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식량 원조 83% 부족’ 경고 나서
가자지구 ‘사망자 명부’ 5세 미만
아동 3,100명, 전 세계 최대 기아
향후 아동 미래 불투명, 즉각 휴전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시작된 전쟁 1년을 맞은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5세 미만 아동이 3,100명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생존한 아동들조차 심각한 기아 위기에 처했다”고 발표했다.
가자지구 보건부가 지난 9월 16일 공개한 명부에 따르면, 가자지구 아동 11,300명이 사망했고, 그 중 5세 미만 아동 수는 3,100명에 달했다.
12개월 미만 사망 아동 710명 중 20%는 전쟁 중 태어나고 사망했다. 명단에는 정확한 개인 정보가 파악된 경우만 포함됐고, 신원 미상 아동 2,800명은 포함되지 않았다. 잔해에 깔린 것으로 추정되는 1만여 명과 보건 시스템이 무너져 사망자 집계가 되지 않은 인구로 인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팔레스타인은 전 세계에서 아동이 살기에 가장 치명적인 지역으로 손꼽힌다. 지속적 폭력 속에 가장 높은 기아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미 여러 아동이 영양실조와 굶주림으로 사망했다고 유엔 전문가들은 전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현지 관계자도 가자지구에 필요한 필수 식량 원조의 83%가 전달되지 못해, 하루 평균 두 끼에서 이틀에 한 끼 식사만 가능한 정도로 공급이 줄었다고 밝히며, 가자지구에 기근이 다가오고 있음을 경고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운영하는 가자지구 기초보건센터에서 영양실조에 걸린 아동의 케이스가 급증하면서 우려 목소리가 높다. 최근 5세 미만 아동 3,000명을 대상으로 검진한 결과, 약 20%가 급성 영양실조를, 약 4%가 중증 급성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
일반적으로 영양실조에 가장 취약한 인구는 5세 미만 아동과 임신 혹은 수유 중 여성으로, 급성 영양실조에 걸린 아동은 폐렴을 포함한 일반적인 소아 질병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11배 더 높다. 하지만 현재 가자지구는 안전 문제, 접근 제한 및 인프라 파괴로 데이터 수집·검증이 제한돼 영양실조 위험에 처하거나 고통받는 인구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전쟁 직후 가자지구 북부를 떠나 데이르 알 발라로 피난한 소마야(37, 가명) 씨의 일곱 자녀 중 막내인 알리(18개월, 가명)는 심각한 영양실조로 골연화증을 진단받았다. 일명 구루병이라고 불리는 골연화증은 뼈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뼈가 물러지고 쉽게 골절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소마야 씨는 “18개월인 아들이 영양실조에 걸렸다. 다른 아이들은 이 시기에 잘 먹고 걸음마를 했지만 알리는 걷거나 의자를 잡고 서기는커녕 기어 다니지조차 못한다. 아이에게 줄 계란, 고기, 우유가 없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중동지역 사무소장 제레미 스토너는 “가자지구에서 삶의 기반이 무너지면서 향후 몇 세대에 걸친 아동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부상, 굶주림, 보건 및 교육 위기가 누적될수록 아동의 일상과 미래가 위협받는다”며 “현재 가자지구 병원 36곳 중 17곳만이 부분적으로 운영 중이다. 이대로 간다면 신체적·정신적 외상을 겪은 세대가 만들어질 수 있으며, 일부 아동은 평생에 걸쳐 영구적인 트라우마와 부상을 갖고 살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즉각적이고 확실한 휴전이 필요하다. 휴전 없는 날이 하루하루 늘어날수록 파편처럼 조각난 아동의 삶을 회복하기 어렵다”며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의 필요에 대응하고, 국제법에 기반한 권리를 지키고, 그러지 못할 경우 책임을 묻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1953년부터 팔레스타인 아동을 지원해왔으며, 작년 10월 전쟁 발발 이후 계속해서 가자지구에 상주하며 아동의 생명을 구하는 보건, 영양, 아동보호 등 긴급구호를 진행해 왔다. 신생아와 아동 영양실조 치료와 임산부 관리 및 치료를 지원하며, 정신건강 및 심리사회적 지원도 제공한다.
또 비상 식량을 공급하고 깨끗한 물과 위생 용품을 아동에게 전달하기 위한 즉각적이고 제한 없는 인도적지원이 이뤄지도록 적극적 국제 옹호 활동에 나서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전쟁 속 아동을 돕기 위한 긴급구호 모금을 진행 중이다. 세이브더칠드런 홈페이지, 네이버 해피빈과 카카오 같이가치 모금함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