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작다고 사랑이 작진 않아> 김종원 목사 (1)
성도들 회심 이야기, 전도용으로
벼랑 끝에 선 분들, 한 명씩 동행
해결 못하지만, 함께하겠다 강조
예배와 중보기도 기둥, 붙잡아야
제게 도움 받지만 자유하게 해야
“은혜의동산교회 개척 이야기는 ‘코로나 시기에도 이렇게 했더니 성공했더라’는 성공 신화가 아니라, ‘코로나였기에 발견한 교회의 본질 이야기’에 가깝다…. 그래서 하나님의 일하심에는 오직 감사만 남는다. 사람이 와도 감사지만, 사람이 가도 감사다. 이것이 하나님의 일하심의 신비다.”
‘성도들이 오고 싶은 교회, 오면 머무르고 싶은 교회, 성도들이 이웃을 데리고 오고 싶은 교회’를 꿈꾸는 대전 은혜의동산교회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절 겨자씨처럼 목회자의 집으로 깨어지고 망가진 이들이 하나둘씩 찾아오기 시작해 어느덧 한 그루의 나무와 같은 ‘찐’ 교회를 이뤄가고 있다.
<교회가 작다고 사랑이 작진 않아>는 자신을 다 갈아넣는다는 ‘추어탕 목회’로 성도들의 아픔도 슬픔도 즐거움도 함께하며 교회 됨의 여정을 걷고 있는 김종원 목사의 ‘동네 교회 이야기’다. 그에게 추어탕 목회란 머리 되신 예수님과 하나 되어 걸어간 사랑의 여정이고, 성도들 삶에 녹아서 한 몸으로 걸어간 교회 됨의 여정이다.
자신을 갈고 갈아넣다 버티지 못하고 녹아내릴 것만 같았지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는 예수님의 질문을 붙들다 보니 어느덧 내 사랑은 사라진 채 예수님의 사랑만 남았고, 내 희생은 사라진 채 예수님의 신실하심만 남았다고 그는 고백한다. 그 덕분인지 책은 출간 직후 2쇄를 찍을 만큼 반응이 좋다. 다음은 지난 10월 31일 대전 은혜의동산교회에서 만난 저자가 풀어놓은, 책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들.
교회가 작다고 사랑이 작진 않아
김종원 | 세움북스 | 312쪽 | 18,000원
-1쇄가 금방 소진되는 등 책의 반응이 좋은데요.
“제목 덕분입니다(웃음)! 그리고 독자층이 한정되지 않아서 그렇지 않나 생각합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저희 성도님들이 책을 전도용으로 많이들 사고 계세요. 친인척들에게 주거나, 직접 예수님을 전하고 싶지만 설명하기 어려워 혼자 끙끙대던 분들이 전도 대상자에게 책을 선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일은 저희 책 속 회심 스토리 중 경배 형제 이야기가 있는데, 부모님이 예수를 안 믿으세요. 부모님께 교회를 다니고 있고 세례를 받았다는 이야기까지는 했지만, 아들이 요즘 힘들어서 그러는 건지 걱정하실까 봐 처음엔 조심스러웠대요.
그러다 자신의 변화 이야기가 담긴 책을 어머니에게 선물했어요. 변화받은 스토리를 들려주면서 전도를 하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어머니 성함으로 사인본을 요청했어요. 어떻게 책을 드릴지 머릿속으로 상상해 보는데 너무 떨린다는 내용의 카톡이 왔는데, 제게는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말씀대로 제목이 참 좋습니다. 요즘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 에세이 제목 같아요.
“원래는 다른 제목이었어요. 확정되진 않았지만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정도로요. 지금 제목은 책 속 한 챕터 제목이었어요. 교회 이름인 ‘은혜의동산교회 이야기’를 제목으로 할지, 지금 부제목인 ‘차별 없는 은혜, 오름직한 동산’으로 할지 생각했지만, 확 와 닿진 않았죠.
그러던 중 책 완성 전에 목사님들께 추천사를 부탁드리려고 PDF로 내용을 몇 분께 보내드렸는데, 그 중 한 목사님이 ‘목사님, 뭐가 아무것도 아니에요? 매일 삶을 다 갈아넣고 있잖아요. 교회를 개척하는데 누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건 진짜 뭘 모르는 사람이에요’라면서 소제목에 있던 ‘교회가 작다고 사랑이 작진 않아’를 제목으로 추천해 주셨어요. 제가 써놓은 소제목이었는데, 저도 너무 좋았어요.
며칠 전 반응이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는데, 제 책 제목을 설교 제목으로 한 유튜브 영상이 있었습니다. 궁금해서 2배속으로 들어봤더니, 홍보용 도서가 이것저것 많이 와서 피로도가 쌓여 있는데, 제 책 제목이 너무 와 닿아서 직접 주문해서 읽어봤다고 하셨어요.”
-‘추어탕 목회’라고 스스로 말씀할 정도로 영혼까지 탈탈 갈아넣으시던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목회인지 수발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그런 오해가 있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저를 찾는 사람들에게 저는, 살고 싶어서 붙잡는 마지막 지푸라기 같은 존재 아니었을까요. 무엇보다 제가 그 분들을 막 찾아다니면서 보살핀 건 아니었어요.
책이 나온 뒤 많은 분들이 제게 ‘사랑이 뭐냐’고 물으시는데, 잘 모릅니다(웃음). 이렇게 하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니고, 벼랑 끝에 서 있는 분들이 계속 찾아와서 사정을 토로하니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죠. 어떻게 보면 하나님께서 저를 코너에 몰아 넣으시고, 제게 목회를 가르쳐 주신 것 같기도 합니다.
아픈 양도 하나님의 양이고, 양을 제가 선택할 수도 없죠. 오신 분들이 대부분 그랬고, 저는 바쁘다고 핑계를 댈 수도 없었죠. 교회에 성도가 많지 않잖아요(웃음). 그렇게 한 번 두 번 연락했던 내용들이 쌓여가면서 책으로까지 나오게 됐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장 많이 말씀드렸던 것도 ‘저는 메시아가 아닙니다’, ‘제가 해결해 줄 순 없지만, 해결될 때까지 같이 있어주겠습니다’였습니다. ‘나는 메시아가 아니다’는 제게 너무 큰 이슈였습니다. 성도님들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 보니 저도 함께 휩쓸려 내려가곤 했으니까요.
남편이 자살 충동으로 4층 발코니에 서서 아내에게 죽겠다고 소리를 쳐요. 사실 쇼하는 거죠. 빨리 돈 구해 오라는 거예요. 그럼 아내 되시는 분이 사진을 찍어서 제게 보내요. 처음엔 저도 동화 또는 전이돼서 며칠간 힘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익숙해지니 저도 조금씩 적응해 갔어요. 그래서 같은 장면을 보면 ‘기다려 보라’고 해요. 정말 죽을 거였으면 바로 뛰어내렸겠죠. 그분도 그 정도 용기는 없어요. 무서운 거죠.
처음엔 이러다 1년도 못 채우고 목회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그럴 때마다 그 상황에 저도 함께 휩쓸려 떠내려가는 게 눈에 보이잖아요. 하지만 저도 그렇게 조금씩 강해졌고, 책 마지막 부분에 나오듯 저를 붙들어맬 기둥이 필요했습니다. 제 한 손을 그 기둥에 묶어놓지 않고 그 분의 손을 잡으면, 같이 떠내려갈 뿐이니까요.
그 기둥이 제겐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날마다 하나님께 예배로 나아가는 것, 또 하나는 중보기도를 요청할 팀. 그래서 같이 기도해 주시는 중보기도팀을 세 그룹 정도 조직했어요. 그 팀에 상황을 계속 알리고, 기도를 요청했죠. 예배는 저 혼자서 하는 것도 좋지만, 힘들다는 그분과 함께 해야겠는 생각으로 스피커폰을 켜 놓고 함께 1시간씩 예배드리기도 했습니다.”
-성도와 너무 가까워지면, 설교 말씀이 그분께 들어가는지 잘 모를 것 같습니다.
“그게 진짜 중요해요. 제가 알고 한 건 아니지만, 한 성도 분과 1년 반 정도 함께하다 보니 그분이 제게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나 싶었어요. 제게 도움을 많이 받다 보니 저를 많이 의존하는 것은 물론, 마치 제게 컨트롤당하는 것 같았거든요.
지금도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성도가 자유로운 영혼이 되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딱 들었어요. 진리가 우리를 자유케 해야 하는데, 자칫 제가 성도를 컨트롤할 위험이 있다는 걸 배운 것입니다. 그때부터 조금씩 밀어내는 작업을 시작했어요.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렸는데, 목표는 단 하나였어요. 제 눈치를 보지 않는 사람으로 만들기.”
공황으로 섬기던 교회 결국 나와
책 속 내용, 실제의 ‘십일조’ 정도
정말 아무것도 없이 개척 시작해
개척하니, 여기저기서 도움 쇄도
도서관 리모델링까지, 기적 연속
-그게 또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그때 저와 그 분을 같이 보지 못해서 그래요. 상상을 초월하는 관계였으니까요. 책 속 내용은 실제의 십일조 정도에 불과합니다(웃음). 제 주변에 계시던 목사님 한 분이 책을 읽더니 ‘이건 아주 순한 맛이다’라고 하실 정도였죠.”
-성도도 많지 않은데 그런 분들이 대부분이라면, 목사님뿐 아니라 교회 자체도 휩쓸릴 수 있었겠는데요.
“그래서 1년 안에 교회 문을 닫겠구나 생각한 거였어요. 그때 붙들었던 말씀이 ‘교회는 그의 몸이니 만물 안에서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이의 충만함이니라(엡 1:23)’입니다. 에덴의 동쪽 사람들이 깨어지고 망가져 하나님 없이 살아가는 텅 빈 가슴 속에 계속 우상을 집어넣지만, 주님께서 이 만물을 회복시키기 위해 교회를 부르시고 충만케 하시고 회복시키셔서 충만케 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성도님들께 ‘지금은 이렇게 깨어지고 망가진 가정만 보이겠지만, 저는 이 말씀을 믿고 같이 붙들어 보자. 주님이 너희들을 회복시킬 것이다. 그 회복된 우리를 통해 주님께서 어떻게 하시나 한번 보자’는 말씀을 주로 전했습니다. 과정이 어떻게 될지는 몰랐지만, 저도 그 말씀을 붙들었죠.
그러다 보니 지금 이곳 2-3층 예배실과 도서관이 이렇게 마련됐지만, 저희 재정은 사실 100만 원도 안 들어갔습니다. 이 공간을 얻는 과정부터 하나님의 역사가 계속됐어요. 저도 공황장애로 교회를 나와 아무것도 없이 개척을 시작했고, 함께 시작한 분들도 하나같이 상황이 쉽지 않았잖아요. 헌금을 하실 분도 없어서 처음 6개월간은 회비를 걷었어요.”
-흥미진진합니다.
“저는 선교단체 출신이고 방에 앉아서 기타 치면서 찬양하고 기도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마이크나 스피커 등이 크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사람도 몇 명 없는데 마이크까지 대면 너무 시끄럽지 않을까 해서,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거든요.
그래도 ‘우리 첫 예배’라고 SNS에 올렸는데, 연락이 막 오기 시작했어요. 스피커를 보내주겠다, 앰프가 필요하냐 등 그때부터 여기저기서 많이 도와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주방 물품도 주방선교회라는 곳에서 보내주셨어요. 이곳 보증금이 2,500만 원인데 또 채워 주셨어요.
사실 개척한다고 다 이렇게 채워 주시진 않는데 이유가 뭘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하나님께서 저희 성도님들에게 알려주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성도님들이 너무 힘들어하니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는 이 교회를 내가 세우는 걸 보라’고요. 주님께서 계속 가까이에서 보여주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성도들도 그걸 보면서 ‘우리 가정도 하나님께서 이렇게 붙잡아 주시겠지’라는 믿음들이 조금씩 자라났죠. 저는 이런 상황을 표준화하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저희 성도 들의 형편과 상황 속에 하나님께서 하실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제게는 교회가 지금 문을 닫아도, 이것이 내 것이 아니라는 마음을 주시고요. 필요한 교회가 있으면 다 흘려 보내야죠.
안 주셨으면 도망갈 길이 있었죠. ‘저는 여기까지입니다’ 하고 핑계라도 댈 수 있었는데, 자꾸 채워주시니 회개가 나왔지만 조금은 화도 났어요. 이제 ‘빼박(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잖아요(웃음). 자꾸 주님께서 목회 한번 해보라고 몰아가시니까, 그때부터 ‘이번 달까지만 하고 문을 닫겠습니다’라는 말이 점점 사라졌어요. 대신 ‘주시는 이유가 뭡니까?’ 여쭤보면서 잘 분별하고 흘려보내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