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의와 정의 연결시킨 사회적 칭의론, 무엇이 문제인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한국신학아카데미 2024 가을학기 학술세미나 Ⅱ

사회적 칭의론, 하나님 정의 해석 오류
하나님 은혜와 정의로운 행동 동일시
종교개혁 칭의론 오해, 복음 변질시켜
루터, 싸구려 은혜 아닌 결실되는 믿음
하나님 정의, 약자 권리 회복으로 축소
복음, 칭의로 끝나지 않고 성화로 완성
칭의는 시작, 성화는 열매… 둘은 하나
선행 없는 믿음 문제, 칭의 기초는 믿음

▲(왼쪽부터) 김영한 박사와 김동춘 박사가 토론하고 있다. ⓒ한국신학아카데미

▲(왼쪽부터) 김영한 박사와 김동춘 박사가 토론하고 있다. ⓒ한국신학아카데미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 박사) 2024 가을학기 학술세미나 ‘칭의론의 사회적 해석’ 두 번째가 15일 오후 서울 성북구에 소재한 동 아카데미 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칭의와 정의: 사회적 칭의론에 대한 신학적 평가’라는 주제로 기독교학술원 원장 김영한 박사(숭실대 명예교수)가 발제했다.

김영한 박사는 “사회적 칭의론의 관점은 종교개혁 칭의론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한다. 전통적 칭의론은 사회정의와 무관한 개인 구원과 도덕적 덕목 이론으로 전락됐고, 사회적 연관성이 결여된 개인의 사적 구원론으로 정의라는 사회적 맥락을 등한시한다고 봄으로써, ‘믿기만 하면 구원받는다’는 믿음지상주의, 무행동주의, 도덕윤리폐기주의로 나가는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주장한다”며 “사회적 칭의론은 바울의 칭의론을 사회학적으로 해석하면서, 칭의론과 정의를 연결해 칭의론의 본질은 단순한 죄 용서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의 권리 회복 등 사회 속에서 정의롭게 사는 것으로 본다”고 소개했다.

김 박사는 “사회적 칭의론은 종교개혁적 칭의론이 칭의와 정의를 분리시켜, 하나님의 정의를 사회적 정의로 해석한다. 이러한 칭의에 대한 사회적 차원 해석은 믿음에 기인한 하나님의 은혜(구원)을 정의로운 행동과 동일시한다”며 “이는 종교개혁 칭의론의 의도를 오해한 것이고, 복음을 율법으로 변질시키는 것이다. 구원과 정의는 구별해야 하나, 분리시켜선 안 된다. 구원은 정의로운 행동이 아닌, 하나님의 은총으로 얻는 것이다. 이 구원의 선한 결실로 이웃 사랑이라는 정의의 열매가 맺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사회적 칭의론의 공헌으로 △값싼 은혜로 변질될 수 있는고전적 칭의론의 오용을 드러내고 △사회적 차원에서 하나님의 정의를 표명했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나 “루터의 칭의론이 사회정의를 도외시했는가? 그렇지 않다. 루터의 믿음은 후대 교회의 ‘싸구려 은혜’가 아니라 ‘선한 행실로 결실되는 믿음’이었다”며 “사회적 칭의론은 바울의 칭의론이 갖는 개인적으로 하나님의 바른 관계를 도외시하고, 사회적 정의로운 행위만 말하고 있다. 이로써 예수의 십자가 대속이나 은혜에 대한 무용론으로 나아갈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회적 칭의론은 하나님의 의와 사회적 정의를 혼동하면서, 칭의론을 정의론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바울이 로마서에서 선언한 ‘의(義)’는 인간의 정의로운 행위로서의 의가 아니라, 죄인에 대해 하나님이 은혜로서 선언하시는 수직적인 의”라며 “칭의론의 본질을 사회적 약자의 삶의 권리 회복으로 보는 것은 성경적 견해가 아닌, 해방신학적 견해다. 이들은 구원을 정치적 행위로 간주해 은혜와 믿음을 정의로운 행위로만 판단하고, 하나님의 정의를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 회복으로 축소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영한 박사는 “예수의 선교는 새 관점이 말하는 정의의 선교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선교였고, 사회적 정의 구현의 선교가 아니라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왕국 선교였다”며 “하지만 예수의 선교는 단지 개인 영혼만을 구하는 칭의적 선교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적이고 사회적 정의 차원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칭의의 복음에서 끝나지 않고, 성화의 복음으로 완성된다. 칭의는 시작이고, 성화는 열매다. 두 가지는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연결된다. 칭의와 성화를 함께 강조하면서도, 성화의 기초는 칭의임을 강조해야 한다”며 “선행이 없는 믿음이나 칭의는 성경적이 아니지만, 여전히 칭의의 기초는 선행이 아니라 믿음에 있음을 강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신학아카데미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신학아카데미

논평에서 김동춘 교수(느헤미야)는 “제가 사회적 칭의론을 주장하면, 비평가들은 왜 사회적 약자들에게 칭의를 말하지 않고, 그들을 믿음 없이도 의롭게 만들어 행위구원에 빠지게 하는지 반문한다”며 “저는 구원이 그리스도에 대한 개인의 믿음에 근거하지만, 행위 없는 구원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최후 심판날 성도의 행실을 보시고 심판하신다”고 말했다.

김동춘 교수는 “존 스토트와 크리스토퍼 라이트는 <선교란 무엇인가>에서 ‘우리가 선행으로 구원받을 수 없지만, 선행 없이 구원받을 수도 없다. 선행은 구원의 방법은 아니지만, 구원의 적절하고 필수적인 증거’라고 말했다”며 “칭의론의 틀을 창조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때다. 제도종교의 담장 안에서 신학은 안전함과 편안함을 제공하지만, 변화하는 신앙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담아낼 수 없다. 오늘의 기독교는 (믿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비신앙인의 신앙’과 (믿는다고 주장하는) ‘신앙인의 불신앙’이 상존하고 있다. 사회적 칭의론은 구원론의 문법을 새롭게 해석하려는 시도로 평가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균진 원장(연세대 명예교수)은 “김영한 박사는 사회적 칭의론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그것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타당성을 수용하는 입장을 보인다. 그는 기독교 신앙의 보수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진보적 입장의 타당성을 수용하고자 하는 에큐메니칼 개방성을 보인다”며 “예수의 선교는 단지 개인 영혼만을 구하는 칭의적 선교에 거치지 않고, 공동체적이고 사회적 정의 차원을 가진다고 말했다”고 평가했다.

김 원장은 “출애굽 사건은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자기 백성 삼으시고 하나님 되신 구원의 사건인 동시에, 이집트의 억압과 착취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하는 사회정치적·경제적 사건이었다는 것”이라며 “김영한 박사는 이처럼 기독교의 고전적 칭의론과 사회적 칭의론이 서로 연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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