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출판사 주최 유일 ‘등용문’
우수작 나은비 <바라건대, 주여>
수필 부문 우수작 박지원 <낙화>
건강한 기독 문학 토양 조성 목적
제4회 2024 세움북스(대표 강인구 장로) 신춘문예 시상식이 지난 9월 30일(월)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1층 회의실에서 개최됐다.
4회째를 맞이한 세움북스 신춘문예는 소설 41편, 수필 77편 등 총 118편이 접수됐다. 세움북스는 기독 출판사 주최 유일 신춘문예를 실시하고 있다.
상금 200만 원의 단편소설 부문 대상에는 김영주 씨의 <세잎클로버>가 선정됐다.
우수작(상금 100만 원)은 나은비 씨의 <바라건대, 주여>, 가작(상금 각 30만 원)은 이학기 씨의 <들보 속 가시밭길>, 신상현 씨의 <문밖에 범이 없나요?>, 김유미 씨의 <새아빠> 등이다.
수필 부문 우수작(상금 30만 원)은 박지원 씨의 <낙화(落花)>이며, 가작(상금 각 20만 원)은 기광서 씨의 〈40 : 야구를 보며 교회를 생각하다〉, 이명화 씨의 <샘물 파는 사람>, 박경희 씨의 <외갓집을 추억 속에 걷다> 등이다.
심사위원은 단편소설 부문에 조성기 목사(소설가), 수필 부문에 송광택 목사(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등이었다.
강인구 대표는 “신학이 신자의 신앙을 견고하게 세우는 뼈대라면, 기독교 문학은 신자의 신앙을 풍요롭게 하는 자양분(滋養分)”이라며 “모두가 기독교 문학의 중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기독교 문학의 토양을 만드는 일에는 무관심하다. 이런 상황에 굴하지 않고, 세움북스는 건강한 기독교 문학의 토양을 만드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기독교 문학의 활성화를 위한 세움북스의 신춘문예가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한 해 한 해 이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함께해 주시는 분들의 격려와 응원 덕분”이라며 “올해는 한층 더 수준 높아진 완성도 높은 글들을 작품집에 담을 수 있었다. 작지만 의미 있는 또 다른 한 걸음을 통해, 기독교 문학은 다시 자라나고 있다. 우리가 만들어 갈 기독교 문학의 푸른 계절을 꿈꾸어 본다”고 전했다. 다음은 심사위원들의 심사평.
기독교 단편소설 심사평
심사위원 조성기 작가
응모작 전체를 읽으며, 일단 예상 외로 수준이 높다는 인상을 받았다. 착상은 신선하나 작가가 착상에 압도당해 제대로 전개하지 못한 작품도 있고, 문장도 좋고 구성도 좋으나 기독교적 가치관이 드러나지 않아 응모 의의에 맞지 않는 작품도 있었다.
대상작 <세잎클로버>는 유년과 초등학교 시절 애틋한 추억을 통해 신앙적인 영향을 받은 사례들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 수미상관의 구성미도 잘 살렸다. 특히 세잎클로버와 네잎클로버의 상징을 활용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가 무엇인지 귀한 교훈을 준다.
우수작 <바라건대, 주여>는 모방 욕망을 자극하는 이상형을 관찰하는 과정이 흥미롭고, 이상형의 진면목을 알아가면서 신앙에 눈 뜨게 되는 계기가 자연스럽게 제시되고 있다.
가작 세 편 중 <들보 속 가시밭길>은 가정과 직장 생활에서의 갈등을 현실감 있게 드러내면서 화해의 과정을 설득력 있게 전개했다. 구성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문밖에 범이 없나요?>는 충격적 상황이 전개되는 가운데 용서린,ㄴ 주제를 잘 살린 작품이었다. 시점 문제에 약간의 혼돈이 있었는데, 앞으로 이 점에 유념했으면 좋겠다.
<새아빠>는 아빠를 잃은 소녀가 엄마와 새아빠의 결혼 과정을 겪어 내는 내용이 섬세하고 아기자기하게 전개되는 작품이다. 새아빠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며, 진정한 아버지는 하나님임을 깨닫는 대목이 감동적이다. 갈등이 좀 더 표현됐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종교와 문학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종교는 연역적이고, 문학은 귀납적이다. 문학을 통해 종교의 주제를 드러내는 일은 어떤 작업보다 지난하다. 종교와 문학의 관계를 깊이 연구한 어느 학자는 종교의 주제를 문학에서 담아내려면 작가가 출중한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이번에 상을 받는 분들에게 축하를 보내며, 더욱 정진하기를 바란다.
기독교 수필 심사평
심사위원 송광택 목사
“글쓰기에 대해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사실은 이것이다. 쏟아부어라. 날려버려라. 갖고 놀아라. 다 잃어라. 지금 당장 하라. 좋아 보이는 것을 나중에 쓴다고 모아 두지 말고 지금 써버려라. 전부, 전부 다 지금 써버려라.” 퓰리처상 수상 작가 애니 딜러드(Annie Dillard)의 말이다.
글을 쓰는 이는 적절한 구절, 적절한 단어를 찾으며 문장 하나를 만들어 낸다. 그것은 가공되지 않은 재료를 적절한 모양이 될 때까지, 적어도 최대한 적절한 모양에 가까워질 때까지 깎아 내는 석수(石手)의 작업과도 같다. 따라서 글을 쓰는 사람은 언어를 다루는 일이 얼마나 고된 작업인지를 안다.
제4회 세움북스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많은 분들이 원고를 보내왔다. 삶의 고단한 시절을 회고하는 글부터 신앙생활의 여정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정리한 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접할 수 있었다. 가족 안에서의 상처와 관계 회복, 곤고한 날들을 통과하며 눈물 흘린 경험, 지나간 날들을 추억하며 발견한 보석 같은 깨달음, 그리고 신앙적 성숙을 가져다준 체험 등을 담고 있는 글들은 잔잔한 감동을 전해 주었다.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작가로서의 내공을 보여 주는 글도 있었고, 따듯하고 순수한 문학적 감수성이 스며 있는 작품도 있었다.
하지만 수필이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문단 나누기 같은 기본을 무시한 글도 눈에 띄었다. 전반적으로 좋은 글들이 많았지만, 큰 울림을 주는 글이 많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 분들이 여럿 있어 기쁘고 반가웠다. 꾸준한 정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