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미래 열쇠 찾기 위해, 돌아가야 할 곳은 어디일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뮤지컬 ‘한국교회의 열두 돌’ 공연 (2)

한국 선교, 선교사들 희생 통해…
그 기억 닻 삼아, 멈추지 않을 것
세계 선교와 복음 통일에 부르심
기억은 과거 아닌 미래 여는 열쇠

▲열두 돌이 모두 등장한 피날레 무대. ⓒ한국로잔

▲열두 돌이 모두 등장한 피날레 무대. ⓒ한국로잔

제4차 로잔대회 다섯째 날인 9월 26일 저녁 ‘한국교회의 밤’ 시간, 한국교회 140년 역사와 그 속에서 영향을 주고받은 로잔과 선교에 대해 ‘한국교회의 열두 돌(The Twelve Stones of Korean Church)’이라는 창작 뮤지컬을 선보였다.

앞서 소개한 여섯 개의 돌은 구한말 한국에 처음 복음이 전해진 시절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과 6.25까지 주로 ‘핍박과 고난’ 속에 신앙을 지키고 전한 믿음의 선배들을 다뤘다.

이후부터는 어려움을 딛고 눈부시게 성장한 한국과 한국교회, 그리고 사회 변화 속 고민하며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 등을 담았다. 또 교회(Modality)와 함께 한국 기독교의 성장을 이끈 선교단체(Sodality)들의 공헌도 놓치지 않았다.

⑦월남 피난민들이 세운 ‘천막’

일곱 번째 ‘돌’은 ‘텐트(Tents)’다. 여섯 번째 프레젠터로 나선 강대흥 KWMA 사무총장은 “전쟁으로 많은 이들이 희생되고 삶의 터전은 잿더미로 사라졌다. 월남한 피난민들의 사정은 더욱 비참했다”며 “그러나 그들은 가는 곳마다 천막 교회를 짓고, 십자가 아래 모였다. 그 시대 탈북 피난민 공동체는 남한 교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그 중심에 한경직 목사가 있었다”고 전했다.

강대흥 사무총장은 “한경직 목사는 다른 목회자·선교사들과 힘을 합쳐 굶주린 사람들에게 구호물자를 아낌없이 나눴다. 그리고 1951년과 1952년, 미국 밥 피어스(Bob Pierce)와 에버렛 스완슨(Everett Swanson)은 각각 한국을 방문해 열악한 상황을 목격하고 구호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에 의해 지금의 월드비전과 컴패션이 창립돼, 세계 최대 국제 NGO로 성장했다”며 “장기려 전 평양의과대학 교수는 피난민들이 집결한 부산에서 복음병원을 열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 의료를 제공, 오늘날 한국 건강보험제도의 초석을 다졌다”고 설명했다.

▲모든 프레젠터 목회자들과 출연진들이 나와 기도하는 모습. ⓒ한국로잔

▲모든 프레젠터 목회자들과 출연진들이 나와 기도하는 모습. ⓒ한국로잔

강 사무총장은 “전후 재건 기간, 한국교회는 무너진 세상에서 구원의 방주가 됐다. 교회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거의 모든 영역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며 “전쟁의 상처가 완전히 아물기도 전인 1956년, 한국교회는 최찬영·김순일 선교사를 태국으로 파송하면서 선교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다시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⑧복음화 운동의 ‘슬로건(Slogan)’

‘5천만을 그리스도에게’, ‘이 땅에 그리스도의 계절이 오게 하자’,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라’, ‘성령의 불길을 온 세계로’…. 1965-1988년 한국교회의 ‘슬로건’이다. 이 민족복음화운동은 교회 쇄신과 일치, 개인의 거듭남을 통한 사회 변화 등을 염원하는 대규모 집회로 결실을 맺었고, 국가 발전까지 견인했다. ‘로잔 운동’의 공헌도 여기서 등장한다.

프레젠터 유관재 목사(성광침례교회)는 “1965년 주요 전국 도시 순회 집회로 시작된 민족복음화운동은 분열된 한국교회의 상처를 꿰매고 다시 한 몸이 되게 했다. 이듬해인 1966년 베를린 세계복음전도대회에서 빌리 그래함 목사를 만난 조종남 박사와 한경직 목사는, 민족복음화운동을 대중집회와 접목시킬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그를 초청했다”며 “1974년 5월 ‘5천만을 그리스도께로’라는 슬로건으로 시작된 ‘빌리 그래함 전도대회’는 전국 6개 도시를 거쳐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피날레 집회를 가졌다”고 했다.

유관재 목사는 “이 전도대회에는 전국적으로 440만여 명이 참여했고, 서울 여의도에서만 1주일간 110만여 명이 모여 10만 명이 결신하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며 “군중 앞에서 빌리 그래함 목사와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북한 동포들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원수였던 북한을 처음으로 끌어안아 형제로 만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뮤지컬 공연 모습. ⓒ박아람 기자

▲뮤지컬 공연 모습. ⓒ박아람 기자

⑨선교단체들의 ‘깃발(Banners)’

평양대부흥으로부터 이어진 복음의 열망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교회 성장과 세계 선교가 가속화됐다. 1990년대에 교회는 3만 5천 곳으로 늘어나 30년 만에 7배가 됐고, 전체 인구의 2.5%였던 기독교 인구도 30년 만에 10배 가까운 20%로 많아졌다. 도움을 주던 나라에서 도와주는 나라로, 선교지에서 선교국으로, NGO 수혜국에서 후원국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정희원 부대표(JOY)는 아홉 번째 ‘돌’인 CCC, IVF, YFC, JOY, UBF 등 선교단체들의 깃발을 소개하며 “한국교회 선교 열정을 보여주는 상징”이라며 “1974년 로잔 언약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이들이 바로 1980년대 기독 청년들이었다. 대규모 전도집회를 통해 이들은 다시 국경 너머를 바라보고,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복음의 의미를 놓고 고민하며 고군분투했다. 특히 복음이 가난한 이웃을 품고 하나님의 공의를 세우는 일까지 포함함도 이해했다”고 했다.

정 부대표는 “그 결과 두 가지 움직임이 나타났다. 하나는 사회 정의를 위한 활동을 시작한 캠퍼스 전도 운동이었고, 다른 하나는 미전도 종족에게 복음을 전할 젊은이들을 모집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선교 동원운동”이라며 “열정과 자부심으로 가득했던 청년선교단체들이 큰 역할을 했다. 그리스도를 뜨겁게 열망하고 복음을 전하려는 많은 청년들이 이 깃발을 들고 계속해서 이 깃발을 들고 먼 타국에서 선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언더우드와 아펜젤러처럼”이라고 전했다.

⑩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이 손수 쓴 ‘쪽복음(Handwritten gospel fragments)’

땅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러 가던 선교사들은, 가장 멀고도 가장 가까운 곳을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 휴전선 너머 북한 땅이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으로 수많은 주민들이 굶어 죽었다는 뉴스가 알려지자, 한국교회는 큰 충격을 받고 본격적으로 북한 지원과 선교에 뛰어들었다.

▲열두 돌이 모두 등장한 피날레 무대. ⓒ한국로잔

▲열두 돌이 모두 등장한 피날레 무대. ⓒ한국로잔

박성민 대표(한국CCC)는 “한국교회는 대북 식량 지원 90%를 부담하고 3만 명 이상의 탈북민들을 환대했다.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 북한을 위한 기도회 등 다양한 탈북민 사역도 이어지며 북한 선교 시대가 시작됐다”며 “그러나 북한은 가장 가깝고도 먼 나라였다. 성경을 밀반입해 지하교회에 모여야 하고, 발각되면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 고문과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오픈도어는 지하교회 성도가 5-7만 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고 밝혔다.

지하교회 성도들이 귓속말로 기도하는 음성도 보여줬다. 박 대표는 “ 하나님께서 북한 땅에 남기신 그루터기들인 북한 성도들은 지금도 생명을 걸고 손글씨로 적은 쪽복음을 읽으며 그 옛날 부흥의 땅 평양이 회복되길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⑪로잔 로고(Lausanne Logo)

50년 전 창립된 로잔 운동(the Lausanne Movement)은 복음 전도와 사회 선교가 분리될 수 없음을 강조하면서, 복음주의를 이끄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 왔다. 로잔 운동은 교회 개척과 복음주의자들의 각성과 갱신으로 한국교회의 핵심 동역자가 돼 왔다는 것이 한국 로잔위원회의 고백.

마지막 프레젠터인 오장석 목사(검단 함께하는교회)는 “로잔 대회 10년 후인 1984년 열린 ‘한국 기독교 100주년 선교대회’에서 지도자들은 1980년대 정치·사회적 현실 속에서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민족을 바른 길로 인도하지 못한 죄를 공개 고백했다”며 “로잔 운동은 한국교회가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올해는 복음 선포와 사회 참여 사이의 균형을 강조하는 로잔 운동의 희년을 맞는 해”라고 진단했다.

오장석 목사는 “50년 전,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이웃의 필요에 무관심해진다는 비판이 로잔 운동을 탄생시켰고, 오늘날까지 복음주의 교회들의 나아갈 길을 제시해 왔다”며 “지난 50년 동안 로잔이 한국교회의 소중한 동반자였던 것처럼, 이제 한국교회가 다시 한 번 회개하고 로잔의 정신을 따라 사회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더불어 세계 교회를 선도하며 로잔 운동과 함께 선교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뮤지컬 감상 후 그룹별 토의 모습. ⓒ한국로잔

▲뮤지컬 감상 후 그룹별 토의 모습. ⓒ한국로잔

⑫인도네시아 왐본어 성경(Wambon language Bible)

첫 ‘돌’을 소개했던 유기성 목사(로잔대회 한국준비위원장)가 마지막 ‘돌’을 소개하는 프레젠터로 재등장했다. 변화하는 사회 속 세계 곳곳 선교사들의 사역 영상에 이어 ‘왐본어 성경’을 들고 나온 그는 “어둠 속에 살던 한국인들에게 복음의 빛을 비춰준 ‘예수셩교젼서(두 번째 돌)’과도 같은 것”이라며 “존 로스 선교사의 한글 성경 번역이 창세기 1장 3절 속 ‘빛’을 한국인들에게 열어준 것처럼, 이 번역 성경들은 각국 그리스도인들에게 빛을 가져다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기성 목사는 “한국의 가난하고 잃어버린 영혼들을 위해 오직 복음으로 기꺼이 자신을 던지고 청춘을 불살랐던 선교사들을 기억한다. 한국인들의 선교는 그 선교사들의 희생적 활동에 대한 기억에서 영감을 얻었고, 우리는 그 기억을 닻 삼아 계속 선교의 항해를 펼쳐가며 복음을 전하고 있다. 우리의 항해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유 목사는 “이 땅의 역사가 말하듯, 한국교회의 부르심은 세계 선교와 복음 통일에 있다. 아직 발자국이 남은 적 없는 수많은 미지의 땅이 우리 한국 선교사들의 발자취를 기다리고 있다”며 “아이러니하게도 1907년 대부흥이 일어났던 평양 장대현교회 터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김일성과 김정일 동상이 서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는 어떻게 이 부르심을 향한 항해를 다시 감당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 한국교회의 열두 돌을 찾아 떠난 항해의 마지막에 와 있다. 코리 텐 붐(Corrie Ten Boom)이 ‘기억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여는 열쇠’라고 했듯, 과거로 향했던 우리의 항해는 과거를 추억하기 위함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문을 열기 위한 것이었다”며 “우리는 그 열쇠를 찾아 미래 세대에게 전달해야 한다. 그 열쇠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그 열쇠를 찾기 위해, 지금 우리가 돌아가야 할 장소는 과연 어디일까”라고 물으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대구동신교회 문대원 목사(국제로잔 이사, 한국준비위원회 총무)와 선한목자교회 김다위 목사, 한국과 세계 대표(남궁예린 자매, Kwadwo Nimfour Opoku Onyinah 국제로잔 이사)가 뮤지컬을 통해 받은 감사와 회개, 소망과 축복의 기도를 인도했다. 이후에는 그룹별 소감과 은혜 나눔, 기도의 시간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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