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의 여성강도사 고시 놓고 찬반 성명 발표
장로교 9월 총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예장 합동 여성사역자특별위원회TFT(위원장 류명렬 목사, 이하 여성사역자TFT)의 ‘여성들의 강도사고시 응시 자격 허락’ 청원이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여성사역자TFT의 청원에 대해 예장 합동 신학부(부장 송유하 목사)와 총회신학정체성위원회(위원장 이풍인 목사)가 ‘여성 강도사고시 청원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자, 곧바로 이를 반박하는 성명서가 발표되는 등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것.
청원, 총회 역사와 신학에 반해
강도권, 개인 위한 자격증 아냐
TFT, 수임받지 않은 안건 청원
먼저 예장 합동 신학부와 총회신학정체성위원회는 8월 22일 ‘총회 신학부는 여성사역자TFT의 여성 강도사고시 청원을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여성강도사 청원은 총회 역사와 신학에 반하는 것”이라며 “우리 총회는 1907년 독노회와 1912년 제1회 총회로부터 지금 108회 총회까지 대한예수교장로회의 역사와 신학을 변개치 않고 지켜온 유일한 교단”이라며 “1907년 독노회와 1912년 첫 총회 헌법에는 ‘목사는 성찬에 참예하는 남자만 된다’고 명시하고, 이 헌법을 오늘까지 지켜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학부는 “기장(1974)과 통합(1994)이 여성안수를 결정할 때도 우리는 이 헌법을 지켜왔고, 83회와 102회 총회에서 여성안수 불가를 확인했다”며 “금번 여성강도사고시 청원은 여성안수를 최종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성경(딤전 2·3장, 고전 14장)과 헌법에 반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둘째로 “강도권은 개인에게 주어지는 자격증이 아니다”며 “강도와 성례의 권한은 근본적으로는 노회에 있지, 개인에게 주어지는 자격증이 아니다. 지교회의 강도와 성례 관리는 노회가 위임한 위임목사에게 부여된 권한이고, 지교회 남녀 전도사는 위임목사 시무를 방조하는 원리에 의해 심방·설교·교육을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강도사고시는 강도권 자격이 아니라 목사 장립 과정에 있고, 부목사의 경우도 자의로 설교하는 것이 아니라 당회 지도와 위임받은 담임목사의 지도 하에 설교를 하게 되는 것”이라며 “따라서 여성사역자는 헌법 3장 3조 1항에 따라 이미 설교할 수 있고, 지금 전국 교회가 이 헌법에 의해 실시하고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여성사역자TFT의 여성 강도권 주장과 여성강도사 청원은 사실상 여성목사 안수를 하자는 주장이므로 이를 용인할 수 없다. 또한 여성강도사 청원은 헌법 개정사항이므로, 특별위원회 청원으로는 처리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셋째로 “여성사역자TFT는 수임받지 않은 안건을 청원했다”며 “108회 총회 결의에 의하면 여성사역자TFT에 부여된 직무는 ①여성강도권, 강도사에 관한 것은 전면 취소하고 ②여성사역자들의 실질적 처우 개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도록 한 것”이라며 “그러나 현 여성사역자TFT는 실질적 처우 개선에 대한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오히려 직전 총회에서 취소한 것을 되살려 여성강도권을 허용하자는 청원을 하게 됐으니, 여성사역자TFT에 맡긴 수임 범위를 벗어난 것이므로 청원 자체에 불법성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전통 맞선 예수님이 잘못한 것?
자격증 아니면 왜 총회가 고시를
강도권, 실질적 처우 개선 해당
이에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법률가회, 성서한국,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등 10개 단체/교회가 결성한 소위 ‘여성안수추진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에서는 ‘예장 합동 교단 신학부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반박 성명서를 8월 28일 발표했다.
공동행동은 “명색이 장자(長子)를 자임하는 교단 신학부와 신학정체성위원회라면, 그 주장하는 바의 신학적 기초가 튼실해야 한다. 총회 신학부라면 소속 목사와 교인들에게 건실한 신학 지침을 제시해, 말세에 교단 복음 사역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신학적으로 도울 무거운 책임이 있다”며 “하지만 해당 성명서 내용에는 이른바 ‘신학적’ 이유라고 할 내용이 단 한 가지도 없고, 오히려 정치부 성명으로 오해할 정도로 내용 자체가 지극히 정치적이다. 이는 같은 총회 내 부서인 정치부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거나 정치부를 무시하는 처사로 오해받을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이들은 “신학적 내용도 아닌, 지극히 정치적인 성명서에 왈가왈부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신학부의 3가지 주장을 차례로 반박했다.
먼저 ‘여성강도사 청원은 본 총회의 역사와 신학 에 반하는 것’이라는 신학부의 주장에 대해 “성명 내용을 보면 교단의 역사와 신학, 헌법이 만고불변의 진리이자 성경보다 더 높은 권위를 지닌 것처럼, ‘오래된 것’이면 무조건 진리의 표준이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오래된 것이 진리이고 그것에 반하는 행위가 문제라면, 유대교의 오랜 전통에 맞섰던 예수님이 잘못하신 것이고 수십 세기 이어져 온 천주교의 전통에 반기를 든 종교개혁자들이 잘못한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오래 이어져 온 교단 역사와 헌법이라 할지라도 계속 발전하는 성경해석학의 연구 결과에 기대 개혁해야 할 것은 계속 개혁해 나가는 것이 개혁주의 신학의 흔들림 없는 기본 자세 아니겠는가”라며 “총회 신학부의 주장은 마치 오늘날도 갓 쓰고 상투 틀고 다니는 것이 옳다고 벅벅 우기는 것처럼 들린다”고 했다.
‘강도권은 자격증이 아니다’는 주장에 대해선 “강도권이 노회에 있다면, 왜 총회에서 강도사고시를 주관하고 강도사 인허(미국 PCA 등은 license라고 하는)를 개인에게 하는가”라며 “지금도 남녀 전도사에게 설교 권한이 있어 더 이상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없다면 왜 구태여 총회에서 굳이 강도사고시를 치르고, 우리 교단은 ‘공적 설교자로서의 강도사’를 헌법에 명시하고 있는가? 교단 헌법을 공적으로 무시하는 신학부가 오히려 교단 헌법과 신학을 무시하는 우(愚)를 범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또 “교단 헌법이 만고불변의 진리라면, 교단 헌법 맨 뒤에 헌법 개정을 위한 ‘부칙’은 왜 만들어 둔 것인가. 헌법 부칙 자체가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니고, 성경 진리에 따라 불합리한 조항은 언제든 개선하고 바로잡을 수 있도록 만든 조항 아닌가”라며 “강도권이 개인에게 주어진 자격증이든 아니든, 그런 말장난과 상관없이 성경 어디에 ‘오직 남자만 목사 안수해야 한다’는 구절이 있고, ‘여자는 목사 안수하면 안 된다’는 구절이 있는가. 신학부답게 이 물음에 신학적으로 진지하고 정직하게 답하라”고 했다.
‘여성사역자TFT는 수임받지 않은 안건을 청원했다’는 셋째 주장에 관해선 “여성사역자들의 실질적 처우 개선을 위한 방안에 여성 강도권 청원이 어째서 관계가 없는가. 도대체 어떤 신학적 이유인가”라며 “여성 강도권을 포함한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면, 총회에서 도대체 뭐하러 거창하게 TFT까지 구성해서 운용하는 것인가”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청원 사항이 불법인지 아닌지는 총회 개회 후 보고를 받은 다음 총대들의 집단지성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일이지, 총회에 보고도 하기 전에 총회 신학부가 나서서 ‘불법성’ 운운할 수는 없다”며 “정말 불법성이 있다고 말하려면, 총회에서 신학부답게 ‘신학적인 이유’를 들어 정중히 의견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명색이 장자 교단이라는 예장 합동 총회가 작년 총회에서 여성 강도권을 허용한지 이틀 뒤 같은 총회에서 앞선 결의를 뒤집는 낯뜨거운 결정으로 성(聖) 총회의 위상을 제발로 사정없이 짓밟아 버리고 총회 권위를 시궁창에 처박아 버렸다”며 “작년 총회에서 그처럼 몰지각한 행위에 앞장섰던 인물들이 또 총회 신학부라는 가면 뒤에 숨어 총회가 열리기도 전에 여성사역자TFT를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행위는, 총회가 얼마나 무질서한 조직인지를 만천하에 또다시 공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총회 신학부와 신학정체성위원회는 여성사역자TFT와 총회 임원, 그리고 총회 산하 모든 성도들에게 스스로의 경솔함을 자백하고 정중히 공개 사과하며, 총회신학부 본연의 역할에 전념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