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한교총이 보내온 통합안 “불수용”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자체 통합안 만들어 한교총에 회신하기로

한교총, 8월 30일까지 통합안 회신 요청
통보·명령 내용에 한기총 임원들 ‘격앙’
기관 통합 무산 시 ‘3대 종단 협의체’?
정서영 대표회장 “보수 정체성 지켜야”

▲한기총 제35-5차 긴급 임원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기총 제35-5차 긴급 임원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이하 한기총)가 연합기관 통합 건에 대해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장종현 목사, 이하 한교총)이 보내온 통합안은 받아들일 수 없음을 결의했다.

한기총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 한기총 회의실에서 열린 제35-5차 긴급 임원회에서 이 같이 결의했다.

한기총 정서영 대표회장은 임원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통합이라는 대전제는 변하지 않는다”며 “단, 한기총의 통합안을 만들어 한교총에 회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교총은 지난 8월 22일 한기총 측에 ‘기관통합 논의에 관한 건’이라는 공문을 발송하고, 8월 30일까지 답신을 요청한 바 있다. 한교총은 공문에서 “8월 30일까지 별도 통지가 없을 시, 금회기 추진한 기관 통합 논의는 합의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고, 9월 3일 상임회장 회의에 보고하며, 합의문 등에 적시된 사업을 즉시 추진할 것”이라고 기재했다.

이날 공개된 한교총의 소위 통합안에 의하면 통합 기관 명칭은 한기총으로 하고, 운영방식은 한교총 정관과 제 규정으로 하기로 했다. 김정환 사무총장은 “이 내용은 김현성 임시대표회장 당시 합의했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통합 대표회장은 한교총 통합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정호 목사(혹은 그 외의 추천자)로 하고, 대표회장 선임을 위한 인선위원회를 설치해 위원장은 장종현 목사가 맡고, 위원회는 양 기관이 3인씩 맡아 3년간 운영하기로 했다.

이단 문제는 원칙적으로 한국교회 공교단의 결정을 존중하되, 한기총이 진행해 온 이단 관련사항의 처리 내용을 한교총이 수용하기로 했다. 이는 통합 이후에도 적용된다.

특이한 대목은 통합 무산 시 ‘3대 종단 협의체 구성’을 통보한 점이다. 양 기관 통합이 무산된 경우, 한교총 중심으로 기독교와 불교, 천주교까지 3대 종단 협의체를 구성하는데 “한기총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공문은 임원들에게 전체 내용이 공개됐다. 김정환 사무총장은 “해당 공문을 접수한 뒤, 한기총이 이미 답신을 보냈다”고 말했다. 주요 내용은 △양 기관의 통합 논의는 한기총의 오랜 숙원이며, 한국 기독교의 열망으로 본회 대표회장과 모든 임원들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진행한다 △통합추진위원회의 최종 논의는 8월 14일 진행됐다 △한교총이 제안한 통합안에 대해 사안이 중대하고 한국교회 소망으로 판단해 임원회를 5일 소집했으니, 최종 답신은 5일 임원회 이후 통고하겠다 등이다.

임원들은 해당 공문 내용에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단체를 그대로 갖다 바치는 것이다”, “통보 식의 내용에다 명령조 아닌가. 협상의 자세가 아니다”, “너무 예의가 없고, 통합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NCCK 세력과 합칠 수는 없다”, “김현성 임시대표회장 당시 통합안과 다를 바 없다”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정서영 대표회장은 “임원들께서 자존심 상하고 무례하고 무시하는 느낌이 들 정도라면, 통합 논의 자체를 할 수 없지 않겠나. 안 되는 일을 억지로 끌고 갈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우리는 보수 연합기관으로서 정체성이 있다”며 해당 공문에 답하는 성격으로 미리 작성한 성명서를 낭독했다.

▲정서영 대표회장(가운데)이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정서영 대표회장(가운데)이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성명서 주요 내용은 지난 7월 25일 임원회에서 통과된 한기총 정강정책 △개혁주의 보수신학 지지·수호 △혼합주의와 종교다원주의 배척 △동성애와 차별금지법 배척 △자유민주주의 수호 등이다.

성명서에서 정서영 대표회장은 “한기총은 대한민국 대표적 보수 연합기구로 한국교회를 보호하고 발전시키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신 사명에 따라 연합과 일치를 이뤄 갈 것”이라며 “한기총은 보수 신앙을 지키고, 사회와 정부를 향해 분명한 목소리를 내며,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이끄는 기독교 연합기관”이라고 천명했다.

낭독 후 정 대표회장은 “더구나 한교총은 저희 임원회가 아직 모이지 않아 통합이 무산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어제(4일) 모여 ‘3대 종단 협의체 구성’을 시도했다”며 “이를 통해 새로운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를 조직하고자 했지만, 불교와 천주교의 반대로 실패했다. 이것만 봐도 한교총에도 통합 의지가 없는데, 통합 논의를 더 끌고 갈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결국 임원들은 “합의문대로 통합을 할 수는 없다. 한기총 임원회는 한교총 통합안의 잘못된 부분을 밝혀, 성명서를 작성해 발표하기로 한다”는 내용을 최종 결의하고, 나머지 사항은 대표회장에게 위임해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정서영 대표회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대표회장에 취임하면서 기관 통합과 한기총 정상화 두 가지를 약속했다. 기관 통합을 위해 그동안 많은 분들을 만나고 대화도 했지만, 양 기관 간에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알게 됐다”며 “그 거리를 메우고자 노력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직 분위기가 성숙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서영 대표회장은 “한기총의 통합안을 보내 논의를 계속하겠다. 언젠가 분위기가 성숙해지면 자연스럽게 통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특정인이 나타나서 임의로 하는 통합은 힘들 것 같다”며 “무엇보다 한기총은 NCCK에 대항하는 보수 연합기관으로 만들어졌기에, 이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의미가 없다. 한국에는 NCCK와 한기총이 서로 협조하고 때로는 견제하면서 한국교회를 이끄는 것이 맞다는 소신은 있다”고 전했다.

정 대표회장은 “한교총에서 최종안 격으로 보내왔지만, 우리가 수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까지는 잘 모르겠다”며 “인선위원회 구성만 봐도 한기총은 이대로면 존재 자체가 사라진다. 우리 쪽에서 얼마나 대화하기 힘들었겠는가. 저는 자존심을 많이 내려놓고 협상에 임했다”고 고백했다.

이 외에 이날 한기총 임원회에서는 전회의록 채택, 경과 및 사업 보고, 안건토의 등이 진행됐다. 1부 예배에서는 공동회장 윤광모 목사 사회로 명예회장 박승주 목사의 기도 후 증경대표회장 엄기호 목사가 ‘그리스도의 사랑은(아 8:5-7)’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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