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커지면 사랑 작아진다? 그럼 교회 아니죠”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교회가 작다고 사랑이 작진 않아> 김종원 목사 (2)

▲은혜의동산교회에는 목숨같이 여기는 구호가 있다고 한다. &lsquo;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사랑할 기회를 놓치지 마라!&rsquo; ⓒ세움북스
▲은혜의동산교회에는 목숨같이 여기는 구호가 있다고 한다.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사랑할 기회를 놓치지 마라!’ ⓒ세움북스

은혜의동산교회를 찾아 김종원 목사를 만나자마자, 김 목사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차를 타고 가다 교회를 지나간다며 연락한 성도였다. ‘후다닥’ 창가로 향한 김 목사는 창밖을 내다보며 무심한 듯 반가운 듯 통화를 이어갔다. 책에서 읽었던 목사와 성도 간의 끈끈한 관계를 실제로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8월에 교회를 개척하겠다고 주변 한두 사람에게 알리기 시작했을 때, 어이없어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하지만 그때는 어디서 나온 배짱이었는지, 메아리처럼 이렇게 응답했다. ‘지금이 사람을 모으기에는 최악의 시기이겠지만, 교회다운 교회를 세우기에는 최적의 시기인 것 같아서요.’

사람들에게는 40대 초반의 젊은 목사가 던진 허무맹랑하고 단순무식한 답변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개척교회의 하나님은 이 고백을 기쁘게 받아주셨던 것 같다. 함께할 사람도, 돈도 없이 우리 집에서 시작한 은혜의동산교회가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망하지 않고 오히려 아름답고 건강하게 세워져 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교회가 작다고 사랑이 작진 않아>에서 저자는 어린 시절 어두웠던 유년 시절과 공황장애 등 자신의 과거 아픔도 스스럼없이 공개하면서, 하나님의 ‘찐’ 사랑과 복음이 자신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이끌어 가시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비신앙인들이 변화되는 스토리와 저자의 재치 있는 글솜씨가 버무러져 페이지가 금방 넘어간다. 다음은 지난 회에 이어 계속되는 저자의 이야기들.

교회가 작다고 사랑이 작진 않아
김종원 | 세움북스 | 312쪽 | 18,000원

교회로 살다 보니, 교회 공동체로
공황, 이어지는 생각 고리 끊어야
사랑 작아지는 순간, 목회 끝내야
사랑은 계속, 지금 목회라는 방식
복음이 모든 것 바꾼다는 말 맞아

-말씀대로 도서관 시설도 너무 좋네요. 지금은 ‘어,울림 도서관’ 관장님이기도 하시죠.

“저는 목회하기 전 꿈이 책방 주인이었어요. 읽는 모습은 안 어울릴 수 있지만(웃음), 책에 둘러싸여 있는 걸 좋아했어요. 그래서 서점에 갈 때마다 주인께 서점 괜찮냐고 물으면 돈이 안 된다고 무조건 하지 말래요. 그래서 깔끔하게 접었는데, 도서관은 돈을 버는 일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교회가 작은도서관을 할 수는 있죠.

그래서 작은 독서 모임이라도 해보려고 땡스기브라는 곳을 통해 코로나19 기간에 ‘독서지도사’ 자격을 온라인으로 배우고 있던 차에 이 공간을 얻게 됐어요. 그때 작은 교회에 도서관을 세워주는 것에 대해 듣게 됐어요. 도서관을 만들고, 주일에만 교회가 장소를 빌리는 형식이었죠.

그런데 한 성도 가정이 이곳 3층 한쪽에서 살게 되면서, 도서관 문을 닫기로 마음먹었어요. 사람들이 막 왔다갔다 하면 눈치가 보이잖아요. 그래서 문을 닫으려 했는데, 이 가정이 8개월 살고 나간 그 주간 목요일에 정부 지원 도서관으로 선정돼 360만 원이 지급된다는 메일이 왔어요. 너무 소름이 돋았어요. 하나님께서 다 보고 계시구나 생각했죠.

뿐만 아니라 그때 구청에서 작은도서관 운영자들을 불러 ‘원래 조금 더 빨리 지원을 했어야 하는데, 행정 실수로 지금 드립니다’라고 하셨어요. 그 가정이 안 나간 상태에서 지원금이 나왔으면 도서관을 했을까 생각하니, 또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땡스기브에 이런 간증을 말씀드렸더니, ‘이 스토리는 여러 작은 도서관들에게 굉장히 고무적’이라며 네이버 기부사이트 해피빈에 올려보겠대요. 그렇게 추가로 440만 원이 들어왔어요. 여기다 땡스기브 측에서 작은도서관 세우기를 지원하는 GS리테일과 기아대책 쪽에 도움을 요청해 추가 지원을 받았어요. 그렇게 3일 만에 리모델링이 완성됐죠.

원래는 이 정도로 바뀔 만한 예산이 나오진 않는데, 나머지 지원 도서관들을 지원하고 남은 예산을 모두 투입해 주셔서 훨씬 좋은 환경이 됐어요. 딱 하나 조명은 못해준다고 했는데, 리모델링하는 날 와보니 조명을 달고 있는 거예요. 놀랐지만 일단 가만히 있다가 다 설치된 후 사정을 여쭤봤더니, 본인들끼리 소통을 잘못한 것이었어요(웃음). 그렇게 조명까지 설치돼 성도들은 물론 지역 아이들까지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느낌의 조명과 세련된 책장, 양서로 가득한 3층 어,울림도서관 모습. ⓒ이대웅 기자
▲따뜻한 느낌의 조명과 세련된 책장, 양서로 가득한 3층 어,울림도서관 모습. ⓒ이대웅 기자

-공황장애는 치료가 되나요.

“공황 자체가 극도의 스트레스나 과로 등에 의한 뇌의 반응이라, 발작까지 가지 않도록 최대한 예방하기 위해 약을 복용합니다. 저도 처음 공황이 온 뒤로 몇 개월간 먹었어요. 공황 발작이 오면 호흡이 어려워요.

저도 전에 있던 교회에서 설교 중 처음 겪었는데, 갑자기 몸이 마비되는 것 같았어요. 평소 심장 문제가 있어 심장 쪽 문제인 줄 알고 다음날 병원에 갔는데 아니었고, 정신과로 가보시면 좋겠다고 해서 갔더니 공황 진단이 나왔어요.

제게 공황장애를 앓게 됐다고 하면, 주변에선 모두 의아하다는 반응이에요. 사역을 하면서 계속 무리를 하다 보니 생긴 것 같아요. 하지만 그 과정이 지금 교회를 섬기는 데는 큰 자양분이 되고 있어요. 제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너무 무리해서 하면 안 된다는 걸 배웠죠. 다만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니 관심을 끄거나 손을 놓는 건 아니고, 제 힘이 닿는 데까지는 도우려 하고 함께하려 합니다.”

-이렇게 사역하면, 쉴 시간은 있으신가요.

“교회가 작다고 사랑이 작지 않지만, 저희 성도가 많진 않으니까요. 그들과 매일 24시간 같이 있을 순 없죠. 이곳이 병원이라면 그렇게 해야겠죠. 하지만 저희는 병원 같은 교회죠. 그래서 제 공황장애 경험이 너무 중요해요.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의 고리를 끊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도스토옙스키 작품을 읽어보면, 모든 작품에 발작 간질이 나와요. 등장인물들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해요. 제가 이것에 대해 설명해 주면, 사람들이 굉장히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해요. 이건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생각이 끊이질 않아요. 이걸 끊어야 해요. 저는 그래서 힘든 성도들에게 오히려 운동을 시켜요. 고정된 공간에서 고정된 시선을 가지면, 뇌가 계속 작동하고 스트레스가 계속되기 때문이에요.

▲도서관에서 진행 중인 도스토예프스키 책읽기 모임 모습.
▲도서관에서 진행 중인 도스토예프스키 책읽기 모임 모습.

해결되지 않는 일을 계속 생각하다 보면, 머릿속에서 더 힘들어질 거라는 소설을 쓰게 됩니다. 계속 앞일을 끌어당겨서 염려하고 불안해하면, 대부분 수면 부족으로 이어지죠. 그러면 몸이 더 피곤해지고 과로가 생기면서 교감신경이 계속 자극 상태가 되겠죠. 공황장애 약도 교감 신경 억제 작용을 하는 것이에요.”

-지금보다 교회가 커지면 지금보다 사랑이 더 커질까요, 작아질까요.

“커져서 사랑이 작아진다면, 그건 교회가 아니겠죠. 하지만 예전에 이런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답을 얻지 못했어요. 제가 언제까지 목회를 해야 하는 것인지 몰랐기 때문이죠. 책이 나온 후 다시 생각해 봤어요. 혹시 조금이라도 저희 교회에 조금 더 규모가 생겼는데 제 라이프 스타일이 지금과 달라진다면, 그때가 제 목회의 마지막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프롤로그에 썼듯 제가 교회로 살아가다 보니 교회라는 공동체가 탄생한 거예요. 어찌 보면 이 교회가 없어지더라도, 저는 또 이렇게 계속 살아가지 않을까요? 지금은 그것을 목회라는 방식으로 하고 있을 뿐이에요. 목사라는 직함을 비롯해 제게 붙는 모든 수식어가 다 사라지더라도, 계속 이렇게 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층 예배당 전경. ⓒ이대웅 기자
▲2층 예배당 전경. ⓒ이대웅 기자

-그건 목사님의 원래 성격인 건가요, 아니면 성령으로 인한 건가요.

“복음에 대한 이해를 하면서부터 조금씩 바뀐 것 같아요. 복음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이해하면서, 복음으로 누군가를 변화시키기 전에 저 자신이 가장 많이 바뀌었어요. 아시겠지만 제가 이런 성격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신기해요.

팀 켈러가 했던 말, ‘복음이 모든 것을 바꾼다(Gospel Changes Everything)’가 요즘 조금 동의가 돼요. 그 과정을 조금 맛보다 보니, 정말 복음이 모든 영역에서 영향을 미친다는 걸 느껴요. 이미와 아직 사이에서 완성되진 않았지만 일부 맛보고 경험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더 매력적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어가고 있어요.

그렇게 4년이 되다 보니, 저희 교회 성도들 사이에서는 양육 신청을 받을 때가 되면 안 하는 사람이 손해라는 문화가 형성됐어요. 일대 일로도 소그룹으로도 하는데, ‘이 좋은 걸 왜 안 해?’라는 분위기죠.

율법에서 복음으로의 전환, 더 자유로워지고 풍성해지고, 오고 싶은 교회, 오면 머무르고 싶은 교회, 누군가를 데려오고 싶은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복음이 정말 ‘굿 뉴스(Good News)’라면, 정말 그렇게 돼야 하지 않을까요?”

-마지막입니다. 사랑이 뭔지 모르겠다고 하셨죠? 그럼 목사님이 생각하시는 ‘교회’란 무엇인가요.

“교회를 신학적으로, 성경적 개념으로 말하자면 ‘하나님의 가족, 그리스도의 몸, 성령의 전’ 등으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우리 일상용어로 간단히 말하자면 ‘천국의 모델하우스’ 또는 ‘천국의 예고편’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아파트를 구매하기 전에, ‘모델하우스’를 먼저 보고 살지 말지 결정하잖아요. 영화도 마찬가지로 ‘예고편’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보러갈지 결정하죠. 이처럼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이미’ 임한 하나님 나라를 가장 강력하게 보고 경험할 수 있는 것이 ‘교회’라고 생각해요.

만약 성도들이 교회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맛보지 못한다면, 어떻게 완성될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소망할 수 있을까 싶어요. 저는 그래서 교회에 대해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절절한 마음으로 호소하고 싶어요. 그래도 교회가 하나님의 희망이라구요.”

저자는 이에 대해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교회가 건물이 아니라 신자들의 모임인 공동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주위에서 교회 개척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보면, 먼저 사람을 세우려 하기보다 건물 구하는 일에 열심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미 함께할 사람이 있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처럼 맨땅에 헤딩하는 개척교회 목사들은 하루속히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

건물을 얻기 전에 공동체를 세워야 한다. 공동체를 세우려면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교회에 대한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사람들은 교회 공동체를 꿈꾸게 된다. 그리고 그런 공동체를 실현할 공간에 대한 열망을 갖는다.

은혜의동산교회를 개척하기 전에는 나도 이런 이야기를 귀로만 들었고, 머리로만 상상했었다. 그런데 성경을 연구하며 이상적으로 꿈꾸고 상상만 했던 일이 실제 내 눈앞에서 펼쳐졌다. 이 일을 통해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정말 교회다운 교회를 원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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