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에필로그’, 장기기증 감동과 결심 나누는 소통의 장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9월 7·8일 생명나눔 주인공들 사연 담아 운영

삶 돌아보는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및 생존 시
신장기증인, 이식인, 희망등록자 등
200여 명 방문, 장기기증 의미 나눠
매일 7.9명의 환자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 장기기증 활성화 절실한 상황
장기기증 의사 사전 확인 시간 마련

▲카페 에필로그. ⓒ운동본부

▲카페 에필로그. ⓒ운동본부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며 3명의 환자를 살렸어.”

공점덕 씨(69)가 손녀 나은아 양(10)에게 오랜 시간 가슴에 묻어둔 이야기를 꺼내자, 나 양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을 때 정말 힘드셨을 텐데, 그런 결정을 하다니 정말 잘하셨어요”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2013년 11월, 결혼 후 줄곧 함께 장사를 하며 남편과 한 시도 떨어진 적이 없던 공 씨는, 갑작스러운 뇌사로 남편을 떠나보낸 후 오랜 기간 아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모임인 ‘도너패밀리’에 참석해 위로를 얻고, 손주들에게도 남편 故 정동수 씨의 장기기증 사실을 알렸다.

할아버지의 장기기증을 자랑스러워하는 손주들의 모습에 큰 용기를 얻은 공 씨는, 현재 도너패밀리 모임에 손주들과 함께 참석하며 생명나눔의 가치를 나누고 있다.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9월 9일 장기기증의 날을 앞두고, 7일과 8일 양일간 서울 종로구에서 생명나눔 카페 ‘에필로그’를 운영했다.

카페 에필로그에는 공 씨와 나 양을 비롯해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35명과 생존 시 신장기증인 15명 및 장기이식인,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등 200여 명이 모여 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기기증으로 써내려간 기증인의 사연을 나눴다.

이틀간 총 6회 차로 운영된 생명나눔 카페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돼, 장기기증의 가치를 되새기고 가족 간에 장기기증 희망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생명나눔 카페에는 뇌사 장기기증인과 생존 시 신장기증인의 사연을 만나볼 수 있는 별도 공간이 마련돼, 방문객들이 감동적인 장기기증 사연을 접하고 기증인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

기념품으로 키링인 ‘디어링’을 증정해, 일상에서 생명나눔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도왔다. 전 세계적으로 장기기증을 상징하는 초록 리본을 모티브로 ‘Donor(기증자)’, ‘dEAth(죽음)’, ‘Remember(기억)’라는 단어 속 글자를 따 탄생한 ‘디어링’은 장기기증인의 사랑을 나누고, 장기기증 활성화로 환자들의 죽음을 막고, 생명나눔의 가치를 기억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디어링’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제작,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방식이 장기기증의 의미와도 맞닿아 있어 의미를 더했다.

마지막으로 방문객들은 ‘re: 그린 키트’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만의 에필로그를 작성하는 활동을 하며 생의 마지막 순간 장기기증이 가지는 의미를 되새겼다.

올해 상반기 국내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37,820명으로 지난해 동기간 40,065명 대비 2,200여 명 가량 적은 수준이다.

상반기 실제 뇌사 장기기증인은 226명, 생존 시 신장기증인은 474명, 생존 시 간 기증인은 441명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사후 각막을 기증한 경우는 4명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이식대기 환자는 가파르게 늘어 5만 2천명(2024.06 기준)을 넘어섰으며, 이들 중 65% 정도인 3만 4,254명이 신장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식대기와 장기기증의 불균형 속에, 매일 7.9명의 환자가 생명을 잃고 있어 장기기증 활성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운동본부 박진탁 이사장은 “장기기증의 가치를 더 많은 이와 나눌 수 있도록 생명나눔 카페 에필로그의 문을 열게 됐다”며 “우리나라는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의해 실제 장기기증 시 반드시 가족 동의가 필요한 만큼, 카페 에필로그에 가족 단위로 참석해 장기기증에 대한 의견을 서로 나누는 것이 실제 장기기증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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