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항선교회 50주년… “요즘 선교, 봉사 있지만 예수 없어”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창립 당시 설교자 곽선희 목사가 감사예배 설교

선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독론, 십자가, 그리고 종말론
선교, 고난·환난 없이 힘들어
절박성·긴급성 있어야 복음화

▲기념촬영 모습. ⓒ이대웅 기자

▲기념촬영 모습. ⓒ이대웅 기자

한국외항선교회(이사장 김삼환 목사, 총재 이정익 목사) 창립 50주년 감사예배가 11월 4일 오전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담임 김하나 목사) 샬롬아트홀에서 개최됐다.

한국외항선교회(Korea Harbor Evangelism)는 50년 전인 1974년 7월 4일 ‘타문화권 선교와 민간외교에의 기여’를 위해 사단법인으로 조직된, 한국 최초 자생적 초교파 토착 선교단체다.

이날 감사예배에서는 총재 이정익 목사 집례로 이사 김경원 목사(서현교회 원로)의 기도, 이사 장상길 목사(송도주사랑교회)의 성경봉독, 명성교회 중창단의 찬양 후 전 이사장 곽선희 목사(소망교회 원로)가 ‘나는 하나님을 믿노라(사도행전 27:21-26)’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올해 92세의 곽선희 목사는 50년 전인 1974년 7월 4일 인천성산감리교회에서 열린 한국외항선교회 창립총회에서 설교한 인물이며, 이번 50주년 감사예배 설교를 다시 맡게 됐다.

▲곽선희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곽선희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곽선희 목사는 “선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독론이다. 그런데 요새 선교는 많이 하지만 그 속에 예수가 없다. 휴머니즘, 인도주의만 있다. 이것이 결정적 문제”라며 “그렇게 귀하게 토대를 닦아 놓았는데 선교를 구제와 사회봉사·인권운동으로 한다. 대신 그리스도가 없다. 기독론 다음이 종말론이다. 기독론과 종말론이 없다면 선교가 아니”라고 말했다.

곽 목사는 “사도 바울이 아덴에서 ‘알지 못하는 신’까지 섬기는 것을 보고 철학을 논한 것은 큰 실수였다. 거기서 도망쳐서 고린도로 간 바울은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주님의 부르심을 다시 깨닫고,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 외에는 알지 않기로 작정했다. 신학적 중생이 이뤄진 것”이라며 “십자가가 없으면 복음이 아니다. 기독론과 십자가, 그리고 종말론이 빠져선 안 된다”고 전했다.

또 “선교는 고난과 함께 이뤄진다. 예수님 앞을 찾아간 이들도 대부분 병자 아니었나. 절박성과 긴급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때 복음화가 이뤄진다. 고난과 환난 없이는 안 된다”며 “한국교회사를 보면 더욱 그렇다. 3.1운동 때 교회가 많이 부흥됐는데, 이걸 쉽게 봐선 안 된다. 105인 사건 이후 개화교인은 다 떠나고, 순수한 기독교인만 남았다. 그때부터 부흥이 시작됐다는 것이 백낙준 박사의 분석”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오늘 본문이 배 이야기이다. 배를 탄 사람들은 모두 겸손하다. 모두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라는 종말론적 신앙을 갖고 있다”며 “열나흘 동안 굶은 후 모두 죽었다고 생각할 때, 하나님께서 바울에게 사명이 있기 때문에 무사할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그와 함께한 276명도 무사할 거라고 하셨다. 죄수 바울 한 사람에게 그들 모두가 꼼짝도 못했다. 이들 276명 모두 전도사가 돼 로마 교회가 설립됐을 것이다. 이처럼 고난을 통하지 않으면, 선교의 문이 열리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곽 목사는 “겐그레아에서 머리를 깎은 것은 생명까지 내어놓고 하나님 섭리와 경륜 앞에 깨끗하게 굴복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는 로마로 갔는데, 2년 동안 감옥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그만큼 바울은 성숙해졌다. 그래서 죄수로서 광풍을 만나 표류했을 때 담대하게 하나님을 선포하고 복음을 전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곽선희 목사는 “배를 타고 망망대해로 나가면 겸손해진다. 그 속에서 주님을 깊이 만나 십자가의 복음을 전한 것”이라며 “그렇게 선교의 문이 확 열렸다. 한국외항선교회도 50년이 됐는데, 기본 신학을 다시 정립해서 하나님의 큰 역사가 이후로 나타나게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사장 김삼환 목사가 인사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사장 김삼환 목사가 인사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50년 역사 중 35년을 헌신한 이사장 김삼환 목사는 “한국외항선교회는 한국교회 연합으로 교단을 아우르는 어른들이 모여 오랫동안 앞에서 뒤에서 이끌어 주셨다. 참 귀한 하나님의 종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훌륭한 작품”이라며 “한경직 목사님이 시작하신 선교회가 하나님의 특별하신 은혜로 50년을 맞이했다. 곽선희 목사님에 이어 제가 섬기고 있는데, 50년을 이끌어 오신 모든 어른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삼환 목사는 “몇십 년간 방지일·정진경·김명혁 목사님, 주광준·김학수 장로님 외에 많은 분들이 외항선교회를 섬겨 주셨는데, 먼저 가신 어른들이 많이 그립다”며 “그 시대 어른들이 보여주신 본이 너무 훌륭하고, 우리는 그만큼 잘 섬기지 못하는데 감사하기 그지없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한국외항선교회는 50주년을 기념해 안에서는 예배만 조촐하게 드리고, 그동안 고생하신 선교사님들만을 위한 위로의 시간을 태국에서 갖기로 했다”며 “11월 말에 그동안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50여 분을 위로해 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후에는 50주년을 맞아 공로자들과 30년 근속 선교사들에게 공로패와 근속상을 증정했다. 50주년 공로자로는 최기만·김광식·림인식·박조준·곽선희·석원태·박종순·이광선·김경원 목사, 이의숙 권사, 최병곤 목사, 한낙동·김의식 장로, 박재홍 회계사 등이다.

▲김삼환 목사(왼쪽)가 림인식 목사(오른쪽)를 찾아 내려가 공로패를 전달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삼환 목사(왼쪽)가 림인식 목사(오른쪽)를 찾아 내려가 공로패를 전달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30주년 근속상을 수상한 이들은 김미경, 김경진·김은자, 황필남·김말례, 김귀순, 김창환·커스틴, 이미경, 송인진·양향숙, 이은숙, 쿠팔·정미경, 전광혜 선교사 등이다.

이정익 목사는 “오늘 상을 받으신 분들은 그 내용을 모두 설명해 드려야 하지만, 생략하고 드렸다”며 “30년 이상의 역사가 있는 분들만 상을 드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KWMA 사무총장 강대흥 목사는 축사에서 “곽선희 목사님께서 지금 한국교회 선교의 고민을 너무 정확히 말씀해 주셨다. 이렇게 세세한 리더십이 있으니 선교회가 복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1974년이면 토종 선교회의 개척자이자 아버지와 같은 역할을 시작하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시 인천 지역에 배가 많이 드나들었는데, 챗GPT에 의하면 매년 1,300척 정도였다. 대형교회가 아니라 인천 지역 교회들이 그렇게 들어오시는 외국인들에게 영적 부담을 가졌다는 것이 놀랍다”고 했다.

OMS/CMF 밥 워렌(Bob Warren) 선교사는 “50년 동안 귀한 사역을 해오신 외항선교회를 축하드린다. 한국에서 시작된 선교 사역이 전 세계로 이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이 사역은 아직 완성된 사역이 아니다. 세계를 항해하고 있는 선원들을 전도하고 양육하는 일은 계속돼야 한다. 이 사역은 한 사람의 영혼뿐 아니라 그들 가족까지 변화시키고 있다”고 축사했다.

NCCK 총무 김종생 목사는 “뒤에서 마음으로 축하드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인사드리게 됐다”며 “설교 말씀처럼 NCCK도 교회인데 사회적 약자와 동행하다 NGO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된다. 100주년을 기해 다시 교회로 회복되는 일에, 선교가 바로미터 아닐까. 외항선교회를 본받아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에 기여하고 싶다. 특히 명성교회에서 이를 기념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예배는 인천장로성가단의 특송 후 예장 통합 증경총회장 림인식 목사(노량진교회 원로)의 축도와 상임회장 전철한 목사의 내빈소개 및 광고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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