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5일 ‘2025 WEA 서울총회 조직위’ 출범 예정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가 위원장 맡아 주도할 듯
소속 교단인 예장 합동에서 논란 재점화될 것 우려
WEA 총회 위해 거창한 ‘개최국 조직위’ 전례없어
개교회 차원에서는 회원 자격 없다는 점도 걸림돌
WEA 종교다원주의 논란과 리더십 문제도 선결돼야
사랑의교회(담임 오정현 목사)가 2025년 세계복음연맹(WEA) 총회 유치를 사실상 확정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랑의교회는 최근 WEA 몇몇 인사들과의 물밑협상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리고, 10일 교계 언론사 기자들에게 ‘2025 WEA 서울총회 조직위원회’ 출범 소식을 알렸다. 출범 감사예배는 11월 15일 오전 10시 여의도 CCMM빌딩에서 드리며 설교는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가 전한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WEA 서울총회는 오정현 목사가 조직위 위원장을 맡아 사랑의교회가 주도하되, 여의도순복음교회가 협조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WEA는 보통 6년 주기로 대륙별로 돌아가며 총회를 개최하는데, 최근 총회는 2008년 태국 파타야, 이후 11년 만인 2019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 모두 아시아에서 개최했다. 그런데 2025년 대한민국 서울에서 총회가 열리면, 전례 없이 아시아에서 3회 연속 총회가 열리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총회 개최 등을 위해 WEA 전 사무총장이자 현 글로벌 대사인 에프라임 텐데로 주교(필리핀)가 2023년 2월과 올해 1월,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토마스 슈마허 대주교(독일)가 2023년 9월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를 만났으나 수락을 받지 못해 무산됐다고 한다.
그런데 슈마허 대주교가 2023년 9월, 텐데로 주교가 올해 3월과 5월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를 각각 만나 총회 장소 제공 및 재정 지원을 요청했고, 이에 오 목사 측이 매우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WEA가 WCC의 아류라는 일각의 주장과는 달리 WEA는 기본적으로 복음주의 신앙을 표방하는 기관이고, 그 총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세계교회 속에서 한국교회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먼저 사랑의교회가 속해 있는 예장 합동에서는 WEA 일부 리더십이 보인 종교다원주의적 행보 등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 왔다. 이로 인해 지난 2021년 예장 합동 정기총회에서는 “WEA에 대한 명확한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결의를 유보하고 불필요한 논쟁을 피할 것을 권고”한 정치부의 제안을 받아들인 바 있다. 그런데 사랑의교회가 WEA 총회를 유치하면, 합동 내에서 유보적 결론으로 겨우 봉합해 둔 WEA 논란에 다시금 도화선이 될 수 있다.
WEA 총회는 2025년 10월경 열릴 것으로 예정돼 있는데, 만약 이를 불과 몇 주 앞두고 열리는 예장 합동 정기총회에서 WEA 참여 금지를 결의할 경우 WEA와 한국교회에 전체에 매우 곤란한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지난 2014년에도 한기총이 WEA 총회를 유치했다가 금권선거 논란 등으로 분열이 장기화되자, WEA 측에서 포기 선언을 하고 총회 장소를 변경한 바 있다.
또한 WEA 회원이 아닌 개교회가 WEA 총회를 유치한다는 것도 절차상 맞지 않다. WEA는 한 국가당 1개의 복음주의적 연합기관만을 회원단체로 두고 있으며, 개교회나 개교단 차원의 참여는 허용하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09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 WEA에 가입했다. 그런데 한기총의 내홍으로 갈라져 나온 한국교회연합(한교연)도 WEA의 복수 회원이 됐고, 지난 2022년 한교연 지도자들이 WEA 본부에 방문해 회원 자격을 공인받았다. 그리고 한국복음주의협의회(한복협)도 WEA의 협력회원으로 있다.
그런데 본지 취재 결과 한기총·한교연·한복협은 WEA 측과 총회 유치에 대해 공식 논의한 바가 일절 없으며, WEA의 일부 리더십과 사랑의교회 측의 논의만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WEA가 이들을 배제하고 한국에서의 총회 개최를 논의한다면 절차상 큰 문제이며, 추후 큰 논란과 반발까지 야기할 수도 있다.
WEA와 사랑의교회 간의 대화는 김상복 목사(할렐루야교회 원로, 카이캄 고문)의 중재로 이뤄졌는데, 김 목사도 한기총·한교연·한복협과 이 사안을 전혀 공식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목사가 창립을 주도했고 현재 고문으로 있는 카이캄은 독립교회들의 연합회로, 보통 독립교회는 연합운동 참여에 비판적인데 그가 WEA 관련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의아한 부분이다.
사랑의교회에서는 WEA와의 대화 창구 역할을 고성삼 부목사가 맡았는데, 고 목사는 과거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 논란 당시 부적절한 처신으로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이로 인해 사랑의교회 당회는 고 목사에 대해 “사과하고 징계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결의했었다. 사랑의교회가 이번 총회 유치 논의를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한 것은 이 같은 속사정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형교회가 세계 복음주의 기관의 회의를 위해 장소를 제공하는 것은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WEA의 각 국가 대표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데 한국에서 거창하게 조직위를 출범시키는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번 서울총회를 수천 명 규모로 치를 것이라는 설도 나오는데, 비정기적으로 개최되는 로잔대회와는 달리 WEA의 총회는 회원단체의 대표들이 정기적으로 모이는 자리이기 때문에 그 규모가 크지 않다. 지난 2008년 파타야 총회와 2019년 자카르타 총회 모두 참석 대표 수가 500명 미만이었으며, 개최국에서 조직위를 구성하지도 않았다.
더욱이 현재 WEA의 리더십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WEA의 최고 책임자인 사무총장의 임기는 보통 5년이며 관례상 2회 연임한다. 그런데 지난 2015년 사무총장에 취임했던 에프라임 텐데로 주교는 연임에 실패하면서 5년 만에 임기를 마쳤고, 그 후임인 토마스 슈마허 대주교는 2021년 취임해 본래 임기가 2026년 2월 28일까지였으나 이를 2년여 남기고 지난 3월 말 돌연 사임했다.
슈마허 대주교는 지난 3월 31일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했으나, WEA 내부에서는 그것이 사실 문책성 해임이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로 그가 재정 운용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서 WEA가 심각한 재정난에 빠졌기 때문이며, 둘째로는 과도한 종교다원주의적 행보를 보이며 복음주의권의 거센 반발을 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슈마허 대주교는 텐데로 주교와 함께 교황을 만나는 등 친가톨릭적인 태도를 견지했을 뿐 아니라, 동방정교회와 더 나아가 이슬람과도 교류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다가 세계 복음주의자들과 유대인들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WEA는 슈마허 대주교의 사무총장 사임 소식을 4월 1일 발표하며 후임을 6개월 내로 선출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돌연 방침을 바꿔 국제이사회 굿윌 샤나 이사장이 사무총장직을 겸직한다고 발표해, 이는 정관에 위배되며 기형적 체제라는 내부 반발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WEA의 리더십이 아직 이런 과도기적이고 불안정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가 이들과 함께 한국에서의 총회 개최를 추진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조직위 출범예배에도 굿윌 샤나 이사장은 개인적 사유로 불참하며, 프랭크 힌켈만 부의장 및 페이롱 린과 사무엘 창 부총무 등만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부총무는 토마스 슈마허 전 사무총장에 의해 임명된 인물들이다.
재정난에 빠져 있는 WEA에 이번 총회 개최를 명목으로 한국교회의 재정 지원이 언제, 얼마나 이뤄질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WEA 총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2025년 10월경은 오정현 목사의 목회 임기가 불과 1년 정도 남은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