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 같은 극적 체험 없더라도, 소명 확인하는 3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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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행전에서 배우는 선교 주제 28] 9장: 선교와 소명

사도행전 9장 1-22절: 선교와 소명

▲이탈리아 화가 루카 조르디노(Luca Giordano)의 ‘바울의 회심(The Conversion of Saint Paul)’, 1690.

▲이탈리아 화가 루카 조르디노(Luca Giordano)의 ‘바울의 회심(The Conversion of Saint Paul)’, 1690.

선교에 있어 소명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바울의 소명 사건이 그의 사역을 위해 한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오늘의 선교사 후보생들은 어떻게 선교 소명을 확인할 수 있을까?

1. 바울의 회심과 소명
‘기독교 핵심교리’ 이신칭의보다
바울의 회심과 소명 많이 보여줘
다메섹 경험, 일반적 회심 넘어서
이방인의 사도, 선교사 소명 경험

본 장에서는 바울의 회심과 소명에 대한 극적 묘사가 나타난다(행 9:1-25). 이 묘사는 사도행전 다른 두 곳에 더 있다(행 22:1-21, 26:1-23). 즉 바울의 회심에 대한 언급은 사도행전 세 곳에 나타나며, 이것은 양적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기독교 핵심교리인 이신칭의에 대한 가르침보다 더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사도행전 기자가 이토록 많은 지면을 할애해 바울의 회심 사건을 상세하게 기술하는 것은, 이 사건이 바울의 생애와 사역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보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이제 회심 사건 내용을 살펴 보자. 다메섹에 있는 ‘예수의 제자들’을 잡아들이기 위해 다메섹으로 향하던 바울에게 갑자기 정오의 태양보다 더 밝은 빛이 그와 동행인들에게 둘러 비췄고, 그 빛으로 그들은 땅에 엎드러졌다.

그리고는 아람어로 “네가 어찌하여 나를 핍박하느냐 가시채를 뒷발질하기가 네게 고생이니라(행 26:14)”라는 음성이 들려왔다. 여기서 가시채를 뒷발질한다는 것은 신에 도전하는 무의미한 행동에 대한, 널리 알려진 은유적인 표현이었다.

순간 그는 자신이 나사렛 예수에 대해 가진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깨달으면서 물었다. “주여, 뉘시오니이까?” 그 때 다시 부드러운 책망의 어조로 대답이 들려왔다. “나는 네가 핍박하는 예수라.” 세 가지 기술은 같은 내용을 다루면서도 약간의 강조점이 다르다.

먼저 9장에 나온 기술은 바울이 실제로 부활하신 주님을 목격했고, 그래서 다른 열두 사도와 같은 반열에 있다는 사실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다. 둘째로 22장에 나온 기사는 바울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로 기술돼 있는데, 자신만이 영광 중에 나타난 주님을 목격했음을 강조한다. 세 번째 아그립바 왕 앞에서 행해진 변호 가운데 기술된 26장 내용은 그의 선교사로서의 부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처음 두 기사는 다메섹에서 그가 실제적으로 회심을 한 장면에 강조점이 있다면, 세 번째 기사는 그리스도의 구속 역사의 확장을 위한 도구로 부름받은 것을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순간 그는 막 뚫린 샘에서 물이 튀어나오듯, 어두움에 빛이 비추이는 듯 깨달음이 들면서 자신이 철저히 잘못된 방향으로 달려왔음을 깨닫게 됐을 것이다.

이 사건을 통해 그는 예수의 강권적인 부르심 앞에 고꾸라져, 더 이상 잘못을 그치고 선교를 위한 도구로 부름받게 됐다. 그 부름은 예언자들이 부름을 받은 것과 유사한 것이었다. 그 경험으로부터 그는 그리스도에 대해 결코 침묵할 수 없었다. “만일 내가 복음을 전하지 아니하면 내게 화가 있을 것임이로라(고전 9:16하)”의 고백이 그의 전 생애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은 바울이 이방인을 위한 사도, 즉 선교사로 부름받았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해 주고 있다. 바울의 사도권은 그의 사역 기간 중 계속 의심받아 왔는데,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바울의 사도권은 주님으로부터 직접 내려왔다.

이 사건은 바울이 알지 못하고 핍박했던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했다는 측면에서는 회심의 성격을 지니지만, 바울이 이방인의 사도로 부름 받았다는 측면에서는 소명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다(행 9:15-16). 즉 바울이 다메섹에서 체험한 것은 단순한 회심 경험이 아니었다.

물론 그는 다메섹 사건을 통해 자신이 과거에 가지고 있던 가치, 자기 정체성, 헌신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는 것을 체험했다. 과거에 그에게 구원의 길이자 가장 소중했던 율법이, 이제는 부활하신 그리스도로 대치됐다. 이런 점에서 바울의 다메섹 체험은 가히 회심 경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메섹 경험은 일반적 회심 이상의 것이었다. 그것은 그를 선교사로 부르는 소명의 경험이었다. 그가 후에 갈라디아인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자신의 다메섹 경험을 가리켜 “그 아들을 이방에 전하기 위하여 그를 내 속에 나타내시기를 기뻐하실 때에(갈 1:16)”라고 했듯, 예수께서 바울을 만나주신 것은 바로 그를 이방인을 위한 선교사로 부르시기 위함이었다. 바울의 선교적 소명은 다메섹 도상에서 주님으로부터 직접 받은 것과 함께, 아나니아의 확인을 통해 분명하고 구체적이 됐다.

아울러 아나니아가 바울에게 손을 얹고 성령의 충만을 간구하면서 기도했을 때, 바울의 눈에서 비늘 같은 것이 벗겨지면서 다시 시력을 찾게 됐다. 그는 시력을 되찾게 되면서 복음 전파를 위한 선교사로 부름 받은 비전도 분명히 보게 됐다.

열두 사도가 주님에 의해 사도로 부르심을 입은 것처럼, 바울은 이방인을 위한 사도, 즉 선교사로 부름을 받았던 것이다. 그는 부활하신 주님에 의해 직접 부름받은 사도로서, 먼저 된 열두 사도들과 동일한 위치를 지니게 됐다. 바울은 이에 대한 조금의 의심도 없었고, 이것이 그의 선교 사역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따라서 그의 사도직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때 그것은 그가 전하는 복음을 와해시키는 것이었고, 이로 인해 바울은 자신의 사도직을 강하게 주장했던 것이다(고전 15:3-9).

2. 바울이 소명에 응하기 위해 넘어야 했던 장애물들
① 전도양양했던 성공 가능성 포기
② 바리새인 등 과거 전 관계 정리
③ 핍박하던 예수 공동체 일원 되기

다메섹 도상에서 주님을 만난 후 바울은 시력을 상실하고 3일 동안 식음을 전폐하였다. 이 시간 동안 그는 많은 것을 생각하였을 것이다. 특별히 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걸어오던 길을 완전히 바꿔 새로운 길을 가야 하는 상황에 있었고, 바울에게 이것은 엄청나게 많은 것을 포기하고 크나큰 장애물들을 넘어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첫째, 그는 전도양양(前途洋洋)했던 성공 가능성을 다 버려야 했다. 그는 유대 사회에서 굉장히 전도양양한 지도자였다. 그는 가장 영향력 있는 가말리엘 문하에서 공부했고, 하나님을 위해 남달리 특심한 열정을 지닌 사람이었다. 따라서 그는 유대 사회에서 매우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성장할 가능성을 다분히 지녔던 사람이었다.

이런 인물이 당시 유대 사회에서는 이단의 괴수로 인정되던 나사렛 예수를 추종하는 사람으로 바뀐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것은 마치 어떤 신학교 교수가 하루아침에 자신이 속한 교단과 학교를 떠나 통일교로 개종한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바울은 예수의 부르심을 받아들이기 위해 자신의 모든 출세 가능성을 초개같이 버렸던 것이다. 이것이 어디 쉬운 일이었겠는가?

둘째, 그가 가져왔던 모든 관계들을 정리해야 했다. 유대교에서 이단 운동으로 여겨지던 나사렛 예수파와 동역하려면, 그는 그때까지 존경하며 따랐던 스승 가말리엘이나 다른 유대교 동료 율법 교사들과의 관계를 끊어야 했을 것이다.

또 바울의 아버지는 철저한 바리새인으로서 아들이 유대의 훌륭한 랍비가 되기를 원해 일찍이 예루살렘으로 유학을 보냈기 때문에, 아들이 그 길을 저버리고 당시 유대 사회에서 이단시하던 예수의 길을 따르는 것에 대해 많은 반대를 했을 것이다. 아울러 그가 결혼을 했더라면 그의 부인 역시 바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반대했을 가능성이 높다.

▲카라바조 ‘사울의 개종(1600-1601)’. 그림의 3분의 2 이상을 말이 차지하고, 빛이 화면 대부분을 비춘다. 미켈란젤로의 파올리나 경당 벽화 ‘사울의 회심’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많은 순례자들이 대희년을 맞아 로마를 방문한 때, 카라바조는 로마에 입성해 가장 먼저 들르는 포폴로 광장에 세워진 이 그림을 통해 구원의 희망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한다. 베드로의 순교 장면과 달리 머리숱이 많은 젊은 시절의 바울을 표현했다. 지금도 로마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에 있다. ⓒ한길사

▲카라바조 ‘사울의 개종(1600-1601)’. 그림의 3분의 2 이상을 말이 차지하고, 빛이 화면 대부분을 비춘다. 미켈란젤로의 파올리나 경당 벽화 ‘사울의 회심’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많은 순례자들이 대희년을 맞아 로마를 방문한 때, 카라바조는 로마에 입성해 가장 먼저 들르는 포폴로 광장에 세워진 이 그림을 통해 구원의 희망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한다. 베드로의 순교 장면과 달리 머리숱이 많은 젊은 시절의 바울을 표현했다. 지금도 로마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에 있다. ⓒ한길사

후에 그는 갈라디아서 1장 16절에서 고백하기를 “그 아들을 이방에 전하기 위하여 그를 내 속에 나타내시기를 기뻐하실 때에 내가 곧 혈육과 의논하지 아니하고”라고 했는데, 그가 주님의 제자로 부름받을 당시 얼마나 고독한 결단을 내려야 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어찌 됐든 그는 이 모든 관계 정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방인을 위한 사도로의 부르심에 응답하면서 “내가 또 너로 이방의 빛을 삼아 나의 구원을 베풀어서 땅 끝까지 이르게 하리라(사 49:6)”는 말씀을, 자신을 향하신 것으로 순종한 것이다.

셋째, 새로운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것 역시 바울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음에 틀림없다. 바울은 이제 예수의 제자 공동체의 일원이 돼야 했는데, 그 공동체는 바울이 그토록 심하게 핍박하던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핍박했던 사람들에게 가서 이제 그들 중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수용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제자들 역시 바울을 수용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교회를 핍박했던 바울을 신뢰하기가 어디 쉬웠겠는가? 사도행전 9장 26-27절에 이렇게 기록돼 있다. “사울이 예루살렘에 가서 제자들을 사귀고자 하나 다 두려워하여 그가 제자 됨을 믿지 아니하니 바나바가 데리고 사도들에게 가서 그가 길에서 어떻게 주를 보았는지와 주께서 그에게 말씀하신 일과 다메섹에서 그가 어떻게 예수의 이름으로 담대히 말하였는지를 전하니라”. 바울은 바나바의 중재로 아주 어렵게 제자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3. 소명의 중요성과 확인 위한 조언
① 깊은 관심 생겨나는가?
② 소명 확신 지켜지는가?
③ 교회 통해 확인되는가?

바울에게 있어 소명의 사건은 다른 사람에게 바울의 사도권을 확인시켜주는 역할을 한 동시에, 바울 자신에게도 사역을 능력 있게 감당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힘을 제공해주는 원천이었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바울이 회심을 하는 데는 참으로 많은 장애물들이 있었는데, 이 모든 것을 이기고 예수님을 주님으로 받아들이고 주님을 위한 선교사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예수님을 분명히 만난 체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후로도 바울은 수없이 많은 고난들을 당했지만, 이것들을 극복하고 선교사역을 잘 수행할 수 있었던 중요한 원동력은 바로 그가 다메섹 도상에서 분명히 만났던 예수님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소명은 선교사로서의 사역에 있어 너무나도 중요한 요소이며, 분명한 소명의 확신만큼 선교 사역을 강력하게 뒷받침해 주는 것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소명의 확신을 생각할 때 너무 극적인 소명 사건만을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모두 다 바울처럼 극적으로 소명을 받을 수는 없다. 디모데나 디도 등도 바울처럼 소명을 받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복음을 위한 전임 사역자로 부름받았다는 소명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소명감 확인을 위해 다음과 같은 조언들이 있다.

첫째, 소명에 대한 깊은 관심이 생겨나는가 하는 점이다. 소명을 받은 사람은 그 소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나고 깊은 관심이 생겨나, 그런 방면으로 정보를 얻게 되고 공부를 하고 싶은 강한 열망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일을 하면 기쁘고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다른 어떤 일보다 그 일에 남다른 깊은 관심이 넘쳐나고 그 일을 할 때 참 기쁨이 넘친다면, 그것이야말로 소명의 증거라 할 수 있다.

둘째, 소명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는 것이다. 소명을 생각하면 이상하게 마음이 뜨거워지고, 그 일을 전임사역으로 하고 싶은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과거에는 그 일에 별 관심이 없었거나 의도적으로 그것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도 했지만, 이제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기 시작한다. 이 시점에서 그는 자신의 부모나 배우자 혹은 목회자나 친한 친구들에게 자신의 소명에 대해 나누고 싶어지게 된다. 결국 성령께서 그의 전 생애를 복음과 주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를 세우는 데 바치도록 위임하셨다는 강권적 확신을 갖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셋째, 교회를 통한 소명 확인도 중요하다. 바울도 주님으로부터 직접 부름받았지만, 아나니아의 확증이 뒤따랐다. 바울은 이방인을 위한 사도로 부름을 받았지만 그는 바로 선교를 수행하지 않았고, 안디옥 교회의 파송을 받은 후에야 본격적으로 사역을 시작하였다. 따라서 소명의 확인에 있어 교회나 다른 믿음의 성도들의 확인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당사자의 파송을 반대하거나, 아무리 해도 파송의 객관적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탈락된다면 소명에 대해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소명의 확인에는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인 것이 함께 있어야 한다. 즉 주관적으로 하나님께서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뜨거운 열망을 주시는 것과 함께, 객관적으로 교회를 통한 소명의 확인이 중요하다.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 석사(Th.M) 학위와 철학 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7 Key Principles of Dynamic Church Growth』, 『Rethinking the Theology of WCC』, 『선교사가 그린 선교사 바울의 생애』,『능력 있는 예배를 위한 7가지 질문』, 『건강한 교회 성장을 위한 핵심 원리 7가지』, 『사도행전에서 배우는 선교 주제 28가지』, 『현대 선교학 개론』(공저), 『한 권으로 읽는 세계 선교 역사 100장면』, 『성장하는 이슬람 약화되는 기독교』,『현대 선교신학』, 『현대 선교의 핵심 주제 8가지』, 『이슬람의 어제와 오늘』, 『현대 선교의 프레임』, 『제4 선교신학』,『성경이 말씀하는 선교』, 『현대 선교신학(개정판)』, 『현대 선교의 목표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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