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주장 여고생에 “수련회, 女 방 같이 쓰라” 했더니… 인권위 “차별”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성차별시정과 조치 논란

교육청에 “교내 성별 분리시설
이용 가이드라인 마련” 등 권고
학교 “성범죄 발생 우려”, 묵살

▲국가인권위원회. ⓒ크투 DB

▲국가인권위원회. ⓒ크투 DB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창호, 이하 인권위)가 또다시 황당한 결정을 내렸다. ‘생물학적 여성’인 학생에게 “여학생 방을 쓰지 않으면 수련회에 참가할 수 없다”고 한 고등학교의 처분이 ‘차별’이라고 판단한 것.

인권위 성차별시정과는 지난 10월 23일 OO시 교육감에게 △성소수자 학생이 학교 행사에 참여하는 데 불이익이 없도록 학교 내 성별 분리시설 이용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 △성소수자 학생의 학업 수행 어려움에 대한 실태조사 실시 △성소수자 학생에 대한 상담 등 지원 강화 방안 마련을 권고했다고 19일 발표했다.

해당 학생은 생물학적 여성이나, 자신이 ‘트랜스젠더 남성’이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수련회 담당 교사 및 교감 등이 “법적 성별이 여성이므로, 여학생 방을 쓰지 않으면 수련회에 참가할 수 없다”고 하자, 이 학생은 수련회에 참가하는 대신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고등학교장은 △법적 성별이 남성으로 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학생 방을 사용할 경우 진정인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의 성적 권리 침해 및 성범죄 발생 우려가 있다는 점 △진정인은 차선책으로 독방 사용을 요청했으나 다른 학생들에게 정당성을 납득시키기 어려운 점 △진정인의 부모도 수련회 참가를 원하지 않은 점 등 학교 측과 학부모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 교육청과 교육부에 여러 차례 상황을 전달하고 지침을 문의했음에도 구체적 답변 대신 ‘법 테두리 내에서 사안을 처리할 것’을 요청받은 바, 법적 여성인 진정인이 여학생 방을 사용해야 수련회에 참가할 수 있음을 고지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위원장 남규선 상임위원)는 “학교 수련회 참가는 학교 구성원으로서의 권리이자 소속감과 학업 성취를 높이기 위한 교육활동의 일환이며, 이러한 활동에 성소수자 학생도 동등하게 참여할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공교육의 역할이며 의무”라고 봤다.

그러면서 “트랜스젠더는 자신이 인식하거나 표현하는 성별을 인정받지 못하고 혐오와 괴롭힘의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학교 활동에서 스스로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결정은 외형적으로는 본인 또는 부모에 의한 것으로 보이나, 실질적으로는 다른 구체적 대안 검토 없이 법적 성별만으로 진정인을 처우한 결과이고, 이는 서로 다른 것을 자의적으로 같게 취급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학교 측에 대해서는 “학생 자신이 인식하는 성별과 다른 성별의 시설을 이용하도록 사실상 강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진정인은 교육활동에서 균등한 참여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설령 참여하더라도 자신의 성별 정체성을 숨기거나 부인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며 “이는 개인의 자아 발달에도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더불어 “수련회 참여 배제를 결정한 직접 행위자가 해당 고등학교장이긴 하나, 교육 당국의 구체적 정책이나 지침이 미비한 상황에서 일선 학교가 독자적으로 트랜스젠더 학생에 대한 처우 방안을 마련하기는 어렵다고 보아, ◯◯시교육감에게 성소수자 학생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파악해 다양성이 보장되고 포용적인 교육활동 정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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