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식 전하는 석근대 목사 (下)
“글쓰기는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글을 쓰는 시작이 중요하다. 글쓰기를 시작하면 언젠가 효과가 나타난다.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글쓰기는 숲 가꾸기와 같다. 숲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고, 오랜 시간과 과정을 거쳐야 만들어진다. 먼저 묘목을 심어야 한다. 묘목은 땅을 만나야 자란다. 마찬가지로 글쓰기의 효과는 글자와 글자가 만나야 나타난다.”
<삶을 쓰는 글쓰기> 저자 석근대 목사는 책에서 ‘글을 쓰기 위한 일곱 가지 전술’을 소개한다. 첫째, 글쓰기는 ‘성형외과’다. 성형을 예쁘게 보이기 위해 하듯, 글쓰기에도 선명하게 보이기 위한 ‘성형’이 필요하다는 것. 둘째, 글쓰기는 ‘안과 수술’이다. 글쓰기는 눈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 그냥 스치며 보는 게 아니라, ‘사무치게’ 봐야 한다. 셋째, 글쓰기는 ‘생각 시술’이다. 돌멩이를 가치로 따지면 0원이지만, 목걸이로 다듬으면 그 가치를 측정할 수 없다.
넷째, 글쓰기는 ‘예술’이다. 예술은 표현 방식이고,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짝사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글쓰기는 ‘화상(火傷) 치료’다. 화상 치료가 거친 피부를 부드럽게 하듯, 글쓰기는 거친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여섯째, 글쓰기는 ‘미술’이다. 평면과 입체로 사물을 돋보이게 하는 미술처럼, 글쓰기도 문장을 조각해 인간의 삶을 풀이한다. 일곱째, 글쓰기는 ‘마술’이다. 같은 사물을 다르게 전달하고, 같은 장면을 색다르게 연출할 수 있기 때문.
그러면서 “글쓰기는 ‘당장’ 해야 한다. 글을 쓰면 삶이 써지기 때문이다. 평범했던 삶이 비범한 삶으로 탈바꿈한다”며 “글짓기는 ‘주제’가 필요하다. 글쓰기는 ‘이제’가 중요하다. 글쓰기는 이제부터 시작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로 용기를 북돋운다. 다음은 석근대 목사의 남은 이야기.
삶을 쓰는 글쓰기
석근대 | 글과길 | 137쪽 | 12,000원
글쓰기, 일단 무식하게 시작해
쓰다 보면 나만의 공식 생긴다
글 쓰면 좋은 점, 자기 관리 돼
스케줄 아닌 타임 중심의 삶을
은퇴 후에도 계속 글쓰고 싶어
노후 대책은 노트북 넣은 가방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책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글쓰기는 공식이 아니라 무식입니다. 공식으로 접근하면 어렵지만, 무식하면 글쓰기를 시작하게 되고 나만의 공식이 만들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어떤 분이 이 책을 딱 잡고 그 자리에서 바로 다 읽었대요. 그 다음 제게 손뼉을 치면서 용기를 얻었다고 해요. ‘글쓰기는 공식이 아니라 무식이니까, 일단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하면 되겠구나’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생각이 정리돼야 글이 잘 써질 텐데, 말씀대로 공식이 아니라 무식하게 막 쓴다고 글이 되나요.
“저는 글쓰기는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식하게 시작해서 하다 보면, 결국 그것이 낙서가 되고 좀 더 성숙해지면 각서가 되고, 각서가 발전하면 수준 있는 글과 문장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저도 그렇게 썼고요.
처음엔 글을 쓰라고 했을 때 막연했죠. 하지만 막 썼습니다. 5년차가 되니 책이 두 권 나왔습니다. 생각만 계속 하지 말고, 저처럼 일단 시작하세요.
글을 쓰면서 좋은 점은 자기 관리가 된다는 것입니다. 스케줄 중심의 삶과 타임 중심의 삶이 있습니다. 스케줄은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는가 하는 모임이 중심이라면, 타임은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구체적인 목표가 중심입니다. 그래서 시간을 관리할 수 있어, 자기 관리가 됩니다.”
-‘글쓰기 초보’에게 하고 싶은 응원의 말씀이 있다면.
“군인들이 보초를 서듯 글쓰기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대상을 위해 보초를 선다는 마음을 가지면, 글을 쓸 수 있는 내용과 단어들이 하나씩 떠오를 것입니다. 보초는 한 가지만 잘하면 되지 않습니까? 주변에 보이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한번 살펴보세요. 물체를 살피고, 사람을 살피고, 눈앞에 펼쳐진 모든 대상을 살피면, 보이는 모든 것들이 글을 쓰는 재료가 될 것입니다.”
-글쓰기를 하면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땐 어떻게 하시나요.
“일단 심심하지 않습니다(웃음). 장난감 비눗방울을 갖고 놀 때, 크고 작은 방울이 바람을 타고 날아갑니다. 가끔씩 무지개가 비누방울 속에 보이듯, 글을 쓰면 ‘생각의 비누방울’이 무궁무진하게 만들어집니다. 제가 쓴 글 속에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나만의 색깔을 그릴 수 있어서 좋습니다. 무지개를 싫어하는 사람 있나요?
연필을 쓰다가 부러지면, 연필을 깎아야죠. 깎으면 연필은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글을 써지지 않을 땐, 책을 읽습니다. 책도 읽기 싫을 땐, 텔레비전을 켭니다.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다 보면, 마음을 부채질하는 대사들이 들립니다. 그럴 때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서 한 줄의 문장을 남깁니다.”
-글쓰기는 계속 하실 건가요.
“책 출간과 관계없이 계속 글을 쓸 것이고, 사람들에게 글쓰기가 왜 좋은지 이야기할 것입니다. 목회직 은퇴 후에도 국내든 해외든 다니면서 계속 글을 쓰고 싶습니다. 노트북과 들어갈 가방만 있으면, 노후 준비는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 약간 부담은 되겠지만, 일상생활하는 데 불편은 없을 것입니다. 뭔가를 쌓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삶을 즐기기 위한 것입니다.
글쓰기 모임도 계속해 나갈 예정입니다. 지금은 부목사님들과 매일 하고 있고, 다른 목사님들과도 하고 있습니다. 책이 나왔으니 글쓰기 모임을 본격적으로 진행해 볼 것입니다. 동네 도서관에 가서 책을 기증하고, 제 이력을 소개한 후 글쓰기 교실을 준비 중입니다. 어느 기관이든, 모임이나 단체든, 개인이든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일단 해보려 합니다.
성도들과도 하고 싶지만, 담임목사와의 글쓰기 수업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잖아요. 소그룹에서 나눔도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강요할 수는 없죠. 글쓰기를 하면, 삶의 마음가짐이 단단해집니다. 홍수처럼 터지는 게 아니고 달걀처럼 달콤한 인생을 살 수 있어서, 저는 적극 권장하고 싶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아내는 제가 책을 쓰고 글쓰기를 공부하는 데 대해선 전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습니다. 경제적으로 약간 부담이 되지만 제가 좋아하는 분야이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놓고 봤을 때 제가 가야 하는 분명한 방향이 보이니까, 지지해 주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필기도구들을 모아서, 필기구 박물관(?)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필기구에는 한 사람의 역사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필기구는 그 사람의 인생이 묻어 있습니다. 필기구는 그 사람만이 가진 손때가 스며 있습니다.
크지 않아도 좋습니다. 건물 입구에 필기구 조형물도 세우고, 필기구 의자도 만들고, 필기구로 된 책상도 만들고, 사방팔방 필기구로 장식한 공간을 꾸미고 싶습니다.
그 공간에서 고령화 시대를 맞아, 지루한 분들을 모아 동화책 읽고 5분 이내로 발표하기 등을 통해 생각을 바꿔주는 훈련을 하고 싶습니다. 나이가 들면, 했던 말만 자꾸 반복하게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