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식 목사에 대하여 “남을 심판대에 세우기 전, 자신을 단두대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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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재 선교사의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 안식 (8)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현장에서 간음한 여인이 돌에 맞기 직전, 예수님이 땅에 엎드려 무엇인가를 쓰고 있는 그림.

▲현장에서 간음한 여인이 돌에 맞기 직전, 예수님이 땅에 엎드려 무엇인가를 쓰고 있는 그림.

약 한 달 가량 머물렀던 시애틀 Pneuma Springs를 떠나는 날, 평소 그냥 지나쳤던 복도의 그림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현장에서 간음한 여인이 돌에 맞기 직전, 예수님이 땅에 엎드려 무엇인가를 쓰고 계신 그림이었다. 지나갈 때마다 지나쳤던 이 그림은 오늘 따라 나에게 무엇인가를 말해주고 있었다.

최근 나에게 핫이슈가 됐던 한국교회 사건은 각 교단 총회가 아니었다. 총회는 중요하지만, 매년 열리는 연례행사이기 때문이다. 세계 교회의 미래와 관련해 로잔대회도 중요하지만, 내 마음에 더 크게 남은 사건은 김의식 목사 사건이었다. 그가 한 여성 교인과 모텔에서 나오는 사진과 함께 한국교회 지도자의 불륜으로 대서특필된 이 사건은 당사자인 김 목사는 물론 한국교회와 그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아픔을 안겨 주었다.

특별히 예장 통합 총회를 개회하면서 김 목사를 사회자로 세우느냐 마느냐로 강단 위에서 밀고 당기던 장면은 평생 명예로운 목회자로 살아온 김 목사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었을 뿐 아니라,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교회의 추한 모습을 노출한 매우 충격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우선 그가 정확하게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잘 모른다. 그리고 만일 그가 잘못된 죄를 지었다면 지도자로서뿐 아니라 목회자로서 마땅히 회개하고 그에 합당한 처신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문제는 그와 그 사건을 대하는 한국교회 특히 목회자들의 태도다. 나는 그와의 작은 친분 때문에(그는 그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형으로 불러서, 나도 어쩌다가 그의 형 중 하나가 되었다), 그가 모텔에 들어간 것 외에 다른 죄를 짓지 않았다는 말을 믿고 싶다. 그가 살아온 목회적 고난과 교회에 대한 열정 그리고 사람 됨을 조금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그가 실제 죄를 지었다 해도, 한국교회의 그를 향한 태도는 온당하지 못하다. 우선 아무도 진실은 모르기 때문이며, 그 역시 아니라고 일관되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이 터진 후 보여준 교회의 태도는 정확히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을 향한 바리새인의 태도였다. 바리새인은 모든 것을 율법의 잣대로 판단하기 때문에 여인을 향해 돌을 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성경이 말하는 바리새인의 문제는 간음한 여인을 향하여 돌을 들었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똑같은 죄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율법을 생명처럼 붙잡고 있었던 유대인에게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예수님도 여인의 죄를 인정했고, 그에게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죄는 반드시 처벌돼야 하고, 죄인은 마땅히 회개해야 한다. 이것이 죄에 대한 성경의 원칙이다. 문제는 우리 죄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죄에 대한 우리의 태도다.

오래 전 한 교회에 술집에서 일하던 여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고달픈 인생,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는 어쩔 수 없이 뒷골목에 발을 들여 놓았지만, 주일학교에서 배운 찬송이 늘 생각이 났다. ‘예수께로 가면 나는 기뻐요. 나와 같은 아이 부르셨어요’. 나이가 들고 세상에 짓눌렸어도 그는 하나님 앞에서 어린아이였다.

어느날 그가 결심하고 교회를 나왔는데,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누가 혹시 볼까 예배가 끝나면 빨리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교회 안에 이상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저 여자는 술집 여자래”. “뭐? 술집 여자가 교회에 왔어?”

소문은 꼬리를 물고 본인에게도 들려왔다. 그래도 그는 참았다. 자기가 걸어온 과거를 생각하면, 그런 비난은 들어 마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가도 소문은 그치지 않았고, 여인은 매주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교회를 나와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또 하나의 소문이 들려왔다. “그 술집 여자가 죽었대”. 소문을 견디다 못한 그녀가 자살하고 만 것이다. 조문객 하나 없는 초라한 영안실에서 장례를 집례하던 목사는 이렇게 울면서 기도했다.

“하나님, 아버지, 제가 교인을 양떼로 기른 것이 아니라 이리떼로 길렀습니다. 제가 바로 이 여자를 죽였습니다. 아니 우리가 이 여자를 죽였습니다. 우리 모두가 살인자입니다”.

▲김의식 목사가 개회 선언을 위해 등단하자 일부 목회자들이 막아서던 모습. ⓒ총회

▲김의식 목사가 개회 선언을 위해 등단하자 일부 목회자들이 막아서던 모습. ⓒ총회

왜 우리는 남의 죄에 대해 그렇게 엄격한가? 왜 우리는 말로는 용서와 화해의 복음을 전한다면서, 하는 일은 그렇게도 모질고 독한가? 김 목사의 죄를 두둔하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죄의 최종 심판자도 아니고, 우리 또한 똑같은 죄인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평생을 같은 목회자로, 한 교단에서, 같은 교회 안에서 고생해온 동역자를 향해 지나치게 돌을 던지고 있다.

그의 죄는 당연히 하나님이 심판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우리의 죄에 대해 가지는 관대함에 비해 남의 죄, 특히 다른 목회자의 죄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보다 더 큰 죄인이 아니라고 누가 말하겠는가?

우리 중 예쁘고 나긋나긋해 마음으로 은근히 좋아한 교인이 없었다고 누가 말하겠는가? 우리 중 힘든 목회의 스트레스 때문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술을 마시고 회포를 풀고 싶은 유혹을 받은 사람은 없는가? 우리 중 누가 마음으로 간음하지 않은 사람이 있고, 누가 자기 아내 말고 한 번도 다른 여자를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어떤 목회자는 말할 것이다. 이것은 한국교회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의 교회에 대한 불신 때문에, 마음 아프지만 일벌백계할 수 밖에 없다고. 교회의 정의를 세우기 위해 개인의 감정을 억누르고 공적인 입장에 설 수 밖에 없다고.

좋다. 그렇다면 당신의 죄를 고백하면 된다. 어느 날 신문 기자를 불러 “어느 어느 교회 담임목사인 나는 간음죄를 범했습니다. 나는 죄인입니다. 내가 한국교회를 망쳤습니다.” 그렇게 고백하면 된다. 그리고 총회에 자신을 책벌해 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그러나 그런 목회자는 한국교회 역사상 한 명도 없지 않았는가? 한국교회에 대한 불신이 왜 다른 목회자 때문인가? 한국교회의 문제가 왜 다른 교단 때문이고, 왜 대형교회 때문이며, 왜 특정인 때문인가? 우리는 왜 나 때문이라고 말하지 못하는가?

굳이 성경을 말하고 싶지 않지만, 하던 일이라 할 수밖에 없다. 산상수훈 말씀이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을 볼 것이요(마 5:9)”. 이 말씀대로 모든 사람, 특히 목회자는 깨끗해야 한다. 그러나 9절보다 7절이 먼저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이요(마 5:7)”.

왜 예수님은 마음의 청결보다 긍휼을 먼저 말씀했을까? 본문에 대한 신학적 논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한국교회가 남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청결을 주장하면서, 남에 대한 긍휼은 잃어버리고 있지 않은가를 묻고 싶을 뿐이다.

당연히 청결과 긍휼은 같이 가야 한다. 청결 없는 긍휼 없듯이, 긍휼 없는 청결 없다. 청결 없는 긍휼 운동은 교회의 세속화를 부추키고, 긍휼 없는 청결은 교회의 도나티시즘(donaticism)을 부추길 뿐이다. 청결은 자신을 향한 의무로 받고, 긍휼은 남을 향한 사랑으로 받으면 어떨까?

예장 통합 총회에서 김 목사를 세우지 않은 것은 정의롭고 청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후에 우리 모두도 죄인이라고, 김 목사를 끌어안고 함께 기도했다면 어땠을까? 그러나 총회는 김 목사에 대한 처분만 있었지, 자신들의 죄 고백도, 통회도 없었다. 홀로 울며 쓸쓸히 돌아가는 김 목사를 배웅한 사람도 물론 없었다.

안도현 시인의 뼈아픈 시로 글을 맺겠다. 나 자신을 포함해 모든 한국교회 목회자는 스스로 옷깃을 여미고 겸손히 하나님 앞에 서자. 우리는 평생 남을 심판대 앞에 세우기 전에, 자신을 먼저 단두대 위에 세우기로 결심하자. 김 목사가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반쯤 깨진 연탄
언젠가는 너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너를 끝닿는데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이윤재 선교사 부부.

▲이윤재 선교사 부부.

이윤재 선교사

우간다 쿠미대학 신학부 학장
Grace Mission International 디렉터
분당 한신교회 전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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