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 시 세계, 종교적 표현 없이도 신앙 고양”… 제13회 황순원문학상 시상식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서정적 어조, 부드럽고 감동적 언어
독자의 공감 이끄는 시적 묘사 탁월
사랑과 용서, 화해와 평화 가득 세상
열어가는 꽃씨 같은 작품 위해 노력
중진 시인, 더 큰 진전과 성과 축적
변별력 있는 오페라 설교에 깨우침

▲소강석 목사의 수상에 스마트폰을 꺼내 촬영하는 청중들.

▲소강석 목사의 수상에 스마트폰을 꺼내 촬영하는 청중들.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과 예장 합동 총회장을 지낸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담임)가 6일 오후 양평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에서 열린 제13회 황순원문학상 시상식에서 황순원시인상을 수상했다.

예향의 고장 전북 남원 출신의 소강석 목사는 교계 지도자이자 시인으로서 1994년 《문예사조》로 등단해 그동안 윤동주문학상, 천상병 귀천문학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최근 탈고한 시집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로 황순원시인상을 받게 됐다.

이 외에도 시집 《너의 이름을 사랑이라 부른다》, 《외로운 선율을 찾아서》, 《꽃으로 만나 갈대로 헤어지다》, 《다시, 별 헤는 밤》 등을 발표했다. 소강석 목사에게는 황충상 소설가가 시상을 맡아 상패를 수여했다.

사단법인 황순원기념사업회 주관, 양평군과 경희대학교와 중앙일보 주최로 열리는 2024 제21회 황순원문학제 중 진행된 시상식 본심은 박이도 시인(황순원기념사업회 회장)을 위원장으로 강정례 시인(양평문인협회 회장), 김주성 소설가 등이 심사를 맡았다.

이 외에 제13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자는 작가상 김선주 《함성》, 그리고 양평문인상 대상 박문재 시집 《겨울 고해》, 우수상 김기상 수필 《청개구리》, 소영민 시 《건망증》 등이다.

심사위원들은 소강석 목사의 시집에 대해 “서정적 어조와 분위기의 부드럽고 감동적인 언어로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시적 묘사가 탁월했다”며 “목회자 시인으로서 종교적 표현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서도, 정신과 신앙의 수준을 한껏 고양한 시 세계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심사위원들은 “소강석 목사는 그동안 10여 권의 시집을 내고 윤동주문학상과 천상병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중진 시인으로, 이번 시집이 더 큰 진전과 성과를 축적했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수상자들의 기념촬영 모습.

▲수상자들의 기념촬영 모습.

이날 시상식은 김주성 소설가 사회로 서종하모니카앙상블의 식전 연주, 국민의례와 내빈 소개, 김종회 소나기마을 촌장의 개회인사, 문학상 의의 및 심사경위 소개, 시상식과 축사, 수상소감, 기념촬영 순으로 진행됐다.

김종회 촌장은 “황순원문학상은 한국 문학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는 문학가들을 매년 시상하고 있다. 상금이 많진 않지만, 황순원 선생님의 이름과 쟁쟁한 수상자의 면면으로 한국 문학 대표 문학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황순원 선생님을 문학관에 모시고 문학상을 시행하는 것은 문학의 본질적 의미와 순수성을 추구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축사에서 양평군수를 대신해 참석한 지주연 양평부군수는 “먼저 수상자들께 축하드린다. 저도 <소나기>를 읽으며 자랐던 세대인데, 여기 와 보니 너무 좋다. 더 많은 사람들이 양평에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이 있다는 걸 알게 되셨으면 좋겠다”며 “촌장님께서 말씀해 주신 황순원 선생님의 작품세계와 의미를 더 깊이 새기겠다”고 말했다.

원로작가 김소엽 시인은 “황순원 선생님의 작품들을 청소년 시절을 읽으며 많은 감동을 받고 대학을 졸업한 뒤 찾아뵈었는데, 시는 미당 서정주 선생님에게 배우라며 직접 연결시켜 주셨다”며 “심지어 중매까지 연결해 주셨다. 정말 존경하고 잊을 수 없는 분이고, 작품과 삶 모두 지고함과 순수함을 갖추셨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김소엽 시인은 “소강석 목사님은 등단한 지 벌써 30년 된 목회자이면서 10권 넘는 좋은 시집들을 낸 중견 작가로 활동하고 계신다”며 “목회자이면서도 성경적 언어보다 감성적·감동적인 언어를 사용해 독자들의 공감대 형성에 성공한 작가로 우뚝 서 계신다. 시집 제목부터 시적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 시인은 “다른 동식물과 달리, 하나님께서는 사람만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하셨다. 하나님의 창조적이고 독창적인 성품을 닮았다는 것이다. 좋은 작품은 하나님의 영감을 통해 나온다”며 “그 영감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할 때 개척자로 각광받을 수 있다. 개척자 정신을 갖고 더 많은 깊이 있는 작품들을 써서 세계 문학에 도전하시길 바란다”고 덕담했다.

동리문학원 원장인 황충상 소설가는 “문학축제에 오신 축하객 모두에게 문학의 마음으로 감사드린다. 시인 소강석 목사님의 변별력 있는 오페라 설교는 제게 많은 깨우침을 줬다”며 “목사님은 제가 편집주간을 맡고 있는 계간 《문학나무》에 2년째 ‘성경 인물 시’를 집중 연재함으로써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계시다”고 격려했다.

안영 작가는 “수상자들께 축하를 드린다. 황순원 선생님의 삶과 문학은 한마디로 깨끗함, 고결함이라 할 수 있다. 저희 문학가들이 삶과 작품이 일치하기 쉽지 않은데, 선생님은 이 두 가지를 완벽히 해내셔서 교단에서나 문단에서나 존경을 받으셨다”며 “무엇보다 황순원 소나기마을의 가족이 늘어나 기쁘다. 더 많은 애정을 가져 달라”고 전했다.

▲수상 소감을 전하고 있는 소강석 목사.

▲수상 소감을 전하고 있는 소강석 목사.

소강석 목사는 수상 소감에서 “수상 소식을 듣고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최근 스텐트 시술을 받고 절대 안정을 취해야 했지만, 너무 오고 싶어 무리를 했다. 오는 길도 너무 좋았다”며 “저도 <소나기>에 나오는 소년처럼 지리산 자락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런 제가 대기권 밖의 별처럼 마음으로 흠모하고 동경하던 선생님의 문학상을 받게 돼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이곳에 오니,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소강석 목사는 “황순원 선생님의 문학정신은 순수와 절제의 서정적 미학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께서는 글을 쓰실 때 함부로 칼을 휘젓듯 쓰지 않고, 순수하면서 절제의 조화를 이루는 문학 세계를 추구하셨다”며 “지금도 한국문학은 황순원 선생님께서 일구신 문학의 지평 위에서 더 새로운 세계를 넓혀가고 있다. 어떤 다채로운 빛깔을 채색하더라도, 황순원 선생님께서 지켜가신 순수와 절제의 서정성은 사라지지 않고 등불이 되어 앞길을 밝혀 줄 것”이라고 밝혔다.

소 목사는 “전문 문학인도 전업 시인도 아닌 한 사람의 목회자로서 하나님과 사람, 자연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담아 한 편 한 편 시를 썼다. 제 시들이 별처럼, 꽃처럼, 햇살처럼 사람들 마음에 닿아 사랑과 위로, 희망의 노래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며 “황순원 문학상의 순수와 절제의 서정성을 가슴에 새기며, 사랑과 용서, 화해와 평화가 가득한 세상을 열어가는 꽃씨와 같은 시들을 쓰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부족한 제게 의미 있고 큰 상을 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특히 시집 표사를 써 주신 정호승 시인님과 늘 격려해 주신 문인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참석해 축하해 주신 모든 분들과 새에덴교회 성도들께도 감사드린다.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올려드린다”고 했다.

황순원문학상은 <소나기>의 작가 황순원(1915-2000)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황순원 작가는 김동리·김승옥 작가와 함께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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