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中 출생 탈북민 자녀들, 유형별 특징과 대안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제9회 바이어하우스학회 학술심포지엄

▲기념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기념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제9회 바이어하우스학회 학술심포지엄이 ‘탈북 청년·청소년 선교 훈련 비전’이라는 주제로 10월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북한기독교총연합회 직전회장이자 탈북민 출신인 김권능 목사(인천하나은혜교회)가 ‘북한 선교에서 탈북민 다음 세대 역할의 중요성’을 발표했다.

청소년들, 통일 불필요 인식
北 경계, 향후 선교에 악영향
제3국 출생 탈북민 역차별도

김권능 목사는 “다음 세대를 어떻게 세워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현재 한국교회의 현실적 고민인데, 이는 북한과 통일 문제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며 ”통일교육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청소년들은 통일이 불필요하다고 인식하고, 북한은 경계 또는 적대 대상이라고 여긴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북한 선교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전제했다.

김 목사는 “다음 세대 신앙교육과 동시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신 시대적 사명에 대한 교육이 동시에 진행돼야, 진정으로 다음 세대 교육이 바르게 이뤄질 것”이라며 “그 중에서 이 시대의 아픔과 상처를 그대로 경험하거나 간접 경험한 탈북 청소년, 제3국 출생 자녀, 한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을 품고 그들과 함께 복음통일을 경험하고 살아보고 꿈꾸는 것이 특별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탈북민 다음 세대(Next Generation)’를 탈북민 부모님을 따라 탈북한 청소년, 중국 등 제3국에서 그 나라 아빠 혹은 엄마에게서 태어난 2세, 국내 입국한 탈북민들이 낳은 자녀들 등으로 나눠 현황을 살피고 현안과 대책을 소개했다.

그는 “현재 남한의 관련 법률은 남북한 출생 탈북민 자녀들만을 보호 대상으로 삼고 있어, 제3국 출생 탈북민들은 역차별을 경험하고 있다”며 “이들은 엄마를 따라 한국에 입국했지만, 대학 진학, 언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 새로운 가정 적응 등의 문제들로 결국 중국에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남한 출생 탈북민 자녀들의 상황도 낙관적이진 않다. 탈북민 부모가 남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자녀들 학업 등에 직접 도움을 주지 못하고, 부모의 말투 때문에 자녀들이 왕따를 당할까 걱정해 학교 부모 모임에 참여를 꺼리기도 한다”며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지만 북한 문화를 경험해야 하는 탈북민 자녀들은 가정 불화, 북한 혹은 제3국에서의 트라우마를 경험하기도 한다.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대안학교로 오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김권능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김권능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1. 북한 출생 탈북 청소년들
내향성: 아픔·상처에도 침묵
아버지 상실: 교회 자체 싫증
강박적: 인정받기 싫고 거부
사회 연착륙 돕고 신앙 양육

이후에는 탈북 2세들의 유형별 특징을 소개했다. 먼저 북한 출생 탈북 청소년에 대해 “가장 큰 특징은 ‘내향성’이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을 오픈하지 않는다. 일부는 자신이 탈북민임을 상대가 아는 순간 관계를 단절하기도 한다”며 “이들은 교회에서 탈북민 부서를 따로 두는 것도 불쾌해한다. 아픔과 상처를 스스로 품고 조용히 살아가기를 선택한다. 그래서 개인적·즉각적 자기 만족을 추구하는 청소년들이 있는 반면, 하나님을 깊이 만나 사역에 헌신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김권능 목사는 “탈북민 청소년들은 ‘아버지 상실 세대’이다. ‘김일성 아버지’는 자신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며 자유를 빼앗았다. 육신의 아버지 역시 가족들을 먹여 살리지 못해 가정이 해체되고 생존을 위해 뛰쳐나와야 했다”며 “그들에게는 더 이상 순종할 아버지가 존재하지 않고, 탕자를 기다리시는 아버지에 대한 소망도 없다. 그래서 교회에 나오기를 거부하거나 교회 자체를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교회는 이미 잃어버리거나 의도적으로 버린 ‘아버지’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목사는 “탈북민 청소년들은 ‘강박적’ 세대이다. 인정받지 못하고 인정받기 싫은 사회 환경에서 오직 자신에게 최선을 요구하거나, 모든 것을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며 “교회들은 대안학교를 세워 이들을 품고 가르쳤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쳐 사회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했고, 대학에 진학할 경우 장학금을 제공해 학업에만 전념하게 했다. 신앙 양육과 심리 상담도 제공해,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된 일부는 북한 선교와 복음 통일의 일꾼으로 세워졌다”고 전했다.

2.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
정체성 상실: 짱깨 대우 받아
안식처 없음: 中도 韓도 불편
고립: 어디서든 역차별 당해
둘 다 가능 ‘제3의 정체성’을

이어 제3국 출생 탈북 자녀들에 대해선 “국가와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공권력에 의해 범죄자가 된 부모 때문에 상처가 많다. 도피나 북송 등으로 엄마와 헤어진 경우 가족들에 대한 애증을 느낀다”며 “엄마에 대한 말할 수 없는 혐오에서 차츰 이해와 수용과 사랑의 과정을 거쳐 성장하거나, 새로운 가족을 이룬 엄마와 동생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김권능 목사는 “이들은 ‘잃어버린 정체성’으로 괴로워한다. 중국 등 제3국은 고향이지만 대우받을 수 없었고, 한국으로 왔지만 언어도 문화도 다르고 차별을 받거나 ‘짱깨’라는 소리를 듣는 등 국가·민족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엄마뿐인 이들”이라며 “‘안식처’도 없다. 중국에선 체포당할까 불안했고, 한국에 와서도 정착이 쉽지 않다. 생계 유지로 바쁜 부모를 떠나 대안학교에 살면서 가끔 집에 가는 이들도 많다. 이들에겐 중국어에 중국 음식을 먹으며 중국어로 성경을 읽을 수 있는 곳, ‘짱깨’라는 놀림 없이 안식처가 되어줄 교회가 필요하다”고 했다.

▲학회가 진행되고 있다.

▲학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 목사는 “이들은 정체성과 안식처를 찾으려 할수록 역차별당하는 느낌을 받는 ‘고립된 세대’로, 이들의 사회적 고립을 막아줄 사역이 필요하다”며 “현재 이들을 위한 사역은 ‘적응과 정착’에 머물러 있는데, 이들 중 중국어와 한국어가 유창한 리더십들이 나와 교회를 통해 회복과 화합을 위한 ‘제3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으면 좋겠다. 축구할 때는 한국, 탁구할 때는 중국을 응원할 수 있는 ‘3자의 정체성’도 괜찮을 것이고, 교회 공동체가 그들의 안식처가 되어 준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3. 남한 출생 탈북민 자녀들
결핍: 다양한 영역 부적응 문제
던져짐: 부모들 돌봄 부족 영향
내향성: 문화적 측면 이해 못해
풍성한 관계로 아픔 치유 필요

남한 출생 탈북민 자녀들에 관해선 “2000년대 초반 입국한 탈북민들이 결혼해 낳은 자녀들이 지금은 대학교와 군에 들어가 사회에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들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북한 문화와 언어, 부모들의 아픔과 상처를 함께 경험했다”며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한국 사회와 문화, 언어를 배우고 사용하지만, 탈북 부모와 대화할 때는 (마치 사투리를 쓰듯) 북한말로 소통하기도 한다”고 진단했다.

김권능 목사는 “남한 출생 탈북민 자녀들은 대부분 계모 혹은 계부의 손에서 자라거나 한부모 자녀로 자란다. 부모들이 적응과 정착, 생계를 챙기다 자녀를 미처 돌보지 못하고 ‘던져짐’당하는 경우가 많아, 자녀들은 학습, 관계, 심리, 정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부적응 문제를 나타내는 등 ‘결핍’ 가운데 자란다”며 “이들이 학교나 사회 생활에서 ‘문제아’로 보이는 것은 부모들과의 관계 결핍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낮에는 남한의 학교에 ‘던져지고’, 밤에는 북한으로 ‘던져지는’ 듯한 생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북한 출생 청소년들뿐 아니라 남한 출생 탈북민 자녀들도 같은 이유로 ‘내향성’을 띠게 된다. 부모가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서 열심히 사는 것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갖지만, 문화적 측면에서는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며 “이들 내면의 아픔을 치유하는 사역이 필요하다. 관계의 풍성함을 통해, 결핍 문제를 회복시켜야 한다. 그들의 독립적 성향을 북한 선교 사역에 귀한 성품으로 이끌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아’ 아닌 ‘부르심’의 흔적
북한 선교 귀한 일꾼들로 양육
적응 정착 넘어 교육과 훈련을
3가지 유형 자녀들 연대의 장을
아버지 상실→ 아버지께로 복귀
느헤미야와 에스라처럼 키워야

끝으로 “이 세 부류의 탈북 청년 및 청소년들은 남북 분단을 아픔으로 새긴 이들로, 이 시대의 ‘문제아’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부르심의 ‘흔적’이기도 하다”며 “이들을 북한 선교에 귀한 일꾼들로 잘 키우는 것이 오늘날 교회의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가 있어야, 비로소 기쁨으로 거두는 날이 있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이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해왔지만, 남아 있는 문제들에 대해 시간적·공간적·사회적·윤리적 관점에서 연구하며 통합적 관점으로 길을 찾아가야 한다”며 “제3국 출생 및 남한 출생 자녀들이 다닐 대안학교를 더 잘 세우고, 적응과 정착을 넘어 부르심을 찾는 교육과 훈련, 관계를 형성해 이 3가지 유형의 자녀들이 ‘연대’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탈북민 역사가 길어지면서 모범 가정도 생긴다. 탈북민 교회들이 모범이 되어 ‘아버지 상실’의 시대에 ‘아버지께로’ 돌아가는 운동이 일어나면 좋겠다”며 “느헤미야와 에스라처럼 고향(북한)으로 돌아가 헌신할 일꾼들을 잘 키워낸다면, 언젠가 기쁨으로 하나님이 하신 일을 보는 날이 오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후 마중물과 우리두리하나센터 대표 이무열 목사(김포 예수마음교회)가 ‘탈북민 자녀 교육정책 현황과 방향’, 탈북민 출신 하나상담센터 소장 유혜란 박사(NKST아카데미)가 ‘NKST 시네마 테라피를 통한 탈북민 사역자 훈련’을 각각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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