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합동, 여성 강도사 허용은 첫 출발일 뿐”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공동행동, 비판적 입장문 발표

▲예장 합동 제109회 총회가 열린 울산 우정교회 앞에서 여성 강도권 허용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예장 합동 제109회 총회가 열린 울산 우정교회 앞에서 여성 강도권 허용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예장 합동 제109회 정기총회에서 여성 강도권 허용 결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위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비판적 평가를 담은 입장문 ‘여성 강도사 허용은 첫 출발일 뿐, 여성과 남성이 평등한 동역자로 서도록 온 힘을 다하라’를 발표했다.

공동행동은 “합동 제109회 총회에서 여성 사역자에게 사상 처음 강도사의 문을 열고 교회 내 남녀평등의 긴 여정을 시작했다. 이는 작년 108회 총회 둘째 날의 결의를 다시 뒤집은 초유의 사태를 뒤늦게 바로잡았다는 면에서도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그러나 이번에도 과정과 결과 모두에서 문제와 과제를 크게 남겨둔 미완의 총회라고 아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먼저 긍정적인 면으로 “아무리 오랫동안 무시하고 회피했어도, 이제 예장 합동 교단조차 여성 안수의 신학적 정당성과 시대적 당위성을 마냥 모른 척할 수 없음이 분명히 확인된 것”이라며 “최근 총회가 앞장서 대책을 마련하려 한 사실 자체가 그것을 증명한다”고 했다.

이들은 “오랜 세월 여성 및 여성 사역자 안건 무풍지대였던 합동에 ‘여성사역자특별위원회(이하 여사위TFT)’가 만들어지고, 총회에 여성 관련 헌의들이 적지 않게 올라온 것도 모두 그러한 시대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이 아닐 수 없다”며 “따라서 그 첫 번째 걸음으로 여성 강도사를 받아들인 일은 진일보한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많은 기대와 우여곡절 속에 결정된 올해 총회 결의안을 살펴보면, 서로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 보여 혼란과 의문이 가득하다”며 “지금도 예장 합동 등 3개 교단은 그동안 ‘여자가 가르치는 것과 남자를 주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아니하노니 조용히 배우라(딤전 2:12)’는 구절을 근거로 여성 안수를 거부해 왔으나, 이번에 류명렬 여사위TFT 위원장은 신약 권위자 권성수 교수의 설교를 들어 같은 본문이 ‘여성 사역의 절대적 제한으로 볼 것이 아니라, 남성 리더십의 원리 면에서 신축적으로 이해해야 된다’며 여성 강도권 인정이 교단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즉 해당 본문이 더는 여성 사역을 제한하는 근거가 아니라는 말”이라고 했다.

이들은 “그러나 그 결과로 제시된 대책안은 안수받은 여성 목사가 아닌 강도권을 받은 여성 강도사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강도사는 목사가 되는 준비 과정 같은 것이었는데, 이제 목사 고시에 응시하는 남성 강도사와 남성과 같이 설교를 포함 교회 사역에 다 참여하지만, 목사만은 될 수 없는 여성 강도사로 나뉘게 된다”며 “그렇다면 같은 명칭을 부여받은 남성과 여성 강도사는 과연 같은 강도사인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공동행동은 “더구나 이번 총회 결의는 당장 시행되는 것도 아니다. 내년에는 우선 남성과 여성 강도사를 구분 짓는 내용을 헌법에 추가해 총회 2/3 이상의 의결을 거쳐야 하고, 의결 후에도 다시 166개 노회의 재의결을 거쳐 노회 과반수와 전체 2/3 이상의 찬성을 얻을 때 2026년 9월 총회에서 비로소 확정되는 길고 긴 절차를 통과해야 하는 희망고문”이라며 “2년에 걸쳐 헌법개정과 노회의 절차까지 무사히 다 거친 후에야 비로소 여성 강도사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없었는데 2년이 대수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시급한 사정에 빠진 이들을 위해서라도 후속 과정을 단순화하고, 단축하는 방법을 강구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 모든 복잡한 규정, 번거로운 절차, 뒤따르는 혼란과 의문은 단 하나 여전히 ‘여성에게는 안수를 줄 수 없다’는 고집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에서 비롯된 일이다. 말씀도, 복음도, 시대의 필요도 아님을 반쯤 인정해 놓고도 끝내 여성 안수만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고집”이라며 “이는 ‘구약의 제사장 중 여자가 하나라도 있었느냐’라고 강변한 전 총회장 김동권 목사처럼 목사가 구약의 제사장이며, 그래서 마땅히 남성만 될 수 있다는 무지하고, 박약한 신학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총회는 ‘여성 사역자 지위 향상’이라는 표현으로 강도사를 허용하는 것이 마치 여성에 대한 대단한 배려나 선심을 쓰는 것처럼 말한다”며 “이 또한 남성이 여성의 지위와 역할을 맘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속내를 은연중 드러내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운명과 방향을 정하는 분은 남자가 아니라 하나님”이라고 했다.

또 “합동 총회는 한국교회 여성 관련 과제에서 마치 여성 사역자 지위가 전부요, 그것 또한 강도사를 허용하려는 조처로 할 바를 다 했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여성은 한국교회의 다수를 차지하는데도 지금껏 교회 안팎의 모든 결정과 운영, 책임에서 거의 제외됐다. 심지어 성폭행 등 여성에 직결된 문제조차 남성 목사, 장로의 일방적 결정에 따라야 했다. 강도사 허용은 이 중대 과제들을 풀어가는데 단지 첫걸음을 뗀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들은 “예장 합동은 이번 사상 첫 강도사 허용에서 시작해 남성과 여성이 같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동역자임을 신학적·제도적으로 인정하고, 남성과 여성이 존엄성으로나, 지위로나 차별 없이 동등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계속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한국교회에 성별의 차이로 사람을 갈라 인격, 지위, 직책 등에 차별을 두는 신학, 제도, 관행이 없어질 때까지 노력할 것이며, 불꽃 같은 눈으로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천명했다. 다음은 공동행동이 발표한 ‘우리의 주장’.

예장 합동 109회 총회에서 설교권을 포함해 처음으로 여성 강도사를 결의한 것은 오랜 여성 차별의 역사에서 진일보한 조처로 평가한다. 이제 교단 산하 모든 신학교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연구에 적극 나서고, 일선 목회자들도 이에 협력하기를 촉구한다.

그러나 존재와 지위에 있어 여전히 여성을 차별하는 신학적 모호함이 남아 있고, 제도적·실제적 피해 사례가 적지 않다. 총회는 신학적·헌법적·제도적 보완을 통해 하나님의 교회가 남녀를 동등하게 존중함을 확인시켜 줄 것을 촉구한다.

특히 남성과 여성은 오직 하나님과 교회의 부름에 따라 차등이 없는 안수를 통해 목사로, 장로로, 집사로 일하도록 해야 한다. 여성 안수는 신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정당하고, 마땅한 목표다.

한국교회는 교회 내 여성이 존재나 활동에 있어 남성과 동등하게 참여하며 차별과 불공정을 받지 않도록 더욱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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