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이 교회에 대통령 추석 선물 전달하며, “술인데 받을 건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우정청 지침” 운운도… 확인 결과 술 없어

종교계엔 술 대신 청 포함 이미 발표
집배원, 선물 보여주니 말 없이 나가
교회 목사 “정부·기독교계 이간질?”

▲대통령실에서 이 교회에 보낸 추석 선물. 술은 없었다. ⓒ교회

▲대통령실에서 이 교회에 보낸 추석 선물. 술은 없었다. ⓒ교회

우체국 집배원이 대통령실 명절 선물을 전달하면서 “교회에 ‘술’을 보냈으니 반송하라”는 가짜뉴스를 전하고 다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기 지역 한 교회의 제보에 따르면, 지난 5일 이 교회로 윤석열 대통령의 추석 명절 선물이 전달됐다고 한다.

그런데 해당 선물을 배송한 우체국 집배원은 이를 수령한 교회 행정실 직원을 향해 “경인지방우정청(경인청)에서 지침이 내려왔다”며 “(여기 들어있는) 명절 선물이 술인데, 종교계는 술을 먹지 않는 걸로 알고 있으니, 선물을 반송하겠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 교회 행정실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A씨는 선물을 건네면서 집배원이 이런 말을 한 것은 처음이라 당황했다고 한다. 사실 집배원이 택배를 전달하면서 저런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것이 사실. 그러나 확인도 하지 않고 반송할 수는 없어, 반송을 채근하는 집배원을 돌려보내고 선물을 확인하기로 했다.

이후 담임목사와 교회 직원들과 함께 선물 내용을 확인한 결과, 술이 아니라 오미자청, 매실청, 잣, 사과고추장, 배잼, 화장품 세트 등이 들어 있었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의 2024년 추석 선물 세트는 지난 4일 이미 공개된 바 있다. 국가와 사회 발전을 위해 헌신한 각계 원로, 제복 영웅·유가족, 사회적 배려 계층 및 체코 원전 수주 유공자 등 각계 인사들에게 전달된 올해 추석 선물은 전통주 산업을 활성화하고 지역 특산물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도라지 약주(경남 진주), 유자 약주(경남 거제), 사과 고추장(충북 보은), 배 잼(울산 울주), 양파잼(전남 무안)으로 구성됐다.

음주를 하지 않는 종교계를 위해서는 오미자청(경북 문경), 매실청(전남, 광양), 잣(강원 평창·홍천)이 포함된 세트를 따로 마련했다.

이 외에 자연 소재를 활용한 오얏 핸드워시, 매화 핸드크림(전남 담양), 청귤 핸드크림(제주 서귀포), 사과 립밤(경북 청송), 앵두 립밤(경기 가평), 손수건 등의 화장품 세트도 들어 있었다.

▲다문화가정 어린이들과 추석 명절 영상 메시지를 촬영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 ⓒ대통령실

▲다문화가정 어린이들과 추석 명절 영상 메시지를 촬영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 ⓒ대통령실

이 행정실 직원은 “대통령실에서 종교계에 술을 선물했을 리 없지 않느냐”며 “왜 그런 지침을 내렸는지 너무 이상하고 의문이 가득했다. 며칠 후 (다른 택배를 갖고 방문한) 집배원에게 선물 사진을 보여주며 확인시켜 줬다. 그랬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가더라”고 제보 취지를 밝혔다.

이어 “요즘 가짜 뉴스가 많은데, 이 사건도 그 중 하나인 것 같다”며 “명절 선물을 반송하게 해 기독교계와 정부를 이간질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전했다.

이 교회 담임목사는 “기독교계는 최근 벌어진 이 사건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각종 온라인상에서 퍼지며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 뉴스, 거짓 선전과 선동이 교계와 정부 사이를 분열시키고 자유민주주의의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이 목사는 “우리 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거짓 정보, 거짓 뉴스가 우리 교회에서 일어날 줄은 몰랐다”며 “집배원의 답변을 듣지 못해 단순한 지침 오류인지 의도를 가진 배후의 세력이 있는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독교계를 겨냥한 이들의 계획된 소행이라면,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시는 거짓된 정보 전달 등 의구심을 들게 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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