필요하게 된다. 이들 수만 명을 선교사로 파송한다면 그 인적 자원도 문제이지만, 물적 자원도 상당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가령 사역비를 제외하고 생활비만 계산해도 1인당 1천 달러가 들 때 3만 명을 보낸다면 그것은 3천만 달러라는 천문학적 숫자가 나오는 것이다.

또 헤셀그레이브가 지적한 대로 갈수록 선교비가 더 상승하고 있다. 그 자신도 1950년대에 선교지에 갈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선교비가 약 46배가 증가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교를 전통적 목회자 사역자로만 감당하려는 것은 결코 합리적인 방안이 아닐 것이다.

전문인 선교사들은 선교비의 상당 부분을 현지에서 자체적으로 충당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많은 경우 단기로 사역하므로 자녀 양육비나 노후 대책 문제 등에 있어 전통적 목회자 사역자들보다는 비용이 저렴하게 든다고 볼 수 있다.

선교 전략가였던 로랜 알렌(Roland Allen)은 “영적 사역이었던 선교 사역이 요즘은 재정적 사역이 됐다. 그리고 교회의 사역이 돈에 의존돼 있기에 비 그리스도인들은 멀어져 가고 있다”고 한탄했는데, 이러한 물질 의존적 선교를 극복하는데 전문인 선교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4) 직업 자체가 효과적 접촉점
자연스럽게 복음 전파 가능해
일대일 우정 관계 기초로 해서
비밀리 예수 영접, 핍박 견딜
믿음 성장될 때까지 보호 양육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상황은 삶 속에서 자연스레 만남이 이루어지고, 그 만남 속에서 복음이 전달자의 언행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직업을 가진 전문인 선교사야말로 가장 자연스레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선교사들이다.

전형적인 이슬람 지역의 경우 직업이 없으면 아예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조차 얻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전문인 선교사들의 경우 자신이 가진 기술 혹은 직업 혹은 사업장을 통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기회를 제공받는다. 또 그들을 훨씬 더 잘 이해할 수도 있다.

물론 전통적인 선교사들도 현지인들을 알 수 있지만, 전문인 선교사들의 경우 그들의 삶의 현장에서 계속적으로 만남과 교류를 가지므로, 그들의 적나라한 삶의 모습과 고민들을 좀 더 잘 알 수 있는 것이다.

또 전문인 선교사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일대일 우정 관계를 만들어 가기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들은 이러한 일대일 우정 관계를 기초로 비밀리에 그리스도를 영접할 수 있도록 돕고, 그 후 발생할 수 있는 핍박을 견딜 수 있는 믿음으로 성장할 때까지 그 사람을 보호하고 양육할 수 있으며, 회심한 사람들의 수가 늘어났을 때 작은 그리스도인 그룹을 형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현지인들과 많은 접촉이 필요한데, 전문인 선교사들의 경우 현지인들과 계속 만남을 가진다 해도 의심을 받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직업을 가졌다는 사실 자체가 전문인 선교의 큰 장점이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1606–1669)의 ‘내시의 세례(The Baptism of the Eunuch, 1626)’.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1606–1669)의 ‘내시의 세례(The Baptism of the Eunuch, 1626)’.

3. 빌립에게서 배우는 평신도 선교사의 바람직한 자세

1) 성령의 지시에 민감하게 순종하였다(26-30절)

‘가자’라는 지역은 본래 주전 93년 전쟁통에 폐허가 된 지역이었다. 그 후 주전 57년 구 가자 지역 남쪽 부분에 새로운 가자를 형성했으며, 처음 가자 지역을 새로운 가자와 구별하기 위하여 ‘구 가자’ 혹은 ‘사막의 가자’라고 불렀다. 이 가자로 가는 길로 많은 사람들이 통행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지역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이 아니라 그냥 통과해 버리는 지역이었기에, 전도하기 적합한 장소로 여겨지지 않았을 것이다. 특별히 사마리아 부흥이 있은 후 빌립이 받은 이 명령은 틀림없이 터무니없는 것으로 생각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빌립은 성령이 가라 할 때 갔으며, 성령이 가라고 하는 곳까지 나아가는 순종을 보였다. 선교사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자세 중의 하나는 성령의 인도하심에 민감하게 순종하는 것이다.

2) 매우 수용적이며 예의 바른 자세를 보여주었다(30-35절)

빌립은 내시에게 부드러운 어조로 읽고 있는 것을 물었고, 내시가 상황 설명을 했을 때에 그 말을 끝까지 잘 들어주면서 충분히 상대방의 감정을 잘 이해해 준 것 같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성경공부가 시작됐던 것이다.

이처럼 평신도 선교사는 선교지에서 그곳 사람들이 어디에 관심이 있으며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알아서 빠른 시간 내에 접촉점을 찾고, 거기서부터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빌립은 평신도였지만 내시의 질문에 대해 바로 입을 열어 성경을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성경에 관한 풍부한 지식을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 내시가 세례를 원할 때 세례를 베풀었다(36-38절)

세례라는 것은 자신의 신앙을 공적으로 표명하는 것으로써, 우리 신앙을 성숙시키는 데 매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예식이다. 결혼하는 사람이 혼인신고만 하면 되지만 구태여 많은 경비를 들여가면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은, 그만큼 예식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요한 세례 예식을 평신도인 빌립이 시행했다.

그렇다면 오늘날도 평신도가 선교지에 나가서 세례를 시행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그러나 거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그것은 상황의 긴박성이다. 내시는 지금 바쁜 길을 가는 몸이다. 그가 신앙고백을 했기에 그에게 세례를 주는 것이 너무 당연한데, 그 상황에서 사도들을 부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복음을 전한 빌립이 세례를 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Rembrandt)의 알려지지 않은 제자가 그린 것으로 알려진 ‘내시의 세례(The Baptism of the Eunuch, 1699)’.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Rembrandt)의 알려지지 않은 제자가 그린 것으로 알려진 ‘내시의 세례(The Baptism of the Eunuch, 1699)’.

그러나 빌립이 전도했을 때 내리지 않았던 성령이 사도들이 와서 기도할 때에 임했다는 구절도(14-17절) 잘 고려해 보아야 한다.

하나님은 질서의 하나님이시다. 성도가 바로 서기 위해 질서와 권위가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사도나 목회자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사실 성도들을 위한 것이다.

목회자나 평신도나 다 세례를 주고 성찬식을 인도하고 축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보라. 그 교회 모습이 어떻게 되겠는가? 이런 점에서 평신도 선교사는 최대한 교회 질서를 위해 세례를 목회자 선교사에게 의탁하는 것이 좋다. 최악의 긴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선교를 한두 해 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면 질서를 따라 사역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4) 복음만을 전하고 아무런 보상도 받지 않았다(38-39절)

한 나라 재무 총책임자를 회심시켰으니, 빌립은 내시로부터 큰 보답을 받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나아만 장군이 엘리사의 종 게하시에게 주었던 선물 정도는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실제로 내시는 빌립에게 단단히 사례를 하려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빌립은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도 않았고 자신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오직 예수만 가르치고 복음을 전하였다. 그리고 성령께서는 세례가 끝나자마자 빌립을 어디론가 데리고 가셨다.

선교를 하다 보면 정말 돌아오는 보답이 전혀 없어, 인간적으로 실망스러울 때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 같으면 설교하고 나면 강사비라도 주는 것이 보통이건만, 선교지에서는 강사비는커녕 가서 자신의 돈을 그곳에 주어야 한다. 거기다 교통비나 기타 경비 등 모든 비용을 자신의 것으로 충당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간적으로 생각할 때 섭섭하고 공허감을 느낄 때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느낌은 평신도 선교사의 경우 더 심할 것이다. 안수받은 선교사들은 그래도 영광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러나 평신도 선교사들은 일만 열심히 하고 영광과 칭찬은 안수받은 목회자 선교사들에게 가는 때가 많다.

그러나 빌립이 내시로부터 보상을 받지 않고 하늘나라에서 상급을 받게 된 것처럼, 평신도 선교사들도 하늘에서 받을 상급을 기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 사라진 빌립에게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이라 생각된다.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 석사(Th.M) 학위와 철학 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7 Key Principles of Dynamic Church Growth』, 『Rethinking the Theology of WCC』, 『선교사가 그린 선교사 바울의 생애』,『능력 있는 예배를 위한 7가지 질문』, 『건강한 교회 성장을 위한 핵심 원리 7가지』, 『사도행전에서 배우는 선교 주제 28가지』, 『현대 선교학 개론』(공저), 『한 권으로 읽는 세계 선교 역사 100장면』, 『성장하는 이슬람 약화되는 기독교』,『현대 선교신학』, 『현대 선교의 핵심 주제 8가지』, 『이슬람의 어제와 오늘』, 『현대 선교의 프레임』, 『제4 선교신학』,『성경이 말씀하는 선교』, 『현대 선교신학(개정판)』, 『현대 선교의 목표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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