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기로 박수받는 의장대 아닌 싸워 승리할 전투병 키워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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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와 개혁교회 7·끝] 창의적 방식으로

칼빈 신학에서 예정론 중요하나
신앙교육서에는 전혀 언급 없고
성령의 신비적 사역도 마찬가지
가르침 받는 대상 고려한 교육

▲제작 중인 영화 <승리의 시작> 중 대규모 인원들이 참여한 다부동 전투 신. ⓒ크투 DB 

▲제작 중인 영화 <승리의 시작> 중 대규모 인원들이 참여한 다부동 전투 신. ⓒ크투 DB 

4. 개혁교회를 다음 세대에 상속하기 위한 방안
5) 신앙 교육의 실제

요리문답서가 신앙의 내용이라면 그 실천 방법을 규정한 교회법은 내용을 담는 그릇과 같았다. 팔츠의 교회법은 신앙교육 이유를 세 가지로 언급했다.

첫째는 본성적 악함이 세력을 가지고 있고 그에 따라 교회와 정치권력이 부패하는데, 그때 유익한 교리로 대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자녀들을 가르치라는 주님의 분명한 명령 때문이다. 셋째는 이스라엘 어린이들이 할례 이후 언약의 표의 비밀과 하나님의 언약에 대해 교육받은 것처럼, 어린이들에게도 세례 받은 때부터 기독교 신앙과 회개를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었다.

팔츠교회는 교회법에 따라 주일에는 도시에서 세 번(오전에 한 번, 정오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시골에서 두 번(오전, 오후) 예배를 드렸다. 도시에서는 요리문답서 요약이 두 번째 예배 설교 전에 낭독됐고, 시골에서는 오후예배 순서 중 십계명 낭독 시간에 요리문답서 요약을 낭독하도록 했다.

교회법은 요리문답서 설교를 하는 방법도 자세하게 정했다. 먼저는 질문을 배울 수 없는 자들에게 요리문답 질문과 내용을 알려주고, 다음에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배웠던 것과 배울 것을 온 회중 앞에서 암송하게 하였다. 목사가 묻고 청소년들 몇이 답하는 순서가 끝나면, 목사는 요리문답서의 내용을 해설한다.

이처럼 처음에는 배울 수 없는 작은 아이들부터 시작해 배우고 암송할 수 있는 청소년들을 향하고, 마지막에 해설을 통해서 성인을 포함한 회중 전체가 참여하는 모양을 갖추게 됐다.

전술한 대로 16세기 종교개혁 당시 교리적 내용은 예배 때 낭독됐고, 각 주제들은 작은 부분으로 나뉘어 규칙적이고 개별적으로 설교되거나 해설되었다.

당시 신앙교육서가 가정 신앙교육과 학교 신앙교육에서 자료로 사용됐지만, 모든 이들이 종교개혁 사상을 담고 있는 저술들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다. 그것은 당시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글을 읽고 쓸 수 없는 문맹인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성경과 신앙교육서를 지참하고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이들은 소수였다. 이런 이유로 개혁자들은 가르침을 받는 대상을 고려하여 신앙교육서를 작성하고 성경과 교리를 가르쳤다.

예정론을 빼놓고는 칼빈 신학을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칼빈 신학에서 예정론은 매우 중요한 주제이다. 하지만 칼빈의 신앙교육서에는 ‘예정’에 대해 단 한마디 언급도 없고, 성령의 신비적 사역에 대해서도 거의 언급이 없다.

주일학교와 요리문답의 교과과정은 가능한 한 어려우면서도 엄격하게 만들었지만,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작성됐다. 레오 유트가 작성한 세 권의 공적인 신앙교육서의 많은 부분이 칼뱅이 1537년 출판한 제네바 신앙교육서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하지만 유트가 칼뱅의 신앙교육서 내용을 가져올 때, 예정론과 권징과 같은 주제를 의도적으로 삽입하지 않았다. 이는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주제로서 어린 학생들이 배우기에는 적합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개혁교회는 피교육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불링거는 신앙 지식 수준에 따라 신자들의 신앙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린이가 진지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시작 나이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5살로 규정했고, 다른 일부 사람들은 7살로 규정하였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모두가 동일한 이해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에 따라 일부에게는 집중적으로 가르쳐져야 하며, 다른 일부에게는 어려운 것이 없이 천천히 가르쳐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신앙 공동체 안에서 세대와 세대 사이의 신앙의 연속성을 생각했고, 학식이 있는 자와 없는 자 사이 차별을 예방하길 원했다. 나아가 신앙교육을 통해 새롭게 개종한 신자들이나 초신자들이 빠른 시간 내에 기존 신자들과 신앙일치를 갖도록 했다.

한국 개혁교회도 신앙교육을 위해 힘썼던 개혁자들의 열심을 본받고 오늘 우리 시대의 현장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 기존 교회의 틀만 고집하기보다, 보다 창의적인 방식으로 신앙교육을 실행해야 한다. 신앙교육을 할 때도 연령과 신앙, 지식수준을 고려해야 한다.

6) 기독학교(Christian School) 설립

한국 땅에 선교사들이 들어왔을 때는 당시 공식적으로 교회를 세울 수 없었다. 이에 선교사들은 학교와 병원을 세웠다. 1885년 언더우드 박사가 세운 경신학교, 아펜젤러가 세운 배재학당은 한국 근대교육과 기독교교육의 시작이었다. 뒤이어 1886년 스크랜턴 여사에 의하여 이화학당, 1887년에는 정신여학교 등 많은 학교들이 세워졌다.

1907년 평양 대부흥운동은 교회 내적 부흥으로 그치지 않고 사회 변화와 민족의 각성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특히 평양 대부흥운동을 계기로 ‘1교회 1학교 운동’이 일어나 수많은 기독교학교가 세워지게 되었다.

[3.1운동 당시 기독교학교에 대한 통계가 장로교회 교단총회 ‘연례보고서’에 수록되어 있다(조선예수교장로회 총회 회록, 제8회, 1919). 이 자료에 따르면소(초등)학교 447개(남 331, 여 116), 소학교 학생 14,668명(남 10,175, 여 342), 소학교 교사 685명(남 515, 여 70)이었다. 중고등학교 21개(남 15, 여 6), 중고등학교 학생 1,681명(남 1339, 여 342), 중학교 교사 129명(남 91, 여 38)이었다. 대학(전문대학) 학생이 65명이었다(전국기독교학교대회자료집,3.1운동과 기독학교의 항일, 임희국 교수 편, 2019.)3.1운동 당시 전국에 교회에서 세운 기독교학교가 1,000개에 육박하였다.]

한국교회 상황은 어떤가? 개인이나 기관, 지교회가 기독교 대안학교를 세우는 경우는 있어도, 교단이나 노회가 나서서 기독학교를 세우는 일은 미미하다. 2014년 합동 총회에서 1노회 1기독학교 운동을 시작했지만, 서울노회가 설립한 ‘서울기독학교’ 외에 교단이나 노회가 주최가 되어 세워진 기독교 대안학교는 없다.

서구 개혁교회는 언약의 자녀를 교육하는 일을 모든 교회의 책임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령기 자녀를 두지 않은 개인이나 가정도 기독학교를 후원한다. 아이가 졸업하고 난 다음에도 부모들은 물론 심지어 조부모들까지 지속적으로 학교를 후원한다. 가족과 교회가 함께 후원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첫째 아이가 입학하기 3년 전부터 학교를 위한 후원을 시작한다. 학비는 결코 싸지 않다. 그럼에도 하나님 앞에서 언약의 자녀들을 말씀으로 양육하겠다는 생각으로 학비를 감당한다. 학교, 교회, 가정이 함께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다.

기독학교 교사들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삼촌, 부모, 친척들도 많다. 학교는 가정의 확장이기도 하고, 교회를 통한 완성으로 나아가는 중간 단계로 이해한다. 캐나다 개혁교회 학교는 만 5세부터 다닐 수 있는 유치원(킨더가든)이 있다. 5세 이전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은 언제나 엄마와 함께 생활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사람들은 진정한 배움이 가능한 학교에 목말라하고 있다. 개혁교회는 이런 학교를 세우는 일에 힘써야 한다. 다자녀 출산과 함께 기독학교를 세우는 일은 성장 가능한 교회를 세우는 또 하나의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캐나다 개혁교회는 70여 개의 교회를 가진 작은 교단이다. 그럼에도 곳곳에 학교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고, 이를 위하여 토론토에 교사대학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세속 사회와 교회의 변화에 대응하고 기독교적 가치를 이 땅에 실현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일은 제대로 된 기독교 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자녀는 스스로 분류하고 비교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교사는 지식과 관계된 어떤 내용을 공급해 주기보다 학생으로 하여금 수많은 사물과 사상에 친밀한 정서를 갖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 스스로 의지력을 키워 자기 스스로 학습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일은 교사와 학생 상호간의 신뢰가 바탕이 된 인격적인 관계 안에서 가능하다. 교육은 관계의 학문이기 때문이다.

나가는 말

초대교회 사도들과 성도들은 예수께서 분부하신 것을 가르쳐 교회를 세우고 교회의 체계와 질서를 잡아가는 사명을 감당했고, 이방인 선교에도 온 힘을 다했다. 사도적 복음이 전파되면서 이에 대항해 일어나는 거짓 복음과 이단적 가르침의 오류를 드러내고 바른 교리를 가르치는 사명도 감당했다.

사도와 교부들, 그리고 개혁자들의 전통을 따르는 개혁교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윗이 다음 세대가 감당해야 할 일, 곧 성전을 건축하는 사명을 염두에 두고 성전 건축에 필요한 재료들을 준비했던 것처럼, 다음 세대를 제대로 키워낼 수 있는 진정한 학교로서의 교회(敎會)를 건설해야 한다.

신학은 발전한다. 하지만 그 발전은 16-17세기 때 이미 이루어 놓은 신학의 바탕 위에서 발전하는 것이다. 우리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와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도르트 신조 등을 공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종교개혁 때 만들어진 신앙고백서들은 당시 신학자들이 믿어야 할 믿음의 내용을 요약해서 담아 놓은 보화와도 같다. 개혁교회는 개혁주의자들이 남겨준 신앙의 유산들을 간직하고 그 가르침에 따라야 한다. 사람은 부패하기 때문에 종교개혁자들이 전해준 내용을 간직하지 못한다.

여호수아 시대 때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을 경외했지만, 여호수아와 그 시대의 장로들이 죽고 난 다음에는 하나님을 떠나 버렸다. 이스라엘 역사를 보면 히스기야와 요시야가 종교개혁을 단행하긴 했지만, 그들의 개혁은 거의 당대에 그쳐 버렸다. 그 이유는 그것을 받을 만한 능력이 그들에게 없었고, 내용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용이 잘 전달되기 위해서는 개혁자들이 추구했던 신앙의 내용을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내용을 부지런히 가르쳐야 한다. 그리하여 성도들을 멋진 묘기로 사람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는 의장대가 아닌, 세상과 싸워 승리하는 전투병으로 키워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건강한 개혁교회를 건설해야 한다. 개혁교회만이 모든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고, 혹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끝>

▲최덕수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개혁신학포럼

▲최덕수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개혁신학포럼

최덕수 목사(현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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