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35.2→42.9%, 41.8→37.4%로 변화
영국에서 무신론자들의 수가 그렇지 않은 이들의 수를 넘어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2022년에 시작된 이 연구 프로젝트는 영국의 퀸스대학교 벨파스트(Queen's University Belfast)가 다른 학술기관과 협력해 진행하는 3년간의 프로그램인 ‘무신론에 대한 설명’(Explaining Atheism)으로, 올해 초 영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무신론 현황에 대한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영국인 중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이들의 비율은 35.2%에서 42.9%로 증가한 반면, 신을 믿는 이들의 비율은 41.8%에서 37.4%로 감소했다. 또한 신이 존재하는지 모른다고 답한 비율은 2008년 21.7%에서 2018년 18.2%로 줄어들었다.
이 결과는 영국(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이 군주가 국교회의 수장을 맡고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인구의 상대적 다수 혹는 대다수가 신을 믿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연구팀의 핵심 구성원 중 한 명인 퀸스대학교 벨파스트 인지문화연구소 부소장 조나단 랜먼 교수는 4일 CP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변화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주장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지만, 사회화(socialization)가 주요 요인”이라고 밝혔다.
랜먼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인이 신앙인으로 사회화되는 정도는 주로 부모와 더 넓게는 사회로부터 받는 신앙 교육에 의해 결정된다”며 “성별, 교육, 인지 편향과 같은 다른 많은 요인들도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사회화가 이들보다 훨씬 더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랜먼은 또한 사람들이 신을 믿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여러 요인, 예컨대 높은 지능이나 안정된 삶 등이 실제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더욱이 사람들이 지능이 높거나 교육을 더 많이 받아 무신론자가 된다는 주장(주로 무신론 활동가들이 제기하는)이나, 가정의 불화, 아버지의 부재, 반항적 욕구 때문에 무신론자가 된다는 주장(주로 보수적 종교 평론가들이 제기하는)은 연구 결과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는 “실존적 안전과 종교적 신념 및 참여의 역할에 관한 방대한 연구들이 있으며, 안전이 높아질수록 종교는 쇠퇴한다고 주장이 있다”며 “우리의 연구 결과는 이 주장이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그 영향이 적고 사회화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랜먼은 영국 내 사회화의 변화로 인해 무신론 인구가 증가한 이유에 대해 “데이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출산 장려 규범’(pro-fertility norms)에서 ‘개인 선택 규범(individual-choice norms)’으로의 변화가 영향을 미친다는 미국 미시간대학교 연구원 고(故) 로널드 잉글하트의 주장을 인용했다.
2020년 연구에서 잉글하트는 “주요 세계 종교는 출산 장려 규범을 절대적인 도덕 규칙으로 제시하며, 이러한 변화에 강력히 저항했다.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익히 알고 있던 성별과 성적 행동에 대한 믿음과 사회적 역할을 서서히 내려놓게 된다”며 “그러나 사회가 경제적 및 신체적 안정 수준에 충분히 도달하면, 젊은 세대는 그 안정을 당연하게 여기고 출산에 대한 규범은 점점 후퇴하게 된다”고 말했다.
영국 내 무신론자의 증가가 미칠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 랜먼은 “도덕적 신념이나 의미, 목적 상실로 인해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예측하는 것은 틀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 무신론자와 불가지론자가 일반 대중과 비슷한 비율로 객관적인 도덕적 가치, 인간의 존엄성, 타고난 권리, 자연에 대한 깊은 가치를 지지한다”며 “무신론자와 불가지론자는 일반 대중처럼 ‘가족’과 ‘자유’를 세상과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 여긴다”고 했다.
여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영국은 기독교, 특히 성공회가 상당한 감소를 겪고 있다. 일례로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10월 기준으로 영국성공회 교회의 약 4곳 중 1곳이 예배에 어린이가 참석하지 않았다.
2019년 국가사회연구센터(National Centre for Social Research)의 조사에 따르면, 영국에서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인구는 38%로, 약 30년간의 여론조사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자유민주당 의원인 폴 스크리븐은 영국 의회에 정부와 성공회와의 관계를 끊는 법안을 제출했으며, 이는 현재 상원에서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