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2년 6개월, 아동 수천 명 학교 못 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세이브더칠드런, 보고서 통해 우려

‘평화로운 하늘을 원해: 전시 상황
우크라이나의 교육과 아동 복지’
전선 6곳, 아동 3분의 2 학교 못 가
매일 폭격 하르키우, 지하철 교실

▲키이우 지역 지뢰 인식 교육에 참여한 소녀들이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키이우 지역 지뢰 인식 교육에 참여한 소녀들이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6개월째에 접어든 가운데,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우크라이나 전선 지역 아동의 학습권 보호와 우크라이나에서의 국제 인도법 위반 중단을 촉구했다.

유엔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에서 3만 2천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1천 8백 명이 아동이다. 전쟁으로 2022년 우크라이나인 약 3분의 1이 피난을 떠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민간인 피난을 기록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인 650만 명이 난민이며, 추가로 350만 명이 국내 실향민으로 등록돼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최근 보고서 ‘평화로운 하늘을 원해: 전쟁 중 우크라이나 교육과 아동 복지(I Want a Peaceful Sky: Education and Children’s Wellbeing in Wartime Ukraine)’를 통해 2년 6개월간 지속된 전쟁이 우크라이나 아동의 교육과 정신 건강에 미치는 지속적인 영향을 밝혔다.

해당 연구는 학생과 보호자, 교사 등 약 1,500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다. 인터뷰는 전쟁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지역을 포함한 12개 지역 포커스 그룹이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대다수 도시는 물론, 최전방은 학교와 발전소를 포함해 민간 기반시설이 폭격 목표물이 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선 지역 6곳(체르느히우, 하르키우, 도네츠크, 드니프로, 자포리자, 므콜라이우) 거주 아동 334명 중 221명(64%)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온라인 수업만 참여하고 있다.

직접 학교에 가는 비율은 15%에 불과하며, 17%는 학교 출석과 원격 학습을 함께 이용하고 있었다. 2023년 기준 전선 지역 6곳에는 약 97만 3천 명의 학령기 아동이 등록돼 있다.

우크라이나 전선 지역 학교들은 공습과 포격, 공중 폭격 위험으로 문을 닫았으며, 전국 많은 교육 기관들이 대피소 부족으로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전쟁으로 최소 3천 개 교육 기관이 피해를 입었고, 300개 이상이 파괴됐다. 이는 전체 우크라이나 학교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학령기 아동 중 절반에 가까운 약 190만 명이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원격 교육에 의존하고 있다.

조사 가정 절반 이상이 학교에 피해가 있었다고 응답했으며, 하르키우와 도네츠크는 90% 이상이 피해를 보았다고 보고했다. 하르키우는 거의 매일 폭격을 받고 있어, 지역 당국이 지하철에 교실을 마련해 대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마리나(가명, 17)는 “여기선 포격이나 공습 경고가 있어도 전혀 듣지 못한다. 그래서 그 순간에는 불안하지 않다”며 “여기서 친구들이랑 이야기하고 공부할 수 있어서 좋다. 집보다 여기서 공부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 보고서 ‘평화로운 하늘을 원해: 전시 상황 중 우크라이나의 교육과 아동 복지’.

▲세이브더칠드런 보고서 ‘평화로운 하늘을 원해: 전시 상황 중 우크라이나의 교육과 아동 복지’.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아동은 파손된 스마트폰을 이용해 온라인 학습을 하고 있으며, 많은 아동이 불안정한 인터넷(79%), 학습용 전자기기 부족(42%), 전기 부족(40%)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므콜라이우에 살고 있는 안톤(가명, 11)은 “지금 온라인 학습을 하고 있지만, 인터넷이나 전기가 꺼지면 수업에 참석할 수 없다”며 “전쟁이 끝나 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날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 가정 절반 이상(57%)이 자녀와 교사의 대면 시간이 부족하다고 보고했다. 교사 4명 중 1명은 인도적 지원 활동과 교육을 병행하고 있으며, 교사의 약 10%인 4만 3천 명 이상이 국내외로 피난을 떠나 교사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세이브더칠드런 우크라이나 사무소장 소니아 쿠쉬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학습과 성적을 못 받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사회화 과정을 놓치는 것”이라며 “전쟁이 시작된 지 2년 6개월이 넘은 현재, 교실에 단 한 번도 들어가본 적 없는 우크라이나 아동이 수천 명에 달한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부모, 교사, 그리고 우크라이나 교육 시스템은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소니아 쿠쉬 소장은 “민간인과 민간 시설, 특히 아동이 머무는 주택, 학교, 병원은 공격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고, 모든 아동이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받아야 한다”며 “전쟁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려면 정부와 국제사회의 지속적 지원이 중요하다. 아동은 학습할 권리가 있다. 아이들이 교육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우크라이나에서의 국제 인도법 위반은 중단돼야 한다”고 전했다.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에서 인도적 지원 활동을 시작한 세이브더칠드런은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긴급구호 활동을 확대했다. 세이브더칠드런과 지역 파트너들은 약 90곳의 디지털 학습 센터를 설치하고, 디지털 학습 도구와 장비를 제공하고 있다.

또 70곳의 학교와 유치원 보호소 개보수를 위한 자금을 지원하고, 학교가 문 닫은 지역 아동에게 노트북과 태블릿을 제공해 원격 학습을 지원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분쟁이 발생한 이후 7,173만 달러를 지원했으며,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도 인도적 지원 기금 70만 달러(약 9억 5천만 원)를 보탰다. 2024년 7월 기준 아동 106만 명을 포함 255만 명을 대상으로 기본 의식주를 지원했으며, 아동친화공간 내 심리·사회적 지원, 교육 및 아동보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긴급 현금 지원을 통해 생계를 지원 중이다.

전쟁의 폭력, 재난 등 긴급구호 현장에서 ‘아동 우선(Child First)’ 정신을 담은 ‘아이 먼저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캠페인 사이트에는 골든타임 72시간 내 아동을 구하기 위한 긴급구호기금 안내와 함께 선착순 신청자에게 ‘아이 먼저’ 리미티드 스티커를 무료로 배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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