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총상’ 테러에도 사역 계속하는 ‘살아 있는 순교자’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파편 107개 박힌 채 기적적 삶… 방글라데시 센뚜미르 목사

괴한들이 양쪽에서 붙들더니 
입 안에 총구 집어넣고 발사해
얼굴 망가질 대로 망가졌지만
기적 생환, 현지인들도 경외심
20년 만 한국서 지난 5월 수술
보철 치료 등 남아, 12월 출국
신앙의 자유 있는 한국 부러워

▲센뚜미르 목사는 현재 오산 광은기도원에서 숙식 중이다. 왼쪽부터 김수배 목사, 센뚜미르 목사, 이민수 선교사. ⓒ이대웅 기자

▲센뚜미르 목사는 현재 오산 광은기도원에서 숙식 중이다. 왼쪽부터 김수배 목사, 센뚜미르 목사, 이민수 선교사. ⓒ이대웅 기자

방글라데시 센뚜미르 목사(Santu Mir·54)가 끔찍한 테러를 당한 것도 벌써 20년 전이다. 2004년 12월 마지막 날, 전도사였던 그가 교회 식구들과 새해 맞이 모임을 갖기 위해 시장에서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서 돌아오던 길이었다.

괴한들은 그가 타고 있던 자전거를 양쪽에서 붙잡더니, 센뚜미르 목사의 입 속으로 총구를 집어넣고 방아쇠를 당겼다. 짐승 사냥에 쓰이는 산탄총이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소리를 지르지 못하도록 그의 혓바닥을 칼로 걸어 찢어버렸고, 3명이 온몸을 칼로 찌르고 폭행했다. 도망치지도 못하게 하기 위해 아킬레스건까지 칼로 찔렀다.

그는 몸에만 18군데 상처가 난 상태로 인근 개천가에 버려졌으나,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부지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총구가 뇌를 건드리지 않은 덕분이었다. 하지만 얼굴 각 부분은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였다.

가뜩이나 심각한 부상 상태에, 설상가상으로 그의 고국 방글라데시는 의술 수준이 뛰어나지 못했다. 그나마 가장 시설이 좋은 군 병원에 이송돼 18일간 응급조치만 받을 수 있었다. 이후 인도로 보내져 석 달 반 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벌어진 턱을 철사로 대충 얽어맸을 뿐이었다.

눈 수술도 필요했고, 이빨도 부서졌다. 혓바닥도 찢겼고, 입술이 없고 턱관절도 엉망이 돼 입을 제대로 다물 수도 없었다. 이후에도 태국 등 여러 나라를 다니며 2년 6개월 동안 수 차례 치료를 받은 끝에 간신히 얼굴은 그럭저럭 회복됐다.

▲(왼쪽부터) 센뚜미르 목사가 테러를 당하기 전과 후 모습.

▲(왼쪽부터) 센뚜미르 목사가 테러를 당하기 전과 후 모습.

사역지인 마이엔싱주 풀바리아(Fulvaria) 지역으로 돌아간 센뚜미르 목사는 ‘살아 있는 순교자’로 불렸다. 대부분 무슬림들인 지역 주민들이 보더라도, 그가 믿는 ‘하나님’께서 그를 죽지 않게 하셨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종교의 자유는 허울뿐인 곳이지만, 이제 아무도 그에게 손을 대지 못한다고 한다.

이후 그는 복음을 전하면서 교회를 18곳이나 세워 사역자를 파송할 정도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죽여서 버린 사람이 살아 돌아온 것을 보니, 저 사람이 믿는 하나님은 진짜’라고 생각한다. 무슬림 사회에 ‘하나님의 승리(Victory) AOG 교회’가 우뚝 솟아 있고, 이장이나 구청장, 경찰서장 등이 헌당식 때 찾아와 축사했을 정도다.

지역 교계의 리더인 센뚜미르 목사는 개척 파송도 남다르게 하고 있다. 먼저 개척 대상 지역을 선정하고, 금식하면서 파송할 사역자를 정한 다음, 그 지역에서 사역자들이 가정예배부터 시작하게 한다. 교역자와 성도들이 지역의 이웃이 돼 섬기면서 지역사회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 5년 이상 지역에 살면서 한두 명씩 성도를 모아, 부지를 구입하고 교회 건물을 세우는 방식이다.

센뚜미르 목사는 최근 한국에서 재수술을 받았다. 최초 수술 후 20년이 다 지나면서 뼈 대신 넣은 플라스틱과 철사 연결 부분이 느슨해졌고, 식사 때 벌어진 입술 사이로 음식물이 흘러나와 손수건을 입에 대야 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임을 현지 전필립 선교사를 통해 접한 기독교천사운동연합(대표 김수배 목사)이 그의 재수술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센뚜미르 목사가 지난 5월 수술 전 기도하던 모습.

▲센뚜미르 목사가 지난 5월 수술 전 기도하던 모습.

그는 지난 3월 입국해, 5월 11일 턱뼈 재건술 최고 권위자인 중앙대학교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이의룡 교수(광염교회) 집도로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광염교회는 수술비도 지원했다. 수술 결과 턱의 중심이 잡혔고, 위아래가 맞지 않던 상태도 많이 호전됐다.

통역을 맡은 이민수 선교사에 따르면, 그의 얼굴 곳곳에는 아직 총알 파편이 107개나 박혀 있으나, 별다른 염증 없이 살고 있는 것도 기적이라고 한다. 신경을 건드릴 수 있어 총알을 뺄 순 없지만, 테러 후 20년이 지나다 보니 얼굴 근육이 파편을 감싸게 되면서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18일부터는 위아래 치아를 맞춰 음식물을 잘 씹을 수 있도록 하는 보철 치료를 서울 노원구 석계역 인근 이편한치과에서 진행 중이다.

센뚜미르 목사는 현재 의료비자로 입국해, 12월 전에 출국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도 빨리 방글라데시로 돌아가 사역을 재개하고 싶어한다. 현지 목회자들도 리더 격인 센뚜미르 목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현재 그가 사역하던 빅토리 교회는 그의 아내가 임시로 이끌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기독교인에게 사막이나 광야 같은 곳이다. 국교가 이슬람이어서 전도나 선교활동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중동의 다른 무슬림 국가들에 비해서는 덜 호전적이지만, 일부 원리주의자들의 공격이 심심찮게 일어나는 땅. 가톨릭까지 합친 기독교인 숫자가 전체 인구의 2%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0.02%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센뚜미르 목사의 얼굴을 X레이로 촬영한 모습. 얼굴 속에 파편이 여전히 가득하다.

▲센뚜미르 목사의 얼굴을 X레이로 촬영한 모습. 얼굴 속에 파편이 여전히 가득하다.

센뚜미르 목사는 기독교로 개종 후 가족과 지역에서 버림받은 이들을 위한 쉼터(Save the Faith Inter Church) 사역을 비전으로 품고 있다.

국내 언론에 센터밀, 스테판 밀, 수디프 미르 등으로 알려진 센뚜미르 목사는 “한국에 와 보니, 가는 곳마다 십자가가 많아 무척 좋았다. 이렇게 자유롭게 주님을 섬길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부럽다. 우리 방글라데시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기도제목으로는 “치료를 잘 마쳐 빨리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시면 좋겠고, 빅토리 처치와 쉼터 교회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며 “방글라데시에 성령의 불이 들불처럼 퍼지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센뚜미르 목사는 “주님께서 김수배 목사님을 만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제 치료를 위해 병원비를 비롯해 생활비와 체류비 등 재정을 확보하느라 동분서주하시면서 불철주야 노력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김수배 목사님은 제겐 천사 같은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제 통역으로 7개월간 함께해 주신 이민수 선교사님도 현재 암 투병 중이신데, 꼭 나아서 함께 방글라데시에서 사역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평신도로서 방글라데시인 아내와 오랜 기간 자비량 사역했던 이민수 선교사도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돌연변이성이라 치료비가 많이 드는 상황”이라며 “센뚜미르 목사님을 잘 섬기면 저도 치유되리라 믿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와 함께 기독교천사운동연합 대표 김수배 목사는 센뚜미르 목사의 남은 수술과 사역을 지원해 줄 ‘선한 사마리아인’들의 기도와 후원을 호소했다.

문의: 031-668-5004(기독교천사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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