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지지 않을 수 있는 방법도 소개
다미선교회 같은 ‘시한부 종말론’
고대부터 현대까지 연대기로 다뤄
몬타누스, 요아킴, 뮌처, 넬슨 다비
서양에선 콜럼버스와 뉴턴도 심취
한국에선 한에녹·유재열·이만희 등
뒤숭숭할수록 시한부 종말론 창궐
세상을 유혹한 종말론
정윤석 | 기독교포털뉴스 | 192쪽 | 13,000원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는 210만 성도가 함께 예배드리면서 한국교회에서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그런데, 그 다음 날인 10월 28일도 한국교회사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날이다.
32년 전인 1992년 10월 28일, 서울 마포 다미선교회 ‘새하늘교회’로 모인 사람들은 모두 흰옷을 입었다. 그들은 “그날 자정 예수 그리스도께서 공중 재림하셔서 믿는 사람들을 일거에 하늘로 끌어올려, 공중에서 주를 맞이하게 한다”는 휴거(携擧)설을 믿고 있었다.
회사에 사표를 내고 집과 재산을 다 바친 후 교회에서 먹고 자는 신도들이 속출했고, 극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하는 사례까지 생겼다. 국내는 물론 美 CNN 등 해외 언론들까지 몰리면서 나라 전체가 떠들썩했지만, 그날 자정 이후까지 교주를 포함해 공중으로 떠오른 성도들은 아무도 없었다. 한 달 전인 9월 24일 사기 혐의로 구속돼 감옥으로 ‘휴거(休居)’당한 교주 이장림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시한부 종말론’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그 30년 후에도 나아진 것이 없다. 유튜브에서 ‘종말론’을 주장하는 채널들은 여전히 이장림과 유사한 주장을 하고 있다. 지금도 유명 은행을 다니다 재산을 정리하고 아이들과 종말론에 인생을 건 신도, 한국에 전쟁이 나서 ‘7년 대환난’이 시작되니 하나님이 예비하신 ‘천년왕국’으로 도피해 재림을 맞이하려 해외로 떠난 신도들이 즐비한 형편이다.
27년간 이단을 추적 중인 전문기자인 저자가 최근 펴낸 <세상을 유혹한 종말론>은 기독교 2천 년 역사에서 끊이지 않았던, ‘시한부 종말론의 2천 년 연대기’를 소개하고 있다. 일반적인 이단이나 종말론도 문제지만, 재림이나 종말의 ‘그날’을 특정일로 지목하는 ‘시한부 종말론’은 비록 사기지만 더욱 자극적이고 사람을 잡아끌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책에서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시한부 종말론자들의 연대기’라는 부제에서 보듯, 한국과 서양으로 나눠 이어진 2천 년 기독교 역사 속 시한부 종말론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서양 편에서는 의외로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 1450-1506)와 과학자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2-1727)의 이름이 들어 있다. 콜럼버스는 ‘아메리카’를 발견한 항해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가 무모하리만큼 탐험을 멈추지 않았던 동력이 그의 ‘종말론’에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는 바로 앞장의 ‘중세 수도사 요아킴’ 예언에 심취, 다가올 ‘종말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대항해의 서막을 열고 신대륙에서 황금을 구하려 했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천재 뉴턴은 또 어떤가. 미적분 발전에 크게 기여한 뉴턴은 다른 시한부 종말론자들처럼 성경 다니엘서의 ‘한 때 두 때 반 때’에 대한 계산을 시도했다. <다니엘서와 요한계시록의 예언에 대한 고찰(1727)>이라는 책을 쓸 정도였던 그는 하루를 1년으로 계산하는 소위 ‘연일계산법’을 적용해, ‘한 때 두 때 반 때’를 1260년으로 계산한 뒤 이를 용과 사탄의 세력으로 상징되는 로마 제국에 대입해 종말 연도를 산출해냈다.
이 외에도 1막 서양 편에서는 150년 경의 몬타누스, 종말 날짜 계산의 원조 요아킴, 대항해 시대를 연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폭력적 종말론의 토마스 뮌처, 묵시문학에 심취했던 과학자 아이작 뉴턴, 1844년 미국에서 예수 재림을 외쳤던 윌리엄 밀러, 1914년 종말을 주장했던 찰스 테이즈 러셀, 세대주의 종말론의 설계자 존 넬슨 다비 등을 소개하고 있다.
2막 한국 편에서는 자칭 새시대의 심판자라던 남방여왕, 한국형 ‘한 때 두 때 반 때’의 원조 한에녹, 지구 최후의 날을 예언한 유재열, 1987년 역사의 완성이 이뤄진다던 이만희(신천지), 1988·1999·2012년 종말을 외쳤던 안상홍 증인회, 그리고 앞서 소개한 이장림 등의 특징을 정리했다.
저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 하마스 기습으로 촉발된 이스라엘과 중동 가자지구·레바논·이란 등과의 잇따른 전투 등 여러 전쟁과 튀르키예 대지진 등 재난의 소식으로 세상이 온통 뒤숭숭한 때가 되면, 반드시 세상을 유혹하는 종말론이 급부상한다”며 “특히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러한 때에 종말론을 잘 정리해야, 시한부 종말론 대신 ‘밝고 건강한 종말론’이 성도들에게 희망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기독교의 종말론처럼 오랜 세월 동안 오해되고 왜곡돼 온 것도 없다. 그래서 그 오해를 풀고 왜곡을 조금이라도 바로잡고 싶었다”며 “다만 신학적·변증적으로 반박하기보다, 역사적으로 종말을 주장했던 사람들의 스토리 중심으로 지루하지 않게 쓰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시한부 종말론’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으로 △‘한 때 두 때 반 때’ 등 성경 예언의 숫자를 실제처럼 대입하는 해석 방법에서 벗어나라 △세대주의적 해석에서 벗어나라 △직통계시의 유행을 경계하라 △요한계시록의 미래적 관점과 재림 중심의 해석을 ‘구원론과 교회론’으로 바꾸라 등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 정윤석 기자는 27년간 이단 사이비를 취재해 온 이단 문제 전문기자로, 역사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이 책에 담았다고 한다. 책에서 저자는 기독교 2천년 역사 속에 나타난 종말론자들을 서양과 한국 편으로 나누고, 그들이 누구였는지, 역사적 상황은 어떠했는지에 집중해 스토리를 구성했다.
저자는 칼빈신학교 신학과(1995), 침례신학대학교목회연구원(2016, M.Div.Equiv),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역사신학(2022, Th.M.)을 공부했다. 1997년 ‘교회와신앙’에서 기독교계 기자 생활을 처음 시작해 2012년부터 이단사이비 문제 전문 언론 기독교포털뉴스와 출판사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내가 신이다』(부제: 한국 교회사 100년, 자칭 남신·여신들의 이야기)(2023), 『교회에 스며드는 칼뱅혐오 바이러스』(부제: 칼뱅이 제네바의 학살자였다는 신천지측 주장에 대한 답변)(2021), 『신천지, 왜 종교사기인가』(2019), 『우리 주변의 이단사이비 문제단체들』(이상 기독교포털뉴스, 2017), 『신천지 교리와 포교 전략』(한국교회문화사, 2012), 『신천지 포교 전략과 이만희 신격화 교리』(한국교회문화사, 2007)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