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복음주의 리더들에 ‘한국교회 140년 역사와 선교’ 소개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뮤지컬 ‘한국교회의 열두 돌’ 공연 (1)

여호수아 ‘길갈의 열두 돌’처럼
한국교회 역사 기념·기억 위해
추상미 감독·이석준 배우 기획
한국교회 ‘선교적 DNA’ 소개도

▲공연 전 인사 모습. ⓒ한국로잔
▲공연 전 인사 모습. ⓒ한국로잔

제4차 로잔대회 다섯째 날인 9월 26일 저녁 ‘한국교회의 밤’ 시간, 한국교회 140년 역사와 그 속에서 영향을 주고받은 로잔과 선교에 대해 ‘한국교회의 열두 돌(The Twelve Stones of Korean Church)’이라는 창작 뮤지컬을 선보였다.

90여 분간 이어진 뮤지컬에서는 한국교회 주요 목회자와 선교단체 리더 10인이 프레젠터로 직접 등장해, 그야말로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장엄한 무대’를 만들어냈다. 성경 여호수아에서 기념과 기억을 상징하는 ‘길갈의 열두 돌(수 4:1-9)’처럼 12가지 한국교회 140년 역사 속 주요 사건과 인물 등을 상징으로 선정해 소개했다.

이 ‘한국교회의 열두 돌’은 1막 ‘부흥’, 2막 ‘선교지에서 선교국으로’, 3막 ‘길 위의 한국교회’ 등 총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한국교회의 영적 여정을 되돌아보면서 하나님의 전능하신 역사와 믿음의 선배들의 신실한 응답을 기리고, 다음세대들에게 귀중한 신앙의 교훈을 전함으로써 한국과 세계 기독교 공동체를 격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다.

한국로잔과 CGN 등이 기획한 이 무대의 연출과 기획은 추상미 감독과 이석준 배우 부부가 맡았다. 출연진 중에는 대학로 무대에서 낯이 익은 배우들도 종종 보였다.

특히 선교를 주로 논의하는 로잔 대회 참석자들 앞에, 한국교회의 ‘선교적 DNA’를 소개하기도 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교회가 일제강점기인 1912년 장로교 총회 창립 후, 그리고 3년간 전쟁이 계속된 6.25 불과 3년 후인 1956년에도 선교사를 파송해, 현재 선교사 2만여 명의 세계 2위 선교대국이 된 역사를 되새겼다.

▲공연 모습. ⓒ한국로잔
▲공연 모습. ⓒ한국로잔

①길선주 목사의 ‘밧줄(Rope)’

배우들의 오프닝 합창 무대에 이어, 유기성 목사가 1907년 ‘평양대부흥’을 상징하는 ‘밧줄(Rope)’을 보여주며 무대에 올랐다. 그는 “길선주 목사는 장대현교회 주일 설교에서 ‘밧줄’을 죄에 비유하며 회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며 “평양대부흥은 140년 역사에 걸쳐 계속되는 부흥의 물결을 촉발시켜 세계 선교사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양적 성장의 산실이 됐고, 위기 속에서도 불씨를 일으키고 세계 선교를 견인하는 모판이 됐다”고 말했다.

유기성 목사는 “지금 우리는 한국교회의 열두 돌을 찾아 떠나는 항해의 갑판 위에 올랐다. 우리 다음 세대들이 ‘당신들이 가져다 놓은 열두 돌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라며 “그 답은 하나님께서 우리 역사 속에서 행하신 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 목사는 “이 과거로의 항해 가운데, 하나님께서 한국교회를 위해 행하신 총체적 복음 사건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며 “평양대부흥이라는 모판이 심기도록 밭을 기경한 이들은 과연 누구였을까”라는 말로 ‘항해’의 출발을 알렸다.

▲공연 모습. ⓒ한국로잔
▲공연 모습. ⓒ한국로잔

②존 로스 선교사의 ‘예수셩교젼셔’

송도 컨벤시아에 모인 5천여 명의 전 세계 복음주의 리더들을 태운 배는 한국 선교 초기인 1887년으로 되돌아갔다. 두 번째 돌은 1887년 성경을 한글로 번역했던 존 로스 선교사의 ‘예수셩교젼셔(The Jesus Bible)’.

두 번째 프레젠터 이규현 목사(수영로교회)는 “중국에서 활동하던 존 로스 선교사는 상인 서상륜과 함께, 천시받던 민초들에게 자신들이 받은 은혜를 전하고자 한글로 성경을 번역하기 시작했다”며 “이로 인해 1885년 입국한 첫 선교사들은 복음서를 읽고 있는 조선 기독교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선교사들이 들어오기 전, 이미 교회가 있었던 것이다. 서상륜이 사비를 털어 황해도 자신의 집에 소래교회를 세웠다”고 소개했다.

▲공연 모습. ⓒ한국로잔
▲공연 모습. ⓒ한국로잔

③아펜젤러 선교사의 ‘막사발’

더 2년 전으로 돌아간 1885년. 이정숙 교수(횃불트리니티대)가 들고 나온 것은 ‘막사발(Earthenware bowl)’이었다. 이 교수는 “처음 한국에 왔던 아펜젤러 선교사는 ‘조선은 질그릇의 나라’라고 표현했다”며 “자신들을 질그릇에 비유한 조선 기독교인들은 부서진 삶에 복음의 보화를 담아 세상에 전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자라나는 식물이 뿌리를 내리듯, 복음은 한국 전역으로 퍼져갔다”고 말했다.

이정숙 교수는 “그러나 한반도에 곧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35년간 일제강점기가 찾아왔고, 주권을 되찾고 해방을 맞았지만 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지고 말았다”며 “이 비극의 한가운데, 한국교회가 있었다. 혼란의 파도는 믿음을 굳건히 지켜온 참된 신자들을 구별해 냈다”고 전했다.

▲공연 모습. ⓒ한국로잔
▲공연 모습. ⓒ한국로잔

④독립만세운동의 ‘태극기’

복음은 퍼져갔지만, 나라를 빼앗겼다. 나라를 되찾고자 일어난 이들은 대부분 복음을 받아들인 이들이었다. ‘자유와 독립을 주소서’를 외친 공연 후, 주승중 목사(주안장로교회)가 1919년 만세운동에 사용됐던 ‘태극기(The Korean Flag)’을 들고 나와 유관순 열사를 소개했다. 그는 “유관순은 불과 16세에 믿기지 않는 신앙적 결단으로 항거했다”며 “유관순의 죽음은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상징한다. 망국의 절망적 현실 속에서도 복음은 계속 전파됐고, 한국교회는 계속 확장됐다”고 했다.

실제로 일제강점기 가운데서도 교회는 사역을 멈추지 않았다. 좌절을 딛고 일어나 실력양성 운동을 주도했다. 나라를 빼앗길 수밖에 없었던 무지를 돌아보고, 물산장려운동, YMCA운동 등 여러 계몽운동을 일으켰다. 나라 잃은 슬픔 속에서도 해외선교를 시작했다.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것도 교회였다. 1%의 기독교인들이 민족대표 중 절반이었고, 독립만세 운동으로 일제에 체포당한 이들 중 20%를 차지했다.

▲공연 모습. ⓒ한국로잔
▲공연 모습. ⓒ한국로잔

⑤손양원 목사의 ‘감사헌금 봉투’

일제강점기 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1940년대, 신사참배의 어둠 속에서도 한국교회에는 주기철·손양원 목사가 있었다. 배우가 꺼낸 이번 ‘돌’은 ‘감사헌금 봉투’. 손양원 목사가 좌익 청년에게 살해당한 아들들의 장례식을 집전하면서 바친 것이었다. 봉투에는 ‘순교의 두 아들이나 주신 감사의 봉헌금 1만 원’이라고 쓰여 있었다.

길고 어두웠던 일제 말기 신사참배 결의 이후 7년의 어두운 밤, 모진 고문에도 끝까지 저항하다 옥중에서 숨을 거둔 주기철 목사의 ‘일사각오’, 애양원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가족처럼 돌보고 자식들을 죽인 원수를 양자로 삼고 결국 공산군의 총탄에 순교한 손양원 목사의 ‘사랑과 용서’의 정신에, 해외 참석자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뮤지컬 공연 중 ‘열두 돌’이 보이는 모습. ⓒ한국로잔
▲뮤지컬 공연 중 ‘열두 돌’이 보이는 모습. ⓒ한국로잔

⑥문준경 전도사의 ‘깨진 항아리’

그 시대 또 한 명의 신실한 그리스도인 순교자, 문준경 전도사는 한기채 목사(중앙성결교회)가 소개했다. 여섯번째 ‘돌’ ‘깨진 항아리(Midwife Jar·산파용)’에 대해 그는 “그녀는 성결교회 순회 전도사로 122개 섬을 다니며 전도했다. 가난한 섬 주민들과 삶을 나누며 그들을 섬기다, 북한군이 들이닥치자 피난을 거부하고 성도들과 순교했다”며 “이 깨진 항아리는 문 전도사의 기도 터에서 나왔다. 섬을 돌며 산파 역할까지 겸했던 그분의 유품이다. 이 항아리는 그분이 산고의 고통으로 잉태한 수많은 영혼을 떠올리게 한다”고 이야기했다.

한기채 목사는 “그녀가 뿌린 복음의 씨앗은 신안군 전체로 퍼져, 신안군 1,004개 섬에 100여 곳의 교회가 세워졌고, 신안군은 오늘날 기독교인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 됐다”며 “그 분의 복음전도는 전쟁 가운데 이뤄낸 놀라운 선교적 성취였다. 한국전쟁으로 교회는 산산히 부서졌지만, 복음을 살아낸 증인들로 인해 부활의 소망은 더욱 강렬해졌다. 이 순교자들의 희생으로, 한반도를 뒤덮은 어둠을 뚫고 새벽 빛이 찾아왔다. 한반도에 어두움 너머 새벽 동이 트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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