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식’ 전하는 석근대 목사 (上)
“우리는 왜 글을 써야 하는가? 글쓰기는 나를 움직이는 힘이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명사를 동사로 움직이는 에너지다. 글을 쓰면 내 삶에 새로운 에너지를 채운다. 우리는 글을 써야 한다. 글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신앙서적 <일상에서 신앙 찾아가기> 한 권을 썼던 지역교회 목회자가 3년 만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책’을 내놓았다. <삶을 쓰는 글쓰기>는 글쓰기로 달라진 자신의 삶을 담백하게 맛보여줌으로써, ‘삶을 맛깔나게 로스팅하는’ 비법을 제시한다.
<삶을 쓰는 글쓰기>는 ‘글을 쓰면 삶이 써진다’, ‘글을 쓰면 마음이 써진다’, ‘글을 쓰면 인생이 써진다’ 등 총 3부로 누구나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다양하게 제시한다. ‘글쓰기는 나를 광고하는 15초다’, ‘글쓰기는 오늘부터 시작해야 한다’, ‘글쓰기는 사람을 웃게 한다’, ‘글쓰기는 화상(火傷) 치료다’, ‘글쓰기는 숲 가꾸기다’, ‘글쓰기는 성형외과다’ 등 흥미로운 챕터들로 구성돼 있다.
석근대 목사는 대구동서교회 위임목사이면서 사회교육전문요원과 목회컨설턴트로 사역하고 있다. 최근 <설교트렌드 2025> 한 챕터를 맡았으며, 블로그 ‘글바느질과 마음뜨개질’을 운영하면서 같은 제목으로 글쓰기 교실을 준비 중이다. “밤송이가 웃으면 알밤”이라고 말하는 석근대 목사의 글쓰기 이야기.
삶을 쓰는 글쓰기
석근대 | 글과길 | 137쪽 | 12,000원
읽으며 글쓰기 새 도전 되시길
사물·사건 허투루 보지 않게 돼
관찰 후 메모나 사진으로 기록
힘들던 시절, 글쓰기 돌파구로
치유 효과, 쓰다 보면 惡 제거
‘글바느질과 마음뜨개질’ 운영
-3년 전 첫 책 <일상에서 신앙 찾아가기> 탈고 후 어떤 변화가 있으셨나요. 그리고 이번에는 신앙 서적이 아닌, 일반 서적을 쓰신 동기는.
“마음의 변화죠. 일단 책을 내고 나니, 또 책을 써도 되겠다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 사이에 공저 한 권을 또 냈고, 이번에는 신앙 서적이 아닌 ‘일반 서적’을 쓰게 됐습니다. 김도인 목사님의 적극 권유로 공동 저작을 또 한 권 진행 중입니다.
일반 서적을 쓰게 된 동기는, 일반인들도 책을 읽으면서 글쓰기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가졌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에서 시도해 봤습니다. 일반인들에게 목회자도 이렇게 일반 서적을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습니다.”
-목회하면서 글을 쓰고 책을 내실 시간이 되나요. 설교문과 이런 글은 다르기도 하고요.
“오히려 목회자는 글쓰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늘 성경을 읽어야 하고, 묵상을 하는 등 깊이 있는 사고력을 갖고 있어야 하니, 글을 계속 쓸 수밖에 없죠. 설교 글도 쓰지만, 삶의 본질인 현장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됐습니다. 사물도 사람도 그냥 허투루 보지 않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성경에도 일반적인 글이 담겨 있잖아요. 물론 하나님 말씀이지만, 내용을 보면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적은 글들이 적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글도 충분히 써야 하는 충분조건이 됩니다.
전부터 글을 쓸 일이 생기면, 형식적으로 쓰지 않고 마음을 담아서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짧게 쓰는데, 반응들이 괜찮았어요.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고, 이벤트에 당첨돼 가족 식사권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웃음).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글을 써도 되겠다는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이후 아트설교연구소 김도인 목사님을 만나 본격적으로 눈을 뜬 거죠.
요즘 심방은 많이 안 하는 편이라 시간이 있습니다. 성도들도 심방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아요. 저는 아침 8시 30분 교회에 오면 오후 6시까지 주로 목양실에 앉아 있습니다. 책을 읽거나 글 쓰고,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사진을 찍거나 글을 씁니다. 그렇게 블로그에 매일 짧은 글을 올리고, 2-3분 동안 동영상을 촬영해서 블로그에 올립니다.”
-사물에 대한 세밀한 관찰을 통해 쓰시는 글이 인상적입니다. 원래 책 읽기나 글쓰기를 특별히 좋아하셨던 건 아닌가요.
“신학을 공부할 때도 과거에는 주석집을 많이 샀어요. 시중에 있는 단권 주석들을 많이 읽었습니다. 그리고 일반 서적들도 많이 읽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토양이 돼서 글을 쓰는 데 약간의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원래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고, 김도인 목사님을 만나 글쓰기 공부를 하면서, 제 속에 잠자고 있던 어떤 능력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사물을 보더라도 그냥 안 보게 되고, 단어와 글자와 문장을 가지고 다양하게 옷을 입혀보고, 갈아입혀도 봅니다. 글자로 옷을 입히는 과정입니다.”
글쓰기는 목회 중 힘들던 시절, 하나의 돌파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대신,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 성도들에게 바르게 먹이고자 했습니다.
글쓰기를 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마음속에 평안이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글을 쓰고 단어들에 새로운 옷을 입혀보면서, 미워하는 감정을 비롯해 과거의 짐들이 지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 부분들이 먼저 제 안에서 일어나야, 설교를 듣는 사람에게도 일어나겠죠. 글쓰기를 통해 악(惡)이 조금씩 제거되는 것 같아요.”
-‘치유의 글쓰기’네요.
“저는 그게 가능하다고 봅니다. 글쓰기에는 치유의 기능이 있습니다. 일단 안 좋은 단어 가까이 가지 않게 됩니다. 좋은 단어, 선하고 괜찮은 단어를 찾게 되니까요.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명대사가 들리게 돼요. 그러면 바로 스마트폰으로 메모하고, 조금씩 바꿔서 써 봅니다. 그렇게 계속 하다 보니, 조금 있는 흰 머리카락보다 많이 있는 검정 머리카락들을 보게 된다고 할까요?
흰머리만 보면 자꾸 스트레스 받으니까, 아직도 검정색 머리카락이 더 많다는 쪽으로 눈을 뜨는 거죠. 글을 쓸 때도 그렇게 제 안에 치유와 회복이 일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사물 관찰과 함께 두운·각운 등을 활용한 ‘말맛 있는 글’을 잘 쓰시는데, 비결이 있다면.
“저는 글자들을 놓고 ‘가거고구그기 갸겨교규 나너노누…’ 하듯 계속 회전시켜 봅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많은 단어들이 떠올라요. 감자를 덩굴째 뽑으면 감자들이 알알이 달려 올라오듯, 단어들이 연결되면서 여러 단어들을 접목시켜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그런 물건이나 사물들이 보이면 사진을 찍고 메모를 합니다.
그러니 간판 하나도 허투루 안 보게 되고, 시장에서 평범한 물건을 봐도 뭔가 보이게 돼요. 저는 이런 내용들을 계속 다이어리에 기록합니다. 하루 한 문장 이상씩 꾸준히 적다 보니 몇 년치가 쌓이게 됐어요.”
블로그 이름이 ‘글바느질과 마음뜨개질’입니다. 김도인 목사님이 책을 쓰기 전에, 제목부터 이야기해 보라고 하셔서 좀 황당했어요. 글 쓰는 훈련을 받는 줄 알았는데, 책 제목부터 말씀하시니까요. 그때 떠오른 단어였습니다. 나중에 책 제목은 ‘일상에서 신앙 찾아가기’라는 제목으로 나왔고, 이것은 블로그 이름이 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